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7년 된 울집 돌프가 떠났습니다.

바람의세월2009.04.10
조회205

93년에 태어나서.. 94년에 저희집으로 오게 된 돌프에요.

제가 고1인가 고2인가.. 잘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전이네요..

17년이란 시간.. 어떤건지 느껴지시나요?

우리집 막내로 17년을 살아 온 돌프가 엊그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달전쯤..

마지막 남은 어금니마저 빠져버리고는 도통 음식을 잘 먹지도 못하고..

녀석은 스프와 죽같은 음식으로 버텼습니다.

이가 다 빠지니 길쭉한 주둥이를 지탱해줄 무언가가 없는 상태고..

아랫 입은 고무줄처럼 말려들어가 제대로 된 입역할을 못하더라구요.

나이가 17살이듯.. 이미 녀석은 1년전부터 쳥력과 시력도 거의 없는 상태고..

제 몸 하나 스스로 일으켜 세우지 못할만큼 쇠약했습니다.

3년전쯤 엉덩이에 동전만한 종기같은게 있어서 병원을 찾았을때

이미 수의사는 너무 늙어 수술을 견뎌낼 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정도로..

그때부터 어머니와 저는 녀석의 생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각오했지만, 녀석은 버티고 버텨서 3년을 더 살았습니다.

"왜 고통속에 살도록 놔두냐.. 편하게 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라고

물으신다면..

불편한 몸으로 밖에 나간 식구들을 항상 기다려주고..

제대로 지탱하지도 못하는 몸으로 화장실 가겠다고 비틀거리며 나오는 녀석을 보면서..

잠자리에 들 밤이 되면 어느새 내방으로 찾아와 한바퀴 순회를 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녀석을 보면서..

그렇게 아직은 식구들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녀석을 보면서..

어떻게 우리가 그 녀석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장담하며 안락사를 시키겠습니까..

 

요 몇일사이 녀석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지더니,

더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물조차 넘기지 못하면서..

짙은 쇳소리만 내뱉었습니다. 그걸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와 저는

"이제 그만 편하게 쉬어라.. 더이상 힘들어하지 말고.."

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저께 점심.. 저는 집과 회사가 가까워 점심을 항상 집에 가서 먹습니다.

어머니가 녀석의 이불을 들고 나옵니다.

순간 그걸 왜 들고 나오냐고 물었죠. 어머니 말씀이..

돌프가 똥을 쌌답니다. 몇일간 먹은것도 없는 녀석이..

사람도 죽을때 베넷똥을 싼다고 합니다... 아시나요?

어머니는 더 이상 그 이불을 빨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전 점심을 먹는듯 마는듯 먹고서.. 돌프를 들어 안았습니다.

그리고 어제보다도 더 쇠약한 녀석의 숨소리를 들으며

"돌프야 이제 정말.. 그냥 쉬어도 되니까.. 그만 놓아라.."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죠.

불과 10분거리.. 회사앞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돌프 죽었다.. 불쌍해서 어떡하니.." 라며 서럽게 우십니다.

 

조퇴를 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느덧 제 눈에도 굵은 눈물들로 가득하더군요..

녀석을 마지막으로 쓰다듬고, 하얀천에 잘 싸아서

어머니와 함께 인근 야산으로 향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산 중턱의 넓고 평평한 곳을 찾아 오르길 30분..

한 자리를 찾아 녀석을 편히 쉴 수 있도록 묻어주고 왔습니다.

녀석의 자리가 깔여있던 방의 한 모퉁이...

귀가 어두운 돌프가 듣지는 못해도 집에 들어설 때 "돌프야 형아 왔다!" 라고

중얼거리던 제 입이 조용합니다. 

잘 먹지는 못해도 어머니와 밥을 먹을때면, 이것저것 골라서 힘겹게 먹여주던

돌프가 없습니다.

 

17년이란 긴 시간동안 함께 한 돌프가..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