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부 수지가 퇴원한 뒤로 처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한다. 물론 인하는 오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다소 침울했다. 수지가 수저를 놓자 인혁이 본다. -왜요, 더 드시지 않고... -입맛이 없네... 수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인혁의 부인이 따라 일어난다. -미음이라도 쑬까요? 인혁의 부인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아이를 낳겠다 할 때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게 다 저 탓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됐어... 수지가 나가고 인혁의 부인이 엉거주춤 앉으면 강회장이 말문을 연다. -요새...인하 만나는 여자 있는 눈치냐? -글쎄요...워낙 얘길 안해서... -알아봐....그리고, 인하한테 신경 좀 써. -네... 강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인혁이 따라 일어난다. 강회장이 나가고 인혁이 다시 앉으며 한숨을 내쉰다. -이거야 원...지옥이 따로 없네... -갑자기 인하도련님은 왜 챙긴대요? -제발...그 입 좀..단속 안할래?....이게 다 누구 때문이냐? 인혁이 못마땅하듯 내뱉자 그의 부인이 삐죽거린다. -그게 뭐...숨긴다고 숨겨질 일이었나....어차피 알게 될 일을... -뭘 잘했다고....시동생 하나 있는 거, 당신도 좀 신경써라. 어? -틈을 줘야 쓰지...당신이 더 잘 알면서... -어이그...내가..죽지 그냥... 인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그의 부인이 한숨을 내쉰다. 인혁이 이층으로 올라가 인하에게 전화를 넣는다. -어디냐? -왜? -너는....아니다, 지금 바뻐? 인혁이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그만 둔다. -말해.. -집이면 내가 거기로 가구 지금... -올 거 없어..집 아니야. -야...강인하...지금 집안 분위기가 어떤지 아냐?....너 여기서 딱 하루만 있어봐라. 기분 같아선....당장 니 놈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오고 싶지만....참는다, 내가. -용건 끝났으면 끊어... -자꾸 너 이렇게 나올래?....이제 좀 그만해라, 이정도 했으면...충분하지 않냐? -...... -모레가 새어머니 생신이신 거 알어? -...새 어머니?....이제 호칭을 바꾸기로 한 모양이지... -너....증말.. -알았어, 끊어... 인하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자 인혁이 열 받고,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 -미안해요 내가 좀 늦었죠? 아현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앉다 의자 모서리에 무릎을 찧는다. 아프지만 괜찮은 척 베시시 웃고 앉는다. -괜찮아? 인하가 놀라며 묻자 아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다 좋은데...왜 그렇게 덜렁대냐, 여자가. -누가 그러던데...그게 매력이라구... 아현이 말하며 킥킥대자 인하가 어이없다는 듯 보고 웃는다. 주문 된 음식이 나오고 아현이 배가 고팠던지 맛있게 먹는다. -결혼한다고 그러던데...알어? 인하가 음식을 먹으며 툭 던지듯 묻는다. -누가요? -몰랐나보네...지민이하고 시현이 결혼한다고 그러던데.. -....? 아현이 음식을 먹다 물끄러미 인하를 본다. -뭘 그렇게 봐? 인하가 심드렁하게 묻고는 음식을 입안으로 가져간다. -우리두 해버릴까요 그냥... 인하가 먹던 음식이 목에 걸린 마냥 켁켁 거린다. 그리곤 물을 마시고 휴지로 입가를 닦는다. 눈이 동그래진다. -싫은가 보네... 아현이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음식을 먹는다. -넌...원래 그런 식이냐? 인하가 묻자 아현이 본다. -뭐가요? -아니...무슨 기집애가...남자도 아니구....남자가 먼저 해야 할 말을...지가 다 하냐? -싫은 걸 싫다구 하지 그럼 뭐라구 하냐....그거, 인하씨가 한 말인데... 위선 같아서 싫다면서요?...그래서 나두 방식을 바꿨어요...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그렇게 솔직하게 살려구요.... 아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씩씩하게 음식을 먹는다. 인하는 할 말이 없고 괜히 무안해서 물을 마시며 힐끔 아현을 본다. -근데요....정말 나랑은 싫어요? -글쎄....생각 좀 해볼게. 이번엔 인하가 아현의 약을 올리듯 건성으로 대답하고 음식을 집는다. -싫으면 관둬요..뭐, 세상에 남자가 강인하 한 사람인가...슬슬 낚시 준비나 해야 겠다... -그러시든지...자리 하나 있으면 비워놔...