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근무요원 vs 예수천국 불신지옥 아주머니

국똘2009.03.07
조회1,697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4살 된 공익근무 요원 입니다. 대략 복무기간이 6개월 정도 남았으니 군대로 따지면 이제 병장쯤(?) 되었겠네요..ㅋ 네이트 톡에 글쓰는거 첨인데 여기다 쓰는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복무하고 있는 곳은 공익근무 판정 받으신 분들이 가장 기피하는 곳중의 하나라는 지하철 이랍니다. 철야 근무도 철야 근무지만 아무래도 사회에서 사람들과 맞부딪히는 일이다 보니 그런쪽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가 없네요^^;;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 차비 한푼이라도 더 아끼시겠다고 몰래몰래 우대권 가져가시는 아주머니들, 생활고에 직장 잃고 환승통로 같은데서 이것 저것 파시는 잡상인 분들, 거하게 술한잔 하시고 일반 시민들에게 역사안에서 시비거시는 분들까지...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피하는 상황은 바로 큰 나무 십자가 들고 다니시면서 '예수를 믿으 십시오'를 핏대세워 외치시는 종교인 들이랍니다... 물론 기독교를 비하하거나 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구요. 다만 너무도 억울한 마음에 글 남기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어쨌든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지하철 공익 근무 특성상 3조 2교대로 1주일은 AM 09:00~ PM 18:00 2주일은 PM 18:00~ AM 09:00 로테이션이 돌아가고 있는 데요. 그 날은 제가 야간 근무일이라 잠을 한 숨도 못자고 아침 9시까지 일한 날이였죠. 뭐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사람이 잠을 못자면 축~ 쳐지게 되자나요. 하지만 제가 있는 역 은 출퇴근 시간이면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환승 역이기 때문에 축 쳐진다고 마냥 멍 하게 있을수만은 없는 곳이랍니다ㅜㅜ 그래도 나름 기운내서 열심히 일해보고자 출근 시간 역사 순회근무(순찰도는거)를 서고 있었는데요. 이게 왠일... 저 멀리서 큰 나무 십자가와 함께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이라는 문구가 보이더군요...

 

 솔직히 저도 교회에 다녔던 사람이고, 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그 분들께 퇴거 요청 할때는 특히 더욱 신경써서 친절히 얘기하는 편인데요. 뭐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가서 '아주머니 역사내 종교활동은 불법입니다. 역무실에서 허가를 받으시거나 마땅치 않으시다면 나가주셔야 해요' 라며 아주 상큼한 미소를 띄우며 말씀드렸죠 (저 진짜 장난치는거 아닙니다 ㅠㅠ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을 보여드렸단 말입니다ㅠㅠ)

하지만 아주머니 께선

" 이봐 총각 예수믿어 안믿으면 지옥가" 라고 말씀하시더군요ㅡㅡ;

그래서 제가

"예 예수님 믿어야죠 근데 출근 시간엔~ 사람들 많아서 사고의 위험도 있고 또 타종교를 믿으시는 분들은 출근길부터 기분 안좋으실 수가 있자나요 그니깐 그만하시구요~밖...."

라고 말씀드리는 도중 제 말을 갑자기 끊으시더니

"예수믿어? 그래 그럼 천국 가겠네. 다른거 다 필요 없어 그냥 믿고 따르기만 하면돼" 라고 하시며 에스컬레이터 올라오는 입구 한켠을 딱막고 보란듯이 외치시더군요

"예수를 믿으십시오!!!!"를 말이죠.....

솔직히 저도 인간입니다. 아침에 피곤해 죽겠는데 사람들한테 피해끼치며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들 보면 울화가 치미는건 사실이예요... 특히 이렇게 요청에 거부하시는 분들 보면 진짜 역무실 모시고 가서 경찰에 인계 해버리고 싶은 심정도 들구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그런 야박한 짓을 합니까... 침착하게 한번더 말씀드렸습니다.

"아주머니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오히려 예수님 먹칠하시는 거예요~ 진짜 사고 나신다니까요 에스컬레이터 막고 계시면~"

그러자 아주머니께선

"예수믿어 예수믿어야돼~~~"

"아주머니 예수님도 좋은데 일단은 여기서 나오세요 민원들어오면 저 진짜 혼나요"

"예수천국 불신지옥!! 예수를 믿으십시오~~~!!!!"

"아주머니 자꾸 이러시면 경찰에 연락드릴 수 밖에 없어요 다 알겠으니 일단 거기서 나오세요"

"뭐 경찰?? 어디 불러봐 뭐 나 잡아갈꺼야?? 허이쿠 왜 내가 뭘잘못했는데!! 예수를 믿어야 지옥에 안간다니까? 내가 나쁜짓 해 지금? 예수를 믿으십시오~!!!!!"

 

정말 미쳐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왠만한 분들은 부탁어조로 말씀드리면 다 가주시거든요. 그 분은 고집이 원래 좀 있으셨던 분인지 아니면 제가 맘에 안들어서 인지 (이유야 모르지만...) 정말 끝까지 에스컬레이터를 반쯤 막고 십자가를 흔드시더군요... 뭐 완력으로 제압한다면야 남자인 제가 아주머니 한분을 못끌어내겠습니까만은 만약 잘못 손댔다가 저땜에 다쳤느니 그러면서 경찰에 고소해버리면 영락없이 폭행죄로 조사받아야 하거든요... 

