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주유소에서....

하얀손200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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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주유소에서....

 

바다가 보이는 주유소에서....


              - 정 희찬


그의 시에는

항상 기름 냄새가 났다.

비눗물로 씻고 닦아도

쩍쩍 갈라진 피부 사이로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가난의 설움과 눈물이

가장의 귀환(歸還)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환한 미소와 부딪친다.


2만원 주유에,

5만원 영수증을 요구하는

능글맞은 고객과 씨름에

지친 마음도,

박봉을 주면서도 생색내고

욕 잘하는 사장님도,

부도난 잡지사에서

원고료를 받지 못해도.


밤마다

그는 해풍(海風)에 머리카락 날리며

바다 위에 혼자 앉아

짐승처럼 시를 썼다.

가슴에 주먹만큼 남아 있는

살아 있는 확인의 포효(咆哮),

그 흐느낌을 감추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작품후기>


오늘 나는 K시인과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시인들이 그렇듯 K시인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는 그와 대화를 통해 고난에 찬 현실을 외면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도피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바다, 그러나 그 바다는 영혼의 쉼터는 될 수 있지만, 결코 생존의 공간은 아니다. 나는 관념의 아름다움이 아닌 현실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선택할 몫이지, 내가 참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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