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16] semiclassic365일 빈터-- 슬픈 거래.

시아200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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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토요일 이라서 인지 게시판이 조용해요.^^*

더워요. 즐겁고 재미있고 신나는 휴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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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lassic365일 빈터


16. 슬픈 거래

 

 

 

 

 

 

 

 

 

 

비가 오고 있었다.
마른땅을 적시며 내리는 비는 더운 열기를 피워 올리며 짙은 흙의 냄새까지 동반하고 있었다. 민하는 그 뜨거운 대지가  뿜어내는 흙냄새가 좋았다. 그 냄새는 곧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원한 비가 내려  줄 것이라는 예고처럼 느껴져서 언제나 민하를 흥분하게 했었다. 지금이 꼭 그랬다. 절정에서 뭔가 다 터져 버릴 것 같은 이 느낌!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것 같은 이 묘한 느낌……

 

 


' 언제 부터였을까.  이 느낌은 , 홍이에게서는 뭔가 남자를 빨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제야 분명히 알 것 같다. 아주 미칠 듯 안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무엇인가를 홍이가 가지고 있었던 거야. 첫눈에 만져 보고 싶은 느낌이, 안아보고 싶은 느낌이, 맞아, 놀랍게도 그건 처음 공항에서 내려서 아주 고운 모습으로 세호의 곁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홍이를 보던 그 순간부터이었을 거야. 그랬어. 그래서 단번에 키스하고 싶었던 거야.'

 


 눈을 감아도 온통 민하를 괴롭혔던 그 생각은 결국 홍이를 갖고 싶었던 숫컷의 욕망이었을까. 아무리 머릿속으로 미워하려고 해도 마음을 맴도는 홍이를 끊어 낼 수 없었다. 밤마다 떠오르는 홍이에 대한 갈증을, 이제 민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몰고 다녔어도 역시 이런 생각은 처음 이었다. 

 

 

  
별장근처의 병원에서 찢어진 머리를 몇바늘 꿰매고 진정제를 맞고는 혼미하게  늘어진 홍이를 차에 태우면서 민하는 점점 마음이 가라앉아 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라도 홍이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 떨어져서 들려오는 보고만 받으며 걱정스러워하고 있는 것  보다는 한결 편한 느낌이 들었다. 세호가  돌아온다면 더 힘들어질 게임이었다.

 

 


 차를 천천히 몰아 별장으로 가면서 민하는 마음을 굳혔다.


' 이젠,  보내지 않을 거야. 보내지 않고 내가 지켜볼 수 있는 곳, 내 눈 닿는 곳에 둘 거야. 사랑은 그 다음에 생각할 테다.'


홍이는 이미 기운이 빠져 있었다.  마음을 놓아 버린 사람처럼 멍해져 있었다. 어두워오면서  점점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간신히 독일에 있는 세호에게 전화를 하려했지만 세호와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유유와 정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세호와 통화가 되지 않는 지금 옆에 앉아 있는 민하밖에는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반짝 안아서 별장 문을 열고 실내 소파에 내려놓았을 때까지 잠자코  고개 숙이고 있던 홍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풀죽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 유유 오빠는 …… 내겐, 쌍둥이 같거나, 아니 피붙이 같아요. 그렇게 사랑해.”
“……”
“ 오빠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 주세요. ”
“ 못나올 것 같다. 오늘 밤 안에 손 써주지 않으면 어려울 거야.”
“ 세호에게…… 연락이 안 되요.”
“ 그쪽에 세미나가 있어서 간 모양이야. 연락이 된다고 해도 독일에 있는 형이 뭘 어쩔 수 있겠니. 형은 그런 쪽으로는 줄이 없어.”
“ 아저씨가 도와 주면 안될까요. ”
“ 내가?  왜 그래야 되지. 홍이는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기를 바라잖아. ”

 

 

 


민하는 천천히 일어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는 다시 나와서 그때까지도 꼼짝 않고 손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홍이를 바라보다가  식당으로 들어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커피 두 잔을 가지고 다시 소파로 가 테이블 위에 커피 잔을 내려놓았을 때 홍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에서 꿇어 앉아 민하의 무릎에 고개를 묻고 울었다. 그런 홍이를 찢어지는 마음으로 애써 냉정하게 바라보는 민하의 눈빛도 흔들리고 있었다.

