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는 소설, 황석영의 <장길산>

하얀손20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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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기는 소설, 황석영의 <장길산>

벗기는 소설, 황석영의 <장길산>

 

황석영의 <장길산>은 조선 숙종 때를 배경으로, 정치와 역사 및 종교 그리고 무협과 음란(淫亂)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대하장편소설이다. 그는 <장길산>을 통해 한갓 천 조각에 불과한 옷에 감추어진 남녀의 욕정뿐만 아니라 어둠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정치와 역사 그리고 종교도 벗겨낸다. 한국문단의 맏형 황석영 선생님은 감히 벗기는 대가(大家)라 할 수 있겠다. 시중에 떠도는 벗기기 위한 음란물과 소영웅적 무협지와 판이하게 다름을 여러 군데서 목격할 수 있다.


불법을 펴는 데는 방편이 있는 것을 알지만, 그 방편을 너무 과도히 내세우면 법이 죽지요. 너무 마음이 지나친 사람들은 경계해야 합니다. <장길산2권, 342쪽>은 종교에서 교리를 너무 과도히 앞세우면, 오히려 그 종교가 훼손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을 하지 않는 자는 먹어선 안 된다. 승려가 참선을 하더라도 일을 하지 않고 한다면, 그것은 참선이 아니라 도적질이다. 송화가루 한줌이라도 거저 먹어선 안된다. 모두 하늘이 내는 것이니 수고 없이 어찌 공으로 먹을 것이냐. <장길산3권, 237쪽>은 종교 지도자라 자처하며 일하지 않고, 공짜로 먹는 것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국법이란 백성을 지키기 위하여 있는 것이지. 언제 모두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 국법인가. <장길산6권, 208쪽>은 착한 백성들에게만 법을 지키도록 종용하면서, 정치인들은 법의 그늘에서 잇속을 챙기는 것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 있다.


그(토벌 대장 최형기)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 스스로를 세워보지도 못하고, 권력자와 세도가의 수족 노릇이나 하면서 살아왔을 것이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자기 적이 누구며, 자기의 편이 누구인가를 깨닫지도 못하고,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자기의 칼이 옳은 칼이라고 믿으면서 마감동을 공격했었다. <장길산6권, 253쪽>은 백성을 외면한 나라의 관리로 자처한 최형기를 통해 자기 철학의 없이 정의를 외치는 것이 결국, 정의를 죽이는 것이라는 깨닫게 한다.


모시는 놈들이 누구인가 하는 것으로 부처님이 되기도 하고 미신이 되기도 하는 게여. <장길산8권, 32쪽>은 오늘날 불교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포함하여 모든 종교가 본래의 신앙심을 잃고 광신적 미신으로 변질되는 것에 경계를 담고 있다.


더운 물에 씻긴 원향의 몸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올랐고 여환은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는 몸을 굽혀 상처투성이의 발등에다 물을 끼얹었다. 여환은 무명 수건을 내어 물방울이 돋은 원향의 육신을 닦아 주었다. <장길산9권, 93쪽>은 스님 여환이 토벌대의 병사들에게 윤간을 당해 정신을 놓은 월향의 제정신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목욕보시를 하게 된다. 스님으로 여인의 몸을 손대는 것은 파계에 해당되지만, 불법만 지키느라 중생을 구제하는 것에 게으른 교리주의자들에게 새로운 각성을 갖게 만든다.


우리의 살아 있음과 스러짐도 그 한 목소리인 게야. 우리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백성의 군사이기 때문이다. <장길산10권, 350쪽>은 의적 장길산이란 존재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 미래형으로 영원함을 강조하며 대미(大尾)를 마감한다. 백성을 억누르는 부당한 권력에 항상 저항하는 백성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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