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초에 결혼 예정입 스물아홉 처잡니다.

고민하게...2009.05.28
조회5,697

길이 무진장 깁니다.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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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목처럼 조만간 결혼을 앞둔 처자에요.

결혼 결정 되고 부터 네이트 시친결을 자주 들려서 이런 저런 글들을 읽어가며 나름 결혼 생활에 대한 대비 아닌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며느님들 힘들다 힘들다 말로만 들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글 읽으면서 정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하고 놀라는 게 한 두번이 아니랍니다.

그런데...

어제, 아니..... 이제 그제네요.

제게도 이렇게 황당해하면서 글을 올릴 일이 발생했네요. 암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생판 남의 일인지만 알았는데 말이죠.ㅠㅠ(벌 받았나 봐요.)

음... 사설이 기네요. 이제 본론 말씀드릴게요.ㅠㅠ

 

그러니까..... 다른 게 아니라 오빠네, 달리 말하자면 제겐 예비 시댁 되는 집안의 문제에요.

더 시원하게 톡 까놓자면, 집안 문제라기 보단 돈 문제고요.ㅠㅠ;;;

일단 오빠네 가족 구성은 부모님(두분 다 60세 미만), 형님(삼십대 후반), 오빠(삼십대 초중반), 여동생(이십대 후반) 입니다.

이 구성원들 중 부모님께선 집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쉬시는(!) 중이시고, 형님 되는 분은 불과 얼마전까지 쉬시다가(!) 요즘 들어서 취직을 하셨고, 여동생은 예전부터 꽤 근면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걸로 알아요. 그리고 오빠는 회사를 다니고 있긴 한데, 일종의 전문직이라 연봉이 대략 오천만원 살짝 넘는 수준이에요.

이것만 보심 무슨 돈 문제냐고 하실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자식들이 다들 버니까 부모님 부양하는 것... 뭐 까짓 셋이서 조금씩 부담 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어 보이니까요. 솔직히 그제까진 저도 아무 문제 없는 줄 알았고 의례히 그렇게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어요.

휴.... 거 참, 그런데 그저께 오빠가 할 말이 있다더니 이실직고하는 즉슨.

여태까지 오빠 혼자서 부모님 생활비 일체와 기타 보험(생활 보험, 연금 보험, 차량 관련 등), 부모님의 경조사 관련 비용(제사는 물론 계모임 같은 것들) 외... 아무튼 모든 돈 문제에 관한 것들을 모조리 부담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저 당연히 그 금액이 한달에 얼마나 되는지 물었고요.

그러니 한다는 말이 자기가 따로 넣고 있는 적금과 펀드, 보험, 그리고 자기 용돈 약간을 제외한 전부를 드렸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나오는 스톡옵션과 보너스까지 전부요.

오빠가 들고 있다는 적금이나 펀드... 얼마 들어갔고 얼마나 더 부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오빠 연봉이 얼만지 아는 저로써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 했습니다. 게다가 스톡옵션이라니..... 그거 보너스처럼 백만원 단위로 나오는 돈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걸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드렸다는 겁니다.

그 순간 이래저래 계산하니.....

아..... 부모님께선 오빠에게 못 해도 한달에 이백에서 삼백만원 정도의 금액을 본인들 생활비 명목으로 받아가시는 거였어요.

머리가 멍해지는 게 너무 어이도 없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그러면 다른 형제들은 뭐 했냐는 생각과 함께 부모님들께서 오빠에게 해도 너무한단 거였네요. 그리고 여태까지 부모님께서 했던 것, 그리고 부모님께서 다른 형제들한테 해왔고 오빠에게 해왔던 것들이 마구 떠오르더라고요.

