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재워놓고 한 숨 잔다는 것이 그만 아이가 먼저 일어나 이층에서 일층까지 내려오는 것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해 졌다.
' 어디 다치지 라도 않았나? '
' 앞으로 조심해야지. 이러다가 일내겠네. '
' 그러나 저러나 이놈은 애만 맡겨놓고 어디로 간 거야.'
' 진짜! 미치겠구만...'
" 아 앙 "
" 뭐야? "
" 이런 그러게 내가 조심 하랬잖아. "
" 앞으로 그러면 때 쮜 할거야 "
" 호야. 이제 안 아프지...호호... "
울음을 그쳤다.
" 우리 뭐 먹을까? 우유 먹을 까? 밥 먹을까? "
" 밥! 밥! 밥! "
" 밥? 너 제법 말할 줄 아는구나. "
" 우리 호수 가에 가서 밥 먹을까? "
" 좋은 생각이지? "
" 뭐 싸갈까? 김밥 싸갈까? 아 참 넌 아직 김밥은 못 먹지. 어쨌든 날씨도 좋고 호수가로 가자."
" 김밥 좋지. 거기 나도 좀 데려가면 안 되냐? "
" 뭐? ... 너 잘 왔다. 야, 네 자식 네가 건사해야지. 이렇게 정신 없이 싸돌아 다니는 애를 무작정 남한테 맡겨놓기만 하면 어떻게 해. 자 이제 네가 봐"
" 야, 그러지 말고 날씨도 좋은데 김밥 싸서 호수 가에 나가자. 힘찬 이도 모처럼 바람도 좀 쏘이고. 응. "
강혁 이란 놈이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응석받이처럼 졸라댄다.
" 네가 뭐가 이쁘 다고 내가 무료 봉사냐? "
" 그래, 그럼 네가 김밥 싸.... 그럼 내가 뭘 해 줄까?... 아 좋은 거 생각났다. "
" 뭔데? "
" 그런 게 있어. 비밀이야. "
" 너 생각보다 굉장히 유치하다. "
" 나 원래 유치한 놈이야. 몰랐어. 가만 어디 보자. 재료가... 밀가루 없냐? "
" 밀가루 저기 있어. "
" 그럼 설탕하고 여기 버터도 있고 달걀에.. 웬만한 재료는 다 있는 것 같네. "
" 뭐 하려는 건데. "
" 비밀이라니까 기대나 하셔. "
" 기대? 괜히 기대했다가 김새는 거 아냐?"
" 이거 왜 이러셔 이래봬도 내가 왕년에 날리던 놈이야? "
" 뭘로.?"
" 비밀이야. "
" 치, 유치한 놈 비밀도 많네. "
" 어쨌든 기대해 보지. "
" 자 그럼 누가 더 잘 만드는지 한번 내기 해 볼까? "
" 내기, 너 너무 자신 만만한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김밥하나는 끝내주게 잘 만든다. 너. "
" 그래, 다행이네. 다른 건 정말 형편없던데. 김밥도 그러면 어떻게 먹어주나 은근히 걱정했는데.. "
" 뭐야?? "
" 자, 그럼 시작이다. "
" 오케이."
우린 그렇게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놈이 자꾸 가리고 안 보여 주어서 처음엔 궁금해 하다가 나중엔 포기하고 내 일에 열중했다.
힘찬 이는 저쪽에서 블록과 장난감을 가지고 열심히 어지르고 있는 중이다.
" 자! 다 됐다. "
난 김밥을 다 말았고 이젠 썰기만 하면 되었다.
" 자 이제 썰기만 하면 완성이야. "
피크닉 찬기 세트를 끄집어냈다.
찬기를 꺼내면서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와 마지막 갔던 피그닉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그때 엄마가 이렇게 김밥을 싸 주셨는데... '
" 너 왜 갑자기 얼굴이 센치해 졌냐? "
오븐에 무언가를 넣으면서 그가 내 얼굴을 살핀다.
" 응? 아니야? 그냥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서. "
" 엄마? "
" 응"
" 엄마생각이라... 좋겠다. 난 엄마 얼굴도 모르는 데..."
" 미안해. "
그가 고아였단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아니야. 네가 왜 미안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
" 네가 왜? "
" 그냥.., 남의 슬픔을 떠올리게 해서. "
" 네가 웬 일이냐? 남 생각도 다 하고. "
정말 난 감동 먹은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그 답지 않게 부드럽게 웃으면서 김밥을 썰고 있는 내 손을 바라다 봤다.
