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황명에 따라 조양전(朝陽殿)에서 국문장(鞫問場)이 마련되었고, 이부시랑(吏部侍郎) 소자보(蘇慈普), 판중추원사(判中樞院事) 공손수개(公孫樹開), 전선감(全選監) 원엄(源嚴) 등은 태자와 더불어 술자리를 했다는 이유로 혹형(酷刑)을 받게 되었다. 국문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은 우복야(右僕射) 양소(楊蘇)는 이들에게 태자를 앞세워 역모를 획책했다는 죄명을 씌워 취조를 했고, 역모를 부정하던 그들은 모진 고문을 받으며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들은 억지 자백을 강요받아 역신의 누명을 쓰게 되었고, 태자 양용은 결국 있지도 않은 역모의 주범으로 몰려 폐서인(廢庶人)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기왕에 폐태자(廢太子)를 결행하셨으니 당연히 후속 조치를 마련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서 진왕을 신태자에 책봉한다는 조서를 발표하세요."
독고황후가 양광을 강력히 신태자(新太子)로 천거했다. 그러나 문제는 무언가 미덥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난 왠지 진왕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그 아이는 이상하리만치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황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운 공으로 따지면 천하의 으뜸이요, 효성을 다하는 자식으로서도 으뜸이요, 형제애를 보더라도 그만한 자식이 없사옵니다. 너무 잘하는 것도 탈이 되옵니까?"
"나는 말이오. 인간은 절대로 완벽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진왕이 똑똑하기는 한데, 너무 영악스러워요. 나는 오래 전부터 그걸 염려했어요. 다른 자식들은 다 그런대로 솔직한 구석이 있는데, 진왕은 달라요."
독고황후는 문제가 오래 전부터 둘째 아들 양광을 경계하고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진왕이 덕망이 높고 공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서도 그 아이를 계속해서 멀리하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진왕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식으로서 효성을 다했습니다. 진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렇긴 하지만..."
"진왕 말고 다른 자식들을 생각하고 계시옵니까?"
"아, 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답답한 것이 좀 있기는 해요. 뭔가 시원하지가 않아요."
"고맙소. 그러고 보니 장군은 진(陳)을 정벌하는 전쟁에 참전하여 나와 일면식이 있었지요. 많이 도와주시구려. 같은 배를 타 보십시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거지요. 자, 내 술 한잔 더 받으시오."
"예, 전하."
"앞으로 할 일들이 정말 많을 것이오. 일찍이 우복야에게 말했듯이 나는 황제가 되면 중원 천지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를 뚫을 것이오. 목적지는 바로 저 강도(江道)가 될 것이오."
우문술이 재차 물었다.
"강도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알다시피 나는 스무살에 진을 정벌하고 11년간 강도에서 생활했소이다. 그곳은 기후가 따뜻하고 풍광이 수려한 곳이오. 가히 제국의 수도가 될 만한 곳이고, 황제가 기거할 만한 곳이에요. 운하를 파면 그곳까지 오고가는 길이 매우 편해질 거요."
두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광은 더욱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꼭 대운하를 파야 하는 이유가 실은 따로 있소이다. 고구려로 가야 하기 때문이오. 부황께서는 백성들이 고단하다며 여러 곳의 수로를 잇는 작업을 잘 하시다가 갑자기 그만두셨소이다. 그러나 백성들이란 것은 국가를 위해 필요하면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는 재원들이오. 그것들을 불쌍히 여기다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는 군주를 위해 백성들을 혹사시키는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내가 황위에 오르게 되면 이 나라 백성들 가운데 절반이 없어질 것이오. 만리장성도 더 늘려야 하고, 수천리 수로를 뚫어야 하고, 전쟁도 준비해야 하고, 군대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오. 고구려로 가자면 이 나라의 전 백성이 일사분란하게 동원되어야 하오. 운하는 그래서 필요합니다. 나는 반드시 고구려로 갈 것이오. 내가 직접 말이에요. 저 고구려를 그대로 두고는 절대로 천자 소리를 못 들을 겝니다. 그래서 꼭 간다는 것입니다."
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7.양광의 음모 (12)
"기왕에 폐태자(廢太子)를 결행하셨으니 당연히 후속 조치를 마련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서 진왕을 신태자에 책봉한다는 조서를 발표하세요."
독고황후가 양광을 강력히 신태자(新太子)로 천거했다. 그러나 문제는 무언가 미덥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난 왠지 진왕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그 아이는 이상하리만치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황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운 공으로 따지면 천하의 으뜸이요, 효성을 다하는 자식으로서도 으뜸이요, 형제애를 보더라도 그만한 자식이 없사옵니다. 너무 잘하는 것도 탈이 되옵니까?"
"나는 말이오. 인간은 절대로 완벽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진왕이 똑똑하기는 한데, 너무 영악스러워요. 나는 오래 전부터 그걸 염려했어요. 다른 자식들은 다 그런대로 솔직한 구석이 있는데, 진왕은 달라요."
독고황후는 문제가 오래 전부터 둘째 아들 양광을 경계하고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진왕이 덕망이 높고 공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서도 그 아이를 계속해서 멀리하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진왕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식으로서 효성을 다했습니다. 진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렇긴 하지만..."
"진왕 말고 다른 자식들을 생각하고 계시옵니까?"
"아, 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답답한 것이 좀 있기는 해요. 뭔가 시원하지가 않아요."
"종묘사직을 지키는 일이옵니다. 진왕만한 자식은 어딜 봐도 없사옵니다. 속히 결단을 내리셔야 하옵니다."
황후의 재촉에 황제는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 글쎄... 그렇게 하긴 해야겠는데..."