예비 시어머니께서 꼭 일주일에 두번씩 형님의 원룸으로 갈 때마다 실어나르던 비싼 반찬들..... 어디 어디 여행 가신다며 종종 집을 비우시던 오빠의 부모님, 매번 집에서 마트에서 사다놓은 김치에 맛김 달랑 놓고 밥 먹던 오빠, 화장대도 부족해서 화장실 수납장을 모조리 점령하고 있던 설화수, 랑콤, 무슨무슨 황금수 에센스 같은 값비싼 여자 화장품에.... 너무 많아서 예비 시어머니는 사용도 안 하고 버리는 화장품 샘플(심지어 너무 아까워서 팩 같은 건 제가 좀 얻어올 때도 있었네요!), 갈 때마다 떨어지지 않고 김치냉장고 한 칸을 꽉 채우고 있던 과일과 지나가는 길에 샀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다고 마구 쌓아뒀던 예비 시어머니의 옷, 심지어 갈 때마다  늘어나던 오빠네 늙은 개의 애견 용품까지!

제가..... 눈에 보는 것만 이랬습니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겠죠.

네.... 씀씀이가 많이 과하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본인들이 일구신 것들로 누리신다는데 내가 뭔 참견이랴 했던 모든 것들이.....

전부, 정말 전부!

오빠가 일년에도 몇번, 외국에 몇 달씩 출장 나가고.....

돌아와서도 밤 11시까지 야근해가면서 벌었던 돈으로......

부모님께선 그렇게 쓰셨던 겁니다.

게다가 형님은.... 집안 돈 쏟아부어서 용산에서 컴퓨터 상점 하시다가 들어먹고 난 뒤에 근 삼년을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먹으셨데요. 그리고 한 9개월 전에 여전히 일도 안 하시면서 부천에 17평 대 원룸으로 나가셨어요. 아버지 잔소리가 너무 심해서 집에 도저히 못 있겠다고요.

그때 원룸 계약금이 약 8000만원이었고 한달 세가 35만원인 걸로 알고 있고요.

전 얼마전까지도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사업이 망하셨지만 뒤로 모아둔 돈이 꽤 있으셨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부모님께서 집 줄여 이사하시면서 생긴 돈에 오빠한테 스톡옵션으로 받은 것을 달라고 하셔서 그 형님 원룸 구해주고 세까지 내주고 계신 거였고요.

형님은 그러고도 계속 노시면서 차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sm5를 떡 하니 뽑아서 굴리고 다니셨답니다. 당연히 그 차 리스 대금은 부모님께서 또 오빠한테 돈 받아다가 오빠 몰래 불입하고 계셨고요.

그 일 알고 나서 오빠가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펄쩍 뛰니까 형님 분이 자존심 상한다며 일을 구하셨는데 그게..... 한달에 백만원짜리 00카드 상담원직이었다네요. 한달에 백만원, 세금 떼고 구십얼마 가지곤 차량 리스대금이랑 집세 내고 나면 남는 거 없고요.

결국 형님이 먹고 사는 일체와 세금 관계 일체는 부모님께서 내시는 거고.... 돌고 돌면 결국 오빠가 내는 게 되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여동생은 오빠한테 뭐 손 벌리는 게 없다는 거지만, 대신 집에 십원 한장 보태주는 것도 없답니다.

근데요...... 더 기가 차는 사실은 그렇게 매달 오빠가 직접 월급날 부모님 통장으로 송금하는 돈으로 모자라 예비 시어머니께선 오빠 명의의 카드까지 쓰신다는 거네요.

저요.....

약 1년 전에 오빠네 집이 서울 목동서 수원으로 이사 갔을 때, 오빠가 부모님 이사하신다는데 냉장고라도 바꿔드려야 겠다고 말을 하길래 흔쾌히 그러라고 했고, 어디 무슨 날 여행 보내드린다, 무슨무슨 비싼 선물 해드린다 했을 때 당연히 낳아주신 부모님이시니 여유되면 아니, 당연히 해드려야지 했어요.

그런데, 이제 오빠에게 온갖 사실을 듣고 나니 그게 정말 당연히, 기껍게 해야 할 일인지 의심이 됩니다.

오빠가 얘기했을 때 비로소 이사할 당시 이사 비용 일체와 냉장고는 물론, 김치 냉장고며  돌침대며 식탁이며.... 온갖 소소한 것까지 오빠가 다 해드리는 바람에 오빠가 이천만원도 넘게 돈을 썼다는 사실도 알았고(오빠는 냉장고나 갈아드릴 생각이었는데, 부모님께서 섭섭하다고 이거 저거 필요한 게 정말 많은데 자식이 모른 체 한다고 일주일도 넘게 오빠한테 말 한 마디 안 하셨다네요. 그 서슬에 져서 오빠가 해드렸데요.) 이 이천만원도 모자라서 돈 천만원을 또 빌려가셨다는 사실도 알았네요.

