고전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스페이스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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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10여년 전, 당시 PC를 사용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플레이해 본 게임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페르시아의 왕자]. 모노 톤의 녹색 모니터와 PC 스피커의 비프 음으로도 당시 게이머들에게 밤잠을 설쳐가며 즐길 만큼의 재미를 선사했던 그 전설의 게임. 한 때 [테트리스]와 함께 가장 많은 기종의 게임기와 PC로 컨버전되었던 게임. 그 화려한 고전 명작이 2004년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2로 부활했다.


그 때를 기억하는가?!

 

  과거의 명성을 등에 업은 후속작?

  처음 이 게임을 보았을 때는 '과연 이게 페르시아의 왕자가 맞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존의 2D에서 3D로 넘어오면서 게임 자체가 전혀 다르게 보였기 때문인데, 솔직히 말해서 첫 느낌은 UBI의 다른 작품인 [스프린터 셀]을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조작계도 비슷하고, 스피디한 전개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느낌이 상당히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타이틀 화면


왕자, 당신 샘 피셔랑 무슨 관계야?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빠지지만, 1989년 최초로 발매되었던 [페르시아의 왕자]는 이번에 등장한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이전에 몇 번 더 후속편이 발매된 적이 있다. 하지만, 원작에서 벗어난 게임성과 낮은 완성도 등으로 팬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흥행에서도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의 후속작 역시 비슷한 노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3D로 제작된 후속작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하지만, 게임을 좀 더 플레이 하다보니 조금 전의 생각은 단순한 선입견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의 액션들이 더욱 파워 업 하여 3D로 재구성되어, 전작을 해 본 플레이어라면 '아 이거!' 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 수 있으며, 새로 추가된 멋진 몸놀림의 아크로바틱 액션은 마치 매트릭스 류의 액션 영화라도 보는 듯 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요즘 왕자들에게 점프 정도는 기본인 듯


액션성도 상당하다

 

  3D로 작성된 멋드러진 성에서 여러 적들에게 휩싸여 고전하는 듯 싶더니, 어느 새 벽을 박차고 적의 뒤쪽에서 공격, 시간을 멈춘 상태에서 적을 얼려버린 뒤 단숨에 격파. 어딘가 예전의 [페르시아의 왕자]와는 멀어진 듯 싶은 풍경이지만 별다른 거부감 없이 몸에 익숙해지는 이 게임. [페르시아 왕자]의 최신작은 요즘 세태에 들어맞는 취향으로 어레인지되어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특이한 시스템

  게임 초반부에 스토리 진행 상 반드시 얻게 되는 '시간의 단도'. 이 단도를 이용하여 발동되는 여러 가지 시간 제어 능력은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이 게임만의 독특한 요소다. 주인공 왕자는 '시간의 단도' 를 이용하여 일정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음은 물론 시간을 느리게 하거나 빠르게 하는 등의 특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난이도가 높은 편인 이 게임에서는 상당히 쓸만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래를 흡수해야 한다

 

  절체 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하더라도 '시간의 단도' 를 사용하면 시간이 휘리릭~ 뒤로 감기면서 조금 전의 안전했던 상황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적들에게 둘러싸여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시간을 멈추고 태세를 재정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쓰고 보면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하기만 하면 게임 오버를 벗어날 수 있는 마법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사용에 있어 몇몇 제약이 걸려있으므로 무작정 쓰기 좋은 도구만도 아니다. 이 단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편하게 진행할 수도 있고, 왕자를 두 번 죽이는(아니 네 번 다섯 번 죽일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반드시 사용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


집단구타를 당하더라도 시간만 제어할 수 있다면...

 

  정성스러운 한글화와 유저 편의성

  이번 [페르시아 왕자 - 시간의 모래]의 한글화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텍스트의 한글화만이 아니라 음성 역시 성우들을 기용하여 새로 녹음이 되어 있으며, 폰트 하나하나도 분위기에 맞는 폰트로 이루어져 있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의 스토리 진행은 약간 독특하게 왕자가 예전에 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게임의 중간 중간에 들려오는 왕자의 이야기들은 게임의 전체적인 배경이나 스토리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전개 방식 자체도 상당히 독특하고 칭찬할 만한 요소인데 한글화까지 되어 우리말 대사를 통해 스토리 전개를 들을 수 있으니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메뉴부터 몽땅 한글화!


대사를 화면으로 보여줄 수 없는게 유감이다

 

  이런 세세한 한글화를 바탕으로 플레이 도중 진행해야 할 조작법 역시 모두 한글로 표시된다. 사실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는 컨트롤러의 거의 모든 버튼을 사용할 정도로 조작이 난해한 편이지만, 게임 시작부분 부터 화면에 표시되는 조작법을 보면서 하나씩 난관을 클리어해 나가다 보면 어느 새 조작법이 손에 익게 되는 그런 게임이다(더불어 익숙해질 때가 되면 설명도 안 나온다). 비단 본 게임 뿐만이 아닌 상당수의 해외판 게임들이 그런 편이지만, 간단한 튜토리얼이나 게임의 프롤로그 부분을 이용하여 게임의 조작법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요소는 다른 게임들에서도 본받아야 할 요소라고 본다.


친절한 설명에 감동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되는가?

