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준은 온몸이 피곤했다. 일명 소년소녀탐정단은 학교가 끝나면 노상 혁준의 집에 와서 살기가 일쑤였고 또한 엄청 먹어대기까지 해서 그 군것질값까지 대가며 혁준은 아이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툭하면 저녁밥 차려달라거나 음식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탓에 혁준은 기회만 있으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다신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아이들은 버릇까지 없어서 혁준을 자신들 또래인 친구 대하는양 하고 있었다. 아무도 혁준의 말을 심각하게 듣거나 겁을 내지 않았다. 아이들 부모가 타일러도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에게 더 이상 호기심채워주고 배까지 채워줄 아지트는 없었던 것이다. 특히 병태는 노상 먹을 것을 입에 대주어야만 한다. 괜히 찐 살이 아니라는 것을 혁준은 절감하고 있었다. 연예프로를 보면서 혁준은 강후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야, 이 아빠도 생각해줘야지......너희는 아직 어려. 해체할 방법을 생 각해봐. 애들이 내 말은 통 듣지도 않잖아......" "아빠.....체신좀 지켜.아빠 말도 안듣는데 애들이 내 말이라고 듣겠어?" 어린 여자 계집애로 변한 새가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아저씬 그 애들을 당해낼 수 없어요.....정말 걱정이군요. 아저씨 같은 사람이 앞으로 다가올 그 큰일을 감당할 사람이라니.....뭔가 잘못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큰일이라니? 겁주지마......난 그저 운이 좋아선지 나빠선지 귀신을 볼 수 있을 뿐이야....." 그때였다. 프로에서는 요즘 가끔 떠들던 영화촬영장소에서 배우와 스텝이 귀신을 목격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공포영화 촬영장소에서 귀신의 모습과 목소리를 배우와 스텝이 목격했다는 것을 여배우가 인터뷰하고 있었다. "가끔 저런 기사가 나던데......" "한이 많이 맺힌 귀신이네요." 유령 민희가 중얼거린다. "넌 그냥 알 수 있는 거야?" "저런 귀신은 그곳을 떠나지 못한채 그곳에서 있을수밖에 없어요. " 그때였다. 벌써 9시가 되어가는 시간인데 벨소리가 울렸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새파랗게 질린 여자가 걸어들어왔다. 머리는 하나로 묶고 있었고 아직 20대 후반쯤 보이는 여자였다. "여기가 귀신을 잡아준다는 곳인가요?" "귀신을 잡아주는 게 아니라 중간에 다리역활을 해주는 곳입니다." 혁준이 대답했다. "실은 죽은 친구를 봤어요.......실은 영화촬영장에 귀신이 나타났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안그래도 지금 보고 있던 중입니다......" 혁준이 대답했다. "그 친군 제 친구에요......우린 같이 영화스텝으로 일을 하고 있었 죠.....그런데 한 세달쯤 전인가 촬영장에서 그 친구가 목을 맨채 죽은 일이 있었어요.......그런데 그 친구가 귀신이 되서 나타난 거에 요......." "자살한 건가요?" "경찰 조사로는 그렇게 발표됐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왜 이렇게 늦은밤에......" "실은 우린 세명이 단짝친구였어요. 그런데 친구 둘이 같이 남잘 좋아했 어요. 그런데 죽은 친구가 아닌 다른 친구가 그 남자와 결혼을 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가 자살한 거에요....결혼식장에선 분명 축하한다고 말을 했었는데......" "영화일 때문에 자살한 게 아니라 애정문제로 자살한 겁니까?" "자살했다면 그 이유가 분명할 거에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때 불쑥 문이 열리며 병태가 들어왔다. <이크....잘못 걸렸다.....> 혁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야, 지금이 몇신데 여길 와? 숙제하고 자야지....." "방학이잖아요.......그런데 누구세요?" "의뢰인이야....." 강후가 대신 대답했다. "사건? 와......" 병태의 얼굴이 쫘악 기쁨으로 찢어졌다. 혁준은 자살하고픈 심정이었다. "걱정하지마세요....아저씨가 해결못하면 우리 유령소년소녀 탐정단이 해 결할테니까요." "넌 좀 낄때 껴라....." 혁준이 한마디 했다. 의뢰인이 황당하다는듯 혁준과 병태를 봤다. 아무래도 믿을만한가 하는 의구심이 역력했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워낙 설치는 통에......" "자살이 아니라면 분명 그 결혼한 친구가 죽였을 거에요......" "네?" "그앤 억울한 거에요.....죽어서도 편하지 못한 거라구요.....제발 부탁 이에요. 그 애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요. 정말 자살한 건지 아니면 누 가 죽인 건지....죽인 거라면 범인은 누군지......" "알겠습니다. 해결해드리죠.하지만 의뢰비는?" "제가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적어도 애들 간식비는 벌었군......> 혁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괴씸한 생각에 병태를 노려봤다. 하지만 병태 역시 만만하지 않다. 