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긴 80년대에서 90년대의 학창시절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에는 짱이란 말도, 왕따란 말도 없었습니다...요즘 젊은 학생들이 흔히 쓰는 은어같은 것들은 배경상 쓰지 않겠습니다. 울랄라 4인방 제 1 부 - 고고장에서 생긴 일 해가 지고, 어스름한 땅거미가 질 무렵 우리들은 야자에 들어간다. 교실마다 엄숙한 침묵이 흐르고,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숲에선 으스스한 바람소리가 마치 죽은 영혼들의 흐느끼는 소리처럼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곤 한다. 대학가기 위해서 죽어라 공부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와는 반대로 청개구리과들이 있기 마련이다. 야자가 시작되면 나는 가방을 챙겨 들고, 학교 담을 넘기 위해 마치 007의 첩보원처럼 잔머리를 굴리며 유유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빠져 나가곤 했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담팅의 눈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복도를 지나, 운동장으로 빠져 나올 쯤이면 나는 마치 광복절을 맞이한 독립투사처럼 만세를 부르곤 했다. 가방을 담 밖으로 던지고 나는 마치 원더우먼 처럼 날아서 담을 넘었다. 곧이어 행자와 정희, 난영이가 담을 넘으면 우리들은 서로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아, 시팔...담팅이 오늘은 눈치챘는지 교실에 들러 붙어 있어서 못 빠져 나오는 줄 알았잖냐. 행자가 침을 뱉으며 건들건들 말한다. 난영인 거울부터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보느라 정신없다. 오죽하면 별명이 거울공주다. -야 이년아, 얼굴 닳아지겠다. 정희가 핀잔을 주며 난영에게서 거울을 빼앗아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본다. -니 상판 보면 억울하단 생각 안드냐?...고만 보구 가자. 행자가 말하자 정희가 흘겨본다. -야 이년아, 니 상판이나 걱정해...이름처럼 너 딱 행자같이 생겼어. 우리들은 킬킬거리며 걸어간다. -민서 오빠, 오늘 뜬다 그러더라. 정희의 말에 일제히 시선이 내게 몰린다. -뭐? 나는 시침을 떼고 시선을 돌린다. 민서오빠는 내가 사는 이층집에서 산다. 어릴 적부터 친남매처럼 지냈지만 언젠가 오빠가 사귀는 여자 친구를 본 뒤로 괜히 오빠를 피하곤 했었다. 일종의 질투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니라고 발뺌하고 싶지만 말이다. 우리들은 고고장으로 가기 전에 학교에서 가까운 단골집의 분식집으로 먼저 향한다. 촌스럽게도 분식집 이름이 똘이 분식이다. 분식집 문을 열고 사총사가 들어가자 아주머니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본다. -니들 올 때가 됐다 했다, 기집애들이 공부는 안하구 맨날 모여서 어딜 그렇게 다니니? 아주머니의 말을 일제히 씹어버리고 차례로 화장실을 들어갔다 나오면 다들 교복이 아닌 사복차림으로 나타난다. 우리들은 탁자앞에 앉아 아주머니가 내온 떡복기를 먹기 전에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고, 촌스럽게 핀을 꽂고 립크로즈를 꺼내 바른다. 난영인 항상 튄다. 꽃핀을 꽂고 분홍색 립크로즈를 바르고, 달랑 거리는 귀걸이까지 찬다. -저 년 봐라, 또 시작이다. 행자가 꼽다는 듯 보며 한 마디 한다. -멋은 있는대로 다 부리면서, 남자 앞에 가선 관심 없는 척, 순진한 척 혼자서 고상은 다 떨지. 정희의 말에도 난영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한다. 나는 그런 난영이 가끔 귀엽단 생각을 한다. 우리 넷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다. 털털하고 뒤끝없는 의리의 여걸 행자, 공부도 일등, 노는 것도 일등, 우리반 반장 정희, 돈 많고 빽도 조금 있고, 얼굴 하얀 영락없는 기집애 난영이..그리고, 아주 평범한 그래서 눈에 잘 띄지도 않은 나...채수현. 우리들은 떡볶기를 먹고 유유히 똘이 분식을 빠져 나간다.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말이다...푸하하하 우리들의 단골집은 거리에 널렸다. 우리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까지 생겼다. 