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짜리 비빔밥 시켰다고 비웃음 당했어요.

못됐다..2009.03.17
조회62,240

관악구에 사는 처잡니다.

남친이 3교대 회사를 다니는지라 무척 피곤해해서 자주 못만나요.

그래도 만나면 좋은 것 먹이고싶어서 보통은 한식을 먹어요. 한정식도 가구요.

어제는 남친이 새벽근무 끝내고 오후5시쯤 만났네요. 역시나 피곤에 쩔어 있길래...

근래에 알게 된 한식집에 가자고 했어요.

 

관악구청 바로 뒤편에 있는 남도음식하는 곳이였어요.

요 근처에 종종 있는 일반 가정집을 음식점으로 개조한 곳이라 아늑하다기에..갔습니다.

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손님이 저희 뿐이더군요.

 

주방 옆에 붙은 방에 안내해서 앉아서 메뉴를 보는데

정식이 1만원,2만원,3만원 그렇게 있었어요.

만약 특별한 기념일이라든가 그러면 모르겠지만 아무 날도 아닌 그럴 때 2만원짜리 먹긴 좀 그렇고..해서 1만원짜리 정식을 달라고 했어요.

오후 3시 이후에는 안된대요. 그러면서 " 2만원짜리로 드릴까요?" 하시더군요.

하지만 좀 비싸다 싶어서 7000원짜리 비빔밥 두 개를 시켰어요.

그랬더니 아무 대답없이 그냥 나가더라구요.

그리고는 주방에서 하는 소리가...

 

"야 2만원짜리 시킬거냐니까 비빔밥 달래. 2만원 시키라니까 7000원짜리 달란다"

하면서 큰소리로 웃는거예요. 정말..주방 바로 옆에 있는 방이라 다 들렸어요.

너무 놀라서 굳어있는데 남친도 얼굴이 확...굳더라구요.

그래서 힘없이 남친한테

"우리 비빔밥 시켰다고 웃나봐..."라고 말하는데 서빙하는 분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제 말을 듣고는

 

"아니예요. 그래서 웃은 게 아니라 제가 2만원짜리 시킬거냐고 했는데 비빔밥 시킨다고 해서 그래서 웃은 거예요."라고 하는데..그 말이 그 말 아닌가요...

 

남친은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있는데..

피곤해하는 남친 보자고 한 것도, 여기까지 데려와서 밥 먹자고 해서 그런 소리 듣게 해서

제가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날 거 같은거예요.

찬이 나와도, 식전 죽이 나와도 먹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제가 가만히 있으면 남친이 더 속상해할까봐 억지로 먹고 웃고 했네요.

손님이 없어선지..밖에서 그 분들은 계속 떠들고 계셨고..왔다갔다 할때마다 문 여닫는 것  때문에 창문이 쾅쾅 울리고...

 

남친은 가만히 있다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사이 안좋은 친척집에 와서 눈칫밥 먹고 있는 기분이다."

저도 꼭 공짜밥 얻어먹는 기분이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어요.

나올 때 보니 나이드신 어르신들 들어오니 "오랫만에 오셨네요~"하면서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점심이 아닌 때 가서 7000원짜리 먹은 저희들 잘못인가 싶네요.

암튼 앞으로는 겁나서 어디 한식집가겠나요...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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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많은 분들이 보셨네요..전 걍 너무 속상해서 혼자 앓다가 주절주절 쓴건데;;^^;

어떤 분들은 종업원이라 그렇다~고 쓰셨는데.. 제 생각에는 종업원 안두고 가족분들끼리

직접 하는 곳같았어요..그리고 솔직히 그곳에서 시급 운운하며 말하는 것도...

일에 귀천은 없는거니까요. 다만 서비스직이면 좀 더 상냥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고.

남친이 피곤한 날 아니었으면 저도 한 마디 하고 그냥 일어나버렸을지 몰라요.

저 아니다 싶으면 한마디 하는 성격인데, 그렇잖아도 피곤한 남친이 저 때문에 더 피곤해질까봐;; 남친이 워낙 따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고...

관악구청 주변에 한식집이 좀 있는 편이라 다른 곳으로 오해하는 분 계시는데요..

관악구청 마주보는 그쪽이 아니라,.관악구청 하고 보건소 사잇길로 들어가면 있는

정말 외진 곳이예요. 찾기도 힘들어요.^^괜히 찾아가 먹은 제 잘못이죠 뭐.

1만원대 정도 생각하고 갔는데 2만원짜리를 추천하시니..

그냥 일어나기 미안해서 7천원짜리 시킨건데. 차라리 안시키고 일어날 걸 그랬어요.

담부터는 그래야겠어요. 괜히 서로 얼굴 붉히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