강후와 민희는 그런 두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민희는 <정말 저 아주머니의 말대로 저 아저씨를 믿어도 되는 걸까? >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었다. 의뢰인이 돌아가고 병태는 사건 때문에 연구할 게 있다고 강후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저씨가 정말 어른인지 의심스러워요. 제가 유령이 되고 보니 정말 아 주 많은 것들을 보게 되거든요......" "우선은 그 여자귀신을 만나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참 네 사연은 아 직도 듣지 못했구나...." "그 얘기까진 오늘 너무 부담되지 않아요?....안그래도 시간은 많으니까 다음으로 미루죠....." "역시 넌 뭘좀 아는구나......" "잊지 않으셨죠? 하루에 한 번밖에 공간이동이 불가능해요......." "알고 있어......하지만 왕복은 가능해야겠지. 편도는 아무 보람이 없잖 아. "좋아요. 그것까진 가능한 거로 할게요......" "정말 고맙구나....." "지금 당장 시작하실려구요?" "저것들이 사건 연구할 동안 그 귀신을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알았어요....." 순간이었다. 민희가 혁준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깜짝할 사이에 영화촬영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이미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화세트장은 음산하고 기괴했다. 실제로는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볼 품없었지만 영화에선 훨씬 그럴싸하게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무언가 획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혁준은 겁을 먹고 그자리에 쓰러졌다. "고양이에요....아저씨.....고양이 친구가 그 귀신에게 안내해주겠대 요...." 민희가 혁준을 이끌었다. 혁준은 민희를 따라갔다.그때 갑자기 차가운 것이 획하고 느껴졌다. 바로 혁준의 뒤에 전설의 고향에서나 본 것 같은 한복입은 귀신이 나타났다. 혁준은 숨을 삼켰다. 민희는 그 모습을 보는데 한심하다. "당신이 촬영장소에 나타난 그 귀신 맞습니까?" 혁준이 간신히 말을 꺼냈다. "맞아요......" "친구분이 저흴 찾아왔었습니다. 당신이 만약 억울한 게 있다면 그 억울 함을 풀어달라구요......" "절 죽인 건 그 결혼한 친구가 아닙니다." "네?" "당신을 찾아간 바로 그 친구에요....." "아니 그런데 왜 절 찾아온 겁니까? 오히려 숨기고 있어야하는 거 아닙니 까?" "친구 남편이랑 사귄 건 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친구죠.....제가 그 사실을 알고 친구를 말렸습니다. 아닌면 모두 말하겠다고 했죠....하지 만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친구마저 해칠려고 하는 겁니다. 그 리고 그 남잘 차지하려는 거죠......" "도대체 그 남자가 누군데 그러는 겁니까?" "그 사람은 바로 이 영화의 영화감독입니다. 바로 친구의 남편이죠......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와 짠 것은 아니에요. 하지 만 제가 누군지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그리고 아마 짐작할지도 몰라요.....더욱이 귀신을 보게 되면 그 영화가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죠.....그 남자에겐 손해 될 것이 없는 거죠....영화의 홍보도 되고요." "그는 아내를 사랑합니까?" "처음엔 그랬을지도 몰라요.....하지만 사랑은 변한다잖아요......" "그럼 범인을 잡는 수밖에 없겠죠......" <아차, 그럼 의로비는 또 어떻게 되는 거람......안그래도 적잔데....갈 수록 걱정이군......범인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전 지금 의뢰비가 급한데요....." "아저씨 정말 몰인정하군요..." 민희가 날카롭게 한마디한다. 아무리 유령이라고 해도 어린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하긴 넌 돈걱정을 안해도 되니까......재원이한테 융통을 해야할 판이 군......> 혁준은 돈문제로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알았어......." "돈 걱정은 마세요......친구한테 받을 수 있게 해드릴테니까요....." 그제서야 혁준이 웃었다. 그리고 혁준의 웃음을 보고 웃던 여자귀신이 혁준에게 다시 물었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친구를 유인해내야죠......친구를 배신하는 사람은 정말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겁니다." 혁준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보였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실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죽은 판국에 못할 일이 뭐 있겠어요?" "그런데 영화촬영장에선 그렇게 흰 소복을 입고 나타나야하는 겁니까?" "그래야 훨씬 실감나지 않나요?" 혁준은 잠시 생각한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지런히 여자유령에게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민희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심반의하던 민희의 얼굴에 웃음이 나타났다. <아줌마의 말이 다 틀린 건 아닌가봐......