팔팔쭉장 앞에는 우리 또래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삼삼오오 몰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입구에서 오늘은 물이 어떤지를 살핀 후에 들어간다. 역시 항상 죽치고 사는 인간들은 오늘도 출석을 체크한 상태다. 우리는 한쪽 테이블 맨 앞에 가서 앉는다. 우리 앞에는 콜라가 있지만, 실상 모르게 맥주를 콜라병에 담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음악은 환타지보이다. -야, 저 쌍년은 여기서 아예 죽치는 구나...아우, 재수없어. 행자가 버릇처럼 침을 또 뱉는다. -야, 저기 민서 오빠 아냐? 정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우리들의 시선은 일제히 정희가 가리키는 쪽으로 쏠린다. 민서 오빠다. 나는 순간 긴장한다. 오빠와 일행들, 그리고 오빠의 여자친구가 앉아 있다. -근데, 저 년은 누구냐? 행자가 묻는다. -민서 오빠 쪼가리냐? 완전히 학다리구만...죽인다 야. 정희의 말에 나는 괜히 심술이 난다. -뭐가 죽이냐?...저런 애는 깔리고 깔렸어. 나는 민서 오빠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콜라를 마신다. 음악소리는 우리들의 귀를 찢어 놓을 듯 울린다. 우리는 마치 싸우는 사람들처럼 서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며 대화를 한다. 민서 오빠와 시선이 마주친다.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버린다. -야, 나가자...오늘도 몸 좀 풀어보자구.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난영이 내 팔을 잡는다. -민서 오빠가 이리로 오는데? 나는 못 들은 척 난영의 팔을 뿌리치고 홀로 나간다. 홀은 복잡하다. 행자와 정희가 따라 나온다. 어깨를 부딪히며 춤을 추면서 힐끔 우리가 있던 자리를 본다. 민서 오빠가 내 자리에 앉아 난영과 무슨 말을 주고 받다가 내쪽을 본다. 나는 일부러 시선을 돌려 버린다. 나는 미친 듯이 춤을 춰댄다. 마치 무당이 굿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격렬한 몸짓에 가끔 옆에 있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히는데 돌아보니 S여고 애들이다. -아이 시팔...눈을 어디다 두는 거야? 그쪽 애 중에 한 명이 먼저 눈을 치켜 뜨며 침을 뱉는다. -이 년 좀 보게...야, 이년아 니 눈깔은 등짝에도 붙어 있냐? 성격 급한 행자가 내가 뭐라할 새도 없이 턱을 세우고 앙칼지게 쏘아 붙인다. -시팔...생긴 건 고릴라 같이 생겨가지구...넌 빠져 이년아....니들 K여고 애들 맞지, 몇 학년이야? 또 다른 한 명이 나서며 우리 넷을 훑어 본다. 그 순간 행자의 눈에 불똥이 터지고, 기어이 행자의 커다란 손이 그 애의 상판을 갈기고 만다. 퍽 소리와 함께 그 애의 코피가 터진다. 춤을 추던 애들이 일제히 원을 그리며 구경을 하기 시작한다. -야이 쌍년아 뭐?...고릴라?....야 이년아 너는 거울도 안보냐, 넌 무슨 배짱으로 그 상판대기를 쳐들고 다니냐? 상대편의 S여고 애들은 수가 우리와 똑같이 네 명이다. 코피가 터진 걸 보고 넷이 일제히 달겨든다. -시팔년...오늘 죽었어. 우리는 홀에서 격렬하게 사대사로 붙어 싸우기 시작한다. 구경꾼들은 마치 돈 주고도 못 볼 광경을 운좋게 보게 된 것이 신나는 양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며 응원을 하기 시작한다. S여고 애들은 우리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많은 구경꾼들 앞에서 죽사발이 되어 기어서 홀을 빠져 나갔다. 우리는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한 참전용사의 모습처럼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민서 오빠한테 쪽팔려서 화장실로 튀었지만 애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나를 따라 온 것이다. 우리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일제히 다른 여학생들이 화장실을 빠져 나간다. -아이 시팔...입술 터졌네. 정희가 거울을 보며 투덜댄다. -그 년들 쪽팔려서 두 번 다시는 여기에 발도 못 붙일거다. 행자가 킬킬대며 말하자 일제히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화장실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S여고 패거리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이다. S여고의 대가리인 혜원이 앞에 나서서 우리를 노려본다. -니들이 우리 애들 건드렸냐?...