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전, 이 땅에 백성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대부분 모르고 전쟁으로 죽어가야 했다. 밤이면 이쪽에 협력했다고, 낮이면 저쪽에 협조했다고 서로를 밤낮으로 죽였다. 힘이 없는 백성들을 한 자리에 모아다가, 죽창과 총으로 개나 닭을 죽이듯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 당시 나의 외숙모의 남편도 돌아가셨다. 나는 당신이 입을 함구하고 계시기에 당숙이 빨갱이였는지, 빨갱이로 오인을 받아 돌아가셨는지 잘은 모른다. 다만, 무식한 농사꾼이, 어린 자식과 꽃같은 아내를 남겨두고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만 안다. 이미 90세를 넘긴 당신은, 지금까지 가족들 중에 어느 누구에게도 그날의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 나는 당신이 누구를 원망한다는 이야기나,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나는 그 후손으로 부질없는 이념논쟁을 떠나, 가족으로 당신의 그 슬픔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90세를 넘긴 당숙모의 피맺힌 과거.....
붉은 진달래꽃
- 정 희찬
그대,
살점을 물어뜯는 모진 겨울바람에
숨죽이며 살아왔던 여심(女心)이여.
쩍쩍 갈라진 가슴팍에
남몰래 남편을 묻고,
피눈물도 말라붙은
소리 없는 통곡의 세월이여.
그날 밤,
피 비린내 섞인 계곡에
총성이 멈추고
그대는 가녀린 손끝에
선홍빛 피가 엉기도록
얼어붙은 겨울 땅을 파고,
씨앗을 심었다.
적개심보다
강인하고 붉고 짙은 사랑,
가시달린 면류관을 쓴 이 산하(山河)에
따스한 용서와 화해
봄날을 꿈꾸는 그리움
그대의 뼈울음이 피어낸
향기롭고 화사한 꽃이여.
<작품후기>
57년 전, 이 땅에 백성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대부분 모르고 전쟁으로 죽어가야 했다. 밤이면 이쪽에 협력했다고, 낮이면 저쪽에 협조했다고 서로를 밤낮으로 죽였다. 힘이 없는 백성들을 한 자리에 모아다가, 죽창과 총으로 개나 닭을 죽이듯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 당시 나의 외숙모의 남편도 돌아가셨다. 나는 당신이 입을 함구하고 계시기에 당숙이 빨갱이였는지, 빨갱이로 오인을 받아 돌아가셨는지 잘은 모른다. 다만, 무식한 농사꾼이, 어린 자식과 꽃같은 아내를 남겨두고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만 안다. 이미 90세를 넘긴 당신은, 지금까지 가족들 중에 어느 누구에게도 그날의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 나는 당신이 누구를 원망한다는 이야기나,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나는 그 후손으로 부질없는 이념논쟁을 떠나, 가족으로 당신의 그 슬픔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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