 

 


“ 왜 이러는 거야.”
“ 아저씨는 할수 있잖아요. 도와 주세요. 네? 부탁이예요. ”
“ 그러고 싶지 않아. 그래야 될이유도 없고, 이밤에 여기 저기 전화해서 사정해야 되잖아. 내가 그 일을 왜 해야 하지.”
“ 그... 그건, 내가요,  유유오빠를 그곳에서 꺼내 줄수 있다면 지금 누군가 내 목숨을 달라면 그렇게라도 할거예요. 나 때문에 더 이상 오빠가 다치지 말아야 되는데.....난 이대로는 못살거예요.”

 

 


홍이의 눈이 겁에 질려 애원하고 있었고 미친 듯이 매달리며 민하의 다리를 잡은 손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좀더 차갑게 민하는 그런 홍이를 외면했다. 사실, 민하가 홍이의 어떤 청을 거절할 수 있을까. 이미 손을 쓸 것을 지시해두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홍이를 잡아 두고 싶었던 민하의 마지막 안간힘이었다.

 

 


“ 목숨은 필요 없어. 난 네 사랑이 필요해. 몸도 마음도 온전한 내 여자가 필요한 거야.
   그리고 내게 고분고분한 여자, 나만을 사랑하는 내 아내 말야. ”
홍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민하의 말이 충분히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 너를 많이 가지고, 너를 많이 탐하고, 너를 많이 만지고, 닳아져 없어질 때까지 …… 가지고 싶은 거야. ”


민하의 목소리가 낮은 저음의 재즈음악처럼 스쳐갔다.


--' 홍이 마음이 처음과 같기만 하다면 난 괜찮아. 알잖아. 언제나, 어디서나, 늘 너를 사랑해.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 더욱 확실해져. '


뒤를 이어 세호의 속삭이는 소리가 맑은  쇼팽의 피아노 곡처럼 물 흐르 듯 그렇게 귓가를 흘러갔다.  

 

 

 

 세호의 슬픈 눈이 떠올라 왔지만 곧 그보다 더 크게 유유가 끌려가던 모습이 떠 올라와 세호의 슬픈 눈을 지워 버렸다. 떨리는 손으로 민하의 핸드폰을 가져다 민하에 손에 쥐어 주었다. 민하가 핸드폰을 받아 들고 천천히 버튼을 누르고 있을 때 홍이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어느 조각품보다도 빛나는 홍이의 몸이 흘러내리는 옷 사이로 드러났다. 민하가 그런 홍이를 멍하게 바라보면서  그의 비서에게 유유는 곧바로 군대로 가는 조건으로 풀려났고 정희 역시 지금 막 풀려 놨다는 보고를 받았다.

 

 


“ 다 잘될 거야. ”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홍이가 민하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해주는 그 한마디에 그대로 마음이 풀려 쓰러져 버렸다. 그런 홍이를 민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가슴에 안았다.


“ 첫 번째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 왜… 난,  언제나 마지막이지.”


지친 홍이의 몸은 불덩어리였다. 그런 상태로 꼬박 이틀을 열에 들떠 있었고 민하는 휴가를 신청하고 홍이 곁에 있었다.
 민하가 안스러운 얼굴로 그런 홍이에게 얼음주머니를 갈아주며 몸 구석구석을 닦아 내고 있을때 홍이는 계속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고 있었다. 

 

 


“ 오빠, 나도 같이 갈래. 같이 갈래.”


너무 큰 일들이 한꺼번에 닥쳤던 것일까, 홍이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옷도 다 벗고 어딜 가. 정신차려 응, 제발......이리와. ”


그리고는 다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민하도 그런 홍이 곁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비가 쏟아져 내렸다. 기대라도 한 것처럼 …묘한 그 느낌처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제 끝난걸 거야. 더 이상 타는 듯한 갈증은 없을 거야.

 

 

 

문득 눈을 떴을 때 홍이는 멍하게 창문을 열고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새벽을 내다 보고 있었다. 하늘은 맑게 개었다. 민하가 벗은 홍이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을 때 홍이의 눈이 민하를 보며 희미하게 웃으며 기운이 모두 빠져 나간 목소리로 말했다.

 

 


“ 이제 일어났어요. ”
“ 잘 잤어? 이젠 괜찮아? ”
“얼굴이 나 때문에 많이 상했어요.”
“ 이젠 다 잘 될 거야. ”
   고마워요. 정희가 전화했어요. 유유오빠는 군대에 가기로 했지만 풀려났대요. 정희도 같     이 나왔대요. 고마워요. 정말 감사해요. 나, 정말 약속을 잘 지킬게요.” 

