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THE MASK)-17

바람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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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암흑의 괴물 린(燐)

 

한동안 막개의 시체를 붙잡고 울던 치우는 이상한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왜 괴물들이 공격을 하지 않지?'


 그랬다. 동굴로 들어오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했던 괴물들이 치우가 넋 놓고
있는 순간에 공격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괴물 두 마리가 치우에게 죽음을
당했다고 두려워서 도망갈 놈들이 아니었다. 무척이나 끈질기고 무서운 놈들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치우는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그저 폭포수의 굉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아저씨. 약속을 꼭 지킬게. 아직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꼭 천지환을 전해 주겠어..... 이렇게 차가운 동굴 속에
 두고 가서 미안해....정말....그러나 초개가 옆에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거야!"


 치우는 막개의 시신을 동굴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일어나서 막개의 시신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그 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정을 느끼고 있던 그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였다.

 다시 그의 얼굴에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는 정말 혼자 뿐이었다.

아무도 남지 않은 것이다.
오직 혼자의 힘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야하고 헤쳐 나가야하는 것이다.
여태 거지 생활을 하며 살아왔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외로움이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너무 외로워서 이제는 두려움까지 마음에 일었다. 그러나 치우는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이제부터는 그 어떤 일도 포기하지 않고
헤쳐나갈 것을. 

 

 동굴의 분위기는 확실히 이상했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입구까지 더듬거리며
나갔는데도 괴물들의 공격이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혹! 놈들이 사라졌나?'


 일단은 흉악한 괴물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마음을
푹 놓을 수는 없었다. 치우는 어둠 속을 더듬으며 동굴을 빠져나가려 애썼다.
너무 어두워서 쉽게 걸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남아 있는 화섭자가 없어서
어둠 속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동굴 벽을 더듬으며 폭포수가 쏟아지는
입구까지 왔을 때 치우는 이상하게 앞이 희미하게 잘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 이상하네. 어디서 들어오는 빛이지?'


 희미하지만 분명 불빛이 폭포수 물줄기를 통해서 비추어 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광명석이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여 약간의 어둠을 걷어내고 있었다.
 치우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조용히 걸음을 옮겨 동굴 밖으로 나와 폭포수 물줄기
밖을 내다보았다.

괴물들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바위 아래쪽에서 밝은 빛들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고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괴물들의 울부짖음이 폭포수의 소리와 썩여서 들려왔다.
 치우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동굴을 나와 바위에 업드려서 폭포수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역시 그가 짐작했던 사람들과 괴물들이 엉켜서 싸우고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힘겹게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들은
낮에 동굴에서 막개와 치우를 핍박하던 무리들이었다. 바로 청도삼괴와 호웅사묘
그리고 여사랑이었다.


 괴물들은 새로운 사람들이 동굴로 들어오자 더 많은 먹이 감을 발견한 듯이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먹이 감은 오히려 괴물들 자신들이었다.
괴물들의 수가 비록 수배 더 많았지만 지금 동굴로 들어 온 인물들은
동대륙 내에서도 알아주는 최 고수들이다. 이런 고수들에게 괴물들의 뛰어난
순발력도 날카로운 이빨이나 손톱도 모두 소용없는 것이다.


 벌써 수 십 마리가 칼에 맞아 죽어서 동굴은 그야말로 처참한 살육의 장소로
돌변해 있었다. 죽은 괴물들에게서 역겨운 피비린내가 나자 사람들은 인상을
쓰며 입을 가리고 검을 휘둘렀다. 그들이 한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괴물들의
고통에 찬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빠르게 괴물 한 마리가 튀어 오르며 공격해 오자 소괴 마불웅이 자신의 애검인
천단검을 휘두르며 짜증난다는 듯이 한마디 뱉었다.


"아니 이 놈들은 어디서 이렇게 계속 튀어나오는 거냐?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달려드니 이 원 짜증나서 견딜 수가 있나."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추괴 나찰이 껄끄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크크크크...상천제 막개를 잡지는 못했지만 이 놈들이 이렇게 반겨주니 심심하지
 하지 않고 좋은데 뭐가 불만이냐? 크크크"


"아니. 형님은 이 벌떼 같은 놈들이 재미있수? 그런데 정말 이것들의 정체가
 뭐야? 이런 시커먼 놈들은 처음일세."


