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지구력 3821년 12월 24일 06:00분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23시부터 A6-Aria에서 이브파티가 있으니 참가 바랍니다’
이 곳, 옛 프로토스의 성지 ‘Lost Temple’ 에서 맞는 5번째 크리스마스이다. 다시 말해 이 행성으로 이주한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는 소리다.
“야, 그렉 너 오늘 파티 갈꺼냐? 지나도 온다던데, 오늘은 꼭 말 걸어봐 임마.”
룸메이트인 투완이 묻는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는 이브파티를 일년 내내 기다린다.
“글쎄, 오늘 자정이 되기까지 Materialverarbeitet 보고서를 제출해야되. 그리고 임마 SCV 주제에 그런데 가봤자 상병들한테 깨져. 작년 파티에서 파벳상병한테 옆 도미토리사는 가브리엘이 메딕 한명 두고 개기다가 졸라 터진거 기억 안나냐?”
“젠장, 상병이면 뭐하냐 머리통엔 든 거 하나도 없는 놈들이 힘만 세다고 우리 같은 엘리트를 무시나 하고 빌어먹을”
투완이 툴툴대면서 샤워를 하러 나갔다. 나는 피식 웃으며 오늘의 스케쥴을 확인하러 PDA를 켰다. 보안코드를 입력하고 지문인식이 끝나자 바탕화면이 열렸다. 바로 스케쥴을 확인하려고 아이콘을 누르려는데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 소리가 났다. 제목을 보니 ‘Schöne Weinachten’ 라고 적혀있었는데, 해피크리스마스를 굳이 독일어로 적어 보낼 사람은 베네캄프 소령밖에 없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진 않았다.
„뭐야, 비상탈출시스템이 또 고장인가. 하여튼 발키리는 비싸기만 하지 쓰잘데기 없다니까“
발키리 한기 건조시키려면 8명의 B급 SCV들이 하루 종일 공방에서 작업해야 하며 미네랄 소모량이 테란최고순향함인 배틀크루져에 맞먹음에도 불구하고 지상공격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에 발키리는 테란연방의 골칫거리 유닛이었다.
독일계아버지와 아시아계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베네캄프 소령은 여성임에도 불구, 183cm키를 가졌지만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끈적한 농담을 자주하는 유쾌한 소령이었기에 부대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1년 전에 있었던 저그(Zerg)와의 대규모전투 후에 발견된 발키리의 비상탈출시스템의 결함 때문에 SCV 대표로 발키리 소령들과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고 그 후에도 몇 번 만났지만 그녀가 나에게 보내는 끈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라, 독일어네. 그 울트라가 보낸 이메일이냐? 걔가 너 좋아하는게 확실하다니까“
샤워를 마치고 온 투완이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어느새 옆에 다가와 중얼거렸다.
„조심해라 난 그 울트라만 보면 널 잡아먹을까봐 무섭다니까. 아주 떡대가 남자인 나보다 좋으니 이거 원“
왜소한 몸매의 투완은 열등감 때문인지 그녀를 울트라라고 부르곤 했다. 그녀의 거대한 몸집을 저그(Zerg)의 울트라리스크(Ultrarisk)에 빗대 지은 별명이다. 잠깐 그녀의 얼굴과 울트라리스크에 매치시키며 메시지를 클릭했다.
Hey Greg, Alles klar bei dir? Weisst du, dass heute die Weinachten ist? Also, ich möchte wissen, ob du heute die Party kommst. Und wenn du kommst, kann ich dein Partner werden?
대놓고 나와 파트너를 하자니 호탕한 성격의 그녀답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중요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날이기 때문에 정중하게 그녀에게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스케쥴을 확인하고 오늘의 설비구역을 체크한 후 샤워실로 향했다.
„그가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 뭐, 어짜피 그가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난 소령이라고 소령! 사병 따윈 감히 눈도 못마주칠!“
메시지를 보낸 후 베네캄프 소령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 막상 그와 이브파티에 같이 가고 싶어 메시지를 보냈으나 여자가 먼저 대쉬하는 것이 내심 못마땅했다.
