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하시면 저에게 군사 1만여명만 나누어 주십시오. 제가 남쪽의 요충지인 하곡(河谷)으로 나아가 주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겠습니다.”
“정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5천여명의 병정을 내줄 테니 하곡으로 가라. 짐(朕)이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뒤에서 지원하겠다.”
고국원왕(故國原王)은 마지못해서 5천의 군사를 내주었다.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병약(病弱)한 병사들이었다.
아불화도가는 답답한 마음을 애써 다스리고 나서 병사들을 거느리고 하곡으로 나아갔다. 그는 하곡에 도착하자 장차 있을 연군(燕軍)의 침입에 대비하여 목책(木柵)을 쌓고 군량과 장비를 비축하였다.
한편, 남쪽 길로 들어선 모용한(慕容翰)의 선봉부대는 고구려 군사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낮에는 숨어서 쉬다가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달빛을 의지한 채 험하고 좁은 길을 행군했다. 형편이 이러니, 고구려로 가는 길은 참으로 고행(苦行)이었다. 하지만 모용한은 신념을 잃지 않고 병사들을 독려하며 헤쳐 나아갔다.
10여일이 지난 후 연군은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남쪽의 산길을 지나 하곡에 이르렀다. 연군이 하곡에 이르러 보니 토성 주변에 목책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고, 그 위로 수많은 고구려군의 깃발들이 기세 좋게 날리고 있었다.
뒤를 이어 도착한 연왕은 삼엄한 고구려 군사들의 경계태세를 보고 모용한을 불러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들이 우리 계책을 간파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처럼 대비를 하고 있겠는가?”
열심히 고구려군의 군세를 살피던 모용한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고구려에도 현명한 장수가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허나 저들의 형세를 보니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닌 듯 합니다.”
“저처럼 많은 깃발이 펄럭이는 걸 봐서는 상당히 많은 군사가 주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제가 아까 척후병을 보내서 성책(城柵)안의 군사들을 살피게 했는데, 하나같이 늙고 허약한 군사들이라고 합니다. 분명 정예군은 북쪽 길로 보내고, 남은 군사를 모아서 성책을 만들고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 병력을 내서 사정없이 몰아친다면 한 식경이 지나기 전에 항복할 것입니다.”
연왕은 모용한의 장담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성을 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모용한은 군대를 두 부대로 나누어 하곡의 토성으로 쳐들어갔다.
성 안에 자리잡고 있던 아불화도가는 군사들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지금 성책 밖에는 연나라의 대군이 당도해 있다. 비록 우리의 신체가 강건하고 날래지는 않을지라도,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저들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땅은 저들의 말발굽 아래 짓밟힐 것이고, 부모와 자식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뼈를 묻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책을 지켜 내야 한다.”
아불화도가의 비장한 결의에 감동한 군사들은 그 자리에서 죽음을 각오했다. 군사들은 아불화도가의 각오에 호응하여 창과 칼을 높이 들고 함성을 질렀다.
연군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연군은 끊임없이 성책을 타고 넘으려 애를 썼다. 이에 고구려 군사들은 끊임없이 화살을 날리고 돌을 던지며 악착같이 성책을 사수(死守)했다.
하루 밤낮 동안 공방전을 벌였지만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자 모용한은 성을 공격하는 방법을 바꾸었다. 하곡성의 성책은 시간에 쫓겨 급히 만든 목책(木柵)이었기 때문에 견고하지 못했다. 이를 간파한 모용한은 충차(衝車)를 이용해서 성책을 부수기로 작정했다.
연군이 충차를 앞세워 성책을 향해 들어오자 아불화도가는 군사들에게 명령해 충차를 향해 집중적으로 불화살을 쏘게 했다. 하지만 연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달려들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드디어 남쪽의 성책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연군은 무너진 성책을 넘어 물밀 듯이 쳐들어왔다.
아불화도가는 전세가 기울자 군사들을 거느리고 성채를 빠져나갔다. 환도성에 연군의 출현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불화도가가 숲길에 접어들었을때, 갑자기 사방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더니 매복하고 있던 연나라 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대연(大燕)의 장수(將帥) 한수(韓壽)다! 내 너를 기다린 지 오래니 순순히 말에서 내려 항복해라.”
