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사 이야기 episode2 술래잡기4

전선인간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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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에 이은 글인건 다 아시죠?

 

남형사 이야기 episode2 술래잡기4

 

 

미숙은 그랬다. 이쁘장한 얼굴과 몸매 때문에 늘 유흥가 쪽에서

끊임없는 유혹을 뻗어왔다.

어떤 사람은 미숙에게 수백만원짜리 선물을 주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녀에게 결혼을 전제로 집 한 채를 사주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지만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이미 많이 가진 누군가의 등에 업혀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가진 적도 있지만


미숙은  태민을 만난 후부터

태민의 땀방울 속에 담긴 진실과 애정을 발견한 후 부터는

사랑이라는 거 무언가를 많이 가진 사람의 뒤를 따라가거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뒤에서 쳐져가는 것이 아닌


가진 것이 없더라도 마음이 부르는 소리에 따라

함께 천천히 인생의 길을 발맞춰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그랬기에 지금 미숙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피로 물든 다이아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주는

태민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태민이 6개월 전부터 왜 일찍 일어나고 늦게 들어오는지

한번도 그녀 스스로 다이아반지를 원해본적은 없지만 그녀를 위해 그렇게

애를 쓰는 태민을 알기에 미숙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히히 미숙아. 울 애기야. 너무 이쁘다. 이렇게 이쁜데 이렇게 너무 흑흑”


태민은 미숙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피로 물든 다이아반지를 끼워주며

어깨를 들썩 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미숙은 그녀의 앞에서 비맞은 강아지처럼 약해져버린 태민을 보며

그냥 그의 쳐진 흐느끼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어깨의 흐느낌을 통해 미숙은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를 예감하기 시작했다.


“바보야. 바보야”


그들이 서로를 품에 안으며 흐느껴우는 동안


남형사와 박철현 형사는 반 지하 단칸방의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태민이! 이 자식아.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박 형사의 호통소리가 단칸방을 쩌렁 쩌렁 울렸고 태민은 미숙의 품에서 얼굴을 들었다.

그의 표정에서 박 형사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박 형사님 오셨네요. 여기가 울 미숙이예요. 어때요

너무 이쁘죠. 우리 미숙이 오늘 제가 드디어 다이아반지도 끼워줬어요.

미숙아 저분이 내가 말한 박형사님이셔. 인사드려“


“이 병신 새끼야. 지금 니가 먼 짓을 한건지 알기나해?

너 지금 살인미수 및 특수 절도로 수배가 되었단 말야.

너 이새끼 어서 그 반지빼. 어서 나랑 같이 왕사장에게 가자.

그래서 선처를 빌자고 이 자식아.“


박 형사는 태민이 안스러워 견딜 수 가 없었는지  베이지색 상의의 지퍼를 열어 제쳤다.


“어이 남 형사 어서 저기 아가씨 손에 반지 빼!”


“아.......네? 네 알겠습니다.”


남 형사는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하려는 박 형사의 마음을 눈치 채고 미숙의 손에서

다이아 반지를 빼기위해 성큼 그녀 앞으로 다가섰다.

그때 였다. 태민의 품 속에서 칼이 나온 것은



“그래! 그래! 역시 시발 세상에 믿을 놈이 없지.

이 새끼들 이 반지 우리 미숙이 꺼야

미숙이 꺼라고. 자 봐 여기 계약서도 있잖아“


태민은 품속에 계약서를 꺼내어 박 형사의 앞으로 던져버렸다.


“거기 분명히 7부 다이아몬드 반지 준다고 적혀 있잖아.

야이 개새끼들아. 너네들도 나 글 못 읽는 다구 지금 사기 치는 거지?

어디 한 발짝만 다가 와봐. 개새끼들 다 죽여 버릴 테니까!“


박 형사는 태민의 품속에서 나온 피 묻은 계약서를 집어 올렸다.

그리고는 이내 그 왕사장이 어떻게 이 순진한 청년에게 해꼬지를 가했는지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이봐 남 형사 이것 좀 보라고”


남 형사 역시 박 형사에게 받은 태민의 계약서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대충 깨닫기 시작했다.


“이봐 태민이 알았네 알았어. 어떻게 된지 알겠으니 제발 그 칼 내려놔!

나 박형사야 박형사!

너한테 자장면 한그릇 얻어먹고 그렇게 좋아하던 박형사라고

나 믿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볼테니 어서 칼 내려놓으라고“


“하하 누굴 믿어? 야이 새끼들아. 내가 다시 속을 것같애.