적어도 기대는 좀 해봐도 될 것 같아....그래도 물론 이 아저씨한텐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버거울 것 같긴 하지만 말야......> "모든 것은 영화촬영 할때 밝혀질 겁니다.....그때 책임지고 맡은 역활 을 하셔야 해요....." "물론 전 소품 담당자이긴 했지만 원래 꿈은 영화배우였어요...하지만 그 쪽으론 다 힘들다고 해서 방향전환을 한 것 뿐이지만요.....외모는 좀 딸릴지 몰라도 연기는 자신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기대하죠......친구를 배신한 최후가 어떤 건지 부여 주도록 하죠....." "대신에 다른 친구는 상처를 받게 되겠죠?" "모든 일엔 그렇게 장단점이 있는 거죠......" "미안하군요......죽어서 한 친구한테 죄값을 치르게 하고 한 친구한텐 몰라도 될 것을 알게 해줘서 고통을 주고요...." "산다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산자나 죽은 자에게나 다 벗어날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그렇네요.죽으면 다 끝인줄 알았는데 여전히 마찬가지에요......" 고양이가 슬프게 울었다. 밤은 그렇게 슬프게 지나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아직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병태가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뛰어들어왔다. "아저씨.....제가 아주 기가막힌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혁준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골칫덩어리들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저 천진난만함을 보는 건 분명 그럼 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래? 그럼 어디 도움을 받아볼까? 그 기막힌 방법이란 게 도대체 뭔 지?" 병태와 강후는 혁준에게 노트에 메모까지 한 계획서를 보여주며 침을 튀겨갈 정도로 열심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혁준이 빙그레 웃는 것을 민희는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왠지 희망을 가지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다> 민희는 방안을 한 바퀴 돌았다. 세사람은 휘동그래진 눈으로 유령새로 변한 민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계획서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9>고스트 마스터-영화촬영장에 나타난 귀신(上 )
혁준은 온몸이 피곤했다.
일명 소년소녀탐정단은 학교가 끝나면 노상 혁준의 집에 와서 살기가 일쑤였고
또한 엄청 먹어대기까지 해서 그 군것질값까지 대가며 혁준은 아이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툭하면 저녁밥 차려달라거나 음식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탓에 혁준은 기회만 있으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다신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아이들은 버릇까지 없어서 혁준을 자신들 또래인 친구 대하는양 하고 있었다.
아무도 혁준의 말을 심각하게 듣거나 겁을 내지 않았다.
아이들 부모가 타일러도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에게 더 이상 호기심채워주고 배까지 채워줄 아지트는 없었던 것이다.
특히 병태는 노상 먹을 것을 입에 대주어야만 한다.
괜히 찐 살이 아니라는 것을 혁준은 절감하고 있었다.
연예프로를 보면서 혁준은 강후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야, 이 아빠도 생각해줘야지......너희는 아직 어려. 해체할 방법을 생
각해봐. 애들이 내 말은 통 듣지도 않잖아......"
"아빠.....체신좀 지켜.아빠 말도 안듣는데 애들이 내 말이라고 듣겠어?"
어린 여자 계집애로 변한 새가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아저씬 그 애들을 당해낼 수 없어요.....정말 걱정이군요. 아저씨 같은
사람이 앞으로 다가올 그 큰일을 감당할 사람이라니.....뭔가 잘못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큰일이라니? 겁주지마......난 그저 운이 좋아선지 나빠선지 귀신을
볼 수 있을 뿐이야....."
그때였다.
프로에서는 요즘 가끔 떠들던 영화촬영장소에서 배우와 스텝이 귀신을 목격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공포영화 촬영장소에서 귀신의 모습과 목소리를 배우와 스텝이 목격했다는 것을
여배우가 인터뷰하고 있었다.
"가끔 저런 기사가 나던데......"
"한이 많이 맺힌 귀신이네요."
유령 민희가 중얼거린다.
"넌 그냥 알 수 있는 거야?"
"저런 귀신은 그곳을 떠나지 못한채 그곳에서 있을수밖에 없어요. "
그때였다.
벌써 9시가 되어가는 시간인데 벨소리가 울렸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새파랗게 질린 여자가 걸어들어왔다.
