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만에 울 아부지랑 둘이 함께 차려 먹은 점심밥

ksk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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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버지

33년을 한 회사에서 직장생활 하시고

막둥이 딸 대학교 뒷바라지 해주시느라 고생고생 하시는데

지난달부로 회사 그만두셨다

안좋은일이 있어서라는데 알 필요 없다며 굳이 얘기해주시진 않는다

뭐..요즈음 같은 어려운때에...

말 안하셔도 알것같기도 하지만

 

그만두시고 집에서 쉬신지 10흘남짓 되었는데

아버진 편히 쉬실 생각 안하시고

"30년만에 이렇게 평일에 집에 있자니 꿈을 꾸고 있는거 같구나..

얼른 이 꿈에서 깨고싶다" 라면서 쓴웃음 지으신다..

 

엄마는 직장 다니시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아빠 점심은 내가 챙겨드리라고 부탁하시고 출근하신다

엄마도

아버지는 늘 회사에서 드시고

아들은 직장다니지, 딸은 늘 밖에서 점심먹지

점심 걱정은 안하신지 10년은더 되었는데

갑자기 아버지 점심 챙길 생각하니깐 우왕좌왕 하신다

 

나도 학교를 다니기때문에 늘 아빠점심을 챙겨드릴수가 없어서

열흘동안 챙겨드린건 고작 한번?

그것도 같이 밖에서 먹은거..

오늘은 오후부터 수업이 있어서 아버지랑 같이 점심먹기로 했다

 

아빠 오늘점심은 내가 차려줄께~!!!

...

뭐 밥이나 안칠줄은 아냐 ^^ 

 

밥하고..

국은 엄마가 된장국끓여놓고 가셨고

할줄아는거라곤 계란말이랑 김치돼지고기볶음정도...

계란말이도 말이 계란말이지 형체는 거의 스크럼블에그정도다

 

반찬 두가지 하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고

아버지는 옆에서 불줄여라 소금 더넣어라 잔소리만 하시고 ㅋㅋ

 

그렇게 엉성하게 차려진 밥상 앞에서 아버지랑 어색하게 둘이 밥먹기 시작했다

무슨말을 하지?

아버지랑 둘만 집에서 밥먹는거 첨인거 같은데.....

그냥 밥만 먹고 있는데

아버지가 "맛있다" 라고 웃으시는데 난 어깨가 으쓱하긴 한데 눈물이 맺히는건 왜지

"아빠 진짜???"

"딸 밥도 잘하고 시집갈때 다되었네

선경이 시집갈때까지만이라도 아빠가 회사 잘 다니고 있었어야 하는건데 미안해"

하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아빠 뭘....

난 아빠가 건강하게 밥 잘 드시고 함께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뭐가 미안해

빨랑 밥먹어!!!

하는데 눈물만 콸콸 나고

밥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엄마 퇴근하시고 아부지가 엄마한테 하시는 말씀을 엿들었다

"회사 관두니깐 좋은게 딱 하나 있네

우리 선경이가 점심밥도 차려주고 같이 먹고 설거지도 해주고

이런거 30년만에 처음이지 아마?"

 

에휴

아부지 아프지 말아요..

맨날 받기만할줄 아는 딸이라서 제가 더 미안해요 무심해서 너무 미안해요

미안해할필요 하나도없어요

라고 아빠한테 말씀드리러 가야겠다

근데 어떤타이밍에말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