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GP에서의 크리스마스와 무한도전

용서받은자200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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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보면 정확히 2006년 12월 16일, 그 열광의 도가니탕이었던

18시 46분 234235325626634654초를 아직 잊지 못한다.

 

중동부 최전방 9XXGP.

 

당시 일병이었던 나는 막 침상을 닦고 후임들과 추운 날씨 때문에

얼어버린 하수관을 뚫으러 취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휴게실에서

 

누군가 "어, 김태희다!" 라고 외쳤다.

 

"??김태희??" 

내 둔한 감각마저 순식간에 반응하기에 충분한 단어였다.

 

"무한도전에 김태희 떴다!!!"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흘러나오는

거의 외마디 비명에 가까운 한 간부의 철부지 같은 목소리.

 

"헐" 나 또한 내 모든 오감의 감각, 뇟속의 세포들의 외침을

 외마디로 표현했다.

 

"조남윤 일병님 보러 가면 안됩니까??" 후임녀석이 말했다.

 

매우 오랜시간 0.93456575765764초 동안 머릴 굴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 긴 시간을 생각하는 데 소비했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야, 뛰어!" 난 내게 주어진 임무를 무시하고 휴게실을 향해

뛰어갔다. 난 그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속의 자아들 간의

짧은 대결도 펼쳐졌다.

 

'이렇게 가도 괜찮을까?'

'흠 괜찮아 김태희잖아. 김태흰데 좀 혼나면 어때. 괜찮아'

'그래도 이건 집합당할 느낌인데?'

'아냐 그래도 김태희잖아'

그 찰나 휴게실 문 앞에 다다랐다.

 

'아니 저건.......! 여신이다.. GP에 여신이 찾아왔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우리들은 손발이 오그라들었고 한겨울에

찾아온 때아닌 따뜻함에 하수관도 녹아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순간순간마다 내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꼈다. 아마 거기에 모인

우리 전 부대원의 마음도 그리했으리라.

 

"오, 우리 남윤이도 김태희 소식 듣고 왔구나! 그래그래 일 년 한 번

있는 김태희님 오신 날인데 너도 쉬면서 봐라"

아, 감동이었다. 아직 이 세상도 살아갈만 하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당신을 위해 이 한 몸,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당신이 전역하는 그날까지 보좌해드리겠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광고용 멘트도 떠올랐다.  

 

모든 장면을 놓칠 새라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아마 눈물

한 방울이 내 볼을 타고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끝나고...

 

우리 부대원은 나 때문에 집합당하여 

추위 속에서 30분을 떨고 다 함께 취사장 얼음을 깨러 갔다.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