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외국인과 빗속의 할머니

최오너2009.03.26
조회51,332

 금요일도 매장에 나왔는데 톡이 되었네요..

(미안해요.. 저 토요일인줄 알았어요... 아침부터 토요일 토요일 생각만 하다 그만...)

 영자님께서 무서웠던 외국인이라고 하셨는데...

 전 그 외국인 안무서웠답니다.. 큭큭.

 

 아참.. 전화해주신 그분이 저보고 대답하지 말라면서.

 몇가지 묻고 나서 혹시 그런상황이면 나오라고 하셨던거 같애요 ..

 

 그리고 제가 매장에서 전화받게되면 그분이 제 뒷편쪽으로 서있으셔서

뒤돌아보게되면 혹여나 외국인들이 눈치라도 챌까봐 그랬던거 같습니다

 

 그분의 얼굴도 모르지만 언제가 톡 보시면 감사한 마음과

잊지않고 기억하며 살겠다는 마음 간직하겠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톡님들도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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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4년전 일입니다...

 

  경기도  한 지역에 있는 매장에서 일할때 일이였습니다

 

 동네가 좀 외지고 으슥해서 사람도 많이 안다니는 대로변에 매장이 있었습니다

 

 특히 저녁 7시만 되더라도 사람이 거의 없고 가로등 조차 없어서 칠흑같이 어둡죠

 

 그래도 저는 항상 밤 11시 전후 로 퇴근을 했습니다

 

 어떨때는 매장 쇼파에서 잘때도 있습니다...ㅋㅋㅋㅋ

 

 집이 5분거리라서 집에가도 딱히 할일이 없어서 매장에서 인터넷도 하고 할일도 하고

 

 그렇게 홀로 매장을 지키곤 했습니다 .

 

 지역 특성상 외국인들이 조금 많습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도 있고  미군도 많구요...

 

 저희 매장에 미군 3명과 앙칼지게 생긴 일행의 여친으로 보이는 외국인 여자 1명이

 

 내방하셨습니다 ..

 

그때 시간이 한 9시 30분 좀 넘은거 같네요...

 

인종차별하는 발언은 아닙니다만..  키 190cm 가  넘는 3명의 흑인들은

 

 키 160도 안되는 저를 무안하게 만들었죠....ㅠㅠㅠ

 

고개를 180도 쭉 찢어서 그들을 바라보며 손짓 발짓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화가 너무 단어위주로 돌아가고 저는 목구멍에서는 유창하게 나오는 단어가

 

혀끝에서는 어찌나 망설이던지  그들은 급기야 답답하다며 웃다가 인상썼다가

 

자기들끼리 대화하다가 머 이런 상황이 계속 되고있었습니다

 

전 작은키로 구겨진 자존심을 세워보겠다며 인상이라도 카리스마 있게 해보자며

 

째려보며 있는데  매장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나: 여보세요~

상대방: 대답하지 말고 듣고만 있으세요...

나: 네??

상대방: 대답하지 마세요..   외국인들 단체로 있어서 위험해 보이길래

전화했습니다..  혹시 저사람들이 위협하나요? 무서우신가요??

나: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분은 옆집 고기집에서 고기를 드시다가 화장실을 가려다 저희매장을 본거에요

 

저희 매장은 그화장실과 맞은편에 있는데 전면유리로 되어있어서 안이 잘 보이죠

 

밖은 어둡고  매장안에 키작고 불쌍한 영혼인 저와 덩치가 아주 큰 미군 3명과

 

앙칼진 여자 1명이 나란히 대치중인 상황인데

 

그분은 혹여나 제가 그들에게 위협을 받거나 위험에 처해있거나 할까봐

 

저희 매장 간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거신겁니다

 

대화내용을 상세히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대략 그분의 내용이 이랬습니다

 

저보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던말도 기억나네요..

 

술드시다가 아가씨가 걱정되보여서 전화하셨는데...

 

제가 저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그분도 확인하시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는 그 외국인들하고 몇마디 더 나누다가 외국인들도 가격이 안맞아서 나중에

 

오겠다며 매장을 떠났습니다..

 

4년전 얼굴도 모르고 단지 전화기 넘어서 저를 걱정해주시던 그 남자분...

 

너무 고맙습니다... 

 

어두운 밤 혼자 집에 올때마다 요즘도 그분의 그 고마움을 항상 생각합니다

 

그 고마움을 저도 언제가는 갚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며칠전....

 

아침에 안내리던 비가 저녁에 아주 퍼붓던 그날이였죠...  저번주인가요??

 

매장에 박혀있던 우산을 들고 버스를 탔습니다 .

 

내릴 정류장에 도착해서 할머니가 내리시고 제가 그다음 내렸습니다

 

저는 우산을 펴는데 할머니는 그냥 걸어가시더라구요.

 

갑작스럽게 온 비라서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던듯 합니다. 

 

저는 작고 초라하지만 우산을 펼치고 할머니에게 우산을 씌워드렸습니다 ..

 

나: 할머니.. 어디로 가세요?

할머니: 땡땡 찜찔방 가요.. 아가씨 비 많이 오는데 옷 다 젖게 혼자 써요..

나: 아니에요. 땡땡 찜찔방이면 저희 집앞이니깐 그쪽까지 같이 가세요

 

할머니는 계속 미안해 하시면서 우산밖으로 나가셨습니다 ..

 

제가 정장을 입고 있어서 옷 다 젖는다고 계속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농담삼아  저는 비의 방향을 꿰뚫고 있어서 비의 방향만 막으면

 

할머니와 제가 비에 안맞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 

 

 저는 노트북가방까지 들고있어서 꽤 무거웠지만 할머니쪽으로 우산을 씌워드리며

 

대화도 해가면서 땡땡 찜찔방까지 왔습니다..

 

밤길을 더욱이 비오는 날 혼자 밤 11시 넘어서 가기에도 조금 무서웠지만

 

할머니와 함께 집앞까지 와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4년전 전화해주신 그분에게 받은 고마움을 이제서야 갚을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였습니다

 

그리고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서울에서 저희 동네 찜찔방으로 가끔씩 온다는 할머니는

 

아는곳도 없고 낯선 서울에서 살다가 정붙이고 맘편히 쉴수있는곳이라서

 

힘들어도 여기만 오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또 여기 찜찔방 오실때는  좋은일만 가득한 마음으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퍽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세상에서 저도 할일이 있었다는게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