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사 이야기 episode1 의 마지막편입니다. 전편을 읽고 읽어주세요 재미있었으면 좋겠네요 남형사 이야기 episode1 그녀들의 수갑 - 마지막편- “이 자식들 손 똑바로 안들어? 얼씨구 잘 한다. 아주 가방장사를 해라 가방장사를 이 놈들 이거 완전 프로구만 프로 보자! 구찌가 하나둘 셋, 프라다가 네 개, 시장 통 가방이 6개, 총 13개네. 우리 관할에 신고된 사건이 5개니까. 이거 너네들 8개는 어디서 했어? 응“ 신도림 경찰서 안 남 형사는 자신의 책상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증거물로 압수해온 핸드백 가방들을 세기 시작하였다. “아저씨 나머지는 정말 저희 꺼라니까요? 왜 안 믿으세요. 딱 5번만 생활고 때문에 어쩔수 없이 했다니까요?” “참나 이것들이 누구를 바보로 아나? 어이 미녀삼총사 아가씨들 어차피 조사해보면 나오는 거고 5건이나 13건이나 그게 그거여염 정상 참작 해줄테니 그냥 불어요? 네? 이쁜 아가씨들이 왜 이러나?“ “정말 정상 참작해주시는 거예요?” 지유는 정상참작을 해준다는 남형사의 말에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애처로운 눈을 조심히 흘기기 시작했다. “어 그래 야 역시 가슴넓은 아가씨 답게 딱 잘 알아 듣는 구만 그래 어서 말해봐 언제 어디서 나머지 범행을 저질렀는지?“ 남형사는 서둘러 의자로 내려와서 앉은 후 컴퓨터 자판 앞으로 손을 가져다 갔다. 나머지 사건에 대한 조서를 꾸미기 위해서 “자 그래 언제 어디서 라구요?” “그러니까 그게........악 왜 이래?” 지유의 옆에서 은희가 수갑을 찬 손으로 허리를 꼬집었다. “아저씨 저희도 머리 있거든요. 이거 그냥 장식 아니거든요. 5건과 13건이 어떻게 죄가 같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저씨 자꾸 함정 수사하시는데 저희는 정말 딱 5건 말고는 안했거든요. 지유! 넌 저 아저씨 말을 믿냐? 생긴 거 봐라 산도적 같이 생겨서.......“ “머 산도적? 아니 이것들이 정말 사람 열받게 하네. 야 이놈들아! 그래 좋다. 좋아. 너네들이 생활고 때문에 훔쳤다구 치자. 그럼 저기 강남이나 도곡동 타워팰리스 사는 돈이 흘러 넘쳐나는 뱃대지에 기름낀 인간들 꺼나 훔치지. 왜 우리 관할 구역처럼 못사는 사람들 피 땀흘려 모은 돈을 훔치냐구? 너네가 가장 최근에 훔친 아주머니 기억하지? 그 아주머니 돈이 어떤 돈 인줄 알아? 응? 20년 내내 달동네에서 근근이 행상하시며 자신에겐 한푼도 안 쓰고 생활하시며 차곡 차곡 모아서 20년 전에 헤어진 자신의 딸 찾는다구 신문이랑 잡지에 광고할려구 찾은 돈이란 말야. 그런데 너네가 그런 아주머니의 돈까지 훔쳐? 그게 어디 인간이냐? 너네는 그 아주머니의 돈이 아닌 삶의 희망을 훔친 살인자야 살인자 알았어? 손 바짝 안들어! 이 것들아! 너네들은 구제불능이야 구제불능“ “탁” 남형사는 플라스틱 파일의 모서리로 세차게 세 아가씨들의 머리를 한대씩 내리쳤다. “저기 정말 그런 돈이었어요?” 은희와 지유옆에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듯 축쳐져있던 혜림이 조심스럽게 남형사에게 말을 건네었다. “남 선배님 김 순임씨 모셔왔습니다.” 김경장은 아직은 거동이 불편한 쑨 아주머니의 어깨를 부축한 체 여기 저기 조서를 꾸미기위해 들리는 타자, 자판의 소리와 언성들이 가득한 어긋난 인생의 축소판인 신도림 경찰서 안으로 들어왔다. “아 모셔오셨어? 김 순임씨 이쪽으로 오세요 김 경장 녹차한잔 준비해주고” 남형사는 접이식 알루미늄 의자를 쑨아주머니를 위해 펴주다. 이내 아주머니의 허리상태가 불편한 걸 알고는 자신이 쓰던 가죽 안락의자를 조용히 아주머니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리곤 철책상위에 놓여있는 가방과 핸드백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주머니 핸드백 찾아가세요.” “저기....... 돈은?” 아주머니는 13개의 가방 중에서 가장 두터워보이는 합성 수지의 둔탁한 핸드백을 꺼내 손으로 표면을 만지작 대기 시작했다. 핸드백의 지퍼를 열어 돈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너무나 힘이 들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까봐. “저기.......그게........ 아 이 놈들이 전부 써버렸지 멉니까? 이 나쁜 새끼들이 야 이것들이 어디서 손 내리고 손 똑바로 안들어!