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애정다반사♪ ③

레몬 트리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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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달래는 곧장 해수에게 전화를 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해수가 곧장 전화를 받았다.

해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달래는 놀리듯 말했다.



“너 나한테 할말 없어?!”


“무...무슨말!!!”


“있을텐데.....없어?!”


“없어! 왜 그러는데?!!”


“너 오늘따라 말도 버벅대고 이상한거 알아?! 아! 오늘따라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채준이 보고 나서 말야!”


“...................”



설마하며 짚었는데 실상 해수가 아무 말이 없자 달래는 당황스러웠다.



-진짜인가?-



“나 이제 한사람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



한 사람이라....

물론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사람만 바라보는게 가장 좋은것이고 그게 당연한 것이지만 천하의 류해수가 한사람만 바라본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달래가 본 해수는 1달에 한 번꼴로 심심하면 남자를 바꿔가며 노는 것이 취미고, 요일별로 남자를 옵션처럼 달고 다니며 남자알기를 우습게 아는 그런 해수가 남자한테 빠진다?! 그것도 다른사람이 아니라 채준한테??!!



“그러니깐 니가 좀 도와줘!”



달래가 아무말없자 해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해수에게 그러마 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해수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이 채준이라서 그런가?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드는 달래였다.



그때 울리는 핸드폰을 달래는 무의식적으로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나야 라는 그 목소리.... 재기선배였다. 미소 때문에 선배에서 재기씨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선배란 말이 더 호감있다고 둘이 이야기 할때는 선배라고 하자고 제의를 해왔던 재기선배였다.



-지금 한참 오페라 볼 시간인데?!....



재기의 전화에 달래는 시계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오페라 볼 시간 아닌가요?!...미소랑 싸웠어요?! 선배?!”


“아니..싸우긴.... 그냥... 몸도 안좋고 그래서 집에 왔어!”


“어디가 아픈데요?! 많이 아파요?!”




벌컥 소리를 지르며 안절 부절 못하는 달래를 아는 듯 재기는 풋 하고 웃어버렸다. 그제서야 여자친구도 있는 선배한테 그것도 자기친구가 여자친구인 선배에게 그렇게 벌컥 소리를 지르며 안부를 묻는건 오바인거 같아서 달래는 얼굴이 붉어졌다.




“걱정되니?!”


“..........”


“그냥 갑자기 니 생각 나서 전화 한번 한거야 ...잘자라.”



전화를 끊고서도 달래는 걱정되니 라고 묻던 재기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왠지 그 목소리에 투정이 묻어나는건 달래만의 착각일까?.....



대학교 첫 M.T때...


달래는 재기를 처음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흡사 드라마에서 보면 자기연인을 보면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안보이고 그 사람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달래는 다가갈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컸지만 달래에게 남자는 어색했다. 이 무슨 아이러니냐고 묻을수도 있지만 마음에도 없는 사람들이 자꾸만 자기 주위에 맴도는 그런 기분은 아마 연예인이라면 이해해 줄꺼라고 굳게 믿는 달래였다. 달래에겐 자유가 없었다. 어딜 가든 남자들의 시선이 따라붙었으니....



어쩜 달래는 재기 선배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랬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미소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접어야지 접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희망이란게 가져지는건 왜인지...달래는 미소에게 미안해 죽을 것 같았다.



요란한 알람벨 소리를 끄며 달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대충 샤워하고 옷장문을 열었다.

체리빛 옷장 안에는 수십벌의 정장과 원피스가 걸려있었다. 다들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는 청바지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어렸을때부터 여성스러운 엄마 탓에 달래도 어느새 엄마의 성격을 닮아가고 있었다.


날씨도 맑고 화창해서 밝은색 원피스를 입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달래는 빨간 원피스를 꺼내들고 짧은 청자켓을 꺼내 걸쳤다. 새로 산 빨간 샌달을 신고 자그마한 손가방을 드니 오늘의 코디도 그럭저럭 점수를 줄만 했다.


새 신발 신은 기분은 다들 똑같지 않을까?! 달래는 항상 가기 싫던 출근길도 오늘은 왠지 공원 산책로 같이 좋아보였다.


전날 새벽에 비가와서 인지 나뭇가지에 맻힌 물방울이 유난히 이뻐보일수가 없었다.



한참 신나게 걷고 있던 달래에게 갑자기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물이 쏟아졌다. 더러운 검은색 빛깔의 물....

그 물 색깔 만큼이나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하고 머리끝까지 화가 밀려오는 달래였다.

그 물이 온 곳은 차도 옆이였다. 어제 비로인해 빗물이 고여있었고 속도를 한껏 내고 달려오던 자동차의 반동에 의해 그 물이 고스란히 달래에게 온것이였다.