' 이상한 놈이야.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린단 말야. 혹시'
" 가끔 넌 네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너 혹시 다중인격장애가 있는 거 아니야? "
" 다중인격? "
" 응. 지금의 네 모습은 너의 또 다른 자아 아니냐 구. "
" 쓸데없는 소리. "
그가 딱 잘라 말했다.
" 자, 아 ~해봐. "
난 김밥 꼬다리를 잘라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 어때? 맛이? "
" 우와, 간이 딱 맞는 게 맛있는데. "
" 그렇지. 내가 원래 이 정도야. "
난 자랑스럽게 고개를 치켜들고는 계속 잘라댔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그가 소리 없이 웃는다.
" 띵~"
오븐에서 시간 타이머가 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는 부저음이 들렸다.
그가 오븐에서 둥글게 만들어진 빵 덩어리를 꺼낸다.
" 우와, 너 빵 만든 거야. "
" 아니, 아직 감탄하긴 일러. 아직 완성품이 아니거든. "
" 그래도 너 대단하다. "
그리고는 그가 계속 뭔가를 만들어대는 데 계속 지켜보니 어느새 케잌이 만들어져가고 있었다.
" 정말 근사하다. 너 이런 건 언제 배운 거야? "
" 언제? 글쎄. 그냥... 예전에. "
" 예전에? "
" 진짜 대단하다. "
이젠 그가 센치해 진 것 같다.
" 이젠 네가 센치해 보이는데. "
" 그래? 나 두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
" 옛날 생각? 네 얘기 좀 해 줘. 듣고 싶다. "
" 쓸데없는 소리.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신경 써. "
" 피이 치."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피크닉 준비를 하고 힘찬 이를 앞장세우면서 호수로 향한 길을 따라 걸어갔다.
" 힘찬아, 조심해야지. 야, 네가 이것 좀 들어봐, 내가 힘찬이 손잡고 가야겠다. 아무래도 위험해서 안 되겠어."
걸음이 빠르고 어디든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 겁이 난 나는 피크닉 바구니를 그에게 맡기고는 힘찬 이에게로 다가갔다.
난 힘찬이 손을 이끌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는 것을 제지하면 걸었다.
그가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있잖아... "
" 뭐? "
" 네가 그러니까 꼭 힘찬이 엄마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 "
" 힘찬이 엄마? 그럼 죽었어. 어떤 사람인데? "
" 죽었냐 구? 아니? 그냥. 어쨌든 힘찬 일 돌봐줄 순 없어. "
" 왜? "
" 몰라, 그냥. "
" 그러게 너 두 참 큰일이다. 그렇게 대책 없이 일을 치고 다니면 어떻게 해. 앞으로 어쩔 거야? "
" 앞으로... 잘 모르겠어. 그냥 되는 대로 사는 거지. 뭐 원래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은데. "
" 그래, 그래라. 너한테 무슨 대책을 요구한다는 거 자체가 무리지. "
" 근데. 전에 네가 말했던 내가 누구 닮았다는 말. 혹시 그게 힘찬이 엄마냐? "
" 응? 으응. "
그가 씁쓸하게 웃는다.
" 야, 그렇게 못 잊겠거든 지금이라도 가서 발목이라도 잡고 늘어져. "
" 발목이라도 잡고...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왜? 시집이라도 간 거야? "
" 글쎄. "
그가 더 얘기하기가 싫은 것 같아 난 더 묻지 않았다.
" 힘찬아, 이쪽으로, 거긴 길이 아니잖아. 아휴, 이 놈이 언제 커서 위험한 곳과 위험하지 않은 곳을 가리려나? 아이들 크는 거 보면 참 신기할 것 같아."
어느덧 호숫가에 다다랐다.
" 우리 저기 앉을래?"
그가 나무 그늘 밑을 가리키면서 달려가 돗자리를 폈다.
" 와아, 호수도 정면으로 보이고 바람도 시원하고 정말 좋다. "
" 그러구 보니까 엄마와의 마지막 피크닉이 생각난다."
