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자기 딸아프다고 죽 끓여다주라네요

학교일꾼2009.04.01
조회45,491

가끔 게시판을 읽기는 하지만,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까 써봐야겠다는 맘이 생기더군요

 

저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사요

 

것도 보건교사, 과거 양호교사입니다.

 

오늘 한 학생이 아프다고 왔었어요

평소 위염이 있거든요

자세한 얘기를 하는 것은 곤란하니 그냥 건너뛸게요 풀어놓자면 에효..

 

그런데 학생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담임선생님도 식사가셔서 전화가 안되고, 저도 밥먹으러 가서 전화가 연결이 안됐다며 자기아이가 지금 위경련으로 아파하는 데 왜 연락이 안되냐면서요

 

저는 금시초문이고 그렇게 위경련정도가 났으면 이미 주변 친구들이 우르르 뛰어오던지 했을텐데 그런 일도 없었기에 확인해 보겠다고 했죠

 

그래서 확인했더니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학생은 친구들과 웃으며 재밌게 있더라구요

 

그랬더니만, 자기 딸이 아침도 안먹고 학교갔고 점심도 속이 안좋아서 못먹었다는 데 급식실에 얘기해서 죽 좀 끓여다 주라는 거에요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입으로 말할 수도 있구나 하는 아득한 깨달음(?)이 밀려올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급식먹는 학생이 천명이 넘는데 한 학생을 위해서 급식실에서 이 바쁜 시간에 죽을 끓여줄 수는 없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아픈 애가 밥을 못먹고 굶고 있는데 빈속에 약만 먹게 해서 되냐고 되려 호통을 치시더군요

빈속에 먹어도 되는 제산제만 먹고 있다고 말하는 대화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아서 학생을 데려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러시겠다며 격앙되셔서 학교로 오셨습니다.

 

물론 손에는 죽이 들려있지 않더군요

 

요즘 학교에서 정말 많은 것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여기가 호텔도 아니고 종합병원도 아닌데 학생 개인을 위한 특별식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무리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납득할 수가 없네요

 

 이 스토리는 매우 스펙타클한데 가장 꼭지점 부분만 그냥 쓸게요

남은 봉우리들은 그냥 제가 묻어두는 게 차라리 나을듯해요

 

우리 사회가 기본은 알고 지켜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