 

  생각하고 행동하라

  사실 액션 게임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상당히 단순한 게임이다. 버튼 조작을 이용하여 적들을 처치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이동하고...어떻게 보면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쉽게 지루해 질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의 진행 패턴은 일단 하나의 출구를 제시한 뒤 입구에서 출구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행하기만 하면 되는 전형적인 스테이지 클리어식 액션 게임의 기본을 따르고 있는데...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본 게임을 플레이할 때에는 머리를 써야 한다. 이 점이 다른 게임들과 다른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만의 독특한 재미인 것이다.


트랩이나 스위치 등도 다양하다

 

  게임 초반에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게이머들을 배려해서인지 그냥 화면에 보이는 대로 이동만 하다보면 어느새 클리어가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단순히 움직이는 것 만으로는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온다. 뻔히 출구가 보이지만 걸어갈 수도 없고, 점프로는 닿지 않고...'혹시 이거 진행이 불가능한 버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막한 사태에 놓이는 상황이 몇 번 오게 되는데, 머리를 조금만 굴리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정말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환영을 보자. 힌트는 환영 속에 있다

 

  왕자의 멋진 몸놀림을 이용하여 벽을 향해 달려가다가 뒤로 점프하여 기둥을 잡는다던가, 깃대를 잡고 점프하여 벽의 난간을 잡고 옆으로 이동한다던가 하는 식의 조합된 액션들은 그 자체도 멋있고 재미있지만, 그 해답을 얻기까지의 과정에 진정한 재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의 단도' 를 충분히 활용하여 일단 한 번 시도해보고 실수하면 되돌아와서 다시 시도해보는 편법도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가 아닐까?


화면만 봐도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짐작이 가겠지?

 

  세심한 마무리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의 그래픽 수준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없다. 화려함만 보아도 이것보다 나은 게임은 얼마든지 있지만, 본 게임의 그래픽은 좀 더 세심한 요소요소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 특징이다. 걸어갈 때 발 밑에서 피어오르는 모래연기나 상황에 따라 흐려지기도 하고 진해지기도 하는 그림자 정도는 요즘 게임이라면 기본! 확실히 서양 게임 답다고 할까? 자질구레한 것이기는 해도 왕자의 옷이 스토리 진행에 따라 조금씩 찢어진다는 점이나, 대화 시 캐릭터의 시선 처리나 입의 움직임 등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대화 중에 시선을 돌리는 왕자님♡

 

  빛과 그림자로 대표되는 게임 [스프린터 셀]을 제작한 UBI의 게임 답게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에서도 빛을 이용한 광원 처리는 상당한 볼거리. 잔잔히 흩어지는 모래와 더불어 그것을 비추는 불빛은 신비한 페르시아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빛의 표현은 참 아름답다

 

  다만, 한글화 작업중의 실수였을까? 성우들의 목소리가 배경 음악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옵션에서 배경 음악의 볼륨을 줄이고 목소리만 키워놓으면 해결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장된 설정이 적당하지 못해서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주변이 시끄러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만족스러운 특전들

  게임을 다 즐겼으면 그걸로 끝일까?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임 메뉴의 스페셜 피처에 들어가면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의 제작과정과 제작진들의 인터뷰 등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상당한 매력. 어지간한 다른 게임들이라면 완전판이니 한정판이니 해야 들어갔을 법한 호화로운 특전이지만, 이 게임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옵션에서 모든 특전을 볼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특전은 한글화가 되어있지 않다. 아마도 한글화 과정에서 비용 상의 문제로 빠졌을 것이라 짐작되는데, 대부분이 볼거리가 주가 되는 특전들인 것을 감안하면 큰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행히 영어 자막이 나오므로 내용이 궁금하다면 자막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도록.


제작진들의 세심한 배려가 기쁠 따름이다

 

  자...그럼 특전도 끝났을까? 싶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페셜 피처의 맨 윗 부분을 보면 떡 하니 박혀있는 글자 [페르시아의 왕자1]. 그 전설의 명작을 특전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은 초월 이식. 처음에는 예전의 [페르시아의 왕자] PC판을 그대로 이식했나 싶어서 PC판을 구동시켜보니 그래픽적인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타 기종의 [페르시아의 왕자]들과도 비교해 봤지만 조금씩 다른 점이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 스페셜 피처에 넣기 위해 PC판을 기본으로 새로 손 본 버전인 듯 싶었다.


이것이 새로 추가된 버전이고


이것은 빅터에서 제작한 메가CD 버전


이것은 PC엔진 버전. 참고로 당시 활약했던
대부분의 게임기로 이식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여기저기에서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가 [ICO]를 벤치마킹 한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물론 본 게임이 [ICO]와 흡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벤치마킹까지 해서 제작한 게임일런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제작자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겠지만, [ICO] 보다는 오히려 예전 [페르시아의 왕자1]이 제작되던 시절의 트랜드를 쫒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글쓴이의 솔직한 생각이다. 요즘 게임들은 하드웨어가 발달한 탓인지 그래픽에만 신경을 쓰고 게임성 자체는 오히려 옛날 8비트, 16비트 시절보다 못한 게임이 많은데,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의 제작진들은 그 열악했던 시절...게임성으로 승부를 걸었던 그 시절의 기분으로 게임을 제작해 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3D로 원작을 재현할 것 까지야...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는 근래 보기 드물게 게임으로서의 진정한 재미를 추구하는 몇 안되는 게임이다. 요즈음은 다 거기서 거기 같은 게임 시장의 판도에 식상해서 '게임 불감증' 이라는 용어까지 나도는 판국인데, 이럴 때일수록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같은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야말로 빛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빛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