“ 남형사는 왠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거 마냥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지유 등을 닥달하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천만원이라는 돈이.......... 십 몇년을 모아야만 모을 수 있을 만큼 큰 돈인줄 알았는데....... 그냥 며칠 써버리면 없어지는 아주 작은 돈이 었군요........ 그랬군요 그런 작은 돈으로 제 죄를 씻을 수 는 없는 거겠죠. 그래서 그런거네요. 우 흑.......흑 흑“ 쑨 아주머니가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울음은 결코 크지도 그렇다고 소란스러웠지는 않았지만 십 몇 년간의 그녀가 참아왔던 설움 때문인지 남 형사도 그리고 옆에서 조서를 꾸미던 김 경장도 앞에서 손을 들고 있던 지유와 은희, 혜림도 아주머니가 흘리는 눈물에서 짠 맛을 느끼고 있었다. 한 참을 고개를 저으며 울던 아주머니는 의외로 담담히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이제 돈이 들어있지 않은 핸드백의 지퍼를 열기 시작했다. “이제는 포기해야겠지요. 이제는........” 아주머니는 핸드백 안쪽에 손을 넣어 바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비밀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빛이 바래져 버려 이제는 색상조차 알아보기 힘든 반쪽으로 찢어진 사진 한 장을........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건 있었네요” “가족사진인가보죠? 아주머니 젊으셨을 때 미인이셨네요. 근데 왜 반쪽으로 찢겨져서 아주머니사진만 있으신 거예요? 여기 보니까 잡은 손이 되게 작은 거 보면 애기였나 본데“ 김 경장은 조서를 꾸미다 말고 고개를 갸웃 내밀어 아주머니의 손에 힘없이 들려있던 사진을 빼꼼 쳐다보았다. “이 손이 이 여린 손이 제 딸애의 손이랍니다. 웃는 게 참 이뻤는데.........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근근히 미싱공장의 공원을 하면서 하루에 세끼 챙겨먹는게 그렇게 힘들어서 그래서 더 이상 그 애를 키우기가 어려워서 우리 딸애라도 좋은 부모만나서 배곯지 말라구 그래서 그 어린 것을 대공원에 놓아두고 왔는데....... 그러는게 아니었는데........ 언젠가 다시 만나면 이제는 우리 딸애의 손을 잡고 절대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이제는 이 손이 제가 이젠 다시 잡지 못할 손이 되어버렸네요.“ 아주머니는 다시 눈물을 글성거리기 시작했고 괜한 질문을 한 김경장은 미안함에 머리만 긁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저거 혜림이가 가진 사진 반쪽이랑 같은 거 아냐?” “저기 곰 아저씨! 곰 아저씨! 저 아주머니 사진 반쪽 우리 혜림이가 가지고 있어요!” 지유와 은희는 혜림이 늘 꺼내어 보던 사진의 나머지 반쪽과 너무나 흡사한 아주머니의 사진 앞에 마치 연예인들의 사건 비화를 발견한 여고생 팬들처럼 부산스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혜림은 아주머니의 손에 들려있는 사진이 자신이 가진 사진의 반쪽인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크고 맑은 눈 속의 동공이 쉴 사이 없이 망울거리기 시작했다. “이 것들이 또 장난하네! 야 이놈들아 장난칠 분위기가 있지 지금 거기서 그런 말들이 나와 너네들 자꾸 그러면 더 가중처벌 한다.“ “아 시발 진짜 속고만 살았나? 곰 아저씨! 지금 혜림이년 윗 자켓의 지갑안쪽을 보란 말예요. 보면 알 것을 누가 형사 아니랄까봐! 의심이 무슨 오뉴월파리떼보다 더 많네“ 은희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남형사가 답답한 지 10원짜리가 섞인 욕을 곁들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것들이 좋아. 어디 아니기만 해봐라” 남형사는 아무말도 못한 채 비석처럼 굳어있는 혜림의 자켓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붉은 색 지갑을 꺼내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남형사는 지갑 안에서 꺼낸 혜림의 사진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한 채 낡은 사진을 천천히 쑨 아주머니에게 건네어 주었다. 사진을 받은 아주머니의 윗 입술과 아랫입술이 경련으로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었다. 