나도 낚시 디게 좋아하거든. 인하가 비실비실 웃으며 말하자 아현이 피식 웃는다. 음악이 흐르고 인하와 함께하 이 시간이 아현은 마냥 좋다. 음식을 먹다 중간 중간에 아현이 인하를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저녁을 먹고 인하와 아현인 음식점을 나와 근처 공원을 함께 걷는다. 어둠이 짙다. 슬쩍 아현이 인하의 팔짱을 낀다. 인하가 아현을 돌아보고 기분이 썩 나쁘진 않는 듯 피식 웃고는 아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좋다... 아현이 인하를 보고 웃는다. -오늘은 화도 안내고...말도 이쁘게 하고... 아현의 말에 인하가 물끄러미 아현을 보다 고개를 다시 돌린다. -근데요....왜, 한 번도...가족 얘긴 안해요? 아현의 말에 인하의 표정이 굳어진다. -기회도 없었겠지만...내가 아는 강인하란 사람은....자기 얘길 전혀 안하는 것 같애요. -..... -하기...싫어요? 아현이 인하를 넌지시 건네 보며 묻자 인하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다. -예전에...나두 그랬거든요...누가 내 가족을 물으면...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참 난감했더랬어요....나...실은...시현언니랑 사촌지간 아니에요. 아현의 말에 인하가 돌아본다. -이원장님...제 아버지세요...나중에 다른 사람 통해서 이런 말 들으면...기분 별루일 것 같아서...지금 고해성사 하는 거에요....다행히...언니두, 선우도....날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참....좋은 사람들이에요. 처음엔....내 엄마가 창피하고...용서할 수 없구...그랬어요. 원망도 많이 했었죠...왜 날 낳았나...왜 날...버렸나...사춘기때 그런 맘 많이 들었는데 할머니 때문에....그냥...삼키고 살았어요....어차피 이렇게 태어난 걸...이제와서 어쩌랴.. 그게 내 운명이고...내가 가야할 길이라면...갈 수 밖에...미워하지 말자...미워한다고 내가 달라질 게 뭐냐....내 엄마가 다시 나를 찾을리 없고, 내가 태어난 것이 아니게 될 일은 없지 않느냐...다음 생에선....지금보다 덜 아프게 만나면 될 일이다... 나....도인 같지 않아요? 아현이 베시시 웃으며 말하지만 인하는 웃지 않는다. 아현이 인하를 힐끔 보고 말을 계속 이어 나간다. -그래도...내겐 아버지가 계시고....언니, 선우가 있다...그리고 잘만 하면 내게도... 엄마가 생긴다...그리운 것은 그리운 채로 가슴에 묻고....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그리운 사람으로 만들지 말구....좋은 인연을 맺자...나중에, 후회하지 말구...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그러고 나니까....맘이 훨씬 편해지더라구요.... -가자 그만. 인하가 아현의 말을 자르며 걸음을 제촉한다. 아현이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인하를 본다. 아직두....그렇게 골이 깊어요?....당신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빼려면.....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빼고 나면...바람이 차겠지만...그 바람이 차기전에 내가...막아주고 싶은데... *** 시현이 이불을 확 들추며 아현을 깨운다. -안 일어날래? 아현이 부스스 일어나 눈을 제대로 못 뜬 채 죽을 것 같단 표정으로 앉는다. -너 몇시에 들어왔어? -언니...나 조금만 재워주라. 아현이 부탁하듯 말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너 자꾸 늦으면...외출 금지 시킨다. -알았어....일찍 들어올게... -씻구 내려와, 엄마가 널 불러. -날? 머리를 긁적이며 아현이 묻는다. 꼴이 엉망이다. -이러는 널 뭐가 좋다는지 모르겠다. 시현이 인하를 빗대어 말하며 혀를 찬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며 선우를 부른다. 오늘 아침은 시끌벅적하다. 아현이와 선우를 깨우느라 시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일요일 아침이 시작된다. 모두 모인 아침 식사 자리다. 분위기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 듯 하다. -아침 먹구...아현이 넌 나하고 갈데 있으니까 외출 준비해라. 안여사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고 밥을 먹자 아현이 무슨 일인가 하는 시선으로 선우를 보면 선우 역시 모른다는 제스처를 보이고 밥을 먹는다. -아버진...일찍부터 어딜 가셨어요? 시현이 묻는다. -병원에 가셨어. 식사가 끝나고 아현이 외출 준비를 한다. 선우가 방문을 덜컥 열고 들어온다. 윗도리를 벗다가 놀라 비명을 지르면 선우가 놀란 눈으로 보고는 고개를 돌린다. -미안..쏘리.... -너...정말 노크 안할래? 아현이 소리를 버럭 지르고 옷을 바꿔 입는다. 