이 쌍년들이 죽을라고 환장했구나. 야...채수현, 너 오늘 제삿날인 줄 알아라. 순간 우리들은 긴장했고, S여고 애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덮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공간이 좁은데다, 수적으로 밀리는 바람에 발에 밟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입술이 터지고, 머리가 헝클어지고, 다리와 팔에 멍이 들었다. -한 번만 더 깝죽대고 설치면 그땐 아주 작살날 줄 알아라. 혜원이 애들을 몰고 나가자 우리는 구석에 처박힌 몸을 간신히 일으킨다. -아이 시팔...퉤. 행자가 침을 뱉자 핏물이 나온다. 거울을 들여다 보는데 난영이 울음을 터뜨린다. -야 이년아 그만 울어, 쪽팔리게 눈물이 나오냐 지금? 정희가 멍이 든 오른 쪽 얼굴을 보며 인상을 쓴다. 입술이 터진 행자, 멍이 든 정희, 머리가 산발이 된 난영이, 눈썹위가 찢어진 나...우리 넷은 서로 보다 웃음을 터뜨린다. 눈물이 날 때까지 웃음을 터뜨리다 넷은 어깨동무를 하며 쭉장을 나온다. -야 그래도, 애들 다 있는데서 얻어 터지지 않아서 덜 쪽팔린다...우리가 이렇게 얻어 터진 걸 누가 알겠냐? 행자가 웃으며 말하자 정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야, 맞고 나니까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냐? -난, 속이 다 시원하다....뭔가 뻥 뚫린 기분이야. 나의 말에 우리는 기분 좋은 얼굴로 골목을 빠져 나간다. 골목 끝에 민서 오빠가 서 있다. 나는 순간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돌렸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행자가 먼저 내 어깨를 툭치고 앞서 걸어가자 정희와 난영이 눈짓을 하고 뛰어 간다. 민서 오빠는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나를 내려다 보다 앞서 걷는다. 나는 죄를 지은 마냥 고개를 숙인채 뒤를 졸졸 따라 걷는 꼴이 되었다. 버스 차장에 비친 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나는 머리를 매만지고 고개를 돌린다. 민서 오빤 아까부터 아무 말없이 앞만 보고 있다. 정류장에서 내렸을 때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민서 오빠가 내 손을 잡더니 뛰기 시작한다. 나는 얼결에 뛴다. 그리고는 제과점 앞 지붕 아래에 선다. 빗줄기가 차츰 굵어지기 시작한다. -수현아...너는 꿈이 뭐냐? 뜬금없는 민서 오빠의 질문에 나는 잠시 당황스럽다. -꿈이 있을 거 아냐. 오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나는 순간 움찔 놀라 앞을 본다. -너 이러는 거 다 이해하는데, 적어도 꿈은 가지고 살았음 좋겠다. 그리고... 오빠가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멈칫 거리다 뒤로 물러난다.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고, 얼굴이 붉어진다. -싸우지 마라...이게 뭐냐? 오빠가 손수건을 꺼내 찢어진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 준다. -아얏....내가 할게. 손수건을 빼앗아 시큰둥하게 이마에 갖다 댄다. -나두 꿈은 있다 뭐... -뭔데? 오빠가 웃으며 묻는다. -비밀이야...근데, 오빠 쪼가리...아니, 여자친구는 어디다 버리고 혼자 왔어? -기집애가 말 좀 이쁘게 해라, 쪼가리가 뭐냐? 민망한 듯 발로 바닥을 툭툭 차며 고개를 숙이고 있자 오빠가 말한다. -다음에 정식으로 소개 시켜줄게. -됐어, 소개는 무슨... 나는 빗속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수현아 같이 가. 오빠도 빗속으로 뛰어 든다. 나는 눈물이 나려는 걸 참으며 앞만 보고 달린다. 나쁜 놈...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거냐? 이민서 나쁜 놈. 비에 젖은 생쥐꼴로 집에 들어오자 안방에서 나오던 엄마가 눈이 째져라 나를 흘기고는 거실 바닥에 있던 쿠션을 냅다 던진다. 슬로모션으로 나는 쿠션을 피한다. 이 짓도 많이 당하면 요령이 있다...크크크 그 순간 다시 쓰리 쿠션을 맞는다. 퍽...면상을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또 하나의 쿠션. 이번엔 제대로 맞았다...이건 반칙이다. 코가 얼얼한 채 엄마를 본다. -너 오늘 아주 죽고 싶냐?...야자 땡땡이 치고 어딜 쏘다니다 이제 기어 들어와? 