맞는 게 확실한데두 그런데두 아주머니는 몇 번이고 철 책상위에 두 사진을 계속해서 떼었다. 맞대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쉬운데 이렇게 찢겨진 사진 두장이 맞대어지는 건 너무 쉬운데 왜....... 왜....... 왜 이제야 이렇게 우리 둘은 만나는 건 이렇게 어려웠는지 왜 그런 건지....... 흑 흑 은혜야........ 엄마를 용서해 줄수 있니?“ 아주머니는 혜림을 은혜라 부르며 불편한 허리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혜림에게 다가가 혜림의 손을 잡았다. 아주머니의 제대로 닦지 않은 얼굴 표면으로 매끄럽지 않은 힘겨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수갑을 찬 채 20년 만에 다시 잡은 어머니의 체온을 느끼고 있는 혜림의 손목으로도 오래전 잃어버린 4살 박이 소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떨어지는 눈물을 고스란히 머금은 오른쪽 손목의 혜림의 나비문신이 더욱더 우울한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쑨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자신의 집에 매일 오던 생활보조용품이 럭키슈퍼 김씨가 매일 들고 오던 쌀이며 음식들이 누가 보낸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니가 보낸 거구나 그랬구나 너도........” “네....... 처음 아주머니를 밀쳐낼 때부터 꼭 내 맘속에 소중한 무언가를 밀쳐내는 거 같아서 가슴이 계속 아팠어요. 지울려구 했는데 눈빛이, 내 다리를 잡았던 손길이 계속 기억나서 그래서 찾아갔어요........ “ “그랬구나 우리 은혜 엄마 기억하고 있었구나. 엄마 용서해주겠니?” 혜림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한 채 그저 고객만 끄덕 거렸다. 그렇지만 아직은 마음속에 자신을 버린 엄마가 미운 마음이 아주머니를 엄마라 부를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가자. 이제 우리 둘 떨어져있던 시간만큼 아니 더 많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자. 가자 은혜야 엄마 집으로.......“ 아주머니는 수갑을 찬 혜림의 손을 잡고 경찰서의 밖으로 나갈려고 하고 있었다. “안됩니다. 아주머니 아직 조사가 덜 끝났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 범죄자이구요.“ 나갈려는 아주머니의 앞으로 김경장이 가로막고 서있었다. 남형사는 그 뒤에서 말없이 담배한대를 꺼내어 물었다. “아니 내 딸이 엄마 돈을 가져간게 머가 잘못이야 그것도 죄야.” “그것두 분명 죄입니다. 그리고 그건 말고도 이미 4건이나 고발이 된 상태입니다.” 아주머니의 가슴이 무너졌다. 겨우 20년 만에 만난 딸이 만나자 말자 다시 차가운 철장 속으로 헤어져야한다니. 자신이 대공원에서 딸애를 잡았던 손만 놓치 않았어두 자신이 버리지만 않았어도 그토록 이쁘고 착하던 은혜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아주머니의 가슴을 읊조여 왔다. “이봐요 형사양반. 높은 곳에 있을 때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알잖아요. 이 애가 이렇게 된거다 이 못난 어미 잘못이라는 거 엄마 없는 아이가 멀 해서 먹고 살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제발요. 제발 내가 앞으로 행상해서 돈 많이 벌면 꼭 이 은혜 갚을께요 그러니 제발......“ “저도 사정은 딱하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말쑥한 정장차림 만큼이나 원칙을 고수하는 김 경장은 애써 마음아픈 것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말을 꺼내었다. “야이 무정한 양반들아. 법에는 눈물도 없다냐! 그럼 나도 잡아가라. 이애를 이렇게 만든건 다 내 잘못이니 그럼 나도 공범 아니야 나도 잡아가. 이제는 더 이상 헤어지지않을테니 차라리 우리 모녀를 철장안에 다 같이 넣어줘. 자 어서 나도 잡아가라고 “ 아주머니는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손에 수갑을 채우라며 손을 앞으로 내 밀었고 김경장은 계속된 난처함에 남형사를 쳐다보았다. “아주머니 정말.....이러시면........” 