머리끝까지 화가 밀려와 바들 바들 떨고 있는 달래를 향해 차주인은 어쩔줄 몰라하며 달래에게 손수건을 건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차를 뽑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달래는 연신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이는 그 사람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망가진 기분은 좀처럼 돌아올줄 몰랐다.



“어쩌실꺼예요.....”


“죄송합니다. 제가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근데 지금은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아니 사람을 이꼴로 만들어 놓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일이 뭔가요?! 네?!”



화를 내는 달래를 두고 그사람은 연신 미안하다며 허리를 굽히더니 정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냥 가버렸다. 도저히 화를 주체 못한 달래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 아!!!!!!!”



한껏 누가 쳐다 보던 말던 소리를 치던 달래는 조금 마음이 진정되자 회사로 전화했다. 출근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였다. 오늘 아프다고 대충 둘러댄 달래는 집으로 향했다.



아침까지 좋던기분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망가질수도 있는건가 싶다고 느끼는 달래였다. 지금 시각 미소는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을테고 해수는 중요한 브리핑이 있다고 했다.

막상 모처럼 만에 생긴 시간이였지만 할일이 없었다.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재기 선배 한테 전화를 할까도 해봤지만 그건 이내 안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달래는 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전화기 너머로 상황을 설명하며 방방뛰던 달래를 애써 진정시키며 달래네 집까지 채준은 와주었다.



“요즘 돈 많이 버나봐?! 이렇게 일 안하고 친구 위로해주러 와도 되는거야?!”



채준이 사온 체리맛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말하는 달래의 볼을 손가락을 톡톡 치며 채준은 말했다.




“너의 그 하이톤 악악대는 소리에는 이 체리맛 아이스크림이 직빵이잖아. 그걸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그러니 어쩌겠어..내가 희생해줘야지!”



채준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껏 거만하게 말했다.

그런 채준을 달래가 빤히 쳐다보았다. 채준의 얼굴을 이렇게 오랬동안 빤히 쳐다봤던 적이 있었나? 싶은 달래였다.



-그러고 보니 채준이 이자식도 꽤나 잘났잖아... 키 180이면 큰편이고 몸매는 약간 마르긴 했지만 뭐 그렇다고 뼈만 남은것도 아니고... 진짜 이놈도 원빈 저리가라네....



그렇게 보고 나니 해수가 채준에게 빠질만도 했다. 왈가닥 해수는 성격상 자긴 터프한척 하는 남자보다 연약하면서도 강해보이는 원빈스타일을 선호해왔었고, 재기선배가 조각같은 얼굴에 과묵한 편이라면 채준은 원빈스타일에 귀염성 있는 스타일이였다.



-근데 난 왜 그걸 이제 알았지?!......



그러고 보면 우애골에서부터 채준은 여자같다고 놀림도 많이 받았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어느새 자기집같이 따끈한 커피를 내려 들고와서는 멍하니 앉아있는 달래 앞 쪽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넌 너희집 같다...난 커피 어디있는지도 몰라서 전번에 한참 헤매였었는데....”


“왼쪽 찬장 두 번째 칸에 있어! 몰랐어?!”


“응....”



달래는 한참동안 먹던 아이스크림을 살짝 옆에 밀어놓고는 채준이 준 커피를 홀짝댔다.


한낮이여서 그런가?! 이 집을 사고 나서 낮시간에는 도통 집에 있어본 적이 없었던 달래는 자신의 집에 이렇게 빛이 많이 들어오는줄 처음 알았다.


멍하니 베란다 쪽을 바라보며 들어오는 빛에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달래였다.



-따사로운 햇빛에 달콤한 커피라니...여왕이 따로 없다.



눈을 사포시 감으며 커피향과 햇빛을 동시에 느끼고 있던 달래는 무언가 따끈한 것이 입술에 살짝 닿는 것을 느끼고는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채준이였다. 

그가 지금 자신에게 살포시 키스를 하고 있었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날씨는 너무좋았고 채준은 오늘따라 더욱 멋있어 보였으며 왠지 나른한 기분에 달짝한 커피맛을 한껏 품은 채준의 입술이 그리 싫지는 않아 가만히 채준의 입술을 맛보았다.



길고 달콤한 키스가 끝나자 채준은 헛기침을 몇 번 했다.



키스가 둘다 처음은 아니지만 달래는 지금까지 자신과 사귀었던 남자들의 키스와는 달리 달콤하게 밀려드는 채준의 키스에 과연 이 감정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미안.... ”


“아냐...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뭐....”




어색한 감정이 싫어 달래는 커피를 마저 마셨다. 알싸한 커피맛과 달콤했던 채준의 키스가 어우러지는 기분이였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였는지 채준은 갑자기 급한일이 생각났다며 가버렸고, 곧이어 술이나 한잔하자는 해수의 전화를 받고 달래는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