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4월의 오후
*
*
새벽에 자욱했던 안개가
오전의 분주함으로
거짓말처럼 녹아버리고
팽팽한 긴장이 활시위 마냥 등 구부리면,
튕겨나간 시각(時刻)은
수고하고 짐진 자들과 함께
백화점에서 밀려나와
오후로 휩쓸려 간다
구원(救援)을 한 아름씩 사안고 나오는
사람들의 땀흘리는 이마에
SALE 인(印)이 찍혀있다
신면죄부(新免罪符)...
*
도심의 빌딩들은 해를 머리에 이고
제 그림자의 빛깔로 도로를 포장한다
모두가 제 무게만큼의 기울기로 도포(塗布)한다
경사가 큰 놈일 수록 그 두께도 두텁다
도로는 도수없이 굴곡이 진다
버스가 그예 참지 못하고 덜컹거린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선 아까부터 아이가 칭얼댄다
아이의 엄마는 있는 듯도 싶고 없는 듯도 싶다
아이는 이제 더욱 큰 목소리로 울어댄다
*
정체된 도로는 광장 앞으로 이어지고
희망처럼 바라다 본 옥탑시계는
초,분,시각이 모두 증발한 채
멀쓱한 전광판의 눈알만 번득이며,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가 하고 되묻고 있다
서울 정도(定都) 600년 현수막이 대답이나 하듯
희극처럼 걸려있다
*
4월의 오후에
차량으로 뒤엉켜버린 도시의 품에서
잃어버린 조선(朝鮮)같은 덕수궁이
썩 어울리지 않는 나른함으로
대한문(大漢門)같은 하품을 한다
*
분수대에선 눈물같은 물줄기가
햇빛에 반짝,
하늘로 치켜오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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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4월의 오후
어느 해, 4월의 오후 * * 새벽에 자욱했던 안개가 오전의 분주함으로 거짓말처럼 녹아버리고 팽팽한 긴장이 활시위 마냥 등 구부리면, 튕겨나간 시각(時刻)은 수고하고 짐진 자들과 함께 백화점에서 밀려나와 오후로 휩쓸려 간다 구원(救援)을 한 아름씩 사안고 나오는 사람들의 땀흘리는 이마에 SALE 인(印)이 찍혀있다 신면죄부(新免罪符)... * 도심의 빌딩들은 해를 머리에 이고 제 그림자의 빛깔로 도로를 포장한다 모두가 제 무게만큼의 기울기로 도포(塗布)한다 경사가 큰 놈일 수록 그 두께도 두텁다 도로는 도수없이 굴곡이 진다 버스가 그예 참지 못하고 덜컹거린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선 아까부터 아이가 칭얼댄다 아이의 엄마는 있는 듯도 싶고 없는 듯도 싶다 아이는 이제 더욱 큰 목소리로 울어댄다 * 정체된 도로는 광장 앞으로 이어지고 희망처럼 바라다 본 옥탑시계는 초,분,시각이 모두 증발한 채 멀쓱한 전광판의 눈알만 번득이며,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가 하고 되묻고 있다 서울 정도(定都) 600년 현수막이 대답이나 하듯 희극처럼 걸려있다 * 4월의 오후에 차량으로 뒤엉켜버린 도시의 품에서 잃어버린 조선(朝鮮)같은 덕수궁이 썩 어울리지 않는 나른함으로 대한문(大漢門)같은 하품을 한다 * 분수대에선 눈물같은 물줄기가 햇빛에 반짝, 하늘로 치켜오르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