김 경장의 뒤 쪽에서 남형사가 길게 담배 한 모금을 빨아 당긴 후 성큼 아주머니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곤 혜림의 왼 손목에 수갑을 푼 후 한 쪽 수갑을 그대로 아주머니의 왼 손에 철컥 하고 채웠다. “아주머니 말씀이 맞네요. 아주머니의 말씀처럼 이 아가씨가 이렇게 된데는 아주머니 책임이 크니까 아주머니도 공범이 맞네요. 그러니 아주머니도 함께 체포합니다.“ 막상 수갑이 두 모녀의 팔에 채워지자 평생을 위법과 멀게만 살아왔던 아주머니는 겁이 난 듯 자신의 손목과 혜림의 얼굴만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고 그런 맘약한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범죄자 취급 받는 게 마음아팠던지 혜림은 평소와 다르게 욕지껄이를 해대기 시작했다. “야 야이 개새끼야 우리 엄마가 멀 잘못했다구 수갑을 채워 범죄자는 나 혼자 뿐이잖아. 내가 훔쳤다구 이 나쁜 새끼야 우리 엄마가 무슨 잘못이 있어! 어서 수갑 안풀어! 풀란말야 개자식아.......내가 다 잘못했다구. 다 내 잘못이라구...... 엉. 엉.......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세월의 무게 때문에 이제까지 어머니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던 혜림의 입에서 어느새 엄마라는 외침이 터쳐나왔다. 남형사는 혜림의 주먹질을 맞아가며 조용히 혜림의 남은 왼쪽 손과 아주머니의 오른쪽 손을 잡은 후 두 모녀의 손을 맞잡게 했다. 그리곤 두 모녀의 맞잡은 손 사이로 수갑의 열쇄를 살며시 쥐어 주었다. “법이 만들어 놓은 상처와 법을 어겨 채우는 수갑은 형사인 제가 얼마든지 풀어 드릴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상처와 두 사람이 떨어져 지냈던 세월의 아픔이 만들어 놓은 수갑은 제가 감히 풀어드릴 수 없네요. 두 분이 지난 과거의 모든 아픔과 혹시나 모를 미움을 서로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두 사람 스스로 이 수갑을 벗어 버리고 나가세요. 힘든 세월이 만들어 놓았던 당신들만의 수갑을요.“ 남형사는 나지막히 두 모녀의 손을 한번 꾸욱 잡아준 뒤 담배를 꾸욱 물고는 경찰서의 유리대문 앞으로 걸어나갔다. 남형사의 뒤로 김 경장이 서둘러 쫒아 나왔다. “남 선배님 지금 머하시는 겁니까? 조서까지 꾸민 범죄자를 놓아주시다뇨?” “야 김 경장! 김 경우 경장. 이승엽의 별명은 홈런제조기, 그럼 내 별명은 여기서 머야?” 남형사는 두 손으로 아이를 다루듯이 김경장의 뺨을 어루만지면 물었다. “네? 그거야 시말서 제조기죠” “그렇지? 시말서 제조기!. 그럼 시말서 하나 더 쓰지 머! 잔소리 말고 그거나 하나 줘” “아 이거요?" 김 경장은 다시 안주머니에서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남형사에게 건네어 주었다. 남형사는 언제나처럼 입안에 박하사탕을 넣은 후 천천히 혀끝으로 감싸며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갑자기 주먹을 쥐어 하늘을 향해 뻗기 시작했다. “야아아.... 씨발! 그래 이 맛이야! 이 맛! 30년 전에 바로 내 어머니가 나한테 주셨던 그 맛. 이 맛을 찾는데 30년이나 걸렸네. 하하 야 김경장! 낼부터는 이 박하사탕으로 사다놓으라고....... 바로 이거로 말야“ 이제 40대 중반의 주름진 남형사의 눈빛은 30년 전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고 그의 눈가엔 물감을 서서히 빨아드리는 리트머스 종이처럼 촉촉한 눈물이 번져가기 시작했다. 김 경장은 남형사의 꼭 어깨 넓이만큼의 거리에서 경찰이 아닌 한 남자로서의 그가 만들어 놓은 삶이 향기를 느끼고 서있었다. 그리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소리를 마음으로 하고 있었다. “그거 어제꺼랑 똑같은 건데........씨발” 그렇게 6월의 어느 날! 오후의 햇살이 신도림 경찰서의 유리대문을 스테인 그래스마냥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남형사 이야기 episode1 그녀들의 수갑 -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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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사 이야기 episode1 그녀들의 수갑 - 마지막편-
“이 자식들 손 똑바로 안들어? 얼씨구 잘 한다. 아주 가방장사를 해라 가방장사를
이 놈들 이거 완전 프로구만 프로 보자! 구찌가 하나둘 셋,
프라다가 네 개, 시장 통 가방이 6개, 총 13개네.