„나같이 섹시한 여성이 먼저 대쉬할 때까지 기다리는건 뭐야. 샤이써! 아 이놈의 계급장을버리던가 해야지 젠장“
독일어로 욕을 섞어가며 짜증을 내던 그녀는 미리 챙겨놓은 트레이닝복으로 옷을 갈아입으려고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탄탄한 근육이 만족스러운 듯 이리저리 몸을 흔들던 그녀가 어깨부터 골반까지 사선으로 그어진 그녀 몸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1년 전 저그(Zerg)와의 대규모전투에서 가디언을 상대로 맹활약을 벌이던 중 갑작스런 스커지의 공격에 그녀의 발키리가 추락했을 때 생긴 상처였다. 비상탈출시스템의 오류로 탈출이 불가능하던 절제절명의 순간이었으나 다행히 추락한 곳이 프로토스 옛 공명사원 근처라 충격이 덜했다. 하지만 가슴을 사선으로 긋는 상처가 그녀에게 남겨지고 말았다. 옛 생각에 잠시 회상에 빠져있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선반에서 영양제, 항생제, 근육강화제를 일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캡슐알약을 가방에 챙기고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눈이 오는 블루크리스마스가 될라나? 좀 낭만적인 분위기가 됬으면 좋겠는데...“
스타포트컨트롤타워에서 소령들의 체력단련실이 있는 3구역 서플라이디팟으로 가는 통로에서 그녀가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이 행성에 존재하지 않지만 ‚Lost Temple’은 과거 프로토스들의 성지였다. 보이지 않는 프로토스의 전사라는 다크템플러의 영웅 제라툴의 배신으로 프로토스들은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자취는 여기저기 남겨져 있었다. 행성중앙에는 다섯 명의 프로토스의 영웅들의 동상이 있었는데 강력한 마법 결계 때문인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기후 또한 신비하여 지구의 눈과는 달리 이곳의 눈은 파란빛깔이며 비는 빨간 빛깔이다. 비가 자주오지는 않지만 비가 올 때의 음산한 기운은 지구인인 테란 연방에게 썩 유쾌한 날씨는 아니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시나 Frau 베네캄프?“
체력단련실에 들어서자 그녀가 도착할 때 쯤이면 항상 트레이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안더스 대령이 말을 건넸다.
„아뇨, 그냥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그래서 뭐, 눈이 오는 이브가 됐으면 해서요.“
„왜 같이 보낼 근사한 남자라도 생긴거야? 그렇다면 실망인데 난 자네랑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지 하하하“
호탕함에 있어서는 베네캄프에게 뒤지지 않는 안더스가 오른쪽팔로 그녀에 어깨를 툭툭 치며 웃어제꼈다. 부상으로 왼팔을 아예 잃은 안더스 대령은 한 때 잘나가는 레이스부대의 전설이었다. 비상한 컨트롤과 클로킹으로 혼자서 저그(Zerg)의 뮤탈리스크를 한 부대나 전멸시킨 일화는 테란연방군사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했다. 허나 부상으로 인해 외팔이가 되어버린 지금은 전투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공군아카데미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저번에 대령님께서 새로온 쌔끈한 메딕중위에게 찝적대는거 다 봤거든요. 이러지 마셔요.“
„그, 그래? 내가 언제 그랬더라.“
말을 얼버부리며 안더스 대령은 후다닥 단련실을 빠져나갔고 그런 그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베네캄프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이내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투완이 담배에 불을 붙이려 미네랄 채취전용 용접기버튼을 눌러대며 말했다. 일전에 한번 불 조절을 잘못해 머리를 홀라당 태워먹은 경험이 있는 그인지라 멈칫해가며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러대는 투완이었다.
„젠장 더럽게 불 안 붙네, 야 그렉 얼렁얼렁 짓고 파티가야지 임마 쌈빡하게 일 끝내고 얼렁 쉬자고“
„알았어, 그럼 보고서작성하고 미네랄보급소에 요청하고 올 테니까 애들한테 업무전달
하고 있으라고.“
건물의 빌드를 올리기 위해선 항상 커멘드센터에 미네랄요청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한
다. 행성에서의 모든 시스템은 미네랄을 원료로 돌아가는데 채취와 소비가 모두 철저한 프
로그램 감시하에 돌아간다. 커멘드센터로 올라가는 통로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투완이
견습SCV와 C급 SCV에게 설명을 해가며 다그치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테란연방에서 배출되는 군인들중에 머리가 가장 좋은 것은 SCV들이다. 미네랄과 가
스를 채취하기 위한 재료공학, 건물을 짓고 수리하는 토목,건축공학, 유닛들을 수리하는 전
자,기계공학. 이 모든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야만이 SCV가 되는 것이다. 세
분야 모두에서 만점을 받으면 S급 SCV가 되는데 그들의 직위는 사병에 불과하지만 월급
은 소령(발키리조종사)급에 준하게 받는다. 두 분야에서 만점을 받으면 A급, 한 분야에서
만점을 받으면 B급, 세 분야 다 합격선을 준해 통과하게 되면 C급 SCV로 임관하게 된다.
