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소비자 권리 빼앗는 `MP3폰 담합`

나의 사랑 스웨덴..2004.05.07
조회312

이동통신사들이 MP3 파일을 재생하는 고성능 MP3 플레이어를 탑 재한 휴대폰인 MP3폰을 출시하겠다고 하자, 음악저작권 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저작권자의 인증이 없는 MP3 파일을 재생해서 들을 때에는 음질이 떨어지도록 MP3폰을 만들 것을 요 구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이동통신사에는 음원 공 급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 요구에 이동통신사들이 반발하자,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중재에 나섰다. 결국 오랜 협상 끝에 음악저작권 단체들과 일부 이동통신업체들 사이에 이 문제의 매듭이 지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내용은 ‘저작권자의 인증을 받은 MP3 파일은 고음질로 재생되지만, 인증을 받지 못한 MP3 파일은 3일간만 재생되거나 , 저음질로 재생되는 MP3폰만을 생산, 판매한다’는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아직 일부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의 권익 침해를 이유로 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서 최종적인 합의로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대체로 이 합의의 틀이 이동통신사와 음악저작권 단체의 최종적인 합의 틀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의 이해는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만 없다면, 음악 저작권 단체의 이해와 크게 대립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만약 다른 이동통신사가 기능 제한이 없는 더 좋은 MP3폰을 판 매해서 자신의 고객을 뺏어가지만 않는다면, 돈을 낸(그 돈의 일 부는 이동통신사와 음악저작권자에게로 갈 것이다) MP3 파일만 재생되는 MP3폰을 파는 것이 이동통신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중재안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도 억제 하고, MP3 파일 판매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니 음악저작권 단체와 이동통신사 양쪽 모두가 만족스러운 것이다. 정부는 정 부 나름대로 오랜만에 중재력을 발휘해서 음악저작권자와 소비자 양쪽을 다 만족시키는 절묘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고 있 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방안은 근본적인 잘못이 있는 해결책이라고 본다.

 

첫째, 이 방안은 기본적으로 음악저작권자들의 인증을 받지 못한 MP3 파일들을 불법이라고 전제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저 작권법은, 가정의 범위 내에서 이용하기 위해서 저작물을 복제하 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가정의 범위 내에서 이용하려고 한다면 무엇이든 MP3 파일로 복제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가 산 음반을 MP3로 만들어도 되고, 방송을 녹음해서 MP3 파 일로 만들어도 불법이 아니다. 이런 MP3 파일들을 음악저작권자 들 한테서 새로 구매하지 않았다고 해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3 일 동안만 들을 수 있게 하거나, 낮은 음질로만 들을 수 있게 한 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둘째, 사업자들끼리 이런 합의안을 만들어 놓고 서로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부당한 공 동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률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상품의 종류나 규격을 제한하는 합 의를 맺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 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모두 모여서 음악저작권자들의 인증 을 받지 않은 MP3 파일을(설사 그것이 합법적인 파일이더라도) 재생이 안되게 하거나, 저음질로 재생되도록 한 휴대폰만 생산하 기로 합의하고, 그 가운데 누군가가 고음질로 재생되는 휴대폰을 생산, 판매할 경우 제재를 가하기로 한다면 그 제재는 정당할까 ? 자기가 산 CD롬으로 만든 MP3 파일이나, 방송을 녹음한 MP3 파일 을 고음질로 재생해 주는 MP3폰을 생산, 판매하는 것은 결코 위 법한 행위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사업자를 제재하는 것은 부 당하다. 결국 이것은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악저작권 단체들이 MP3 플레이어나 PC에 대해서도 MP3폰의 경 우처럼 재생 기능에 제한을 둔 것만 판매하라고 요구하고, 담합 할 수 있을까? 담합이 유지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음악저작권자들과 이동통신사들이 MP3 플레이어나 PC라 면 엄두도 못낼 이런 합의를 유독 MP3폰에 대해서 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바로 이동통신시장은 독과점 체제여서 얼마든지 담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담합을 규제할 정부 부처가 이를 문제삼기는커녕 오히려 담합에 면죄부를 주고, 담합을 부추 기고 있는 셈이다.

 

이 담합은 공정하지 않다. 기술 발전을 거스르는 행위이자 소비 자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는 일이며, 반경쟁적이다. 음악저작권자 들의 저작권 보호도 공정한 경쟁의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은우 / 변호사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