적장의 고함을 듣고 아불화도가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실력이 있으면 내 창을 막아 보아라. 나를 이기면 기꺼이 내 목을 너에게 바치겠노라.”
한수는 어금니를 깨물고 아불화도가를 향해 방천극(方天戟)을 휘둘렀다. 아불화도가는 장창(長槍)을 쳐들어 한수의 방천극을 튕겨 내고 그의 얼굴을 겨낭해 들어갔다. 한수는 그의 강맹함에 놀라서 황급히 몸을 뒤로 젖혔다. 아불화도가의 창날은 한수가 입고 있는 흉갑(胸甲)을 스치고 지나갔다. 예리한 창날이 눈앞에서 어른거리자 한수는 이제껏 본 적이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한수는 방천극을 크게 휘둘러 아불화도가가 피하는 사이에 염치 불구하고 말머리를 돌려 꽁무니를 뺐다.
한수가 물러나자 연나라 군사들이 일제히 아불화도가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무리 무예가 뛰어난 아불화도가라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아불화도가는 결국 연병(燕兵)의 창에 찔려 피를 흘리며 마상(馬上)에서 떨어졌다. 고구려 군사들이 아불화도가를 구하려고 뛰어들었지만 월등히 수가 많은 연나라 군사들을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불화도가는 마지막 기력을 짜내어 장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때 달아났던 한수가 다시 돌아오더니 방천극을 휘둘러 아불화도가의 목을 가볍게 벴다. 이를 보고 기세가 오른 연군은 장수의 죽음으로 전의를 상실한 고구려군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전투가 끝나자 연나라 군사 하나가 바닥에 구르고 있던 아불화도가의 머리를 들고 와 한수에게 바쳤다.
아불화도가의 수급(首級)을 받아 드는 순간 한수는 경악(驚愕)을 금치 못했다. 아불화도가가 생시와 다름없이 부릅뜬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수는 기겁을 해서 수급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동북아시아의 알렉산더 광개토호태왕(廣開土好太王) 1.모용황의 침입 (2)
아불화도가(阿佛和度加)는 국왕이 뜻을 꺾지 않으리라 여기고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러하시면 저에게 군사 1만여명만 나누어 주십시오. 제가 남쪽의 요충지인 하곡(河谷)으로 나아가 주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겠습니다.”
“정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5천여명의 병정을 내줄 테니 하곡으로 가라. 짐(朕)이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뒤에서 지원하겠다.”
고국원왕(故國原王)은 마지못해서 5천의 군사를 내주었다.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병약(病弱)한 병사들이었다.
아불화도가는 답답한 마음을 애써 다스리고 나서 병사들을 거느리고 하곡으로 나아갔다. 그는 하곡에 도착하자 장차 있을 연군(燕軍)의 침입에 대비하여 목책(木柵)을 쌓고 군량과 장비를 비축하였다.
한편, 남쪽 길로 들어선 모용한(慕容翰)의 선봉부대는 고구려 군사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낮에는 숨어서 쉬다가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달빛을 의지한 채 험하고 좁은 길을 행군했다. 형편이 이러니, 고구려로 가는 길은 참으로 고행(苦行)이었다. 하지만 모용한은 신념을 잃지 않고 병사들을 독려하며 헤쳐 나아갔다.
10여일이 지난 후 연군은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남쪽의 산길을 지나 하곡에 이르렀다. 연군이 하곡에 이르러 보니 토성 주변에 목책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고, 그 위로 수많은 고구려군의 깃발들이 기세 좋게 날리고 있었다.
뒤를 이어 도착한 연왕은 삼엄한 고구려 군사들의 경계태세를 보고 모용한을 불러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들이 우리 계책을 간파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처럼 대비를 하고 있겠는가?”
열심히 고구려군의 군세를 살피던 모용한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고구려에도 현명한 장수가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허나 저들의 형세를 보니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닌 듯 합니다.”