그제서야 선우가 고개를 돌린다. -솔직히...볼 건 없지...나 아무 것도 못봤어 임마... 선우의 말에 아현이 눈을 흘기며 쥐어 박으려 하자 선우가 밉살스럽게 피한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현이 흘겨보며 묻고는 머리를 빗는다. -엄마가 나더러 기사 하라는데...넌 감이 오냐? -너두 가? -어...무슨 일인지 도통 말은 안하구 그냥 기사해...그러네. -나두 모르지...무슨 일이지?....괜히 겁부터 나네. -설마...너 묻으려구 그런 건 아닐거야...그치? -말을 해두...콱 묻어버릴까보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아현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찾아 들고 본다. 발신자는 인하다. 아현이 손짓으로 선우보고 나가라 하자 선우는 나가지 않고 버틴다. -안 나갈래? 아현이 인상을 구기며 협박하자 선우가 혀를 쏘옥 내밀고는 나간다. 선우가 나가는 걸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다. -네... -나중에 시간 있어? -언제요? -이따...오후에.. -모르겠는데...나 지금 어딜 좀 가야 되는데... -어디 가는데? -나두 몰라요..엄마가...어디 좀 가자 그러네....일찍 끝나면 전화할게요 그럼. -알았어... -저기.... 인하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아현이 급하게 부른다. -왜? -기분....좋죠? -그냥 그래...왜? -아니...그냥...좋은가해서...알았어요 그럼. 아현이 전화를 끊고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 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씨가 맑고 좋습니다^^ 나이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동안 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들까지 새삼 다 보이는 것 같아요... 노오란 개나리, 붉은 창꽃, 엷은 바람...눈부신 볕... 그리고 이따금씩 흔들흔들 춤을 추는 초록의 나무...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저는 이제 먹으려고 합니다^^ 오늘도 해피 하세여..
아름다운 날들-27-
제 27 부
수지가 퇴원한 뒤로 처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한다. 물론 인하는 오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다소 침울했다. 수지가 수저를 놓자 인혁이 본다.
-왜요, 더 드시지 않고...
-입맛이 없네...
수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인혁의 부인이 따라 일어난다.
-미음이라도 쑬까요?
인혁의 부인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아이를 낳겠다 할 때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게 다 저 탓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됐어...
수지가 나가고 인혁의 부인이 엉거주춤 앉으면 강회장이 말문을 연다.
-요새...인하 만나는 여자 있는 눈치냐?
-글쎄요...워낙 얘길 안해서...
-알아봐....그리고, 인하한테 신경 좀 써.
-네...
강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인혁이 따라 일어난다. 강회장이 나가고 인혁이 다시
앉으며 한숨을 내쉰다.
-이거야 원...지옥이 따로 없네...
-갑자기 인하도련님은 왜 챙긴대요?
-제발...그 입 좀..단속 안할래?....이게 다 누구 때문이냐?
인혁이 못마땅하듯 내뱉자 그의 부인이 삐죽거린다.
-그게 뭐...숨긴다고 숨겨질 일이었나....어차피 알게 될 일을...
-뭘 잘했다고....시동생 하나 있는 거, 당신도 좀 신경써라. 어?
-틈을 줘야 쓰지...당신이 더 잘 알면서...
-어이그...내가..죽지 그냥...
인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그의 부인이 한숨을 내쉰다. 인혁이 이층으로
올라가 인하에게 전화를 넣는다.
-어디냐?
-왜?
-너는....아니다, 지금 바뻐?
인혁이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그만 둔다.
-말해..
-집이면 내가 거기로 가구 지금...
-올 거 없어..집 아니야.
-야...강인하...지금 집안 분위기가 어떤지 아냐?....너 여기서 딱 하루만 있어봐라.
기분 같아선....당장 니 놈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오고 싶지만....참는다, 내가.
-용건 끝났으면 끊어...
-자꾸 너 이렇게 나올래?....이제 좀 그만해라, 이정도 했으면...충분하지 않냐?
-......
-모레가 새어머니 생신이신 거 알어?
-...새 어머니?....이제 호칭을 바꾸기로 한 모양이지...
-너....증말..
-알았어, 끊어...