우리 관할에 신고된 사건이 5개니까. 이거 너네들 8개는 어디서 했어? 응“
신도림 경찰서 안 남 형사는 자신의 책상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증거물로 압수해온 핸드백 가방들을 세기 시작하였다.
“아저씨 나머지는 정말 저희 꺼라니까요? 왜 안 믿으세요. 딱 5번만
생활고 때문에 어쩔수 없이 했다니까요?”
“참나 이것들이 누구를 바보로 아나?
어이 미녀삼총사 아가씨들 어차피 조사해보면
나오는 거고 5건이나 13건이나 그게 그거여염 정상 참작 해줄테니
그냥 불어요? 네?
이쁜 아가씨들이 왜 이러나?“
“정말 정상 참작해주시는 거예요?”
지유는 정상참작을 해준다는 남형사의 말에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애처로운 눈을 조심히 흘기기 시작했다.
“어 그래 야 역시 가슴넓은 아가씨 답게 딱 잘 알아 듣는 구만 그래 어서 말해봐
언제 어디서 나머지 범행을 저질렀는지?“
남형사는 서둘러 의자로 내려와서 앉은 후 컴퓨터 자판 앞으로 손을 가져다 갔다.
나머지 사건에 대한 조서를 꾸미기 위해서
“자 그래 언제 어디서 라구요?”
“그러니까 그게........악 왜 이래?”
지유의 옆에서 은희가 수갑을 찬 손으로 허리를 꼬집었다.
“아저씨 저희도 머리 있거든요. 이거 그냥 장식 아니거든요.
5건과 13건이 어떻게 죄가 같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저씨 자꾸 함정 수사하시는데 저희는 정말
딱 5건 말고는 안했거든요.
지유! 넌 저 아저씨 말을 믿냐? 생긴 거 봐라 산도적 같이 생겨서.......“
“머 산도적? 아니 이것들이 정말 사람 열받게 하네.
야 이놈들아! 그래 좋다. 좋아. 너네들이 생활고 때문에 훔쳤다구 치자.
그럼 저기 강남이나 도곡동 타워팰리스 사는 돈이 흘러 넘쳐나는
뱃대지에 기름낀 인간들 꺼나 훔치지. 왜 우리 관할 구역처럼
못사는 사람들 피 땀흘려 모은 돈을 훔치냐구?
너네가 가장 최근에 훔친 아주머니 기억하지?
그 아주머니 돈이 어떤 돈 인줄 알아? 응?
20년 내내 달동네에서 근근이 행상하시며 자신에겐 한푼도 안 쓰고
생활하시며 차곡 차곡 모아서
20년 전에 헤어진 자신의 딸 찾는다구 신문이랑 잡지에 광고할려구
찾은 돈이란 말야.
그런데 너네가 그런 아주머니의 돈까지 훔쳐?
그게 어디 인간이냐?
너네는 그 아주머니의 돈이 아닌 삶의 희망을 훔친
살인자야 살인자 알았어?
손 바짝 안들어! 이 것들아! 너네들은 구제불능이야 구제불능“
“탁”
남형사는 플라스틱 파일의 모서리로 세차게 세 아가씨들의
머리를 한대씩 내리쳤다.
“저기 정말 그런 돈이었어요?”
은희와 지유옆에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듯 축쳐져있던 혜림이 조심스럽게
남형사에게 말을 건네었다.
“남 선배님 김 순임씨 모셔왔습니다.”
김경장은 아직은 거동이 불편한 쑨 아주머니의 어깨를 부축한 체
여기 저기 조서를 꾸미기위해 들리는 타자, 자판의 소리와 언성들이 가득한
어긋난 인생의 축소판인 신도림 경찰서 안으로 들어왔다.
“아 모셔오셨어? 김 순임씨 이쪽으로 오세요 김 경장 녹차한잔 준비해주고”
남형사는 접이식 알루미늄 의자를 쑨아주머니를 위해 펴주다. 이내 아주머니의
허리상태가 불편한 걸 알고는 자신이 쓰던
가죽 안락의자를 조용히 아주머니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리곤 철책상위에 놓여있는 가방과 핸드백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주머니 핸드백 찾아가세요.”