엄마의 목소리는 조수미의 소프라노보다 더 높다. 야자 빼먹은 걸 엄마가 알았다면 담팅이 이미 알아버렸다는 뜻이다. 나는 엄마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일 학교에서 볼 담팅이 더 무섭다. 작은 방에서 동생인 영현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곤 혀를 쏘옥 내밀고 약을 올리고는 문을 닫는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증말...너 이번 모의고사 때 보자...성적 떨어지면...알지? 이를 갈며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 집은 여자만 셋이다. 엄마, 나, 동생인 영현...영현인 나와 반대로 모범생이다. 유일한 엄마의 자랑거리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미운털이 박힐 수 밖에 없다. 아이구 내 팔자야...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앉는다. 책상앞에 놓여진 민우오빠와 함께 찍은 액자를 물끄러미 본다. 나는 화가 나서 액자를 책상 서랍에 넣고 닫아 버린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슈퍼맨처럼 날아서 수화기를 잽싸게 든다. 한 발 늦었다. 찢어지는 엄마의 목소리가 앙칼지게 들려온다. -시간이 몇 신데 전화질이야? 수현이 너, 전화 당장 안 끊어? 나는 할 수 없이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정말 자유가 그립다...아~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제기랄... 일회용 밴드를 찾아 눈썹위에 붙인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인상을 가지가지로 써본다. 신이시여~도대체 내게 뭘 주셨나이까...깡마른 몸에, 짝짝이 눈에, 껌딱지만한 가슴에, 다리까지 짧은 건 참겠나이다. 그렇다면...명석한 두뇌라도 주셔야 할 게 아닙니까...크흐흐흑. 이건 완전히 저주 받은 인생 아닙니까... 그때 창문을 툭 건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정희인 것 같다. 늦은 시간이면 가끔 돌을 던져서 나를 깨우곤 했다. 창문을 연다. 역시나 정희다. 정희가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나는 서둘러 방문을 잠근다. -집에 안 들어 간거야? -대문이 잠겨서 다시 온거야. -안 들어갈거야 그럼? -새벽에 대문 열리면 그때 들어가야지 뭐...근데, 민서 오빠랑 얘긴 좀 했냐? -얘기는 무슨... 정희에게 수건을 건네주자 젖은 머리를 닦는다. -아직 부모님들은 그러고 계셔? -우리 꼰대 젊은 년한테 미쳐서 지금 눈에 뵈는 거 없어...자식이 눈에 보이겠냐? 정희의 아버진 몇 달 전에 바람을 피우다 어머니한테 들키자 적반하장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나오신다. -엄만? -죽어도 이혼 안해준다고 버티고 있지 뭐...나 같으면 해주고 만다...그런 인간한테 무슨 미련이 있다고 그러는지...이날 이때까지 맞고 산 게 억울해서라도 나같으면 춤을 추겠구만. 정희가 아무리 덤덤하게 말은 해도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정희가 벌러덩 자리에 눕는다. -나보다도 행자가 더 걱정이다...조만간 집을 비워야 하나봐. -왜? -왜긴, 전세금 올려 달라구 주인집에서 그러는가 본데...돈이 어딨냐? 그 년, 벌써부터 학교 때려 치우고 돈 벌 생각하더라. 정희의 말에 한숨이 나온다. 이럴 때 돈벼락이라도 안 떨어지나... 어른들만 사는 게 고달픈 것이 아니다...우리들도 사는 게 고달프다. 나도 정희 옆에 벌러덩 드러 눕는다. 그리고 하품을 길게 한다. -이제 쭉장도 재미가 없다...뭐 재미난 일 없을까? 정희가 묻는데 나는 자꾸 눈꺼플이 무거워진다. 졸린다..미안해 정희야.. **며칠 뒤에나 올리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한 편 분량이 되더군여..ㅋㅋ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질 것도 같아..이왕 쓴 거 올립니다... 기존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저도 참 적응하기 힘듭니다...감사하구요, 항상 제게 힘이 되어 주십시요^^ 오늘도 하루 굿데이 되시구여~
울랄라 4인방-고고장에 가다(1)
***이 이야긴 80년대에서 90년대의 학창시절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에는 짱이란 말도,
왕따란 말도 없었습니다...요즘 젊은 학생들이 흔히
쓰는 은어같은 것들은 배경상 쓰지 않겠습니다.