물론 아직 안 갚으셨고요.

그리고 형님이 모는 sm5가 사고가 한 번 났었는데, 그게 형님 본인 과실이라 사고 뒷수습을 할 능력이 없는 형님이.... 오빠한테 그 사고난 차를 새차보다 웃돈에 사가고 뒷수습까지 하라고 했던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마침 오빠가 부모님께 스톡옵션이다 뭐다 다 드리고 통장에 현금이 한푼도 없어서 못 해주게 됐고요. 그때 부모님과 형님이 합세해서 오빠를 몹쓸 사람 만들었던 것도 죄다 듣고야 말았네요.

게다가 요즘 회사가 어렵다 보니 스톡옵션이니 보너스 같은 게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선 여전히 오빠에게 예전과 같은 금액의 생활비를 요구하신다는 것도 들었네요.

휴.....

너무 기가 차서 듣고만 있다가, 저는 결혼 후.... 아니 지금도 오빠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어떻게 살 거냐고, 계속 그렇게 살 거냐고.... 미안하지만, 그렇게까지는 해드릴 자신도 없고 그렇게 하면서 살기도 싫다고 했어요.

기본적으로 부모님께서 의식주에 부담을 느끼시지 않게는 도와드리겠지만, 그 이상은 정말 무리라고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마지노선은 온갖 비용을 다 포함해서 한달에 백만원이다. 그 이상은 상상도 안 했고, 앞으로도 상상도 안 할 것이라고 했네요.

그리고 오빠한테 장가 오기 전에 쓴 돈은 일절 관여하지 않겠지만, 제게 장가 온 후는 전혀 아니라고, 일단 오빠 명의로 된 카드는 죄다 정리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또 부모님의 보험 같은 건 질병 보험 같은 것 외에는 전 모르겠다고 불필요한 것까지 돈 다 못 내드린다 했고요. (아는 분이 설계사라며 정말 이것저것 많이도 넣으시더라고요.)

오빠도 고민 고민하다가 죽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여서 너한테 얘기했는데, 네가 나와의 결혼을 접을 생각보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얘기해주는 것이 고맙다며.... 네가 하는 말 전부 따르겠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는 이게 끝이 아닐 거라는 거, 분명히 저 속에 뭔가 더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하지만, 전부 네가 원하는데로..... 하자는대로 하겠다는 오빠, 말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민 끝에 얘기를 꺼낸 오빠를 보면.

내가 좀 모질고 독하다 소리를 듣더라도, 저 사람을 구해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우리 집은 부모님께서 상가도 가지고 계시고 산이나 땅이 좀 있으셔서..... 노후 걱정은 없으시거든요. 절 낳아주신 우리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오빠가 능력이 있고 저도 부모님 덕에 공부해서 제 앞가림을 할 정도는 되니 둘이서 열심히 일구고 살아서 나중에 여유가 되면 우리 부모님께도 효도하면 되겠지 싶고요.

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불쑥 불쑥 오빠의 부모님과 형님 때문에 또 앞날이 걱정도 됩니다.

시친결의 현명한 주부 9단 분들.....

저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시간에 열 두번도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현명하신 의견 기다릴게요.

그럼 모두 행복하세요.

 

아 참, 밑에 리플 보고 참고로 적어드려요.^^;;

저도 연봉이 대략 삼천 조금 넘고요..... 결혼해서도 같이 벌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빠가 결혼 자금으로 모은 돈은 최저 7000만원 +@(펀드때문에 돈을 좀 까먹었네요. 지금도 주식이 오르락내리락해서 펀드에 들어간 돈은 확실히 얼마다 이렇게 말 못 하겠고요. 이거 안 넣고 그냥 차분히 모았으면 최소 1억은 넘었을 건데.....)

제가 모은 결혼 자금은 약 5500만원 선이에요. 이 중에 한 3500만원 정도만 결혼하는데 쓰고 나머지는 비상금으로 꼭꼭 숨겨서 가져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