인하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자 인혁이 열 받고,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
-미안해요 내가 좀 늦었죠?
아현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앉다 의자 모서리에 무릎을 찧는다. 아프지만
괜찮은 척 베시시 웃고 앉는다.
-괜찮아?
인하가 놀라며 묻자 아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다 좋은데...왜 그렇게 덜렁대냐, 여자가.
-누가 그러던데...그게 매력이라구...
아현이 말하며 킥킥대자 인하가 어이없다는 듯 보고 웃는다. 주문 된 음식이 나오고
아현이 배가 고팠던지 맛있게 먹는다.
-결혼한다고 그러던데...알어?
인하가 음식을 먹으며 툭 던지듯 묻는다.
-누가요?
-몰랐나보네...지민이하고 시현이 결혼한다고 그러던데..
-....?
아현이 음식을 먹다 물끄러미 인하를 본다.
-뭘 그렇게 봐?
인하가 심드렁하게 묻고는 음식을 입안으로 가져간다.
-우리두 해버릴까요 그냥...
인하가 먹던 음식이 목에 걸린 마냥 켁켁 거린다. 그리곤 물을 마시고 휴지로 입가를 닦는다.
눈이 동그래진다.
-싫은가 보네...
아현이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음식을 먹는다.
-넌...원래 그런 식이냐?
인하가 묻자 아현이 본다.
-뭐가요?
-아니...무슨 기집애가...남자도 아니구....남자가 먼저 해야 할 말을...지가 다 하냐?
-싫은 걸 싫다구 하지 그럼 뭐라구 하냐....그거, 인하씨가 한 말인데...
위선 같아서 싫다면서요?...그래서 나두 방식을 바꿨어요...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그렇게 솔직하게 살려구요....
아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씩씩하게 음식을 먹는다. 인하는 할 말이 없고 괜히
무안해서 물을 마시며 힐끔 아현을 본다.
-근데요....정말 나랑은 싫어요?
-글쎄....생각 좀 해볼게.
이번엔 인하가 아현의 약을 올리듯 건성으로 대답하고 음식을 집는다.
-싫으면 관둬요..뭐, 세상에 남자가 강인하 한 사람인가...슬슬 낚시 준비나 해야 겠다...
-그러시든지...자리 하나 있으면 비워놔...나도 낚시 디게 좋아하거든.
인하가 비실비실 웃으며 말하자 아현이 피식 웃는다. 음악이 흐르고 인하와 함께하
이 시간이 아현은 마냥 좋다. 음식을 먹다 중간 중간에 아현이 인하를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저녁을 먹고 인하와 아현인 음식점을 나와 근처 공원을 함께 걷는다. 어둠이 짙다.
슬쩍 아현이 인하의 팔짱을 낀다. 인하가 아현을 돌아보고 기분이 썩 나쁘진 않는 듯
피식 웃고는 아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좋다...
아현이 인하를 보고 웃는다.
-오늘은 화도 안내고...말도 이쁘게 하고...
아현의 말에 인하가 물끄러미 아현을 보다 고개를 다시 돌린다.
-근데요....왜, 한 번도...가족 얘긴 안해요?
아현의 말에 인하의 표정이 굳어진다.
-기회도 없었겠지만...내가 아는 강인하란 사람은....자기 얘길 전혀 안하는 것 같애요.
-.....
-하기...싫어요?
아현이 인하를 넌지시 건네 보며 묻자 인하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다.
-예전에...나두 그랬거든요...누가 내 가족을 물으면...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참 난감했더랬어요....나...실은...시현언니랑 사촌지간 아니에요.
아현의 말에 인하가 돌아본다.
-이원장님...제 아버지세요...나중에 다른 사람 통해서 이런 말 들으면...기분 별루일 것
같아서...지금 고해성사 하는 거에요....다행히...언니두, 선우도....날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참....좋은 사람들이에요. 처음엔....내 엄마가 창피하고...용서할 수 없구...그랬어요.
원망도 많이 했었죠...왜 날 낳았나...왜 날...버렸나...사춘기때 그런 맘 많이 들었는데
할머니 때문에....그냥...삼키고 살았어요....어차피 이렇게 태어난 걸...이제와서 어쩌랴..
그게 내 운명이고...내가 가야할 길이라면...갈 수 밖에...미워하지 말자...미워한다고
내가 달라질 게 뭐냐....내 엄마가 다시 나를 찾을리 없고, 내가 태어난 것이 아니게
될 일은 없지 않느냐...다음 생에선....지금보다 덜 아프게 만나면 될 일이다...
