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대구에 있었던 훈훈한 이야기

대구에서도..20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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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제가 평소에 다니는 사우나의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 입니다.

전국적으로 고담도시로 알려져만 있건만

이런 훈훈한 일도 있네요

글을 읽어 보니 다음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제가 다니던 사우나에서 어르신들께 감사 무료 목욕 행사를 

하던 날 생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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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먹는 게 있습니다.


세월이라고도 하는 나이가 바로 그것이지요.  가까운 화원에 산 지도 어느듯 16년이나 되는데 지척에 있는 나성하와이(사우나)도 모르게 여지껏 살아왔습니다. 아니, 앞산순환도로 지나는 길이면 언제나 지나치곤 했지만, 이따금 보면 에쿠스나 하다못해 그랜저 같은 검은색 고급 차종들만 들락거리길래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던 얼마 전, 우연히 이곳 홈페이지를 알게 되었고, 생각 밖으로 요금에 부담이 없길래 덜커덩 회원으로 가입했더랬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그런 혜택을 주는 지는 모르겠으나 여기는 가입선물로 무료이용권을 주시더군요. 마감날짜에 맞춰 5월 7일에 첫 발걸음을 했습니다. 들어오는 길을 잘 몰라 약간은 헤매다가 여섯살짜리 막둥이넘이 골목길을 찾아주더군요.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하필이면 부푼 기대감으로 첫 발걸음을 한 날, 4층의 남탕으로 들어갔더니 온통 할아버지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순간, 앗차 싶었습니다. 역시 공짜를 바라다가 된통 걸렸구나 싶기도 하고, 아예 그냥 포기하고 돌아갔다가 다음에 돈내고 다시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함께 온 막내넘 성화로 노인들로 북적이던 탕안을 겨우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탕안에 들어가 얼마나 지났을까요. 어깨 맛사지를 하는 4인용 맛사지탕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노인네들로 난리가 났더군요. 한참을 기다렸다가 겨우 빈 자리를 얻어 맛사지탕에 자릴 잡고 누웠는데 가만히 보니 제 바로 눈앞에서 한발짝 늦어 자리를 얻지 못한 할아버지 한분이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조심스레 물어보았더니 할아버진 대답 대신 혼자 불평을 털어놓는데 차례를 기다리면 될 일이지 무슨 노인네가 저렇게 성질이 급하나 싶어 한마디 하려다가 마지못해 자리를 비켜드렸습니다.


 

군데군데 벗겨진 이마와 흰 머리칼...그리고 불편한 팔다리와 옆으로 기울어진 입술...침까지 흘리시는 모습에 갑자기 가슴이 아려오면서 부끄러워졌습니다. 제 가슴에 안고 있던 아들녀석까지 구슬러 할아버지께 자리를 비켜드리고 보니 중풍환자이신 그 할아버지 몸에선 고약한 냄새까지 풍기는 것이었습니다. 아들녀석까지 코를 막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아..자식이 없으신가 보다. 얼마나 오랜만에 하는 목욕이면 저토록 악취까지 날까?'

어깨를 시원하게 해줄 맛사지탕에 마음껏 푹 있지 못해 약간은 아쉬웠지만 중풍인데도 혼자 오신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해 드린 게 결코 후회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자, 늦둥이 녀석이 눈을 빤히 뜨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아빠도 어깨가 아프면서 그 할아버지한테 왜 비켜줘야 하는데?"

"응..왜냐하면, 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시고, 나보다 더 많이 아프시니까.."

"그럼, 아빠도 나중에 늙으면 저렇게 되나?"

"음...아마도..."


 

순간, 가슴이 짠하고 코끝이 찡해 왔습니다. 아직 세월도 모르고 인생을 모르는 만5세도 안된 늦둥이에게서 늙고 초췌한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무언가 이녀석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아서 샤워자리로 옮긴 다음 녀석의 등을 밀어주면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늙어간다는 것과 나이가 들면 아픈 곳도 많아져 누군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누군가 옆자리에서 쾅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아까 그 중풍환자 할아버지셨습니다. 불편한 오른 손으로 목욕의자를 집어 바닥에 놓는다는게 잘못해서 땅에 떨어트리게 되었던 것이지요. 할아버지는 주변의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는 눈길에 안절부절 못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들녀석을 대충 씻겨주었기에 일어나 할아버지의 때를 밀어드렸습니다. 수줍어서 어쩔 줄 모르는 할아버지의 손과 발, 그리고 등을 밀자 세월의 흔적같은 때뭉치가 뭉글뭉글 밀려나오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나성하와이엔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는 사람한테 오늘 오면 공짜라 캐서..."