"폐하께서는 보령이 높으시고 태자 자리는 그만큼 중요하옵니다. 속히 하명을 내리시오소서. 진왕이옵니다, 폐하."
독고황후가 다시 다짐을 받듯이 못을 박았다. 문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 양용은 온통 난장판 투성이가 된 방안에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쓰러진 의자를 일으켜 힘없이 주저앉았다. 떨리던 어깨가 점점 들썩이며 흐느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인가? 이대로 죽을 수가 없다. 아우 진왕을 불러다오. 누구 아무도 없느냐?"
양용의 울음소리는 점점 통곡으로 변했다.
"아바마마께서 나에게 이러실 수는 없다. 폐하, 소자는 너무 억울하옵니다. 소자가 어찌 역모를 꾀하겠나이까?"
문밖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들리자 양용은 흠칫 놀라 멈추었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우승선(右承宣) 유사룡(劉士龍)이 시위들과 함께 들어왔다.
양용이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너희들은... 나를 죽이러 온 것이냐?"
"소인은 우승선 유사룡이라 합니다. 폐태자의 수순을 밟으라는 황명을 받고 왔사옵니다."
"폐태자라고?"
"안타깝사오나 일이 그렇게 되었사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전하의 태자 직함과 친왕의 신분을 모두 삭탈하고 서인으로 삼으라는 명이시옵니다."
"허면, 누가 새 태자가 되는 것이냐?"
"아직 그것에 대한 명은 없으셨사옵니다. 태자궁은 지금 이 순간부터 폐쇄 조치될 것이옵니다. 서인 용을 이궁에 가두어라."
시위들이 멍하니 서 있는 양용을 끌고 갔다. 이러는 사이에 문제는 대전에 신료들을 불러 황명을 내리고 있었다.
문제가 황문시랑(黃門侍郞) 배구(裵構)를 바라보며 말했다.
"황문시랑은 듣거라. 폐태자 용은 이미 탈적(脫籍)을 해 이궁에 가두었다. 그리고 새 태자 자리는 다음 차례인 진왕에게 그 직을 전할 것이니, 조당에 모여 있는 신료들에게 그리 영을 전하거라."
"예, 폐하."
"태자 자리는 오래 비워 둘 수는 없다. 한 달 안에 날을 잡아 책봉 의례를 거행토록 하라. 그리고 변방에 나가 있는 촉왕과 한왕도 모두 불러 의식에 참여토록 하라. 당장 시행할 것이다."
"예, 폐하."
새로운 태자가 정해진 뒤, 우복야(右僕射) 양소(楊蘇)와 좌위솔 우문술(宇文述)은 진왕부를 찾아가 양광의 태자 책봉을 축하하였다.
"경하드리옵니다. 태자 전하."
양소가 밝은 표정으로 말하자 양광 역시 웃음으로 답례했다.
"고맙소이다."
"방금 전 폐하께서 날을 잡아 의식을 거행하라는 영을 내리셨사옵니다. 이제 전하께서는 이 나라의 확고부동한 황태자 전하이시옵니다."
"두 분께서 책봉식을 주관하는 의례를 맡으셨다고 들었소이다. 내 두분이 온다는 소릴 듣고 미리 술상을 봐두었소."
양광은 양소와 우문술을 자리에 앉힌 뒤 술병을 들었다.
"자, 우복야. 내 술 한잔 받으시오. 그동안 국문을 주관하느라 노고가 많았소이다. 내 그 공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고맙사옵니다. 그 말씀 또한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양광은 우문술에게도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자, 우문 장군도 한잔 받으시오."
"감사하옵니다, 태자 전하. 이제부터 소장의 목숨은 전하의 것이옵니다. 언제든 필요하시면 불러다 써주시옵소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해 뫼실 것이옵니다."
양광이 우문술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고맙소. 그러고 보니 장군은 진(陳)을 정벌하는 전쟁에 참전하여 나와 일면식이 있었지요. 많이 도와주시구려. 같은 배를 타 보십시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거지요. 자, 내 술 한잔 더 받으시오."
"예, 전하."
"앞으로 할 일들이 정말 많을 것이오. 일찍이 우복야에게 말했듯이 나는 황제가 되면 중원 천지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를 뚫을 것이오. 목적지는 바로 저 강도(江道)가 될 것이오."
우문술이 재차 물었다.
"강도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알다시피 나는 스무살에 진을 정벌하고 11년간 강도에서 생활했소이다. 그곳은 기후가 따뜻하고 풍광이 수려한 곳이오. 가히 제국의 수도가 될 만한 곳이고, 황제가 기거할 만한 곳이에요. 운하를 파면 그곳까지 오고가는 길이 매우 편해질 거요."
두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광은 더욱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꼭 대운하를 파야 하는 이유가 실은 따로 있소이다. 고구려로 가야 하기 때문이오. 부황께서는 백성들이 고단하다며 여러 곳의 수로를 잇는 작업을 잘 하시다가 갑자기 그만두셨소이다. 그러나 백성들이란 것은 국가를 위해 필요하면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는 재원들이오. 그것들을 불쌍히 여기다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는 군주를 위해 백성들을 혹사시키는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내가 황위에 오르게 되면 이 나라 백성들 가운데 절반이 없어질 것이오. 만리장성도 더 늘려야 하고, 수천리 수로를 뚫어야 하고, 전쟁도 준비해야 하고, 군대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오. 고구려로 가자면 이 나라의 전 백성이 일사분란하게 동원되어야 하오. 운하는 그래서 필요합니다. 나는 반드시 고구려로 갈 것이오. 내가 직접 말이에요. 저 고구려를 그대로 두고는 절대로 천자 소리를 못 들을 겝니다. 그래서 꼭 간다는 것입니다."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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