머리는 하나로 묶고 있었고 아직 20대 후반쯤 보이는 여자였다.
"여기가 귀신을 잡아준다는 곳인가요?"
"귀신을 잡아주는 게 아니라 중간에 다리역활을 해주는 곳입니다."
혁준이 대답했다.
"실은 죽은 친구를 봤어요.......실은 영화촬영장에 귀신이 나타났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안그래도 지금 보고 있던 중입니다......"
혁준이 대답했다.
"그 친군 제 친구에요......우린 같이 영화스텝으로 일을 하고 있었
죠.....그런데 한 세달쯤 전인가 촬영장에서 그 친구가 목을 맨채 죽은
일이 있었어요.......그런데 그 친구가 귀신이 되서 나타난 거에
요......."
"자살한 건가요?"
"경찰 조사로는 그렇게 발표됐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왜 이렇게 늦은밤에......"
"실은 우린 세명이 단짝친구였어요. 그런데 친구 둘이 같이 남잘 좋아했
어요. 그런데 죽은 친구가 아닌 다른 친구가 그 남자와 결혼을 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가 자살한 거에요....결혼식장에선 분명 축하한다고 말을
했었는데......"
"영화일 때문에 자살한 게 아니라 애정문제로 자살한 겁니까?"
"자살했다면 그 이유가 분명할 거에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때 불쑥 문이 열리며 병태가 들어왔다.
<이크....잘못 걸렸다.....>
혁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야, 지금이 몇신데 여길 와? 숙제하고 자야지....."
"방학이잖아요.......그런데 누구세요?"
"의뢰인이야....."
강후가 대신 대답했다.
"사건? 와......"
병태의 얼굴이 쫘악 기쁨으로 찢어졌다.
혁준은 자살하고픈 심정이었다.
"걱정하지마세요....아저씨가 해결못하면 우리 유령소년소녀 탐정단이 해
결할테니까요."
"넌 좀 낄때 껴라....."
혁준이 한마디 했다.
의뢰인이 황당하다는듯 혁준과 병태를 봤다.
아무래도 믿을만한가 하는 의구심이 역력했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워낙 설치는 통에......"
"자살이 아니라면 분명 그 결혼한 친구가 죽였을 거에요......"
"네?"
"그앤 억울한 거에요.....죽어서도 편하지 못한 거라구요.....제발 부탁
이에요. 그 애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요. 정말 자살한 건지 아니면 누
가 죽인 건지....죽인 거라면 범인은 누군지......"
"알겠습니다. 해결해드리죠.하지만 의뢰비는?"
"제가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적어도 애들 간식비는 벌었군......>
혁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괴씸한 생각에 병태를 노려봤다.
하지만 병태 역시 만만하지 않다.
강후와 민희는 그런 두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민희는 <정말 저 아주머니의 말대로 저 아저씨를 믿어도 되는 걸까? >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었다.
의뢰인이 돌아가고 병태는 사건 때문에 연구할 게 있다고 강후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저씨가 정말 어른인지 의심스러워요. 제가 유령이 되고 보니 정말 아
주 많은 것들을 보게 되거든요......"
"우선은 그 여자귀신을 만나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참 네 사연은 아
직도 듣지 못했구나...."
"그 얘기까진 오늘 너무 부담되지 않아요?....안그래도 시간은 많으니까
다음으로 미루죠....."
"역시 넌 뭘좀 아는구나......"
"잊지 않으셨죠? 하루에 한 번밖에 공간이동이 불가능해요......."
"알고 있어......하지만 왕복은 가능해야겠지. 편도는 아무 보람이 없잖
아.
"좋아요. 그것까진 가능한 거로 할게요......"
"정말 고맙구나....."
"지금 당장 시작하실려구요?"
"저것들이 사건 연구할 동안 그 귀신을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알았어요....."
순간이었다.
민희가 혁준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깜짝할 사이에 영화촬영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이미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화세트장은 음산하고 기괴했다.
실제로는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볼 품없었지만 영화에선 훨씬 그럴싸하게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무언가 획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혁준은 겁을 먹고 그자리에 쓰러졌다.
"고양이에요....아저씨.....고양이 친구가 그 귀신에게 안내해주겠대
요...."
민희가 혁준을 이끌었다.
혁준은 민희를 따라갔다.그때 갑자기 차가운 것이 획하고 느껴졌다.
바로 혁준의 뒤에 전설의 고향에서나 본 것 같은 한복입은 귀신이 나타났다.
혁준은 숨을 삼켰다.
민희는 그 모습을 보는데 한심하다.