 소괴 마불웅이 투덜거리자. 채찍으로 괴물 두 마리를 동시에 두 동강 내며
 묘가 말했다.


"흥! 입으로 괴물을 잡나? 사람들이 열심히 빗질하는 거 안보여요?

 그렇게 투덜거릴 말이 있음 괴물 한 마리라도 더 잡아서 빨리 이곳을 벗어날
 궁리나 해요."


"에? 뭔 빗질 누가 빗자루 들었어?"


 묘는 괴물들 죽이는 것을 빗질하듯 쓸어버린다는 뜻으로 말한 것인데
소괴 마불웅은 정말 누가 빗자루라도 들고서 쓸고 있냐는 듯이 두리번거리며
그런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참! 기가 막혀!!"


"하하하. 왜 네년 빗질은 내가 해 줄까?"


"뭐야? 이 공같이 생긴 것이!"


"뭐? 너 뭐라 그랬어? 이 조그만 년이 어디서 이 어르신네를 보고 공이래"


 소괴 마불웅과 묘는 처음부터 별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

동굴에 처음 청도삼괴가 등장 할 때부터 묘와 마불웅은 서로를 욕하며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마불웅이 자신의 말을 가지고 장난치자 묘는 화가 나서 마불웅이
가장 싫어하는 말을 하고 만 것이다. 소괴 마불웅은 몸이 10살 난 어린 아이
보다도 작아서 자신을 향해 난쟁이라든가 작다고 놀리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런데 자신보다도 한참 어린 여자아이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둥근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묘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장기는 짧은 단도를 이용하는 쾌검이었다.
그는 키가 작고 몸이 살이쩌서 뚱뚱했지만 그 움직임은 무척이나 빨랐다.
마치 고무공이 튀어 오르듯이 순식간에 솟아오르며 묘를 향해 공격을 가했는데
그 기세가 무척이나 날카롭고 무서웠다.


"흥!"


 묘는 마불웅의 공격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자신의 무기인
채찍을 움직였다. 기다란 채찍이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마불웅의 검에 부딪혀
갔다. 그러나 마불웅은 검을 옆으로 틀며 묘의 가슴을 노리고 들어갔다.
그의 신법은 무척이나 빨랐다. 툭하고 앞으로 치고 들어가더니 묘의 채찍을
피하며 그녀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렀다. 무척이나 빠른 쾌검이었다.


 싸움을 지켜보던 호와 웅이 깜짝 놀라며 그녀를 구하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마불웅의 공격이 너무 빠르고 교묘해서 묘가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마불웅의 쾌검이 묘의 가슴을 뚫으려는 순간 묘는 자신의 몸을 뒤로 재빨리
빼며 자신에게 공격해오던 괴물 한 마리를 잡아서 앞으로 들이밀었다.


"크아아아아앙!!"


 시커먼 괴물의 가슴에 마불웅의 단검이 꽂히자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퍼졌다.
 마불웅은 자신의 앞을 괴물이 막아서는 바람에 묘를 죽이지 못하자 화가 치솟았다.


"이 교활한 년!"


 마불웅이 화난 모습을 보자 묘는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는 얄밉게 웃었다.


"호호호호.... 둘이 아주 잘 어울리네. 형제하지 그래? 호호호"


"네년이 언제까지 그렇게 웃나 두고 보자."


얼굴이 더욱 붉어진 마불웅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올랐다. 그가 펄쩍 펄쩍 뛰며
묘를 쫒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공이 튀어 가는 것 같았다.
 묘는 마불웅이 비록 몸이 외소 하지만 무공이 가볍지 않음을 알고 정면 대결을
피하고 도망만 다녔다. 그녀는 신법을 움직여 마불웅의 공격을 피하며 입은 계속해서
그를 놀렸다.


"호호호....정말 공이 튀는 것처럼 움직이네. 호호"


 사람들은 괴물들의 공격을 막으며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는데 묘가 한마디
할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호와 웅 그리고 사는 자신들의 막내 사제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용케 잘 피해 다니며 정면대결을 하지 않아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청도삼괴  갈마웅과 추괴 나찰은 자신들의 셋째가 어린아이에게 놀림을
당하자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그들은 그 화풀이를 괴물들에게 했는데 그들의
검과 적사철이 한번 휘저을 때마다 수 십 마리의 괴물들이 몸에서 분리되었다. 