물론 시험보기 전 견습SCV들도 있는데 고된 학습과 실전훈련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중간
에 배럭으로 지원해 마린이 되거나 아카데미에 지원해 파이어뱃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0.1%의 인재들을 특수살인병기로 훈련시킨다
고하는데 소문일 뿐 누구도 그 존재를 직접보진 못했다. 나와 투완은 세 분야에서 만점을
받은 S급SCV로 ‚Lost Temple’ 행성에는 7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브레인이다.
„ S-003-SCV Greg 건물지원 미네랄 사용허가 받기 위한 보고서 제출합니다“
자뭇 엄숙하게 목소리를 낮게 하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커멘드센터는 인공지능 ‚Auis’ 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계 공명음으로 가득 차 있다. 웅웅거리며 기분나쁘게 진동하는 공기음을 들을 때마다 인간인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되새겨 볼 때 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허가증이 나오자마자 챙겨 들고 커멘드센터를 빠져나왔다. 투완에게 미네랄저장소에 같이 가자고 손짓하자 이내 이쪽으로 달려온다. 오늘 작업에 대해 다 설명했냐고 그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드랍쉽이 시동할 때의 굉음이 울려퍼졌는데 커멘드센터의 명령이 내려진것도 바로 그 순간 이었다.
SCV in Lost Temple
걍 한번 써봤어요 재밌으면 댓글좀 반응좋으면 좀더 써보게요
-------------------------------------------------------------------------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지구력 3821년 12월 24일 06:00분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23시부터 A6-Aria에서 이브파티가 있으니 참가 바랍니다’
이 곳, 옛 프로토스의 성지 ‘Lost Temple’ 에서 맞는 5번째 크리스마스이다. 다시 말해 이 행성으로 이주한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는 소리다.
“야, 그렉 너 오늘 파티 갈꺼냐? 지나도 온다던데, 오늘은 꼭 말 걸어봐 임마.”
룸메이트인 투완이 묻는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는 이브파티를 일년 내내 기다린다.
“글쎄, 오늘 자정이 되기까지 Materialverarbeitet 보고서를 제출해야되. 그리고 임마 SCV 주제에 그런데 가봤자 상병들한테 깨져. 작년 파티에서 파벳상병한테 옆 도미토리사는 가브리엘이 메딕 한명 두고 개기다가 졸라 터진거 기억 안나냐?”
“젠장, 상병이면 뭐하냐 머리통엔 든 거 하나도 없는 놈들이 힘만 세다고 우리 같은 엘리트를 무시나 하고 빌어먹을”
투완이 툴툴대면서 샤워를 하러 나갔다. 나는 피식 웃으며 오늘의 스케쥴을 확인하러 PDA를 켰다. 보안코드를 입력하고 지문인식이 끝나자 바탕화면이 열렸다. 바로 스케쥴을 확인하려고 아이콘을 누르려는데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 소리가 났다. 제목을 보니 ‘Schöne Weinachten’ 라고 적혀있었는데, 해피크리스마스를 굳이 독일어로 적어 보낼 사람은 베네캄프 소령밖에 없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진 않았다.
„뭐야, 비상탈출시스템이 또 고장인가. 하여튼 발키리는 비싸기만 하지 쓰잘데기 없다니까“
발키리 한기 건조시키려면 8명의 B급 SCV들이 하루 종일 공방에서 작업해야 하며 미네랄 소모량이 테란최고순향함인 배틀크루져에 맞먹음에도 불구하고 지상공격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에 발키리는 테란연방의 골칫거리 유닛이었다.
독일계아버지와 아시아계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베네캄프 소령은 여성임에도 불구, 183cm키를 가졌지만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끈적한 농담을 자주하는 유쾌한 소령이었기에 부대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1년 전에 있었던 저그(Zerg)와의 대규모전투 후에 발견된 발키리의 비상탈출시스템의 결함 때문에 SCV 대표로 발키리 소령들과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고 그 후에도 몇 번 만났지만 그녀가 나에게 보내는 끈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라, 독일어네. 그 울트라가 보낸 이메일이냐? 걔가 너 좋아하는게 확실하다니까“
샤워를 마치고 온 투완이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어느새 옆에 다가와 중얼거렸다.