"그럼, 오늘이 처음이신가요?"

"예...그런데...내년에 또 오겠능교?"


 

아...뜨거운 물줄기 사이로 콧물을 훔치는 척했지만 아들녀석한테 들키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거기서 제 손에다 등허리를 맡긴 채 축 쳐진 어깨로 앉아계신 것이었습니다. 머리를 감겨 드리는데 얼마 안남은 머리칼 사이로 소똥같은 딱지가 수도 없이 밀려나왔습니다. 도대체 자식은 어디다 두셨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행여 자존심을 상하게 해드리는 것 같아 참고 말았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져 끝내 몇번을 삼켜야 했습니다.


 

한참을 할아버지의 몸을 씻겨 드리느라 진땀을 빼고 나니 기운이 빠져 제 몸을 씻을 엄두조차 안 나기에 망연히 목욕의자에 앉은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순간, 이태리 타올로 제 어깨부터 등허리에 냅다 문지르는데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몸이 불편한 그 할아버지셨습니다. 나가신 줄 알았는데 어느새 때밀이 타올을 가져오셔선 성한 팔로 제 등을 밀어주시는데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겠기에 사양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자신도 등을 밀었으니 제게도 등을 밀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면의 할아버지였고, 중풍으로 불편할 줄만 알았던 그 팔은 의외로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었습니다. 70이 넘은 할아버지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게 등을 밀어주시던 그 할아버지는 끝내 사시는 곳과 이름조차 밝히지 않으셨지만, 우린 마치 오래전부터 어떤 인연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채로 서로의 묵은때를 벗겨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인연이 있고 사람은 나서 죽을 때까지 그 무수한 인연 속에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힌 채 살아가지만 어느날 난생 처음 만난 사람끼리 아무것도 가린 것 없이 서로의 부끄러운 곳을 드러내고도 아낌없이 도와줄 수 있는 인연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날 낮, 아들녀석과 함께 첫 걸음을 한 그곳에서 여명약탕과 이벤트탕에도 들어가 한참을 더 머물렀지만 끝내 절뚝이는 몸으로 나가시며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은 더욱 깊은 감동이 되었습니다.


 

"나는 오늘이 공짜라서 온 터라 앞으로 또 오긴 힘들겠지만 애기아빠는 아직 젊으니까 자주 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아무쪼록 건강 유의하라고..."


 

나성하와이 말고도 전국의 유명한 온천이나 최고급 호텔의 사우나에도 가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5월 7일 낮에 우연히 들른 나성하와이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흔히들 목욕탕이나 사우나라고 하면 때나 벗기고 여유있는 사람들끼리 스트레스나 푸는 곳이라고들 생각해왔고 50이 넘은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왔지요. 하지만, 인정이 메말라가고 개인주의와 이기심, 그리고 물욕에 어두워 사랑이란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 낯선 초면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과도 아무런 이해관계조차 없이 서로 등을 내맡기며 인정을 나눌 수 있는 곳, 바로 그런 곳이 우리 사는 이웃, 유천교 옆 나성하와이에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뵌 적은 없지만 사장님께서 5월 7일에 어버이날 기념으로 고급사우나인 나성하와이를 주변의 어려운 이웃 노인분들께 무료로 혜택을 주신 덕분에 그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마음 같아선 그 노인분의 사시는 곳이라도 알아서 이따금 찾아뵙고도 싶었지만 아파트의 방송을 듣고 오셨다는 말씀 외엔 아무런 정보도 주시지 않았던 탓에 아쉬운 마음입니다. 아무쪼록 내년 5월 7일날이라도 꼭 한번 더 무료행사를 하셔서 그 중풍 할아버지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언젠가 나성하와이가 지금보다 수십 배 더 번창하셔서 누구든 오고싶어 하시는 노인분들은 언제나 무료로 묵은 때를 벗을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십수년만 지나면 저 역시도 그 할아버지처럼 1년에 한번 무료서비스날만 오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끝으로, 다시금 첫 회원가입 기념으로 무료이용권을 주심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종종 나성하와이를 찾겠습니다. 아들녀석과 함께 한 5월 7일의 감동을 영원히 새기며 어버이날, 모든 연로하신 어버이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축복을 드립니다.


 

화원에서, 한 사회복지사 올림.

http://www.nasunghawaii.com/sub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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