울랄라 4인방
제 1 부 - 고고장에서 생긴 일
해가 지고, 어스름한 땅거미가 질 무렵 우리들은 야자에 들어간다.
교실마다 엄숙한 침묵이 흐르고,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숲에선
으스스한 바람소리가 마치 죽은 영혼들의 흐느끼는 소리처럼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곤 한다. 대학가기 위해서 죽어라 공부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와는 반대로 청개구리과들이 있기
마련이다. 야자가 시작되면 나는 가방을 챙겨 들고, 학교 담을
넘기 위해 마치 007의 첩보원처럼 잔머리를 굴리며 유유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빠져 나가곤 했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담팅의 눈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복도를 지나, 운동장으로
빠져 나올 쯤이면 나는 마치 광복절을 맞이한 독립투사처럼
만세를 부르곤 했다. 가방을 담 밖으로 던지고 나는 마치 원더우먼
처럼 날아서 담을 넘었다. 곧이어 행자와 정희, 난영이가 담을
넘으면 우리들은 서로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아, 시팔...담팅이 오늘은 눈치챘는지 교실에 들러 붙어 있어서
못 빠져 나오는 줄 알았잖냐.
행자가 침을 뱉으며 건들건들 말한다. 난영인 거울부터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보느라 정신없다. 오죽하면 별명이 거울공주다.
-야 이년아, 얼굴 닳아지겠다.
정희가 핀잔을 주며 난영에게서 거울을 빼앗아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본다.
-니 상판 보면 억울하단 생각 안드냐?...고만 보구 가자.
행자가 말하자 정희가 흘겨본다.
-야 이년아, 니 상판이나 걱정해...이름처럼 너 딱 행자같이 생겼어.
우리들은 킬킬거리며 걸어간다.
-민서 오빠, 오늘 뜬다 그러더라.
정희의 말에 일제히 시선이 내게 몰린다.
-뭐?
나는 시침을 떼고 시선을 돌린다. 민서오빠는 내가 사는 이층집에서
산다. 어릴 적부터 친남매처럼 지냈지만 언젠가 오빠가 사귀는 여자
친구를 본 뒤로 괜히 오빠를 피하곤 했었다. 일종의 질투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니라고 발뺌하고 싶지만 말이다.
우리들은 고고장으로 가기 전에 학교에서 가까운 단골집의 분식집으로
먼저 향한다. 촌스럽게도 분식집 이름이 똘이 분식이다.
분식집 문을 열고 사총사가 들어가자 아주머니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본다.
-니들 올 때가 됐다 했다, 기집애들이 공부는 안하구 맨날 모여서
어딜 그렇게 다니니?
아주머니의 말을 일제히 씹어버리고 차례로 화장실을 들어갔다 나오면
다들 교복이 아닌 사복차림으로 나타난다. 우리들은 탁자앞에 앉아
아주머니가 내온 떡복기를 먹기 전에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고,
촌스럽게 핀을 꽂고 립크로즈를 꺼내 바른다. 난영인 항상 튄다.
꽃핀을 꽂고 분홍색 립크로즈를 바르고, 달랑 거리는 귀걸이까지
찬다.
-저 년 봐라, 또 시작이다.
행자가 꼽다는 듯 보며 한 마디 한다.
-멋은 있는대로 다 부리면서, 남자 앞에 가선 관심 없는 척, 순진한 척
혼자서 고상은 다 떨지.
정희의 말에도 난영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한다. 나는 그런 난영이 가끔
귀엽단 생각을 한다. 우리 넷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다. 털털하고 뒤끝없는
의리의 여걸 행자, 공부도 일등, 노는 것도 일등, 우리반 반장 정희, 돈 많고
빽도 조금 있고, 얼굴 하얀 영락없는 기집애 난영이..그리고, 아주 평범한
그래서 눈에 잘 띄지도 않은 나...채수현.
우리들은 떡볶기를 먹고 유유히 똘이 분식을 빠져 나간다.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말이다...푸하하하
우리들의 단골집은 거리에 널렸다. 우리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까지 생겼다.