 

 


손을 들어 홍이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자 홍이의 입술이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얼굴도 입술도 이제 다가오는 가을 새벽 찬 공기에 얼어 있었고 그런 차가운 느낌이 민하의 입술에 닿았다.  민하의 목을 매달리듯 홍이가 쓰러져 왔다. 그런 홍이의 입술을 애무하며 민하는 홍이를 달랑 끌어 당겨 안아 올리고 침대로 가서 가만히 내려놓았고 천천히 목덜미를 애무했다. 홍이의 살 냄새를 들여 마실 때마다 민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처럼 시렸던 옆구리 한쪽이 꽉 차오는 느낌이었다.

 

 

 

살가운 그 느낌은 홍이가 뱉어내는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민하를 데워 주고 있었다. 민하의 손길이 닿는 그 은밀한 부분들이 모두 홍이의 신음이 되어 되돌아 왔다. 파르르 떨어오는 느낌이,  단단한 엉덩이를 조여 오는 홍이의 두 다리의 느낌이 민하를 기억하고 있어서 더욱 충분히 행복해졌다. 뜨겁게 들어간 홍이 안에서 터질 듯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되받으며 민하는 홍이에게 다시 더 깊게 빠져들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홍이와 뒤엉켜 지치도록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나긋하게 안겨오는 홍이를 행복하게 꼬옥 껴안으며 잠이 들었다.


“ 자자, 그냥 이렇게 씻지 말고 닦지도 말고 자자. 사랑해. 넌 내 갈비뼈였어. 이렇게 꽉 차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

 


민하가 아주 달고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슴에 고개를 묻고 침도 조금 흘리며 잠들어 있는 홍이를 아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볼에 , 이마에 , 콧등에 입맞춤하며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홍이가 졸리운 듯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민하는 천천히 홍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새벽을 노래하는 뻐꾸기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길로 홍이는 다시 이학장의 집으로 올라갔다.
이 학장은 생각보다 빨리 제자리로 돌아온 홍이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 이젠,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을 테지. 아무튼 잘했다. 결혼하기 전엔 그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될 테지......”
“ 죄송해요. 아버님, 앞으로 좋은 며느리가 되겠어요. 그리고 조심 하겠어요.”

 

 

 

 

 

 

 

 

 

★☆★


홍이는 차마 세호의 전화는 받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올라 오던 날  민하는 세호에게 연락을 하고 홍이가 집으로 돌아 왔다는 소식과 함께 12월 25일에 식을 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친 듯 전화를 하던 세호는 결국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  분노와 분함을 안고  12월이 시작되면서 세호는 조금 앞당겨 돌아 왔다.  세호가 돌아오던 날 그 공항을 민하는 홍이와 함께 마중 나갔다. 물론 홍이는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민하는 세호에게 돌아오는  처음부터 홍이와의 관계를 기정 사실화 해두고 싶었고,  다른 마음을 가지지 않게 못박아 두고 싶었다.

 

 

 

 

그날 홍이는 특별히 민하가 준비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해서 마치 인형처럼 아름답고 화려했다. 주빈도 파스텔 톤의 화사한 모피코트를 걸쳐 입고 기쁨에 들떠 세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단정하게 코트까지 갖춰 입은 세호가 천천히 걸어 나오다 민하와 손을 잡고 마치 인형처럼 표정 없이 아름답게 서있는 홍이의 서늘한 눈과 마주 쳤다. 세호의 타는 듯한 눈을 피하며 홍이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런 세호에게 주빈이 뛰어가 매달렸지만 이미 세호의 얼굴은 웃을 줄 모르는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런 세호에게 민하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  잘 다녀 왔어. 형, 역시 형이야. 그곳에서도 형의 칭찬이 자자했어.
    참, 집에서 아버지가 형을 위해 학교 교수님들 몇 분 모시고 환영 파티를 할 모양이야.
    응, 내 결혼 발표도 하고 말이야.”
“ 그래, 아씨는 잘 지내셨지요.”


세호가 낮은 목소리로 홍이에게 인사를 건넷고 눈도 들지 못하고 홍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호는 주빈이 팔장을 끼며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앞서 걸어갔다.