“저기....... 돈은?”
아주머니는 13개의 가방 중에서 가장 두터워보이는 합성 수지의 둔탁한 핸드백을
꺼내 손으로 표면을 만지작 대기 시작했다.
핸드백의 지퍼를 열어 돈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너무나 힘이 들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까봐.
“저기.......그게........ 아 이 놈들이 전부 써버렸지 멉니까? 이 나쁜 새끼들이
야 이것들이 어디서 손 내리고 손 똑바로 안들어!“
남형사는 왠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거 마냥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지유 등을 닥달하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천만원이라는 돈이..........
십 몇년을 모아야만 모을 수 있을 만큼 큰 돈인줄 알았는데.......
그냥 며칠 써버리면 없어지는 아주 작은 돈이 었군요........
그랬군요 그런 작은 돈으로 제 죄를 씻을 수 는 없는 거겠죠.
그래서 그런거네요.
우 흑.......흑 흑“
쑨 아주머니가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울음은 결코 크지도 그렇다고
소란스러웠지는 않았지만 십 몇 년간의 그녀가 참아왔던 설움 때문인지
남 형사도 그리고 옆에서 조서를 꾸미던 김 경장도 앞에서 손을 들고 있던
지유와 은희, 혜림도 아주머니가 흘리는 눈물에서 짠 맛을 느끼고 있었다.
한 참을 고개를 저으며 울던 아주머니는 의외로 담담히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이제 돈이 들어있지 않은 핸드백의 지퍼를 열기 시작했다.
“이제는 포기해야겠지요. 이제는........”
아주머니는 핸드백 안쪽에 손을 넣어 바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비밀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빛이 바래져 버려 이제는 색상조차 알아보기 힘든 반쪽으로 찢어진 사진 한 장을........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건 있었네요”
“가족사진인가보죠? 아주머니 젊으셨을 때 미인이셨네요.
근데 왜 반쪽으로 찢겨져서 아주머니사진만 있으신 거예요? 여기 보니까
잡은 손이 되게 작은 거 보면 애기였나 본데“
김 경장은 조서를 꾸미다 말고 고개를 갸웃 내밀어 아주머니의 손에 힘없이 들려있던
사진을 빼꼼 쳐다보았다.
“이 손이 이 여린 손이 제 딸애의 손이랍니다. 웃는 게 참 이뻤는데.........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근근히 미싱공장의 공원을 하면서 하루에 세끼 챙겨먹는게
그렇게 힘들어서 그래서 더 이상 그 애를 키우기가 어려워서
우리 딸애라도 좋은 부모만나서 배곯지 말라구 그래서 그 어린 것을 대공원에
놓아두고 왔는데.......
그러는게 아니었는데........
언젠가 다시 만나면 이제는 우리 딸애의 손을 잡고 절대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이제는 이 손이 제가 이젠 다시 잡지 못할 손이 되어버렸네요.“
아주머니는 다시 눈물을 글성거리기 시작했고 괜한 질문을 한 김경장은
미안함에 머리만 긁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저거 혜림이가 가진 사진 반쪽이랑 같은 거 아냐?”
“저기 곰 아저씨! 곰 아저씨! 저 아주머니 사진 반쪽 우리 혜림이가 가지고 있어요!”
지유와 은희는 혜림이 늘 꺼내어 보던 사진의 나머지 반쪽과 너무나
흡사한 아주머니의 사진 앞에 마치 연예인들의 사건 비화를 발견한
여고생 팬들처럼 부산스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혜림은 아주머니의 손에 들려있는
사진이 자신이 가진 사진의 반쪽인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크고 맑은 눈 속의
동공이 쉴 사이 없이 망울거리기 시작했다.
“이 것들이 또 장난하네! 야 이놈들아 장난칠 분위기가 있지
지금 거기서 그런 말들이 나와 너네들 자꾸 그러면 더 가중처벌 한다.“
“아 시발 진짜 속고만 살았나? 곰 아저씨! 지금 혜림이년 윗 자켓의 지갑안쪽을
보란 말예요. 보면 알 것을 누가 형사 아니랄까봐!
