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사랑할만한 것에 선을 긋지 않는다. ( 최종회)

느티나무200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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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이를 침대에 눕히곤 한참동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다 문득 “이혼녀” 라는 단어가 떠올랐을 때쯤 가슴이 아려왔다.


내가 너무 그리워했기때문인거니?

내가 행복하라 빌어주지 않아서 그런거야?

그래도 이런 건 아니였어.

이런 건 아니였다고,


자꾸만 모든 것이 내 탓만 같았다.


더 이상 그녀를 바라 볼 수 가 없었다.  그 뒤로 조용히 그녀의 집을 나왔다.


아침은 아직 안개에 가려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 "


"....... 뚝~~ "


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거기 김인혁씨 댁이죠이죠....... ? "


" 민경아 나야. 방금전에 전화 했었지........."


" ........... "


" 이거 내 직통전화라고 그랬잖아 "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지금 안 바쁘지 모 물어 볼게 있어서........ "


그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였다.


" 왜....... "


" 응 컴퓨터가 안돼..... 나 아무래도 중독인가봐 "


" 어디가 어떻게 안되는데..... "


그녀는 이래 저래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모르겠는데...... "


" 어떡하지..... 언제 설에 안 올라 올거야..... "


" 진짜 중독됐군, 왜 A/S 맨 부르면 되잖아...... "


" ............. "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많이 변해 있었다. 확실한건 아니지만

남자를 기피하는 것만 같은 것이 느껴지곤 했었다.


" 어 이번주 토요일에 올라 갈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겠어 "


" 응 , 참아야지 모. 그럼 그때 꼭 오는 거다......"


토요일이 사촌형 결혼식이라 그때 만나려고 했는데, 내 컴퓨터에도 이상이 있어 예정일보다

일찍 설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곤 그녀의 컴퓨터와 한참 씨름을 했다.

작업이 거의 다 끝나가고 통신과 연결되자 그녀가 말을 했다.


" 수고했어. 우리 오늘 맛있는 거 먹자 모 먹고 싶어....... "


" 나 원래 그런 대답 잘 못하는 거 알잖아 ....... "


" 그래 맞어. 모든 지 잘먹지...... 우리 인혁이는..... "


그녀가 아직까지 밤송이인 내 머리를 쓰담으며 말했다.


" 가지고 놀다가 있다 제 자리에 갔다놔~~ "


" 조금만 기다려 나 화장좀하고....... "


" 안해도 이쁜데 모..... "


" 접대용 맨트가 많이 발전했네, 예전에는 한 얼굴이나 안한 얼굴이나

  똑같다고 그러고선..... "


" 그거 이쁘단 말이였는데...... 그때 기억해....... "


" 기억하지.......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그녀가 화장을 하던 모습을 그녀의 등뒤에서 쳐다보고 있었을때가 있었다. 여자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것 저것 얼굴에 옮겨놓으며 그녀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화장을 하는 동안 난 열심히 내가 가입한 소모임에서 채팅을 하고 있었다.


" 인혁씨는 나보다 더 중독된거 같은데............ 그새를 못참아서 "


" 중독이라니, 원래 내 팬이 많잖아...... "


" 어련 할라고........ 카사노바란 별명이 어디 가겠어 "


대학때, 별명이 카사노바였었다. 정말 억울한 별명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정말 카사노바였다면 조금은 덜 억울했을거다. 일학년때 하숙을 하게되었고, 같이 하숙한 놈들이 엄청난 놈들이라서 실속없이 아는 여자만 무지 많았다.


그리고 2학년이 되서는 원룸에서 자취를 했는데  건너편에 사는 선배누나들과 친해지게 되서 같이 시장을 보러 나갔다가 카사노바 아닌 카사노바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날따라 왜 그리 아는 여자애들을 많은지 카사노바라는 별명이 붙어 버린것이다. 아마 최소한 10명 이상은 마주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와 나는 압구정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 모 먹을래 ? "


" 같은 걸로 먹을께...... "


" 난 안먹을 건데 ....... 우리 그냥 나갈까......  "


그녀는 엷은 미소와 함께 농담을 했다. 많이 밝아져 있었다.


" 왜...... "


" 응 요새 소화가 잘 안돼서...... 여기요 "


그녀가 웨이터를 불렀다.


" 내가 시켜주는거 먹어 알았지..... "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한잔하고요 A 요 ?”


" 속도 안 좋으면서....... 그리고 A 는 뭐야?"


“ 응 여기 나 단골이야 ”


그때.


" 야 너 인혁이 아냐..... "


그녀에게 속도 안 좋으면서 왜 커피를 시키냐고 물으려고 하는데 통신에서 알게된 친구놈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 녀석은 대뜸 보자마자 누구냐고 묻기 시작했다.


" 내가 나중에 연락할께 "


그녀가 불편해 하는 듯해서 그렇게 말했다.


" 그래 알았다.  누구 앤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냐.... "


그리고 녀석은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곤 내게 손을 한번 흔들더니 나갔다.


" 내가 인혁씨 애인이야.......? "


그녀는 내게 농담을 했을 뿐인데 내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침울하게 가라앉아 버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틀려 버렸다.


병신, 병신.......  속으로 수없이 외칠뿐이었다.


첫 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이라는 신앙과 같았던 다짐.