팔팔쭉장 앞에는 우리 또래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삼삼오오 몰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입구에서 오늘은 물이
어떤지를 살핀 후에 들어간다. 역시 항상 죽치고 사는 인간들은
오늘도 출석을 체크한 상태다. 우리는 한쪽 테이블 맨 앞에 가서
앉는다. 우리 앞에는 콜라가 있지만, 실상 모르게 맥주를 콜라병에
담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음악은 환타지보이다.
-야, 저 쌍년은 여기서 아예 죽치는 구나...아우, 재수없어.
행자가 버릇처럼 침을 또 뱉는다.
-야, 저기 민서 오빠 아냐?
정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우리들의 시선은 일제히 정희가 가리키는
쪽으로 쏠린다. 민서 오빠다. 나는 순간 긴장한다. 오빠와 일행들, 그리고
오빠의 여자친구가 앉아 있다.
-근데, 저 년은 누구냐?
행자가 묻는다.
-민서 오빠 쪼가리냐? 완전히 학다리구만...죽인다 야.
정희의 말에 나는 괜히 심술이 난다.
-뭐가 죽이냐?...저런 애는 깔리고 깔렸어.
나는 민서 오빠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콜라를 마신다. 음악소리는 우리들의
귀를 찢어 놓을 듯 울린다. 우리는 마치 싸우는 사람들처럼 서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며 대화를 한다. 민서 오빠와 시선이 마주친다.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버린다.
-야, 나가자...오늘도 몸 좀 풀어보자구.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난영이 내 팔을 잡는다.
-민서 오빠가 이리로 오는데?
나는 못 들은 척 난영의 팔을 뿌리치고 홀로 나간다. 홀은 복잡하다.
행자와 정희가 따라 나온다. 어깨를 부딪히며 춤을 추면서 힐끔
우리가 있던 자리를 본다. 민서 오빠가 내 자리에 앉아 난영과 무슨
말을 주고 받다가 내쪽을 본다. 나는 일부러 시선을 돌려 버린다.
나는 미친 듯이 춤을 춰댄다. 마치 무당이 굿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격렬한 몸짓에 가끔 옆에 있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히는데 돌아보니 S여고
애들이다.
-아이 시팔...눈을 어디다 두는 거야?
그쪽 애 중에 한 명이 먼저 눈을 치켜 뜨며 침을 뱉는다.
-이 년 좀 보게...야, 이년아 니 눈깔은 등짝에도 붙어 있냐?
성격 급한 행자가 내가 뭐라할 새도 없이 턱을 세우고 앙칼지게
쏘아 붙인다.
-시팔...생긴 건 고릴라 같이 생겨가지구...넌 빠져 이년아....니들 K여고
애들 맞지, 몇 학년이야?
또 다른 한 명이 나서며 우리 넷을 훑어 본다. 그 순간 행자의 눈에 불똥이
터지고, 기어이 행자의 커다란 손이 그 애의 상판을 갈기고 만다.
퍽 소리와 함께 그 애의 코피가 터진다. 춤을 추던 애들이 일제히 원을 그리며
구경을 하기 시작한다.
-야이 쌍년아 뭐?...고릴라?....야 이년아 너는 거울도 안보냐, 넌 무슨 배짱으로
그 상판대기를 쳐들고 다니냐?
상대편의 S여고 애들은 수가 우리와 똑같이 네 명이다. 코피가 터진 걸 보고
넷이 일제히 달겨든다.
-시팔년...오늘 죽었어.
우리는 홀에서 격렬하게 사대사로 붙어 싸우기 시작한다. 구경꾼들은 마치
돈 주고도 못 볼 광경을 운좋게 보게 된 것이 신나는 양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며 응원을 하기 시작한다. S여고 애들은 우리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많은 구경꾼들 앞에서 죽사발이 되어 기어서 홀을 빠져 나갔다.
우리는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한 참전용사의 모습처럼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민서 오빠한테 쪽팔려서 화장실로 튀었지만
애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나를 따라 온 것이다. 우리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일제히 다른 여학생들이 화장실을 빠져 나간다.
-아이 시팔...입술 터졌네.
정희가 거울을 보며 투덜댄다.
-그 년들 쪽팔려서 두 번 다시는 여기에 발도 못 붙일거다.
행자가 킬킬대며 말하자 일제히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화장실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S여고 패거리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이다.
S여고의 대가리인 혜원이 앞에 나서서 우리를 노려본다.