의심이 무슨 오뉴월파리떼보다 더 많네“
은희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남형사가 답답한 지 10원짜리가 섞인
욕을 곁들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것들이 좋아. 어디 아니기만 해봐라”
남형사는 아무말도 못한 채 비석처럼 굳어있는 혜림의 자켓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붉은 색 지갑을 꺼내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남형사는 지갑 안에서 꺼낸 혜림의 사진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한 채
낡은 사진을 천천히 쑨 아주머니에게 건네어 주었다.
사진을 받은 아주머니의 윗 입술과 아랫입술이 경련으로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었다.
맞는 게 확실한데두 그런데두 아주머니는 몇 번이고 철 책상위에 두 사진을
계속해서 떼었다. 맞대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쉬운데 이렇게 찢겨진 사진 두장이 맞대어지는 건 너무 쉬운데
왜....... 왜....... 왜 이제야 이렇게 우리 둘은 만나는 건 이렇게 어려웠는지
왜 그런 건지....... 흑 흑 은혜야........
엄마를 용서해 줄수 있니?“
아주머니는 혜림을 은혜라 부르며 불편한 허리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혜림에게
다가가 혜림의 손을 잡았다.
아주머니의 제대로 닦지 않은 얼굴 표면으로 매끄럽지 않은 힘겨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수갑을 찬 채 20년 만에 다시 잡은 어머니의 체온을 느끼고 있는
혜림의 손목으로도 오래전 잃어버린 4살 박이 소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떨어지는 눈물을 고스란히 머금은 오른쪽 손목의 혜림의 나비문신이
더욱더 우울한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쑨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자신의 집에 매일 오던 생활보조용품이
럭키슈퍼 김씨가 매일 들고 오던 쌀이며 음식들이 누가 보낸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니가 보낸 거구나 그랬구나 너도........”
“네....... 처음 아주머니를 밀쳐낼 때부터 꼭 내 맘속에 소중한 무언가를
밀쳐내는 거 같아서 가슴이 계속 아팠어요. 지울려구 했는데
눈빛이, 내 다리를 잡았던 손길이 계속 기억나서
그래서 찾아갔어요........ “
“그랬구나 우리 은혜 엄마 기억하고 있었구나. 엄마 용서해주겠니?”
혜림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한 채 그저 고객만 끄덕 거렸다.
그렇지만 아직은 마음속에 자신을 버린 엄마가 미운 마음이
아주머니를 엄마라 부를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가자. 이제 우리 둘 떨어져있던 시간만큼 아니 더 많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자.
가자 은혜야 엄마 집으로.......“
아주머니는 수갑을 찬 혜림의 손을 잡고 경찰서의 밖으로 나갈려고 하고 있었다.
“안됩니다. 아주머니 아직 조사가 덜 끝났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 범죄자이구요.“
나갈려는 아주머니의 앞으로 김경장이 가로막고 서있었다. 남형사는 그 뒤에서
말없이 담배한대를 꺼내어 물었다.
“아니 내 딸이 엄마 돈을 가져간게 머가 잘못이야 그것도 죄야.”
“그것두 분명 죄입니다. 그리고 그건 말고도 이미 4건이나 고발이 된 상태입니다.”
아주머니의 가슴이 무너졌다. 겨우 20년 만에 만난 딸이 만나자 말자
다시 차가운 철장 속으로 헤어져야한다니. 자신이 대공원에서 딸애를 잡았던 손만
놓치 않았어두 자신이 버리지만 않았어도 그토록 이쁘고 착하던 은혜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아주머니의 가슴을 읊조여 왔다.
“이봐요 형사양반. 높은 곳에 있을 때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알잖아요.
이 애가 이렇게 된거다 이 못난 어미 잘못이라는 거
엄마 없는 아이가 멀 해서 먹고 살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제발요. 제발
내가 앞으로 행상해서 돈 많이 벌면 꼭 이 은혜 갚을께요 그러니 제발......“
“저도 사정은 딱하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말쑥한 정장차림 만큼이나 원칙을 고수하는 김 경장은 애써 마음아픈 것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말을 꺼내었다.
“야이 무정한 양반들아. 법에는 눈물도 없다냐!
그럼 나도 잡아가라. 이애를 이렇게 만든건 다 내 잘못이니
그럼 나도 공범 아니야 나도 잡아가. 이제는 더 이상 헤어지지않을테니
차라리 우리 모녀를 철장안에 다 같이 넣어줘.
자 어서 나도 잡아가라고 “
아주머니는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손에 수갑을 채우라며 손을 앞으로 내 밀었고
김경장은 계속된 난처함에 남형사를 쳐다보았다.