나....도인 같지 않아요?
아현이 베시시 웃으며 말하지만 인하는 웃지 않는다. 아현이 인하를 힐끔 보고 말을
계속 이어 나간다.
-그래도...내겐 아버지가 계시고....언니, 선우가 있다...그리고 잘만 하면 내게도...
엄마가 생긴다...그리운 것은 그리운 채로 가슴에 묻고....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그리운 사람으로 만들지 말구....좋은 인연을 맺자...나중에, 후회하지
말구...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그러고 나니까....맘이 훨씬 편해지더라구요....
-가자 그만.
인하가 아현의 말을 자르며 걸음을 제촉한다. 아현이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인하를 본다. 아직두....그렇게 골이 깊어요?....당신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빼려면.....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빼고 나면...바람이
차겠지만...그 바람이 차기전에 내가...막아주고 싶은데...
***
시현이 이불을 확 들추며 아현을 깨운다.
-안 일어날래?
아현이 부스스 일어나 눈을 제대로 못 뜬 채 죽을 것 같단 표정으로 앉는다.
-너 몇시에 들어왔어?
-언니...나 조금만 재워주라.
아현이 부탁하듯 말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너 자꾸 늦으면...외출 금지 시킨다.
-알았어....일찍 들어올게...
-씻구 내려와, 엄마가 널 불러.
-날?
머리를 긁적이며 아현이 묻는다. 꼴이 엉망이다.
-이러는 널 뭐가 좋다는지 모르겠다.
시현이 인하를 빗대어 말하며 혀를 찬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며 선우를 부른다.
오늘 아침은 시끌벅적하다. 아현이와 선우를 깨우느라 시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일요일 아침이 시작된다.
모두 모인 아침 식사 자리다. 분위기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 듯 하다.
-아침 먹구...아현이 넌 나하고 갈데 있으니까 외출 준비해라.
안여사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고 밥을 먹자 아현이 무슨 일인가 하는 시선으로
선우를 보면 선우 역시 모른다는 제스처를 보이고 밥을 먹는다.
-아버진...일찍부터 어딜 가셨어요?
시현이 묻는다.
-병원에 가셨어.
식사가 끝나고 아현이 외출 준비를 한다. 선우가 방문을 덜컥 열고 들어온다.
윗도리를 벗다가 놀라 비명을 지르면 선우가 놀란 눈으로 보고는 고개를 돌린다.
-미안..쏘리....
-너...정말 노크 안할래?
아현이 소리를 버럭 지르고 옷을 바꿔 입는다. 그제서야 선우가 고개를 돌린다.
-솔직히...볼 건 없지...나 아무 것도 못봤어 임마...
선우의 말에 아현이 눈을 흘기며 쥐어 박으려 하자 선우가 밉살스럽게 피한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현이 흘겨보며 묻고는 머리를 빗는다.
-엄마가 나더러 기사 하라는데...넌 감이 오냐?
-너두 가?
-어...무슨 일인지 도통 말은 안하구 그냥 기사해...그러네.
-나두 모르지...무슨 일이지?....괜히 겁부터 나네.
-설마...너 묻으려구 그런 건 아닐거야...그치?
-말을 해두...콱 묻어버릴까보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아현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찾아 들고 본다. 발신자는 인하다.
아현이 손짓으로 선우보고 나가라 하자 선우는 나가지 않고 버틴다.
-안 나갈래?
아현이 인상을 구기며 협박하자 선우가 혀를 쏘옥 내밀고는 나간다.
선우가 나가는 걸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다.
-네...
-나중에 시간 있어?
-언제요?
-이따...오후에..
-모르겠는데...나 지금 어딜 좀 가야 되는데...
-어디 가는데?
-나두 몰라요..엄마가...어디 좀 가자 그러네....일찍 끝나면 전화할게요 그럼.
-알았어...
-저기....
인하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아현이 급하게 부른다.
-왜?
-기분....좋죠?
-그냥 그래...왜?
-아니...그냥...좋은가해서...알았어요 그럼.
아현이 전화를 끊고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 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씨가 맑고 좋습니다^^
나이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동안 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들까지 새삼 다 보이는 것 같아요...
노오란 개나리, 붉은 창꽃, 엷은 바람...눈부신 볕...
그리고 이따금씩 흔들흔들 춤을 추는 초록의 나무...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저는 이제 먹으려고 합니다^^
오늘도 해피 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