" 엄마와의 마지막 피크닉? "
" 응. 우리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 가셨 구. 난 엄마랑 둘이서 지냈어. 근데 우리엄마는 늘 몸이 안 좋으셔서 누워서만 지낸 적이 많았거든. 늘 누워 계시는 분이라 그런지 아파도 오히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그렇게 돌아가셨지.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도 제대로 돌봐드리질 못해서. "
그가 말없이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날은 가을 오후였을 걸. 용산 가족 공원에 엄마랑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갔었어. 엄마가 이렇게 김밥을 만들어서... 그날 따라 날씨가 정말 좋았고 엄마도 몸이 가뿐하다며 자꾸 나가자고 그러셨는데... 그리곤 내 무릅에 누워서 돌아가셨지. 처음에 난 주무시는 줄 알았어. "
" ... "
" 야, 너 백조 우는 소리 들어본 적 있어? "
" 백조? 웬 백조? "
" 그냥, 백조는 평생에 죽기 전에 딱 한번만 운데.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백조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셨었거든. 그날 말야. 마지막으로...야, 괜히 내가 우울한 말만했네. 자 우리 김 먹자. 아직 점심도 안 먹었더니 배고프다. "
난 눈시울이 뜨거워지려는 것을 얼른 거둬들이고는 김밥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 그래, 그럼 내가 만든 작품도 꺼내야지. 짜 잔. "
" 와! 근사하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케잌을 꺼내 놓았다.
힘찬 이가 달려와 케잌에 손을 대려하자 그가 제지한다.
" 힘찬아, 잠깐만 촛불 붙이고 불끄자. "
" 녜 예... "
부정확하지만 언제 배웠는지 대답을 한다.
" 어머, 얘 좀 봐 대답도 잘하네. 너무 귀엽다. "
" 자, 촛불을 붙이고... "
" 근데 너 초는 어디서 났어. "
" 이거? 나...옛날에 빵 만들었었어. "
" 그래? 제빵사 였어? 히히 웃긴다. 안 어울려. "
" 그러는 넌, 옛날에 의사였잖아. 근데 정말이야? "
" ... "
난 긍정의 의미로 빙긋이 웃었다.
" 너 두 안 어울린다. 히히. "
그가 초에 불을 다 붙였다.
" 자, 생일 축하해. "
" 뭐? "
" 오늘 네 생일이잖아. "
" 내 생일? "
' 그렇구나. 오늘이 내 생일이었다.'
'가만 그러구보니 케잌 위 에 놓인 초의 개수도 내 나이와 맞네.'
" 야아, 너 어떻게 알았어? "
" 내가 그랬잖아. 너에게 관심이 많다고. 관심이 많으면 이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어. "
" 왜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데? "
" ... "
" 첫사랑에 대한 미련때문이구나. 그지. "
" 그럴 수도... "
" 그래, 별로 기분 좋은 얘긴 아니네. 난 네 첫사랑의 여자가 아니야. 명심해라. 난 나야. 오혜인... "
" 어쨌든 고맙다. 이렇게 생일까지 챙겨주고. 눈물나는데. "
" 자, 힘찬아. 이리 와서 촛불 끄자. 얌전히 있어야지. "
그렇게 힘찬 이와 나는 촛불을 껐다.
그리고는 박수를 치고...
박수 치고 좋아하는 힘찬 이를 보면서 우리 둘은 서로 마주보며 평화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있다는 것이 이런 즐거움을 주는구나 싶었다.
" 자, 생일 선물이야... "
으엉, 그가 내 볼에 키스를 해 주었다.
' 이 놈이, 이거 큰 병이네. 첫사랑과 날 혼동하기 시작한 거야. 미친놈이.... 그래도 싫지 않은 이 기분... '
(러브로망) 치명적인 사랑 [20]
#20. 그의 첫사랑... 그녀. 그리고 나...
여긴 어디지?
꿈속인가?
자욱한 안개 속...
그리고 여기는...
난 무작정 걸었다.
어두운 복도를
눈에 익은데.
병원 복도 같다.
문이 열리고
여기는 수술실...
역시나 자욱한 안개..
사람들이 수술에 열중하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들...
내가 그들 옆에 섰다.
왠 아이가 누워 있는 데...
섬뜩한 이 기분...
누군가가 내 옷자락을 잡는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 악!
환자복을 입은 아이가 서 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눈이...
눈이...
쾡 한게 눈동자가 없다...
아악!
흐억... 꿈이다.
잠깐 낮잠을 잔다는 것이 그만 너무 깊이 잠들었었나보다.
