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살려주세요'란 글썼던 사람

김혜민2004.04.27
조회1,223

네..지독한 배신을 당하고

그놈 차도 긁어버리고...

그런 사람입니다..

 

어제 점심때쯤 그놈을 잠깐 만났어요.

솔직히 결론이야 뻔한 거지만 만나온 시간들, 무게들 생각하면

말없이 돌아서기엔 너무 억울했거든요.

 

그놈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만...

그리고 나도 사랑했고 그 여자도 사랑했고....

사실은 나랑 정말 결혼하고 싶었는데

중간에 그 여자 다시 만나보니까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모습에

맘이 많이 흔들렸다고..

 

그래서 이번에 둘다 정리하려고 했었다네요...(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순 없지만..)

 

내가 그놈에게 오늘 새벽에 니 차 내가 다 부수려했다고.. 근데 맘만큼 잘 안되더라고..했더니

자기도 안대요...

주차장 CCTV에서 다 봤다고.

그러면서 착잡하게 그래... 잘했어.... 라는 말 한마디 하더군요.

 

내가 보상받고 싶다니까

뭘 어떻게 해주면 되겠냐고... 순순히 말하던데...

지금 이런 마당에 어떠한 것이 보상이 되겠습니까...

그냥.. 평생 내가 어떻게 사는지 두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라고...

내가 죽든, 내가 정말 잘 살든 끝까지 두눈 뜨고 지켜보라 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저녁때쯤 발신번호 제한으로 전화가 오더군요.

받아보니 그 놈 엄마....

 

굉장히 화난 목소리로 "너... 니가 차 부셨니?" 했습니다.

제가 힘없이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대뜸 "이런 썅년이 어디서 지랄 발광이야"라며 쌍욕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놀랐지만 어른이고, 그리고 내가 한 짓이니까..

전 그냥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소리먄....

근데 그놈 엄마 계속 "야이 썅년아, 물어내.. 차값 물어내"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더군요..

 

그러면서

열 계집 마다하는 놈 없다며, 자기 아들 두둔하대요..

니년들이 좋아서 내 아들이랑 쿵작지어 놓고 이제와서 왜 행패냐네요...

과연 지 남편이 다른 여자랑 바람 펴도 열 계집 마다하는 남자 없다며 저런식으로 말할까요..

 

너무 화가 났지만 그래도 전 끝까지 죄송합니다 소리만 했어요.

근데 차값 물어낼래 내가 고발조치 할까 라고 하더군요..

제가 말없이 가만히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이 썅년아, 너 딱 기다려... 내가 고발조치 할테니까.. 그리고 니 부모 전화번호 불러"

이러더군요...

 

아...

난 왜 몰랐을까요..

나 같은 거 고발조치 되고 설령 감옥에 간다한들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왜 그 순간 우리 부모님들 생각은 하나도 못했던 걸까요.....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전 내내 죄송합니다 소리만 계속 했어요...

그랬더니 그놈 엄마 계속 욕질 하더니 전화 뚝 끊네요..

 

그리고 한 15분쯤 후

다시 전화오대요..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린데...

차 물어내라고...

좋게 나오면 차값만 받고 끝내줄 수 있다고 하네요..

 

전.... 정말 아무 기운도 없고

뭐라 해야 할지 몰라서..

죄송합니다.... 전 그럴 능력도 없구요.....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또 온갖 욕을 퍼부으면서

그래 미친년 너 딱 기다려 내가 너네 집에 다 알리고 고발조치 할테니까 하고 뚝 끊어버렸습니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더군요.

겁이 나서가 아니라..

또 한번 느끼는 더러운 배신감과

내가 인간 쓰레기인 놈과 사랑을 했구나 하는 자책감에...

 

그놈 낮에 내가 차 얘기 했을 땐 정말 미안한듯이 그래 괜찮다 라고 하더니

이젠 지 엄마 치마폭 뒤에 숨어서 어떻게든 차값 물리려고 난리네요...