„조심해라 난 그 울트라만 보면 널 잡아먹을까봐 무섭다니까. 아주 떡대가 남자인 나보다 좋으니 이거 원“
왜소한 몸매의 투완은 열등감 때문인지 그녀를 울트라라고 부르곤 했다. 그녀의 거대한 몸집을 저그(Zerg)의 울트라리스크(Ultrarisk)에 빗대 지은 별명이다. 잠깐 그녀의 얼굴과 울트라리스크에 매치시키며 메시지를 클릭했다.
Hey Greg, Alles klar bei dir? Weisst du, dass heute die Weinachten ist? Also, ich möchte wissen, ob du heute die Party kommst. Und wenn du kommst, kann ich dein Partner werden?
대놓고 나와 파트너를 하자니 호탕한 성격의 그녀답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중요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날이기 때문에 정중하게 그녀에게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스케쥴을 확인하고 오늘의 설비구역을 체크한 후 샤워실로 향했다.
-------------------------------------------------------------------------
„그가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 뭐, 어짜피 그가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난 소령이라고 소령! 사병 따윈 감히 눈도 못마주칠!“
메시지를 보낸 후 베네캄프 소령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 막상 그와 이브파티에 같이 가고 싶어 메시지를 보냈으나 여자가 먼저 대쉬하는 것이 내심 못마땅했다.
„나같이 섹시한 여성이 먼저 대쉬할 때까지 기다리는건 뭐야. 샤이써! 아 이놈의 계급장을버리던가 해야지 젠장“
독일어로 욕을 섞어가며 짜증을 내던 그녀는 미리 챙겨놓은 트레이닝복으로 옷을 갈아입으려고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탄탄한 근육이 만족스러운 듯 이리저리 몸을 흔들던 그녀가 어깨부터 골반까지 사선으로 그어진 그녀 몸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1년 전 저그(Zerg)와의 대규모전투에서 가디언을 상대로 맹활약을 벌이던 중 갑작스런 스커지의 공격에 그녀의 발키리가 추락했을 때 생긴 상처였다. 비상탈출시스템의 오류로 탈출이 불가능하던 절제절명의 순간이었으나 다행히 추락한 곳이 프로토스 옛 공명사원 근처라 충격이 덜했다. 하지만 가슴을 사선으로 긋는 상처가 그녀에게 남겨지고 말았다. 옛 생각에 잠시 회상에 빠져있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선반에서 영양제, 항생제, 근육강화제를 일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캡슐알약을 가방에 챙기고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눈이 오는 블루크리스마스가 될라나? 좀 낭만적인 분위기가 됬으면 좋겠는데...“
스타포트컨트롤타워에서 소령들의 체력단련실이 있는 3구역 서플라이디팟으로 가는 통로에서 그녀가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이 행성에 존재하지 않지만 ‚Lost Temple’은 과거 프로토스들의 성지였다. 보이지 않는 프로토스의 전사라는 다크템플러의 영웅 제라툴의 배신으로 프로토스들은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자취는 여기저기 남겨져 있었다. 행성중앙에는 다섯 명의 프로토스의 영웅들의 동상이 있었는데 강력한 마법 결계 때문인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기후 또한 신비하여 지구의 눈과는 달리 이곳의 눈은 파란빛깔이며 비는 빨간 빛깔이다. 비가 자주오지는 않지만 비가 올 때의 음산한 기운은 지구인인 테란 연방에게 썩 유쾌한 날씨는 아니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시나 Frau 베네캄프?“
체력단련실에 들어서자 그녀가 도착할 때 쯤이면 항상 트레이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안더스 대령이 말을 건넸다.
„아뇨, 그냥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그래서 뭐, 눈이 오는 이브가 됐으면 해서요.“
„왜 같이 보낼 근사한 남자라도 생긴거야? 그렇다면 실망인데 난 자네랑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지 하하하“
호탕함에 있어서는 베네캄프에게 뒤지지 않는 안더스가 오른쪽팔로 그녀에 어깨를 툭툭 치며 웃어제꼈다. 부상으로 왼팔을 아예 잃은 안더스 대령은 한 때 잘나가는 레이스부대의 전설이었다. 비상한 컨트롤과 클로킹으로 혼자서 저그(Zerg)의 뮤탈리스크를 한 부대나 전멸시킨 일화는 테란연방군사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했다. 허나 부상으로 인해 외팔이가 되어버린 지금은 전투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공군아카데미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저번에 대령님께서 새로온 쌔끈한 메딕중위에게 찝적대는거 다 봤거든요. 이러지 마셔요.“
„그, 그래? 내가 언제 그랬더라.“
말을 얼버부리며 안더스 대령은 후다닥 단련실을 빠져나갔고 그런 그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베네캄프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이내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
„팩토리의 추가건설과 남부지역의 미네랄확장기지를 위한 커멘드센터라...“
„견습SCV 5명이랑 C급SCV 2명씩 붙여서 팩토리 건설하고 너랑 나랑 커멘드센터를 건설하는게 어떻겠냐“
투완이 담배에 불을 붙이려 미네랄 채취전용 용접기버튼을 눌러대며 말했다. 일전에 한번 불 조절을 잘못해 머리를 홀라당 태워먹은 경험이 있는 그인지라 멈칫해가며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러대는 투완이었다.