"호호호. 인간 공이다! 정말 잘 튄다! 호호호"


 사람들이 지켜보는 중에 묘가 또다시 손벽을 치며 웃어댔다.
소괴 마불웅은 조그만 여자아이에게 무시당하고 잡지도 못하자 기분이 무척이나
나쁘고 화가 났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


"네년이 얼마나 더 웃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


 묘를 쫒던 마불웅이 갑자기 멈추더니 두 손으로 원을 그리며 기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처음에는 붉다가 나중에는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순간 그의 주위로 강한 기운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의 통통했던 얼굴이 점점
부어오르더니 입과 코가 살에 덮여서 사라져갔다. 정말 공에 바람을 불어넣은
듯이 얼굴과 몸이 점점 동그랗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팽팽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호호호.....정말 공이 됐다! 공이........야....."


 묘는 처음에는 마불웅의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어서 웃어댔지만 그의 몸이
점점 부풀어오르자 강한 기운이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갑자기 마불웅이 멈추더니 몸이 공처럼 부풀자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청도삼괴만이 셋째가 무척이나 화가 나서 무서운 무공을 펼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마불웅의 모습을 계속해서 관찰하던 백선녀 여사랑이 놀라서 외쳤다.


"저건! 괴불마공(怪佛魔功)!!"


백선녀 여사랑의 말에 호와 웅, 사는 놀라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묘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갈마웅과 나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괴불마공(怪佛魔功은 5대 마공(魔功)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 위력을
뚜렷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번 펼쳤다하면 대적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번 펼치면 죽음을 몰고 오는 마공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이 무공의 특징은 외부의 기를 몸으로 급속히 빨아드려
그 기운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상대에게 펼치는 것으로 내력이 자신의 평소
내공의 3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무척이나 파괴적이고 무서운 무공이다.
외부의 기운을 급격하게 자신의 몸에 흡수하다 보니 몸이 공처럼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는데 몸이 많이 부풀어오를수록 그 위력이 더욱 크며 무섭다.

마불웅은 몸이 외소 한데다 이 무공을 시전 하여 정말 공같이 동그랗게 보일
정도였다. 지금 그의 몸은 평소 크기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부풀어올랐는데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할지 알 수 있었다.


 백선녀 여사랑의 외침을 듣고 놀란 호와 웅이 묘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마불웅의 기가 팽창 할대로 팽창하여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호와 웅이 막 묘의 앞을 막아서려 할 때 이미 거대한 힘이 마불웅으로 부터
터져 나와 묘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 기운은 마치 수 십 마리의 거대한 묵룡이
사방에서 묘를 감싸며 덮쳐오는 듯하여 무시무시했다.
 묘는 사방에서 검은 기운이 거세게 몰아쳐 오자 깜짝 놀라며 주춤거렸다.


"아!"


그녀가 잠깐 주춤하는 사이 검은 기운이 금새 그녀를 감싸고 들어왔는데 그대로
있다가는 몸이 산산히 조각나고 말 것 같았다.
 절대절명의 위기 순간이었다.


"호랑이가 노하니 하늘이 운다!!"


 순간! 호의 거대한 외침이 동굴 안에 울리며 백색기운이 검은색 기운에 부딪혀
갔다. 호에게서 퍼져 가는 백색기운은 묘를 등뒤에서부터 감싸며 들어갔는데
마치 보호막을 치는 듯 투명한 기운이 안개처럼 피어올라 묘에게 접근하는
검은 기운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은 기운은 응축되었다 폭발하듯이
퍼져 나온 것이라 그 세기가 만만치 않았다. 점점 호의 하얀 기벽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는 자신의 기운을 집중하여 강하게 밀려오는 기운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 맺히며 온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 기운과 맞섰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다.
 호의 기운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묘는 지금 자신의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잘 못 몸을 움직였다가는 자신은 물론 호까지 검은 기운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묘는 별 볼일 없을 거 같던 마불웅에게 이런 무서운 무공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불웅을 놀린 것이 후회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마불웅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여태 어느 누구에게도 멸시받지 않고 항상 귀여움만 독차지하고 자랐던
그녀에게 마불웅의 놀림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녀와 호가 어려움 속에 있을 때 마불웅의 껄끄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후후...이제야 내 실력을 알겠지?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볼까...이얍!!"