거기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아 뭐해요 얼른 끌어내요"

"아줌마 다쳐요 나오세요 복잡해 죽겠는데 여기서 뭐하는 거야"

라는 비난을 퍼부으시더군요 지나가시면서요... 진짜 난감 했죠. 아주머니는 귀 딱 틀어막고 예수천국 불신지옥만 외쳐대시지 제가 손댔다간 영락없이 경찰서행이지 역무원들은 아침이면 승강장 감시근무 내려가 있어서 올 상황은 안되지 경찰에 신고를 하자니 단지 신앙심이 필요이상으로 강할 뿐인 선량한 아줌마한테 몹쓸짓 하는거 같지...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은 말로 설득하기였습니다 ㅡㅡ;;; (압니다. 제가 우유부단한거... ㅜㅜ)

 

"아주머니 저 진짜 경찰에 전화합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예수천국 불신지옥"

"아주머니 저 진짜 농담아니예요. 지금 벌써 10분 넘게 계셧는데 어쩔 수 없어요 (핸드폰 보여드리며) 보세요 112찍었죠? 통화키 누릅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예수천국 불신지옥"

"어쩔 수 없네요. 저 원망하지 마세요"

"예수 천국 불신지옥"

"예, 여보세요 경찰이죠. 6호선 ㅇㅇ역인데요 여기 종교인 한분이 계신데 퇴거요청에 불응하시고 계속 에스컬레이터를 막고 종교활동 하셔서요"

라고 말하는 도중 이였습니다.

"야 이 xx야!!!! 니가 인간이냐!!!!"

순간 엄청난 짜증이 밀려왔죠... 사실 신고한것도 가짜였거든요... 그냥 전화 한척 한것뿐이였는데... 아주머니의 독설은 계속되었습니다.

"자 됐냐? 에이 못된놈 얼어죽을놈 지옥에나 가라 지옥에나가라!!!"

"아주머니 진정하시구요 신고 안했어요 그니까..."

"에이 못된놈 천하의 나쁜놈 너같은건 없어져야돼 지옥에나 가라!!!"

"아무리 그러셔도 그런 말씀은 하시는게 아니죠 저도 부모님이 계시고..."

"xx자식 에이 나쁜놈 더럽다 더러워 그래 간다가"

저 비록 남자지만 살면서 남들한테 욕먹을 짓 별로 안하면서 나름 살아왔습니다...

나름 법과 원칙을 지켜 살아왔고요... 무엇보다 남들한테 피해주는 일 하지 말자며 소신있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인데 아주머니께선 저보고 지옥에 떨어지라고 하시더군요 ㅡㅡ;;;

진짜 울컥해서 눈물나올뻔 했습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왜 저런 말을 들어야 하나 오만상 생각이 다들고 (물론 저 쫌 소심하긴 해요;) 그 이후에 드는 생각이 복수하고 싶다 더군요 ㅡㅡ;; 그래서 저도 홧김에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하실말씀 있으시면 역무실 가서 하시죠 자 같이가세요"

"꺼져라!! 에이 !!! 저주나 받아라!! 저주나 받어!!"

"그만하시구요 남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아주머니 이러시는거 다른 분들에게 피해 입히는 거라구요"

"피해는 얼어죽을 피해 왜 내가 뭘잘못했는데 사람들 좋은쪽으로 인도해주는데 예수님 말씀 전달하는데 그게 뭐 그리 대수야!! 에이 저주나 받아라 평생 저주나 받아라"

 

이말을 남기신채... 그분은 가버리셨습니다 ...ㅡㅡ;;;;;;;;;;;;;;;

저진짜 우울했습니다. 왜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고 무엇때문에 나하고 상관도 없는 사람하고 트러블이 생겨야 했고 왜 평생가도 들을까말까 하는 저주를 아주 진심어린 어조로 들어야 했을까... 솔직히 그생각만 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요. 또 그도 그럴것이 제가 좀 단순한 편이라 왠만한 일은 금방 잊어버리거든요.. 근데 이번일은 진짜 평생 못잊을것 같습니다. 아주머니가 어찌나 무서운 표정으로 독설을 퍼부으시던지 '아 사람이 한을 품으면 저런 얼굴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뭐 어쨌든 그날의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그로부터 이틀후 또 오셨더군요.... 솔직히 마주치기 싫었지만 어쩌겠어요 가서 말씀드렸죠.

"아주머니 또 오셨네요 역무실 가셔서 허가를 받..."

"더럽다 더러워 나 간다 지옥에나가라"

라는 상큼한 말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ㅡ ㅡ;;;; 뭐 다행히도 그 후엔 저희 역은 오시지 않는 것 같지만 가끔 사복을 입고 지하철 탔다가 열차안에서 종교활동 하는 그분을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진심으로 마음의 상처를 좀 입은것 같아요;;

24살의 축구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건장한 청년이지만 그 아주머니만 보게 되면 한없이 작아져 버리는 제 모습 상상이 가십니까?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죠...

'저주 받아봤어? 안받아 봤으면 말을하지 말어'

 

그냥 혼자 생각하고 있기엔 너무 울화가 치밀어 지나가다 몇자 끄적이다 보니 글이 좀 글어졌네요. 물론 제 행동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절이 부족했나 아주머니 입장에서 생각 해보는 자세가 필요 했나 경찰에 전화하는 척 한게 잘못이였나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공무 중이였고 제 생각관 다르게 (공익요원 누구도 원해서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은 없답니다...) 아주머니께 조금 싫은 소릴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저의 입장을 아주머니 께서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셨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물론 제 입장에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