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냐, 분빠이냐?

스치는 바람2004.05.13
조회369

더치페이냐, 분빠이냐?
자, 위하여!

뭘 위하느냐구? 아무거나 위하면 됐지 뭘 굳이 따져. 무엇이든 위하는 것은 좋은 거니까.

크으,

역시 술은 쐬주야. 쐬주만큼 매력, 아니 매혹적인 술은 없다니까.

먹을 때 맥주나 막걸리처럼 배부르지 않아서 좋고, 과일주나 정종처럼 달지 않아서 좋고,

양주처럼 술값 부담 가지 않아서 좋고, 게다가 이 알싸한 쓴 맛, 이게 아주 일품이거든.

그런데 양코백이들은 이 쌉쓰름한 맛을 그렇게도 싫어한다는구만.

그래서 외국에 수출할 때는 쓴 향기를 없애고 보낸대. 참 웃기지.

쓴 맛없는 소주를 무슨 맛으로 먹어? 김 빠진 맥주먹는 것 하고 똑 같을 것 아냐?

그야말로 앙꼬없는 찐빵에다가 고무줄없는 팬티지.



아아아, 쓸데없는 소리가 길어졌군.

우리들끼리 있는데도 괜히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때문에 말이 길어진 거야.

거 우리 회사에서 회식을 가면

말하기 싫어도 일부러 말을 해야 하거든. 윗분들 모시고 가니까

동료 직원들이 바짝 얼어서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쭈삣거리는 거야.

그러니 분위기가 자연 어색해지고 여간 거북한 게 아니지.

그래서 내가 총대를 메기로 했어. 마구 떠들어대는 거야.

분위기 살리려면 별 수 있어? 내가 희생을 해야지.

그래서 내가 몇마디 웃기고 나면 마음들이 풀어져서 자기들도 조금씩 떠들고 웃더군.

그런데, 내가 그렇게 분위기 살리니까 그 김철수 말야, 내가 언제 얘기했잖아,

하는 짓마다 튀어서 눈꼴 사나운 녀석 말이야. 그녀석이 저도 그러면

나처럼 인기를 한몸에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마구 설치더군.

술좌석에 가면 대개 윗사람 옆자리에는 앉지 않으려고 하잖아. 어려우니까 말야.

그런데 녀석은 꼭 그 비워둔 옆자리에 앉는거야.

그리고는 국장한테 술을 따르면서 하는 소리가,

'저, 칠순이라고 불러 주세요. 국장님, 술 받으시와요' 하고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면 국장은 억지로 웃으면서 술을 받더군,

직원들도 안 웃어줄 수 없으니까 내키지 않는 웃음 한번 웃어주고,,,,,.

녀석, 분위기 파악 못하고 설쳐대는 꼴이란 정말,,,..



말 나온 김에 우리 과 직원 얘기 한번 더 해야겠구먼.

우리 과에 신입사원이 하나 들어왔어.

이번 입사시험에서 일등으로 들어왔다나? 그럼 뭘 해, 인간성이 빵점인 걸,

인간적인 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냉혈한이야.

얼마 전에 야근이 끝나고 다들 의기투합해서 딱 한 잔 하러들 가지 않았겠어?

그러고서 나오는데 녀석이 제안하는 거야. 술값을 각자 내자고. 나 참 째째해서.

그까짓 술값 얼마 나온다고 각자 내자는 거야.

골뱅이 한 접시에 생맥주 한 잔씩 마셨는데,,,,.

다섯 사람이 먹어서 만 팔천 원 나왔으니까 나누면 얼마야, 삼천원하고,,,,

잘 나누어지지도 않네. 그런데 녀석은 금방 나누더구먼.

삼천 얼마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돈을 걷으러 다니는 거야.

아이구 참 남 볼까 창피해서 원.

그래서야 되겠어? 인간미가 있어야지.

술 먹고 서로 내가 내겠다고 계산대에서 승강이 하는 것,

그거 얼마나 아름다워, 인간미 넘치는 정경 아니겠어? 불알 달고 태어나서 째째하고 졸렬하고

남 부끄럽게 삼천 얼마씩 걷어? 아이구 뒤꼭지 시려서,,,,,,.

그래도 술값 낼 때 되면 구두끈 매는 녀석보다야 낫지만,

어쨌든 맘에 안 들어.


아니, 벌써 시간이 저렇게 됐나? 그래서 아까부터 종업원이 눈치를 주었구나.

치워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그릇을 챙겨가고 말이야.

일어서자구. 12시 이후부터는 영업을 하지 않으니 우리 같은 술꾼들은

어디 세상 사는 재미가 나야 말이지. 밤새 술 마시면서

우정을 나누던 멋도 사라지고 말야. 마누라들이야 좋아 하겠지만.

그런데 자네 뭘 해? 아무것도 안 떨어졌어. 얼른 일어나, 밍기적 거리지 말고.


아줌마, 여기 얼마예요? 삼만 이천 칠백 원이요? 거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

이 집이 비싼 집이구만. 아무리 비싼 수육을 먹었어도 그렇지. 바가지 씌운 것 아냐?

이봐들,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와. 우리 분빠이 하자구.

한 사람 앞에 만 구백 원만 내면 돼.

역시 사람은 합리적으로 살아야 돼.

혼자 내면 삼만 이천 칠백 원이란 거금이 나가는데 셋으로 나누니까

만 구백 원이란 부담없는 액수밖에 안 된단 말이야.

술이란 이렇게 부담없이 먹어야 뒤끝이 좋은 법이거든.


○ ㅊㅊㅊ 짚고 넘어가는 술에 관한 입장차이


- 남이 술자리에서 떠드는 것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설치는 것이고,
내가 술자리에서 떠드는 것은
분위기 살리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 남이 술자리에서 늦게 일어나는 것은
술값 내기 싫어서 미적거리는 것이고,
내가 술자리에서 늦게 일어나는 것은
잃은 물건이 없나 확인하는 것이다.

- 남이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이기적인 사고방식이고,
내가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 어느책을 읽다가 심하게 마셔댔던 지난날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