 갑자기 검은 기운의 기세가 더욱 강하고 거세지기 시작했다.
동굴 안에는 두 기운의 충돌에 의해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마치 동굴이 무너질
것 같은 착각이 빠질 정도 였다.
 더 강해진 기운에 호는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최후의 방법을 쓰려했다.
그때 그의 옆으로 빠르게 다가오며 달려드는 그림자가 보였는데 웅과 사였다.
옆에서 호와 마불웅의 기 싸움을 지켜보던 그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자신의 첫째 사형과 막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어 움직인 것이다. 웅은 호의 뒤쪽으로 돌며 검은 기운을 향해 그의
무시무시한 힘을 쏟았고, 사는 재빠르게 중간에 끼어있는 묘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보호하며 뒤로 빠졌다.
 순식간에 웅의 거대한 기운이 호의 기운과 합세하여 검은 기운에 부딪혀 가자
마불웅은 기운에 밀려 몇 발작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잠깐의 순간
두 기운에 약간의 공백이 보였고 그때 사(獅)가 틈을 타 묘를 뒤로 빼 낸 것이다.
이것은 잠깐의 순간에 이루진 일로 서로간에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마불웅은 잠시 방심한 사이에 묘가 빠져나가자 화가 나서 더욱 거세게
몰아치려 했다. 그가 막 기운을 더 끌어 모으려 할 때 갈마웅의 외침이 들렸다.


"세째야. 경거망동하지 마라! 그 정도면 족하다. 우리는 할 일이 많다."


갈마웅의 말을 들은 마불웅은 불만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기운을 걷어 들렸다.


"하지만 형님! 저 년이...."


"안다. 그러나 큰 일을 앞에 두고 하찮은 것에 신경을 쓰면 되겠냐?"


"아..알겠습니다. 형님!"


 마불웅이 조용히 물러나자 갈마웅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호웅사묘를 보고 말했다.


"하하하. 서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으니 우리 이 정도에서 끝내지요.

 여기서 서로 싸워보았자 그 막개란 놈만 좋지 않겠습니까."


 갈마웅의 말을 들은 호는 차갑게 쏟아보며 말했다.


"아주 당신들 멋대로 시작하고 멋대로 끝낸다는 거요?"


"하하하. 제 아우 놈이 좀 성질이 사나워서요. 이해 좀 해 주십시오."


갈마웅은 여전히 입가에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말하는 자세나
폼이 결코 미안해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있군!"


호의 말이 낮게 깔리자 분위기가 다시 험해지기 시작했다. 또다시 서로간에
싸움이 일어 날 수 있는 분위기로 가자 곁에서 상황을 지켜만 보던 여사랑이
교태롭게 웃으며 중재에 나섰다.


"호호호. 그렇게 힘들이 남아도시니 좋겠네요. 그러나 우리 모두는 목적을 잊어서는
 안되지요. 지금 천지환은 어디 갔는지도 모르는데 계속 이렇게 시간만 버린다면
 전 저 혼자만이라도 찾아 볼 생각이예요."


여사랑의 말은 바로 효과가 있었다. 그녀가 혼자서 천지환을 찾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선수를 빼앗길까 두려워 금새 싸울 기세를  멈추었다.


"하하. 역시 아름다운 미인은 대세를 잘 볼 줄도 아시는 군요."


갈마웅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여사랑에게 말했다.
그런 갈마웅을 바라보던 호는 차갑게 한마디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청도삼괴는 언제고 우리와 은원을 해결해야 할 것이요."


호의 말에 마불웅과 나찰이 발끈 했지만 갈마웅이 제지하며 말했다.


"언제고 조용한 곳에서 논하지요."


 갈마웅의 대답을 끝으로 더 이상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동굴은 괴물들은 이미 많은 수가 죽고 나머지는 도망갔기 때문에 조용했다.

동굴은 괴물들의 시체에서 풍기는 고약한 비린내만 아니면 마치 조용한 암자에 온 듯한 분위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