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냉장고(?)

큰가방2004.05.02
조회299

말하는 냉장고(?)엊그제 비가 내렸음에도 황사가 계속해서 휘날리고 있는지 마치 하늘에는 뿌연 안개가 끼어
있는 듯 맑은 하늘은 보이지 않고 흐릿한 하늘에 기온마저 크게 내렸는지 서늘한 날씨가 3
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집 정원에 있는 철쭉나무에는 화사하면서도 붉은 꽃
들이 피어나 요염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시골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하러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서 천천히 달려갑니다. 그리고 전남 보성읍 봉산리 온수동 마을의 도
로 앞을 막 지나가고 있는데

 

말하는 냉장고(?)대학생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서 차밭(녹차밭) 쪽을 향하여 열심히 걸어가다 저를 보더니
“아저씨! 녹차 밭이 아직 멀었나요?” 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저쪽에 보이는 것이 차밭인데
요!” 하면서 도로 오른쪽 ‘다향 가득한 집’에서 가꾸는 조그만 차밭을 가르치며 빙긋이 웃
자 “아저씨! 저 차밭 말고요 TV에 나오는 차밭 말이에요!” 하고 따라서 웃습니다. “아! 그
차밭 말씀이군요! 이제 거의 다 오셨어요! 이제 약 4km 쯤 더 가시면 됩니다!” 하였더니
“아이구 아직도 그렇게 남았어요?” 하며 깜짝 놀라는 표정입니다.

 

말하는 냉장고(?)“4km 면 이제 거의 오신 거나 다름없지요!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소풍을 차밭으로 다
녔는데 걸어서 다녔거든요! 그런데 여기가 보성읍과 차밭의 꼭 절반이거든요! 옛말에 시작
이 반이다! 라고 하였는데 여기까지 오셨으니 이제 차밭에 다 온 것이나 다름없지요?” 하였
더니 아가씨들은 또 다시 빙긋이 웃더니 “예! 아저씨 고맙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하면
서 다시 차밭을 향하여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아가씨들을 뒤로하고 봉산리 노산 마을
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말하는 냉장고(?)그리고 노산 마을의 아래쪽에 살고 계시는 선태보 씨 댁 마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랬더니 마
당에는 전자제품을 배달하는 트럭이 한 대 서있고 그 옆에는 냉장고에 씌우는 커다란 박스
하나가 덩그렇게 누워있습니다. 그래서 선태보 씨의 부인에게 “냉장고 새로 장만하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선태보 씨의 부인께서 “거시기 냉장고가 밤이문 말을 해싼당께 그래서 냉장
고를 한나 사갖고 왔어!” 하십니다. ‘아니! 냉장고가 말을 해? 냉장고가 어떻게 말을 하
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묻습니다.

 

말하는 냉장고(?)“아니 냉장고가 어떻게 말을 해요?” 하였더니 “써근노무 냉장고가 왱왱왱왱 하다가 들들들
들 하다가 또 으짤때는 엉엉엉엉 하다가 꼭 애기우는 소리를 내싼당께 그래서 저녁에는 시
끄루와서 잠을 못자것어!” 하십니다. “아니 그러면 냉장고를 좀 달래보시지 그랬어요?” 하
였더니 “냉장고가 달긴다고 안울문 쓰거인디 달개도 소용없이 한없이 울어싼게 할 수 없이
새로 냉장고를 사갖고 왔제~에!” 하십니다. “냉장고를 서비스 센터에 수리 좀 해달라고 하
시지 그랬어요?” 하였더니

 

말하는 냉장고(?)“냉장고를 고쳐주라고 말을 했드만 냉장고가 오래되야 갖고 부속이 없어서 수리를 못한다
글드만!” 하십니다. 그런데 그때 선태보 씨께서 방에서 나오시다 저를 보시더니 “어이! 자
네가 오늘은 여그 배달을 왔는가? 그란디 인자는 큰일났네!” 하십니다. ‘냉장고를 새로 사
오시더니 무엇이 또 큰일이 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 새로 냉장고를 사오셔 놓고
는 무엇이 큰일났다는 말씀이세요?” 하고 물었더니 “아! 내가 저녁이문 냉장고가 울어싼게
냉장고 달개는 재미로 살았는디 냉장고가 이라고 새것이 와분께

 

말하는 냉장고(?)저녁이문 냉장고가 울 일이 없을 것 아닌가 그랑께 심심해서 우추고 사껏인가? 그랑께 큰일
났제 안 그란가?” 하십니다. 그래서 “그러면 헌 냉장고를 버리지 마시고 새 냉장고 옆에 세
워두세요! 그러면 오늘부터는 냉장고 두 대가 합창을 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 더 듣기가 좋
지요!” 하였더니 “아이고! 안되야 냉장고 두 대가 합창해불문 동네사람들이 시끄루와서 잠
을 못자꺼인디 그라문 뭔 욕을 얻어 묵으꺼인가 그랑께 안되제~에!” 하시는 것입니다.

 

말하는 냉장고(?)제가 그동안 네이트 게시판에 게시하였던 글을 단행본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책의 제목은 '행복을 나르는 집배원' 입니다.
단행본은 4월 26일부터 전국의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