-니들이 우리 애들 건드렸냐?...이 쌍년들이 죽을라고 환장했구나.
야...채수현, 너 오늘 제삿날인 줄 알아라.
순간 우리들은 긴장했고, S여고 애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덮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공간이 좁은데다, 수적으로 밀리는 바람에
발에 밟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입술이 터지고, 머리가 헝클어지고,
다리와 팔에 멍이 들었다.
-한 번만 더 깝죽대고 설치면 그땐 아주 작살날 줄 알아라.
혜원이 애들을 몰고 나가자 우리는 구석에 처박힌 몸을 간신히 일으킨다.
-아이 시팔...퉤.
행자가 침을 뱉자 핏물이 나온다. 거울을 들여다 보는데 난영이 울음을 터뜨린다.
-야 이년아 그만 울어, 쪽팔리게 눈물이 나오냐 지금?
정희가 멍이 든 오른 쪽 얼굴을 보며 인상을 쓴다. 입술이 터진 행자, 멍이 든
정희, 머리가 산발이 된 난영이, 눈썹위가 찢어진 나...우리 넷은 서로 보다
웃음을 터뜨린다. 눈물이 날 때까지 웃음을 터뜨리다 넷은 어깨동무를 하며
쭉장을 나온다.
-야 그래도, 애들 다 있는데서 얻어 터지지 않아서 덜 쪽팔린다...우리가
이렇게 얻어 터진 걸 누가 알겠냐?
행자가 웃으며 말하자 정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야, 맞고 나니까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냐?
-난, 속이 다 시원하다....뭔가 뻥 뚫린 기분이야.
나의 말에 우리는 기분 좋은 얼굴로 골목을 빠져 나간다. 골목 끝에
민서 오빠가 서 있다. 나는 순간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돌렸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행자가 먼저 내 어깨를 툭치고 앞서 걸어가자 정희와 난영이 눈짓을
하고 뛰어 간다. 민서 오빠는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나를 내려다
보다 앞서 걷는다. 나는 죄를 지은 마냥 고개를 숙인채 뒤를 졸졸
따라 걷는 꼴이 되었다.
버스 차장에 비친 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나는 머리를 매만지고
고개를 돌린다. 민서 오빤 아까부터 아무 말없이 앞만 보고 있다.
정류장에서 내렸을 때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민서 오빠가
내 손을 잡더니 뛰기 시작한다. 나는 얼결에 뛴다. 그리고는
제과점 앞 지붕 아래에 선다. 빗줄기가 차츰 굵어지기 시작한다.
-수현아...너는 꿈이 뭐냐?
뜬금없는 민서 오빠의 질문에 나는 잠시 당황스럽다.
-꿈이 있을 거 아냐.
오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나는 순간 움찔 놀라 앞을 본다.
-너 이러는 거 다 이해하는데, 적어도 꿈은 가지고 살았음 좋겠다.
그리고...
오빠가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멈칫 거리다 뒤로 물러난다.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고, 얼굴이 붉어진다.
-싸우지 마라...이게 뭐냐?
오빠가 손수건을 꺼내 찢어진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 준다.
-아얏....내가 할게.
손수건을 빼앗아 시큰둥하게 이마에 갖다 댄다.
-나두 꿈은 있다 뭐...
-뭔데?
오빠가 웃으며 묻는다.
-비밀이야...근데, 오빠 쪼가리...아니, 여자친구는 어디다 버리고 혼자 왔어?
-기집애가 말 좀 이쁘게 해라, 쪼가리가 뭐냐?
민망한 듯 발로 바닥을 툭툭 차며 고개를 숙이고 있자 오빠가 말한다.
-다음에 정식으로 소개 시켜줄게.
-됐어, 소개는 무슨...
나는 빗속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수현아 같이 가.
오빠도 빗속으로 뛰어 든다. 나는 눈물이 나려는 걸 참으며 앞만 보고
달린다. 나쁜 놈...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거냐? 이민서 나쁜 놈.
비에 젖은 생쥐꼴로 집에 들어오자 안방에서 나오던 엄마가 눈이 째져라
나를 흘기고는 거실 바닥에 있던 쿠션을 냅다 던진다. 슬로모션으로
나는 쿠션을 피한다. 이 짓도 많이 당하면 요령이 있다...크크크
그 순간 다시 쓰리 쿠션을 맞는다. 퍽...면상을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또 하나의 쿠션. 이번엔 제대로 맞았다...이건 반칙이다. 코가 얼얼한 채
엄마를 본다.
