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핀 꽃이 들려준 이야기-물매화 | 들꽃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땅, 그 곳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그 어디에나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콘크리트 빌딩숲의 작은 흙더미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는 생명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아직은...'이라는 말은 '희망적인 단어'입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아직은 우리에게 걸어갈 숲길이 있고, 그 숲길을 걷다보면 아직은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이 있습니다.
불혹의 나이가 되면서 산하에 피고지는 들꽃들을 비로소 보기 시작했습니다.
불혹의 나이가 되기 전에 그 꽃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닙니다. 그 전에도 늘 보아왔지만 그 꽃들이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어떤 의미들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기에 보아도 보지 못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는 이야깁니다.
서울에서 평창까지 가는 길은 짧은 길은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 꽃의 때가 지나가기 전에 약속을 한 듯 그를 만나러 가는 이유는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때 물매화가 피어있는 계곡에 섯습니다.
계곡과 물매화,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만 물매화는 사실 물 근처에서만 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꽃에 빠졌을 때 물매화를 만나려고 물가만 서성였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물과는 거리가 먼 오름(제주도)에 피어난 물매화를 보고는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릅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만나는 이들이지만 해마다 만나도 여전히 같은 모습, 다른 모습에 반해 버립니다. 올해는 바위에 핀 물매화들이 인사를 합니다.
꽃들은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그 곳에서 삶을 시작하고 마감을 합니다. 힘들다고 이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척박한 곳일 수록 더 짙은 향기와 화사한 색으로 피어납니다.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운명이라고 믿고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체념 혹은 절망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자기가 서있는 자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인정하되 절망하지 않고 체념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바위라는 곳, 그 곳은 목마른 곳입니다. 갈증이 나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 갈증, 목마름은 여느 꽃들보다 그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목마름과 갈증이라는 말은 우리네 삶에서 고난이라는 말과 통하겠지요.
그 고난은 우리들이 이기지 못할 고난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 위한 통과제의적인 것이겠지요. 신은 견딜만한 아픔 외에는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들꽃들은 지나치게 영양상태가 좋으면 욱자라서 보기가 흉합니다. 물론 자연상태에서는 아무리 영양상태가 좋아도 스스로 잘 조절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지만 사람의 손길이 탄 경우에는 종종 그럴 때가 있습니다.
돌에 핀 꽃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그것은 이렇습니다.
"살다보면 아픈 일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들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로 인해 당신의 삶이 더 깊어지고, 아름다워질테니까요. 아무리 목말라도 죽지 않을 만큼 비를 내려 주시는 분께서는 들에 핀 꽃 한송이보다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절망할 이유가 어디있을까요? 포기할 이유도 없겠지요.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은 이미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순간이라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되면 자기가 가장 아프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지요."
물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