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용기가 나지 않아요.

용기가 필요해2009.02.25
조회24,650

이제 결혼한지 일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혼' 이란걸 생각한지 벌써 넉달정도가 된 것 같네요.

어제도 신랑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아마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찜질방이나 뭐 그런데서 잤겠죠.

 

전 집에서 여자가 아닙니다.

그냥 집사람일 뿐이죠.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딱 두번 부부관계를 제대로 갖고, 하는듯 마는듯 중간에 멈춰버린 관계 서너번 정도... 그나마도 작년 5월 부터는 시도조차 안하고 있어요.

이달로 딱 10개월째네요..

결혼 초부터 시작된 외박은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이던 것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 이제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간신히 집에 들어옵니다.

제가 눈치가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여자가 있는것 같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저도 노력을 많이 했죠.

화도 내보고, 울기도 해보고, 달래도보고, 유혹도 해보고...

근데, 화내면 같이 화내고, 울면 짜증내고, 달래면 유야무야넘어가고, 유혹하면...안넘어오더라구요.. 이게 젤 견디기 힘들었어요.

나의 노력에 무반응일때...  키스하려고 다가갈때, 만지려고 할때 마다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손을 치우거나... 내 얼굴을 밀어버리거나...하면서...툭툭 던지는 말들...

'모하냐?' "그냥 자라'

세상에 그렇게 자존심 상하고 속상한 일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더이상 저도 시도하지 않아요.

그런 상태가 거의 4~5개월 된 것 같네요.

 

처음에는 양가에 숨기다가 먼저 저희 친정엄마에게 털어놓았고, 석달쯤 전에 시댁에도 얘길 했습니다.(신랑은 양가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아신다는걸 모릅니다.)

친정엄마는 자꾸 손주 타령을 하셔서 말씀 드렸고, 시부모님한테는 신랑이랑 싸우고 홧김에 말씀드렸는데, 양쪽에서 아셔도 별다른 도움은 못되더라구요..

그렇겠죠... 그건 정말 부부만의 일이니까요..

 

신랑이랑 대화도 해봤어요.

하고 싶지가 않답니다. 전혀.. 생각이 안든대요.

그리고 제가 먼저 접근하거나 만지거나 하면 깜짝깜짝 놀라게 된대요..

 

요즘 섹스리스로 사는 부부들도 늘고 있다던데 나도 그냥 이렇게 살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뭐 솔직히 부부관계 못해서 안달나고 그런것도 아니거든요.

단지 아이를 키우고 싶을 뿐이고(제가 외동딸인데다가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족에 대한 정이 많이 그립거든요. 자식 욕심이 좀 많은 편이에요.), 남들과 다른 이런 생활이 향후 우리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뿐이죠.

근데,, 단순히 부부관계를 못하는 것 만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살아보겠는데,,,,

남편의 외박으로 이어지니 더 견디기가 힘드네요.

꼭 섹스가 아니더라도 같이 잠자리에 들고,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고 손을 꼭 잡고, 아니면 팔베개를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옆에 누워 체온이라도 느끼며 잠들고 싶은데,, 그것마저 안되니까요..

 

이건 결혼생활이 아니다 라는 생각만 자꾸 들어요.

아침에 들어와서 같이 아침 먹는 시간 10분~15분이 고작이죠.

그마저도 안하면 유지가 안될 것 같아서 어떻게든 새벽에 전화로 깨워서 같이 아침을 먹고 출근하고... 근데 요즘엔 전화해도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절반이네요.

제가 먼저 출근하고 나면 들어와서 옷만 갈아입고 나가는거죠.

 

전 그냥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뭐 그런 사람인것 같아요.

저도 직장생활하고 있고, 남편과 비슷한 수준으로 벌고 있는데, 저 혼자 집안 살림 하느라 죽어나는거죠.  사실 뭐 그건 결혼 전 부터 어느정도 각오 했던 일이라 괜찮긴 한데 다른게 힘드니 그런것들 까지 다 짜증으로 다가오네요.

 

제 나이 스물다섯살때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혼자 베낭 하나 메고 유럽 여행을 떠난적이 있었어요.

두달을 계획하고 떠났는데, 한달만에 몇가지 문제가 생겨버렸죠.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결정을 내리기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큰소리치고 떠난 여행인데 주변 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했고, 나 스스로 지는 것 같았거든요. 닷새정도를 어떻게 어떻게 버티다가 결국은 35일만에 집으로 돌아왔죠.

지금이 딱 그 기분이네요.. 그 닷새...

 

그 때는 그래도 한달만 버티면 되는거였는데 이제는 남은 평생이 걸려있으니....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겁이 나네요.

주변사람들 어떻게 봐야 할지도모르겠고, 사실 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게 실패하거나 한적이 없거든요. 그것도 두렵네요.

게다가 시부모님, 아주버님, 형님, 조카들까지... 이젠 다 내 가족인데... 그들을 잃는것도 두렵구요. 특히 시부모님께 실망시켜드리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