-너 오늘 아주 죽고 싶냐?...야자 땡땡이 치고 어딜 쏘다니다 이제
기어 들어와?
엄마의 목소리는 조수미의 소프라노보다 더 높다. 야자 빼먹은 걸 엄마가
알았다면 담팅이 이미 알아버렸다는 뜻이다. 나는 엄마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일 학교에서 볼 담팅이 더 무섭다. 작은 방에서 동생인 영현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곤 혀를 쏘옥 내밀고 약을 올리고는 문을 닫는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증말...너 이번 모의고사 때 보자...성적
떨어지면...알지?
이를 갈며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 집은 여자만 셋이다. 엄마, 나, 동생인 영현...영현인 나와 반대로
모범생이다. 유일한 엄마의 자랑거리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미운털이
박힐 수 밖에 없다. 아이구 내 팔자야...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앉는다.
책상앞에 놓여진 민우오빠와 함께 찍은 액자를 물끄러미 본다.
나는 화가 나서 액자를 책상 서랍에 넣고 닫아 버린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슈퍼맨처럼 날아서 수화기를 잽싸게 든다. 한 발 늦었다. 찢어지는
엄마의 목소리가 앙칼지게 들려온다.
-시간이 몇 신데 전화질이야? 수현이 너, 전화 당장 안 끊어?
나는 할 수 없이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정말 자유가 그립다...아~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제기랄...
일회용 밴드를 찾아 눈썹위에 붙인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인상을 가지가지로
써본다. 신이시여~도대체 내게 뭘 주셨나이까...깡마른 몸에, 짝짝이 눈에,
껌딱지만한 가슴에, 다리까지 짧은 건 참겠나이다. 그렇다면...명석한 두뇌라도
주셔야 할 게 아닙니까...크흐흐흑. 이건 완전히 저주 받은 인생 아닙니까...
그때 창문을 툭 건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정희인 것 같다.
늦은 시간이면 가끔 돌을 던져서 나를 깨우곤 했다. 창문을 연다.
역시나 정희다. 정희가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나는 서둘러 방문을 잠근다.
-집에 안 들어 간거야?
-대문이 잠겨서 다시 온거야.
-안 들어갈거야 그럼?
-새벽에 대문 열리면 그때 들어가야지 뭐...근데, 민서 오빠랑 얘긴 좀 했냐?
-얘기는 무슨...
정희에게 수건을 건네주자 젖은 머리를 닦는다.
-아직 부모님들은 그러고 계셔?
-우리 꼰대 젊은 년한테 미쳐서 지금 눈에 뵈는 거 없어...자식이 눈에
보이겠냐?
정희의 아버진 몇 달 전에 바람을 피우다 어머니한테 들키자 적반하장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나오신다.
-엄만?
-죽어도 이혼 안해준다고 버티고 있지 뭐...나 같으면 해주고 만다...그런
인간한테 무슨 미련이 있다고 그러는지...이날 이때까지 맞고 산 게
억울해서라도 나같으면 춤을 추겠구만.
정희가 아무리 덤덤하게 말은 해도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정희가
벌러덩 자리에 눕는다.
-나보다도 행자가 더 걱정이다...조만간 집을 비워야 하나봐.
-왜?
-왜긴, 전세금 올려 달라구 주인집에서 그러는가 본데...돈이 어딨냐?
그 년, 벌써부터 학교 때려 치우고 돈 벌 생각하더라.
정희의 말에 한숨이 나온다. 이럴 때 돈벼락이라도 안 떨어지나...
어른들만 사는 게 고달픈 것이 아니다...우리들도 사는 게 고달프다.
나도 정희 옆에 벌러덩 드러 눕는다. 그리고 하품을 길게 한다.
-이제 쭉장도 재미가 없다...뭐 재미난 일 없을까?
정희가 묻는데 나는 자꾸 눈꺼플이 무거워진다. 졸린다..미안해 정희야..
**며칠 뒤에나 올리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한 편 분량이 되더군여..ㅋㅋ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질 것도 같아..이왕 쓴 거 올립니다...
기존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저도
참 적응하기 힘듭니다...감사하구요, 항상
제게 힘이 되어 주십시요^^
오늘도 하루 굿데이 되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