어디 한발짝만 다가와봐. 이 반지는 미숙이꺼야. 미숙이 꺼라구“


태민은 남형사를 향해 칼을 몇 번 휘저었고 남형사는 태민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할지를 모른 채 그저 태민의 칼날을 위험하게 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체포해!”


박형사는 어렵게 입을 열었고 그제서야 남형사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태민의 칼을 오른쪽 옆구리로 꽉 잡은 채

왼손으로 태민의 팔목을 세차게 휘려 쳤다.


태민의 손에서 떨어진 칼이 마치 쉽지 않은  인생사를 표현하듯

공중에서 몇 차례 회전을 하며 떨어졌고

남 형사는 태민의 손에 천천히 수갑을 채우며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자네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남 형사가 태민에게 미란다 원칙을 말해줄 무렵

어떻게 알았는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왕사장이 태민의 자취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 개새끼 니가 날 이렇게 만들고 도망 갈수 있을 것 같애.

어디있어. 내 다이아반지“


왕사장은 방안을 휙휙 둘러보다 미숙의 손에 반지가 끼어져있는 것을 발견하곤

냉큼 미숙의 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에 반지를 빼내려 시도했고

미숙 역시 얼른 이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서 빼내 버리고 싶었으나 왠지

왕사장의 손이 자신의 손에 닿는 순간 마치 파충류의 차가움 같은 느낌 때문에

손을 꾹 쥐었다.


“손 안펴? 병신 같은 년아. 짱개 주제에 다이아가 어울려? 응.

지 주제에 맞는 짓을 해야지“


“야이 개새끼야 건들지마. 그 반지는 우리 미숙이 꺼라고 미숙이.”


수갑으로 손이 채워진 채 남형사에 의해 제제를 당하고 있던 태민이의

입에서 피가 터지는 듯한 외침이 튀어 나왔다.


“이봐 남 형사 연행해”


“아 네”


남형사는 발버둥치는 태민의 어깨를 밀치며 그를 지하 단칸방 밖으로 끌고 나가기

시작했고 왕사장은 여전히 꽉 쥔 미숙의 손에서 자신의 반지를 찾을려고 하고 있었다.


“이 씨발 년이 손 안펴? 진짜? 맞을래? 응”


왕사장은 손을 펴지 않는 미숙의 뺨이라도 내려칠 모양 손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아악....! 왜 이래. 왜 이래! 박 형사”


왕사장의 뒤에서 박 형사가 한손으로 그의 손목을 으스러져라 붙잡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왕사장의 멱살을 부둥켜 잡았다.


“야이 개새끼야. 그 손 안 놔! 그래

니 저 더러운 다이아 반지는 내가 꼭 챙겨 줄테니

저기 저 불쌍한 태민이 녀석이 사라질 때까지는 이 아가씨 손에서

절대 반지 빼지마.

최소한 이 순간 만큼의 저 반지는 태민이와 아가씨의 것이니까.

어디 손만 대어봐라.

개새끼! 니가 좋아하는 보석으로 니 이빨을 새로 다 맞추게 해줄 테니까.“


언제나 느릿느릿 얄미울 정도로 장난기 많았던 박형사의 눈이 커질대로 커져

마치 왕사장을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기 시작했다.


“어.....어......그래....... 이봐 박형사 알았다구 내 그렇게 함세.

알았다구 그러니 이 손좀 놓아주게“


그렇게 왕사장과 박 형사는 태민의 단칸방 위에 세워둔 경찰차 안으로 사라질 무렵

미숙에게 반지를 돌려받은 후

지하 단칸방을 빠져나갔고

혼자 남은 미숙은

그제서야 꾹 꾹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우아아앙.........흑 흑”





3주 후 열린 법원심사에서

태민은 살인미수와 특수 절도죄가 성립이 되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씁쓸한 마음으로 법정의 좌석을 지키던

박 형사와 남 형사는

서러우리 만치 냉정한 법원의 문 앞을 나서며

담배 한대씩을 꺼내 태우기 시작했다.


남 형사는 위 주머니에서 박하사탕을 꺼내 박 형사에게 하나주었다.

우물우물 사탕을 빨며 담배를 피우던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저 피식 하고 웃을 뿐이었다.


“박 선배 사탕 맛 더럽게 쓰죠?”


“그러게........씨발”


박 형사의 눈으로 저물어가는 태양의 노을 빛이

참 붉게도 번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