" 아악~ "
이건 또 뭐야?
" 너, 어 언제 내려 온 거야? 어떻게 내려왔지? "
힘찬 이가 내 침대 옆에 붙어서 날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꿈속의 아이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갑자기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제법 잘 뛰어다니기는 해도 어떻게... 그 많은 계단을 내려왔단 말인가?
정말 삼신 할머니가 돕기라도 하는 건가?
갑자기 아이의 얼굴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전율이 일었다.
" 아이구, 머리야."
일어나는 데 너무 오래자서 그런지 머리가 묵직했다.
난 일어나서 보리차를 따뜻하게 데워 마셨다.
좀 진정이 되는 듯했다.
" 야! 그거 만지지마... 아이 구 거기는 위험해. "
아까 재워놓고 한 숨 잔다는 것이 그만 아이가 먼저 일어나 이층에서 일층까지 내려오는 것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해 졌다.
' 어디 다치지 라도 않았나? '
' 앞으로 조심해야지. 이러다가 일내겠네. '
' 그러나 저러나 이놈은 애만 맡겨놓고 어디로 간 거야.'
' 진짜! 미치겠구만...'
" 아 앙 "
" 뭐야? "
" 이런 그러게 내가 조심 하랬잖아. "
" 앞으로 그러면 때 쮜 할거야 "
" 호야. 이제 안 아프지...호호... "
울음을 그쳤다.
" 우리 뭐 먹을까? 우유 먹을 까? 밥 먹을까? "
" 밥! 밥! 밥! "
" 밥? 너 제법 말할 줄 아는구나. "
" 우리 호수 가에 가서 밥 먹을까? "
" 좋은 생각이지? "
" 뭐 싸갈까? 김밥 싸갈까? 아 참 넌 아직 김밥은 못 먹지. 어쨌든 날씨도 좋고 호수가로 가자."
" 김밥 좋지. 거기 나도 좀 데려가면 안 되냐? "
" 뭐? ... 너 잘 왔다. 야, 네 자식 네가 건사해야지. 이렇게 정신 없이 싸돌아 다니는 애를 무작정 남한테 맡겨놓기만 하면 어떻게 해. 자 이제 네가 봐"
" 야, 그러지 말고 날씨도 좋은데 김밥 싸서 호수 가에 나가자. 힘찬 이도 모처럼 바람도 좀 쏘이고. 응. "
강혁 이란 놈이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응석받이처럼 졸라댄다.
" 네가 뭐가 이쁘 다고 내가 무료 봉사냐? "
" 그래, 그럼 네가 김밥 싸.... 그럼 내가 뭘 해 줄까?... 아 좋은 거 생각났다. "
" 뭔데? "
" 그런 게 있어. 비밀이야. "
" 너 생각보다 굉장히 유치하다. "
" 나 원래 유치한 놈이야. 몰랐어. 가만 어디 보자. 재료가... 밀가루 없냐? "
" 밀가루 저기 있어. "
" 그럼 설탕하고 여기 버터도 있고 달걀에.. 웬만한 재료는 다 있는 것 같네. "
" 뭐 하려는 건데. "
" 비밀이라니까 기대나 하셔. "
" 기대? 괜히 기대했다가 김새는 거 아냐?"
" 이거 왜 이러셔 이래봬도 내가 왕년에 날리던 놈이야? "
" 뭘로.?"
" 비밀이야. "
" 치, 유치한 놈 비밀도 많네. "
" 어쨌든 기대해 보지. "
" 자 그럼 누가 더 잘 만드는지 한번 내기 해 볼까? "
" 내기, 너 너무 자신 만만한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김밥하나는 끝내주게 잘 만든다. 너. "
" 그래, 다행이네. 다른 건 정말 형편없던데. 김밥도 그러면 어떻게 먹어주나 은근히 걱정했는데.. "
" 뭐야?? "
" 자, 그럼 시작이다. "
" 오케이."
우린 그렇게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놈이 자꾸 가리고 안 보여 주어서 처음엔 궁금해 하다가 나중엔 포기하고 내 일에 열중했다.
힘찬 이는 저쪽에서 블록과 장난감을 가지고 열심히 어지르고 있는 중이다.
" 자! 다 됐다. "
난 김밥을 다 말았고 이젠 썰기만 하면 되었다.
" 자 이제 썰기만 하면 완성이야. "
피크닉 찬기 세트를 끄집어냈다.