"당신이 촬영장소에 나타난 그 귀신 맞습니까?"
혁준이 간신히 말을 꺼냈다.
"맞아요......"
"친구분이 저흴 찾아왔었습니다. 당신이 만약 억울한 게 있다면 그 억울
함을 풀어달라구요......"
"절 죽인 건 그 결혼한 친구가 아닙니다."
"네?"
"당신을 찾아간 바로 그 친구에요....."
"아니 그런데 왜 절 찾아온 겁니까? 오히려 숨기고 있어야하는 거 아닙니
까?"
"친구 남편이랑 사귄 건 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친구죠.....제가 그
사실을 알고 친구를 말렸습니다. 아닌면 모두 말하겠다고 했죠....하지
만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친구마저 해칠려고 하는 겁니다. 그
리고 그 남잘 차지하려는 거죠......"
"도대체 그 남자가 누군데 그러는 겁니까?"
"그 사람은 바로 이 영화의 영화감독입니다. 바로 친구의 남편이죠......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와 짠 것은 아니에요. 하지
만 제가 누군지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그리고 아마
짐작할지도 몰라요.....더욱이 귀신을 보게 되면 그 영화가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죠.....그 남자에겐 손해 될 것이 없는 거죠....영화의 홍보도
되고요."
"그는 아내를 사랑합니까?"
"처음엔 그랬을지도 몰라요.....하지만 사랑은 변한다잖아요......"
"그럼 범인을 잡는 수밖에 없겠죠......"
<아차, 그럼 의로비는 또 어떻게 되는 거람......안그래도 적잔데....갈
수록 걱정이군......범인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전 지금 의뢰비가 급한데요....."
"아저씨 정말 몰인정하군요..."
민희가 날카롭게 한마디한다. 아무리 유령이라고 해도 어린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하긴 넌 돈걱정을 안해도 되니까......재원이한테 융통을 해야할 판이
군......>
혁준은 돈문제로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알았어......."
"돈 걱정은 마세요......친구한테 받을 수 있게 해드릴테니까요....."
그제서야 혁준이 웃었다.
그리고 혁준의 웃음을 보고 웃던 여자귀신이 혁준에게 다시 물었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친구를 유인해내야죠......친구를 배신하는 사람은 정말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겁니다."
혁준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보였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실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죽은 판국에 못할 일이 뭐 있겠어요?"
"그런데 영화촬영장에선 그렇게 흰 소복을 입고 나타나야하는 겁니까?"
"그래야 훨씬 실감나지 않나요?"
혁준은 잠시 생각한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지런히 여자유령에게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민희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심반의하던 민희의 얼굴에 웃음이 나타났다.
<아줌마의 말이 다 틀린 건 아닌가봐......적어도 기대는 좀 해봐도 될
것 같아....그래도 물론 이 아저씨한텐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버거울 것
같긴 하지만 말야......>
"모든 것은 영화촬영 할때 밝혀질 겁니다.....그때 책임지고 맡은 역활
을 하셔야 해요....."
"물론 전 소품 담당자이긴 했지만 원래 꿈은 영화배우였어요...하지만
그 쪽으론 다 힘들다고 해서 방향전환을 한 것 뿐이지만요.....외모는
좀 딸릴지 몰라도 연기는 자신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기대하죠......친구를 배신한 최후가 어떤 건지 부여
주도록 하죠....."
"대신에 다른 친구는 상처를 받게 되겠죠?"
"모든 일엔 그렇게 장단점이 있는 거죠......"
"미안하군요......죽어서 한 친구한테 죄값을 치르게 하고 한 친구한텐
몰라도 될 것을 알게 해줘서 고통을 주고요...."
"산다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산자나 죽은 자에게나 다 벗어날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그렇네요.죽으면 다 끝인줄 알았는데 여전히 마찬가지에요......"
고양이가 슬프게 울었다.
밤은 그렇게 슬프게 지나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아직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병태가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뛰어들어왔다.
"아저씨.....제가 아주 기가막힌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혁준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골칫덩어리들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저 천진난만함을 보는 건 분명 그럼
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래? 그럼 어디 도움을 받아볼까? 그 기막힌 방법이란 게 도대체 뭔
지?"
병태와 강후는 혁준에게 노트에 메모까지 한 계획서를 보여주며 침을 튀겨갈
정도로 열심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혁준이 빙그레 웃는 것을 민희는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왠지 희망을 가지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다>
민희는 방안을 한 바퀴 돌았다.
세사람은 휘동그래진 눈으로 유령새로 변한 민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계획서에 열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