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사 이야기 episode1 그녀들의 수갑1

전선인간2004.04.03
조회1,310

//남형사이야기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남형사 이야기는 에피소드 형태로 불특정하게 하나하나씩 에피소드를 올릴 생각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단편이겠지만 남형사이야기 자체가 시리즈가 되도록 적어볼려구합니다. 남형사를 통해 따뜻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적고 싶은데 잘 될지 의문이 들지만 열심히 해볼께요^^ 감사합니다.

 

   

남형사 이야기 episode1 그녀들의 수갑(1)

 

 

“안된다. 안돼 제발 이 돈만은........”

뜨거운 태양 볕이 도시의 거리를 잔인하게 내리쬐는 정오의 어느 날 한울 은행 신도림 지점 앞거리에서 남루한 한 중년 여인이 모자를 푹 눌러쓴 청년의 손을 꽈악 잡고 주저앉아 외치고 있다.


“야 머해! 어서! 저기 뒤에 곰(형사)들 떴어! 빨리 그 아줌마 떨쳐버리고 뛰어”

청년의 패거리로 보이는 두 명이 서둘러 청년에게 핸드백 가방을 건네받은 뒤 청년의 앞쪽을 가로 질러 뛰기 시작했다.


“너희들 거기 안서? 순순히 잡히면 정상 참작한다. 아니면 너희들 다 중형이야”

거리의 반대편에서 형사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뛰어오며 외친다. 한명은 말쑥한 정장차림에 쫙 빠진 몸매의 청년이고 다른 한 명은 보기에도 약간은 거북스러워 보이는 배를 가진 이마에 깊은 주름이 서너 개 쯤 잡힌 중년의 남자이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제발 그 돈만은.........”

중년 여인은 이제 청년의 발을 잡고 흐느끼다시피 애원하고 있었고 청년은 안쓰러워 보이는 중년 여인의 눈빛을 보며 어딘가 모르게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머해? 저기 곰 오잖아 어서 가자니까”

다시 돌아온 청년의 일행이 청년의 팔을 나꿨챘다.


그제서야 청년은 고개를 들어 지척 간에 형사들이 뛰어오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중년 여인이 잡고 있는 다리를 들어 가볍게 중년 여인을 어깨를 밀쳐내었다. 그리곤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의 작은 소리로 무언가 한마디를 내뱉은 후 서둘러 일행과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말쑥한 차림의 청년 형사가 거리에 모든 희망을 잃은 채 쓰러진 중년 여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 돈은........ 그 돈만은 안된다. 안돼!”


“아주머니 걱정 마시고 기다리세여 저희가 꼭 찾아 드릴께요”


“이봐 김경장 머해! 저기 저 넘들 도망가잖아. 어서 저 넘들부터 잡자구”


이내 헐떡 거리며 뛰어온 중년 남성이 말쑥한 청년의 어깨를 밀치며 말한다.


“김 경장은 저기 돈 가방 가지고 가는 두 넘을 쫒아가! 난 저기 아주머니 밀치고 간 모자 쓴 넘 쫒아 갈테니까”


“아 넵 남 선배님!”


말쑥한 청년형사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쏜살같이 사라진 청년들의 뒤를 쫒아 모퉁이의 휴대폰 대리점 골목을 향해 달려갔다.


“야 거기 안서”

남형사는 지금 죽어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제 40대 중반 처진 근육과 튀어나온 뱃살은 남형사의 의지와 다르게 적당히 지방이 진 자신의 다리에게 달리기 위한 충분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 형사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벌써 한달 째 꾸준히 다닌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덕분인지 평소보다 빨라진 자신의 속력을 느끼며

잘하면 오늘은 저 날치기 범들을 따라 잡아 20대 못지 않은 자신의 체력을

경찰서에서 과시할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감에 더욱 가쁜 숨을 내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감과 달리 날치기 청년과 자신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고

남형사가 겨우 골목코너를 돌아섰을 때엔

이미 범인은 좌우로 늘어선 아파트 단지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에이 시발! 화장실이나 뒤져 봐야겠네”

날치기 범들의 속성의 대부분이 화장실에 숨어들어 훔친 지갑을 버리거나 아니면 형사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십 몇년 경험의 중년 형사는 담배 한대를 질끈 입에 문 후 아파트 1층에 위치한 남자 화장실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제길 오늘도 놓쳐 버렸구만 이넘의 똥배 때문에........”

“찰싹!”


남자화장실을 나오며 남 형사는 자신의 노란색 상의를 살짝 들어올 린 후

늘어난 뱃살을 원망하듯 오른손으로 찰싹찰싹 거리며 가볍게 뱃살을 치고 있었다.

그때 남형사의 앞으로 갈색 웨이브 진 긴 머리에 쇼핑백을 들고

미니스커트와 화려한 부츠로 장식한 170cm 정도 되는 쭈욱 빠진

아가씨가 여자화장실에서 나와 지나간다


“랄프로렌 글래머러스 향이군”


“어이 아가씨 잠깐만”


“네?”

남형사는 두 손가락으로 늘어난 뱃살을 잡은 채 아가씨를 불러 세운다.


“아가씨 보니까 대학생 같은데, 랄프로렌 글래머러스 향 같은 향수는 쓰지 말라구

내가 잘 가는 룸싸롱 마담이 그 향을 쓰는데 말야.

그 향은 남자들에게 성적 도발을 일으키는 향이라고 아가씨처럼 주욱 빠진 걸이 그런 향을 쓰면 남자들의 성적 기대치가 높아지고 그러면 성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겠어? 그러니까

아가씨처럼 20대 초반의 이쁜 대학생들은 불가리 쁘띠에마망 같은

아기 향이 나는 향수를 쓰라고 그 편이 훨씬 또래 남자들에게 어필할거니까 알았지 그럼 이제 가봐!“


“네? 네? 참나 별 꼴이네. 아저씨 성희롱으로 경찰 부를 꺼예염”


“경찰! 그래 그럼 신도림 경찰서 가면 신도림 경찰서의 장동건, 남형우 형사라고 있거든 그 사람에게 꼭 잡아 가라구 해 알았지. 자 아가씨 잘 가라구”


“참나 재수가 없으려니........”

아가씨는 짓궂은 남형사의 질문에 당황했는지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으며 그 자리에서 총총 걸음으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남 형사는 담배연기를 하늘을 향해 뿜어내다. 평소와 달리 묵직해진 자신의 아랫도리를 한번 슬 쳐다보며 혼잣말을 해댄다.


“참나 시발! 다리 두 개는 40대라고 제대로 뛰지도 못 하구만 다리하나는 아직도 지가 20대 인줄 아나 여전히 발딱 서고 지랄이야! 쓸데두 없구만”







“선배님 잡으셨어요?”


“머야 김경장도 놓친 거야? 고등학교때 육상 선수 였다더만 말짱 구라였구만 그 놈들 하나 못잡아?”


“두  놈들이 무지하게 빠르더라구요, 선배님도 놓치셨나 봐요?”


“어제 저녁에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너무 했나봐. 다 잡았는데 마지막에 다리에 쥐가 나더라구 그넘도 참 운도 좋지 내가 어제 헬스클럽만 안 갔어두 잡는 건데 말야”


“하하....... 남선배님두”


“김경장! 일단 아주머니 진술 확보하고 그리고 그거 하나 줘봐”

 

“아 여기요”

김 경장은 안주머니에서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남형사에게 건내 준다. 남형사는 천천히 입안에 넣고 혀끝을 살살 돌려가며 박하사탕의 맛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삼 십년 전의 그 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