찬기를 꺼내면서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와 마지막 갔던 피그닉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그때 엄마가 이렇게 김밥을 싸 주셨는데... '
" 너 왜 갑자기 얼굴이 센치해 졌냐? "
오븐에 무언가를 넣으면서 그가 내 얼굴을 살핀다.
" 응? 아니야? 그냥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서. "
" 엄마? "
" 응"
" 엄마생각이라... 좋겠다. 난 엄마 얼굴도 모르는 데..."
" 미안해. "
그가 고아였단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아니야. 네가 왜 미안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
" 네가 왜? "
" 그냥.., 남의 슬픔을 떠올리게 해서. "
" 네가 웬 일이냐? 남 생각도 다 하고. "
정말 난 감동 먹은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그 답지 않게 부드럽게 웃으면서 김밥을 썰고 있는 내 손을 바라다 봤다.
' 이상한 놈이야.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린단 말야. 혹시'
" 가끔 넌 네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너 혹시 다중인격장애가 있는 거 아니야? "
" 다중인격? "
" 응. 지금의 네 모습은 너의 또 다른 자아 아니냐 구. "
" 쓸데없는 소리. "
그가 딱 잘라 말했다.
" 자, 아 ~해봐. "
난 김밥 꼬다리를 잘라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 어때? 맛이? "
" 우와, 간이 딱 맞는 게 맛있는데. "
" 그렇지. 내가 원래 이 정도야. "
난 자랑스럽게 고개를 치켜들고는 계속 잘라댔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그가 소리 없이 웃는다.
" 띵~"
오븐에서 시간 타이머가 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는 부저음이 들렸다.
그가 오븐에서 둥글게 만들어진 빵 덩어리를 꺼낸다.
" 우와, 너 빵 만든 거야. "
" 아니, 아직 감탄하긴 일러. 아직 완성품이 아니거든. "
" 그래도 너 대단하다. "
그리고는 그가 계속 뭔가를 만들어대는 데 계속 지켜보니 어느새 케잌이 만들어져가고 있었다.
" 정말 근사하다. 너 이런 건 언제 배운 거야? "
" 언제? 글쎄. 그냥... 예전에. "
" 예전에? "
" 진짜 대단하다. "
이젠 그가 센치해 진 것 같다.
" 이젠 네가 센치해 보이는데. "
" 그래? 나 두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
" 옛날 생각? 네 얘기 좀 해 줘. 듣고 싶다. "
" 쓸데없는 소리.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신경 써. "
" 피이 치."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피크닉 준비를 하고 힘찬 이를 앞장세우면서 호수로 향한 길을 따라 걸어갔다.
" 힘찬아, 조심해야지. 야, 네가 이것 좀 들어봐, 내가 힘찬이 손잡고 가야겠다. 아무래도 위험해서 안 되겠어."
걸음이 빠르고 어디든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 겁이 난 나는 피크닉 바구니를 그에게 맡기고는 힘찬 이에게로 다가갔다.
난 힘찬이 손을 이끌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는 것을 제지하면 걸었다.
그가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있잖아... "
" 뭐? "
" 네가 그러니까 꼭 힘찬이 엄마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 "
" 힘찬이 엄마? 그럼 죽었어. 어떤 사람인데? "
" 죽었냐 구? 아니? 그냥. 어쨌든 힘찬 일 돌봐줄 순 없어. "
" 왜? "
" 몰라, 그냥. "
" 그러게 너 두 참 큰일이다. 그렇게 대책 없이 일을 치고 다니면 어떻게 해. 앞으로 어쩔 거야? "
" 앞으로... 잘 모르겠어. 그냥 되는 대로 사는 거지. 뭐 원래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은데. "
" 그래, 그래라. 너한테 무슨 대책을 요구한다는 거 자체가 무리지. "
" 근데. 전에 네가 말했던 내가 누구 닮았다는 말. 혹시 그게 힘찬이 엄마냐? "
" 응? 으응. "
그가 씁쓸하게 웃는다.
" 야, 그렇게 못 잊겠거든 지금이라도 가서 발목이라도 잡고 늘어져. "
" 발목이라도 잡고...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왜? 시집이라도 간 거야? "
" 글쎄. "
그가 더 얘기하기가 싫은 것 같아 난 더 묻지 않았다.