„젠장 더럽게 불 안 붙네, 야 그렉 얼렁얼렁 짓고 파티가야지 임마 쌈빡하게 일 끝내고 얼렁 쉬자고“
„알았어, 그럼 보고서작성하고 미네랄보급소에 요청하고 올 테니까 애들한테 업무전달
하고 있으라고.“
건물의 빌드를 올리기 위해선 항상 커멘드센터에 미네랄요청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한
다. 행성에서의 모든 시스템은 미네랄을 원료로 돌아가는데 채취와 소비가 모두 철저한 프
로그램 감시하에 돌아간다. 커멘드센터로 올라가는 통로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투완이
견습SCV와 C급 SCV에게 설명을 해가며 다그치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테란연방에서 배출되는 군인들중에 머리가 가장 좋은 것은 SCV들이다. 미네랄과 가
스를 채취하기 위한 재료공학, 건물을 짓고 수리하는 토목,건축공학, 유닛들을 수리하는 전
자,기계공학. 이 모든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야만이 SCV가 되는 것이다. 세
분야 모두에서 만점을 받으면 S급 SCV가 되는데 그들의 직위는 사병에 불과하지만 월급
은 소령(발키리조종사)급에 준하게 받는다. 두 분야에서 만점을 받으면 A급, 한 분야에서
만점을 받으면 B급, 세 분야 다 합격선을 준해 통과하게 되면 C급 SCV로 임관하게 된다.
물론 시험보기 전 견습SCV들도 있는데 고된 학습과 실전훈련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중간
에 배럭으로 지원해 마린이 되거나 아카데미에 지원해 파이어뱃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0.1%의 인재들을 특수살인병기로 훈련시킨다
고하는데 소문일 뿐 누구도 그 존재를 직접보진 못했다. 나와 투완은 세 분야에서 만점을
받은 S급SCV로 ‚Lost Temple’ 행성에는 7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브레인이다.
„ S-003-SCV Greg 건물지원 미네랄 사용허가 받기 위한 보고서 제출합니다“
자뭇 엄숙하게 목소리를 낮게 하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커멘드센터는 인공지능 ‚Auis’ 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계 공명음으로 가득 차 있다. 웅웅거리며 기분나쁘게 진동하는 공기음을 들을 때마다 인간인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되새겨 볼 때 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허가증이 나오자마자 챙겨 들고 커멘드센터를 빠져나왔다. 투완에게 미네랄저장소에 같이 가자고 손짓하자 이내 이쪽으로 달려온다. 오늘 작업에 대해 다 설명했냐고 그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드랍쉽이 시동할 때의 굉음이 울려퍼졌는데 커멘드센터의 명령이 내려진것도 바로 그 순간 이었다.
„ 북서쪽 NW-A 방어전선으로 뮤탈리스크 3부대가 접근중입니다. 골리앗 1부대, 마린 2부대와 메딕 1부대, 터렛설치를 위한 SCV 2기가 요구됩니다 „
커멘드센터의 오더가 내려지자 마자 다섯 곳의 팩토리에서 골리앗이, 열 곳의 배럭에서 마린과 메딕이 쏟아져 나왔고 일사분란하게 지정된 드랍쉽으로 향했다.
„ 싯팔놈의 저그새끼들 그 자식들은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인지도 모를거야, 그렉 C급SCV 두명한테 오더내릴까? „
신경질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투완에게 그러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떠오르는게 있었다.
„ 투완, 지나가 어디 전선에서 방어하고 있다고 했지? „
„ 거시기 뭐냐, NW-A 방어전선일껄 메딕으론 걔밖에 차출되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던데, 고생이겄지... 잠깐 뭐? NW-A? 지금 뮤탈리스크들이 쳐들어오는데가 NW-A아녀? „
투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드랍쉽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지나야, 제발 무사히 있어줘.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드랍쉽이 바로 이륙을 하였고 옆 드랍쉽에 부랴부랴 올라타는 투완의 모습이 창문 넘어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