“ 민세호씨, 내일 아버지와의 약속 잊지 않았겠죠. 내일 점심시간에 맞춰 나왔으면 하시던데요.”
“ 내일은 조금 어려울 거야. 더 추워지기 전에 지난번 준비하던 답사를 마무리해야 하니까말야.  학생들에게 연락해서 곧 떠날 거야. 다녀와서 뵈면 안될까. 그랬으면 좋겠군.”

 

 


세호는 앞장서서 걸었고 민하는 기죽은 홍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 뒤를 따라 갔다.
차안에서도 민하는 옆자리에 홍이를 앉히고 다정하게 홍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세호의 눈이 온통 조수석에 앉은 홍이에게 꽂히고 있었다. 그리움으로 지쳤었는데, 슬픔과 분노로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홍이의 표정 없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죽여버릴 것 같은 미움을 제치고 간지러운 듯 웃던 그 산뜻한 웃음이 그리워져 가슴이 아파 왔다.  견딜 수 없어 가만히 눈을 감았다.

 

 


묘한 저녁 파티였다.  그 날 이학장은 한껏 기분이 좋아 있었고 손님들도 비교적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세호는 굳은 마음처럼 얼굴표정도 감출 수 없었다.


“ 이제 우리 민 교수도 돌아왔고 내가 좀 편해 질 것 같군 그래. 그리고 세호의 약혼식과 우리 민하까지 식을 올리고 나면 우리 집안은 말 그대로 다복한 집안이로구나. 그렇지.”
“ 네 그렇습니다. 학장님,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민교수가 쓰고 있던 책과 연구논문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참, 이 댁 며느님도 함께 참여하지 않았나요.”
학과장이 축하 인사를 겸하며 세호에게 말을 건네왔다.
“  네, 내일이라도 다시 답사를 나갔다가 5월이 오기 전에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학장님, 이번 답사에 아씨도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이번 답사에 다녀오고 나면 바빠지실 테니, 괜찮겠습니까.”

 

 


민하와 홍이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졌지만 세호는 개의치 않고 있었다. 이 학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야지, 나도 우리 며느리가 민 교수 뒤를 이어 훌륭한 학자가 되어지길 바라니까 말이야. 우리 민 교수가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답니다. 허허......”

 

 

 


저녁식사를 마치고 민하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동안 세호는 홍이를 찾았다. 홍이는 안개가 자욱한 정원 한켠에 벤치에 가만히 표정 없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세호가 가져간 와인을 건네며 곁에 가만히 앉았다.


“ 고마와요. ”
“ 보고 싶었어. ”
“ 나도 보고 싶었어요. ”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왜 그렇게 갑자기 소식조차 끊어 버린 거지.”
“ 세호, 죄송해요. 할 이야기가 없어요.”
“ 최소한 왜 마음이 변했는지는 알아야지. 안 그래. 내가 네게는 그렇게 하찮은 사람이었니. 아니면 나는 그렇게 만만히 해도 되는 거라고 생각했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 뭘 알아야지 미워하기라도 할거 아냐? 응,”
“ 그냥요. 그냥 그랬어요. ”
“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지금. 제발 숨이 막히고 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아.”
“ 들어갈래요. 제발 절 그냥 내버려두세요. 부탁이에요. 미안하다는 말조차 할 염치가 없는 나예요. 세상에서 가장 질 나쁜여자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절 지워 버리세요. 세호, 부탁해요.  ”
 일어서는 홍이의 손을 잡으며 세호가 차갑게 중얼거렸다.
“ 정말 그러면 되겠어요. 아씨.”
“……”

 

 


창백하게 식은땀을 흘리며 홍이가 그런 세호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뛰어 갔다.
얼굴을 가리고 세호가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고 주빈이 천천히 다가와 앉았다.


“ 언제까지 저 애한테 휘둘릴 건가요? 제자리로 돌아 와줘요. ”
“ 난 저 애한테 빠졌어. 돌아가거나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
“ 홍이를 잊어요. 세호씨, 저 앤 일낼 아이라고요. 저 애 곁에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 저 애가 싫어요. 결국 상처만 주잖아요. 언제나 세호씨를 슬프게 하는 아이잖아요. 생각 속에서 잘라버려요. 당신의 제자일 뿐이에요. 미련 버려요.”
“ 주빈이는 모르지. 저애와 내가 많이 닮아 있다는 것 ,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나를 닮아 있어서 내게 상처 주지 않을 줄 알았어.”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홍이를 바라보며 세호가 힘없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