 

정말 더러운게 사람 인연인가봐요...

 

전 진짜 아무 생각없이 멍해졌어요.

될대로 되라 이런 심정이 가장 컸지만..

부모님 걱정은 너무 많이 되었어요...

 

근데 웃기죠....

사실 한달전 쯤에 우연히 1년전 헤어진 옛남자친구가 전화를 해와서

제가 굉장히 모질게(난 사귀는 사람 있노라고) 하고 끊어내 버린 적이 있었는데

어쩜 딱 그 순간에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지요....

 

그 사람 목소리 듣는순간,

내가 엉엉 눈물이 났습니다.

 

저 참 그 사람에게 모진 말 많이 하고, 그렇게 나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에게

난 지금 사귀는 사람이랑 너무 행복하다고 제발 좀 구질구질하게 굴지말고

떨어져나가 달라고 말했는데.... 그 모든 죄값을 지금 내가 고스란히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안했다고.... 오빠한테 잘못해서 나 지금 굉장히 심하게 벌받고 있다 하니

영문도 모르는 그 사람 왜 그러냐.... 걱정스레 물어봅니다.

 

저 다 말했습니다.

그놈하고 깊은 관계까지 갔던거와 양다리 걸친 배신, 그리고 그 놈 차 파손한거...

그래서 그놈 엄마가 나 고발한다 했다는 거....

그래서 나 그냥 고발당하려 한다고....

그랬습니다.

 

그 사람... 담담히 듣고 있더니...

걱정마 오빠가 해결할께.. 이럽니다..

너무나 바보같이...

 

내가, 오빠가 왜!! 왜!! 왜 나같은 애 때문에 그런 드러운 일에 휘말려 이러니

바보야, 그 모든 일 다 들어도.... 그래도 난 널 못잊겠는데.... 그래서 그러는거다...

이러더군요....

 

어쩜 사람이 이렇게 천지차이로 비교될 수 있나요..

 

전 그 사람에게 키스까지 허락한 것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5개월 만난 그놈에겐 내 순결도 허락했었죠..

그 모든 사실 다 알면서도 절 감싸주겠다 하네요....

 

너무 미안하고 죄스런 맘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전 그 사람에게 됐다고... 그냥.. 고발 당해서 차라리 다 망가져버리는 게 소원이라고..

했더니

그 사람, 바보야... 넌 상관없지만.. 너희 부모님 생각 좀 해... 라면서 호통을 치더군요...

 

말없이 눈물만 흘렀습니다...

 

그 사람 또 그럽니다.

그런 더러운 인간들하고 더이상 상종하면서 더 당하지 말고

그냥 오빠한테 넘겨...

내가 다 해결해줄께.

그리고 그런놈 깨끗하게 털어내버려....

죽고싶다는 말같은 거 하지말고...

너 죽어버리면 오빠도 정말 따라 죽는다.....

 

저... 왜그렇게 바보같았던 걸까요...

저 사람의 저런 온전한 사랑을 하나도 보지 못하고

그놈의 달콤한 속삭임을 진정한 사랑이라 믿고... 지금까지 왔다니...

 

그 사람이 그놈 집에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차 변상한다 하니 그놈 엄마 좋아라 하더랍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더이상 나 괴롭히지 말라고, 우리 집에도 알려선 곤란하다고 따끔하게

말하니 차 값만 제대로 변상하면 그런 일 없을거라 하더라네요....

 

정말 두번 죽는 기분입니다.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죽고

그 놈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끔찍해서 또 한번 죽고.....

 

미쳐가나 봅니다....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일 무서운 게 정말 인간인 것 같습니다...

 

같은 사람들끼리 어쩜 이런 짓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인지....

 

저...

그 사람 사랑하지 못하는데 그런 도움 받으면 안되는데.....

고맙고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 뿐인데...

 

아...

정말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려버렸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