“저처럼 많은 깃발이 펄럭이는 걸 봐서는 상당히 많은 군사가 주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제가 아까 척후병을 보내서 성책(城柵)안의 군사들을 살피게 했는데, 하나같이 늙고 허약한 군사들이라고 합니다. 분명 정예군은 북쪽 길로 보내고, 남은 군사를 모아서 성책을 만들고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 병력을 내서 사정없이 몰아친다면 한 식경이 지나기 전에 항복할 것입니다.”
연왕은 모용한의 장담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성을 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모용한은 군대를 두 부대로 나누어 하곡의 토성으로 쳐들어갔다.
성 안에 자리잡고 있던 아불화도가는 군사들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지금 성책 밖에는 연나라의 대군이 당도해 있다. 비록 우리의 신체가 강건하고 날래지는 않을지라도,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저들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땅은 저들의 말발굽 아래 짓밟힐 것이고, 부모와 자식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뼈를 묻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책을 지켜 내야 한다.”
아불화도가의 비장한 결의에 감동한 군사들은 그 자리에서 죽음을 각오했다. 군사들은 아불화도가의 각오에 호응하여 창과 칼을 높이 들고 함성을 질렀다.
연군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연군은 끊임없이 성책을 타고 넘으려 애를 썼다. 이에 고구려 군사들은 끊임없이 화살을 날리고 돌을 던지며 악착같이 성책을 사수(死守)했다.
하루 밤낮 동안 공방전을 벌였지만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자 모용한은 성을 공격하는 방법을 바꾸었다. 하곡성의 성책은 시간에 쫓겨 급히 만든 목책(木柵)이었기 때문에 견고하지 못했다. 이를 간파한 모용한은 충차(衝車)를 이용해서 성책을 부수기로 작정했다.
연군이 충차를 앞세워 성책을 향해 들어오자 아불화도가는 군사들에게 명령해 충차를 향해 집중적으로 불화살을 쏘게 했다. 하지만 연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달려들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드디어 남쪽의 성책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연군은 무너진 성책을 넘어 물밀 듯이 쳐들어왔다.
아불화도가는 전세가 기울자 군사들을 거느리고 성채를 빠져나갔다. 환도성에 연군의 출현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불화도가가 숲길에 접어들었을때, 갑자기 사방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더니 매복하고 있던 연나라 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대연(大燕)의 장수(將帥) 한수(韓壽)다! 내 너를 기다린 지 오래니 순순히 말에서 내려 항복해라.”
적장의 고함을 듣고 아불화도가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실력이 있으면 내 창을 막아 보아라. 나를 이기면 기꺼이 내 목을 너에게 바치겠노라.”
한수는 어금니를 깨물고 아불화도가를 향해 방천극(方天戟)을 휘둘렀다. 아불화도가는 장창(長槍)을 쳐들어 한수의 방천극을 튕겨 내고 그의 얼굴을 겨낭해 들어갔다. 한수는 그의 강맹함에 놀라서 황급히 몸을 뒤로 젖혔다. 아불화도가의 창날은 한수가 입고 있는 흉갑(胸甲)을 스치고 지나갔다. 예리한 창날이 눈앞에서 어른거리자 한수는 이제껏 본 적이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한수는 방천극을 크게 휘둘러 아불화도가가 피하는 사이에 염치 불구하고 말머리를 돌려 꽁무니를 뺐다.
한수가 물러나자 연나라 군사들이 일제히 아불화도가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무리 무예가 뛰어난 아불화도가라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아불화도가는 결국 연병(燕兵)의 창에 찔려 피를 흘리며 마상(馬上)에서 떨어졌다. 고구려 군사들이 아불화도가를 구하려고 뛰어들었지만 월등히 수가 많은 연나라 군사들을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불화도가는 마지막 기력을 짜내어 장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때 달아났던 한수가 다시 돌아오더니 방천극을 휘둘러 아불화도가의 목을 가볍게 벴다. 이를 보고 기세가 오른 연군은 장수의 죽음으로 전의를 상실한 고구려군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전투가 끝나자 연나라 군사 하나가 바닥에 구르고 있던 아불화도가의 머리를 들고 와 한수에게 바쳤다.
아불화도가의 수급(首級)을 받아 드는 순간 한수는 경악(驚愕)을 금치 못했다. 아불화도가가 생시와 다름없이 부릅뜬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수는 기겁을 해서 수급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