“아주머니 정말.....이러시면........”
김 경장의 뒤 쪽에서 남형사가 길게 담배 한 모금을 빨아 당긴 후
성큼 아주머니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곤 혜림의 왼 손목에 수갑을 푼 후
한 쪽 수갑을 그대로 아주머니의 왼 손에 철컥 하고 채웠다.
“아주머니 말씀이 맞네요. 아주머니의 말씀처럼 이 아가씨가 이렇게 된데는
아주머니 책임이 크니까 아주머니도 공범이 맞네요. 그러니 아주머니도
함께 체포합니다.“
막상 수갑이 두 모녀의 팔에 채워지자 평생을 위법과 멀게만 살아왔던
아주머니는 겁이 난 듯 자신의 손목과 혜림의 얼굴만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고
그런 맘약한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범죄자 취급 받는 게 마음아팠던지
혜림은 평소와 다르게 욕지껄이를 해대기 시작했다.
“야 야이 개새끼야 우리 엄마가 멀 잘못했다구 수갑을 채워
범죄자는 나 혼자 뿐이잖아. 내가 훔쳤다구 이 나쁜 새끼야
우리 엄마가 무슨 잘못이 있어! 어서 수갑 안풀어! 풀란말야
개자식아.......내가 다 잘못했다구. 다 내 잘못이라구......
엉. 엉.......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세월의 무게 때문에 이제까지 어머니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던 혜림의 입에서
어느새 엄마라는 외침이 터쳐나왔다.
남형사는 혜림의 주먹질을 맞아가며 조용히 혜림의 남은 왼쪽 손과
아주머니의 오른쪽 손을 잡은 후 두 모녀의 손을 맞잡게 했다.
그리곤 두 모녀의 맞잡은 손 사이로 수갑의 열쇄를 살며시 쥐어 주었다.
“법이 만들어 놓은 상처와 법을 어겨 채우는 수갑은 형사인 제가 얼마든지
풀어 드릴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상처와 두 사람이 떨어져 지냈던
세월의 아픔이 만들어 놓은 수갑은 제가 감히 풀어드릴 수 없네요.
두 분이 지난 과거의 모든 아픔과 혹시나 모를 미움을 서로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두 사람 스스로 이 수갑을 벗어 버리고 나가세요.
힘든 세월이 만들어 놓았던 당신들만의 수갑을요.“
남형사는 나지막히 두 모녀의 손을 한번 꾸욱 잡아준 뒤 담배를 꾸욱 물고는
경찰서의 유리대문 앞으로 걸어나갔다.
남형사의 뒤로 김 경장이 서둘러 쫒아 나왔다.
“남 선배님 지금 머하시는 겁니까? 조서까지 꾸민 범죄자를 놓아주시다뇨?”
“야 김 경장! 김 경우 경장. 이승엽의 별명은 홈런제조기,
그럼 내 별명은 여기서 머야?”
남형사는 두 손으로 아이를 다루듯이 김경장의 뺨을 어루만지면 물었다.
“네? 그거야 시말서 제조기죠”
“그렇지? 시말서 제조기!. 그럼 시말서 하나 더 쓰지 머!
잔소리 말고 그거나 하나 줘”
“아 이거요?"
김 경장은 다시 안주머니에서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남형사에게 건네어 주었다.
남형사는 언제나처럼 입안에 박하사탕을 넣은 후
천천히 혀끝으로 감싸며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갑자기 주먹을 쥐어 하늘을 향해 뻗기 시작했다.
“야아아.... 씨발! 그래 이 맛이야! 이 맛!
30년 전에 바로 내 어머니가 나한테 주셨던 그 맛.
이 맛을 찾는데 30년이나 걸렸네. 하하
야 김경장! 낼부터는 이 박하사탕으로 사다놓으라고.......
바로 이거로 말야“
이제 40대 중반의 주름진 남형사의 눈빛은 30년 전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고
그의 눈가엔 물감을 서서히 빨아드리는 리트머스 종이처럼
촉촉한 눈물이 번져가기 시작했다.
김 경장은 남형사의 꼭 어깨 넓이만큼의 거리에서 경찰이 아닌
한 남자로서의 그가 만들어 놓은 삶이 향기를 느끼고 서있었다.
그리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소리를 마음으로 하고 있었다.
“그거 어제꺼랑 똑같은 건데........씨발”
그렇게 6월의 어느 날!
오후의 햇살이 신도림 경찰서의
유리대문을 스테인 그래스마냥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