" 힘찬아, 이쪽으로, 거긴 길이 아니잖아. 아휴, 이 놈이 언제 커서 위험한 곳과 위험하지 않은 곳을 가리려나? 아이들 크는 거 보면 참 신기할 것 같아."
어느덧 호숫가에 다다랐다.
" 우리 저기 앉을래?"
그가 나무 그늘 밑을 가리키면서 달려가 돗자리를 폈다.
" 와아, 호수도 정면으로 보이고 바람도 시원하고 정말 좋다. "
" 그러구 보니까 엄마와의 마지막 피크닉이 생각난다."
" 엄마와의 마지막 피크닉? "
" 응. 우리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 가셨 구. 난 엄마랑 둘이서 지냈어. 근데 우리엄마는 늘 몸이 안 좋으셔서 누워서만 지낸 적이 많았거든. 늘 누워 계시는 분이라 그런지 아파도 오히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그렇게 돌아가셨지.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도 제대로 돌봐드리질 못해서. "
그가 말없이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날은 가을 오후였을 걸. 용산 가족 공원에 엄마랑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갔었어. 엄마가 이렇게 김밥을 만들어서... 그날 따라 날씨가 정말 좋았고 엄마도 몸이 가뿐하다며 자꾸 나가자고 그러셨는데... 그리곤 내 무릅에 누워서 돌아가셨지. 처음에 난 주무시는 줄 알았어. "
" ... "
" 야, 너 백조 우는 소리 들어본 적 있어? "
" 백조? 웬 백조? "
" 그냥, 백조는 평생에 죽기 전에 딱 한번만 운데.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백조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셨었거든. 그날 말야. 마지막으로...야, 괜히 내가 우울한 말만했네. 자 우리 김 먹자. 아직 점심도 안 먹었더니 배고프다. "
난 눈시울이 뜨거워지려는 것을 얼른 거둬들이고는 김밥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 그래, 그럼 내가 만든 작품도 꺼내야지. 짜 잔. "
" 와! 근사하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케잌을 꺼내 놓았다.
힘찬 이가 달려와 케잌에 손을 대려하자 그가 제지한다.
" 힘찬아, 잠깐만 촛불 붙이고 불끄자. "
" 녜 예... "
부정확하지만 언제 배웠는지 대답을 한다.
" 어머, 얘 좀 봐 대답도 잘하네. 너무 귀엽다. "
" 자, 촛불을 붙이고... "
" 근데 너 초는 어디서 났어. "
" 이거? 나...옛날에 빵 만들었었어. "
" 그래? 제빵사 였어? 히히 웃긴다. 안 어울려. "
" 그러는 넌, 옛날에 의사였잖아. 근데 정말이야? "
" ... "
난 긍정의 의미로 빙긋이 웃었다.
" 너 두 안 어울린다. 히히. "
그가 초에 불을 다 붙였다.
" 자, 생일 축하해. "
" 뭐? "
" 오늘 네 생일이잖아. "
" 내 생일? "
' 그렇구나. 오늘이 내 생일이었다.'
'가만 그러구보니 케잌 위 에 놓인 초의 개수도 내 나이와 맞네.'
" 야아, 너 어떻게 알았어? "
" 내가 그랬잖아. 너에게 관심이 많다고. 관심이 많으면 이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어. "
" 왜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데? "
" ... "
" 첫사랑에 대한 미련때문이구나. 그지. "
" 그럴 수도... "
" 그래, 별로 기분 좋은 얘긴 아니네. 난 네 첫사랑의 여자가 아니야. 명심해라. 난 나야. 오혜인... "
" 어쨌든 고맙다. 이렇게 생일까지 챙겨주고. 눈물나는데. "
" 자, 힘찬아. 이리 와서 촛불 끄자. 얌전히 있어야지. "
그렇게 힘찬 이와 나는 촛불을 껐다.
그리고는 박수를 치고...
박수 치고 좋아하는 힘찬 이를 보면서 우리 둘은 서로 마주보며 평화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있다는 것이 이런 즐거움을 주는구나 싶었다.
" 자, 생일 선물이야... "
으엉, 그가 내 볼에 키스를 해 주었다.
' 이 놈이, 이거 큰 병이네. 첫사랑과 날 혼동하기 시작한 거야. 미친놈이.... 그래도 싫지 않은 이 기분... '
산들바람에 호숫가 들꽃들의 향긋한 향이 실려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