내 자신과 약속을 지킬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인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하는거야.


왜? 그녀가 이혼녀라서............


그게 무슨 상관이지, 겨우 그정도 였던거야.

니가 말하던 심한 그리움, 그런 사랑은 어디로 가버린거지?


이혼녀? 무슨 상관이지?


니가 말하던 사랑은, 무엇이든 초월할 수 있는 그런 거 아니였어.


정환이와 영미를 바라보면서도,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말했었잖아.


나는 나를 그렇게 계속 나무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허락할리도 없겠지만, 이혼녀란, 사회의 편견을 이겨낼 내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이제 또 다시 다른 다른 용기가 생기길 기다려야하는 걸까?


바라만 볼 수 있다면, 그저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내겐 그녀는 행복의 이유였었다. 호진이 녀석과 그녀를 같이 만날때면 난 그녀를 견눈질하며 말할 수 없었던 내 가슴속에 묶여 있는 사랑을 달래 주었다.


지금은 견눈질을 할 필요도 호진녀석의 눈치를 살필 이유도 없다. 그녀는 내 앞에 이제서야 여자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티스푼으로 커피잔을 빙빙 돌리며 휘졋고 있었다.


“ 사랑해, 민경아 ”


난데없이 그 말이 갑자기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리곤 그녀는 자리를 뛰쳐나가 버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고 있었던 말 이였는데.


그리고 한참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을뿐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통신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한 개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같은 동호회에 있던 누나였다.


인혁이에게

인혁아 너 이혼후기란 모임 알아?

왜 있잖아 미숙이 언니가 만든 모임.


그 곳에 Slamp78 이라는 여자가  글써 논게 있는데 왠지 니 얘기 같더라?


서둘러 이혼후기로 향했다. 이혼후기는 얼마전에 이혼한  희란선배가 만든 모임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민경이가 있을 줄이야. 통신을 하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그곳에 가입한 모양이었다.


Slamp78은 78번째 street lamp 의 약자 였다. 78 번째 가로등.


지금까지 바라본 야경중에서 손가락안에 꼽히는 미경, 속초 미시령 고갯길, 그의 친구 호진이 내게 사랑을 고백하던 날, 우리는 미시령 고개 휴계소를 간적이 있었다.


그의 친구가  잠시 음료수를 사러간 사이 잠시만의 둘의 시간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둘은 말이 없이 멀리 보이는 야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자꾸만 뛰었다. 이러다간 정말 들켜 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가만히 야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 뭐해?”

 

내가 묻자.


“응, 가로등 세고 있었어 ”


“ 몇 개나 셌어? ”


“ 78개 ”


“ 후후 ”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다.  결혼하기 전 그 우연아닌 우연한 만남이 있기전까지.

 

그녀의 글은 계속 이어졌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자기의 이야기를 다 그곳에 마치 그곳을 감정의 쓰레기통 인 마냥 그렇게 그곳에 자기 마음을 비우고있었다. 그녀의 결혼은 그녀가 원한 것이 아니였다. 아니 그녀가 원한 것이였다. 사랑 보단 아버지의 부도로 인한 집안의 어려움. 지금까지 고생 없이 커왔던 그녀에게 가난의 시작이란 너무나도 힘겨웠던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혼으로 인해 민경이는 물론 그녀의 집 또한 가난이란 굴레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랑 보단 편안함을 택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결혼 생활을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글을 클릭했다.


글쓴이 : 유민경(Slamp78)

제  목 : 내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


언제나 그가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렸어. 자기보다 남을 생각하는 그에게 내 모습이 이기적으로 비칠까 두려워서, 그렇게 기다리고만 있었다.


이혼을 한 뒤 한참을 망설이다 그를 찾아갔다. 지옥 같았던 결혼 생활, 도저히 이곳에서는 기억이 사라지질 않는다. 이 곳을 떠나기전, 그를 꼭 보고 가야만 할 거 같았다. 그 만큼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줄꺼란 막연한 기대로 그에게로 향했다. 처음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항상 남을 배려하려 했던 그런 사람으로 여전히 내 앞에 서있었다.


그에게 기대고 싶었다. 이 곳을 떠나기 전 아주 잠시만, 그에게 기대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서 5년만에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

.

.

.

.

.

.

이제 그것으로 만족해. 많이 그리웠고, 많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단 한번만이라도 이기적이길 바랬지만,


.......... 그런 그를 사랑한 건 아니니까.


그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전에


생각보다 빨리 그를 떠나야 할 것만 같아.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가 언젠가 이곳에 와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그가 많이 행복해 있었으면 좋겠어.


눈물이 나서 더 쓸 수가 없어............

 

 

 


한참을 침대 끝머리에 걸터앉아 한참을 울었다.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던 어느날 유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언니가 살고 있는 씨애틀로 떠 났다며..........

 

 


사랑이란,


하고픈자에겐 설레임.

하는자에겐 삶의 또 하나의 이유

끝난자에겐 아리움.

완료형이되진 못한채 진행형으로 남긴자에겐 잔인함.

후회스런 자에겐 커다란 미움.

지친자에겐 진부함


하지만, 나의 사랑은 여전히 바보 같을 뿐이다.


여자는 사랑할만한 것에 선을 긋지 않는다. ( 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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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저의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