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有]근무 중에 팀장님께 테러당했어요.

상록수2009.05.29
조회5,300

  안녕하세요.
톡톡에 처음 글 올려보는 직장인 여성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쓸 때쯤이면 제목이 “매너모드 신입사원의 폭주(또는 도발)”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신입사원 도발하려다 팀장님께 테러 당한 사연을 쓰게 되었네요. ㄷㄷ 
창피해서 죽고 싶지만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판국에 메인 한번 가보자는 용기로 글을 올립니다.

 

  일단 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인물소개를 하겠습니다.
(발로 그렸어도 귀엽게 봐주세요) 가운데 있는 분이 저를 테러한 팀장님이고요, 오른쪽 끝에 민머리가 제가 도발했던 신입사원입니다.

[사진有]근무 중에 팀장님께 테러당했어요.


  저는 톡폐인이 유독히 많은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네이트 판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면서 URL을 나누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때는 바로 이틀 전, 직장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들어오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GS**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GS**에 언젠가 톡톡에서 봤던 커피가 보이더군요. 그 글은 어떤 남자 대학생이 연락처가 적힌 커피를 받고 여자한테 고백 받은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남자였다는 비극과 충격이 뒤범벅 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끼리 돌려보면서 엄청 웃었던 지라 그 커피를 보자마자 말문이 트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웃고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 망할 놈의 호기심이 사건을 부르게 되었던 것이죠. 저와 직장동료들은 이걸로 우리도 장난쳐서 판에 올려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판에 올라가는 것!으로 순식간에 정해지고 그 날 남은 업무의 No.1로 정해졌습니다.

 

  타겟은 입사 1년도 안된 남자 신입사원. 대충 설명하자면 군대에서 제대한지 어언 5년인데도 아직도 회사에서 각을 잡고 있어 마치 병영체험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며, 공식적인 별명은 ‘매너모드’. 그러나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김일병’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책상에 앉을 때도 양복 안 구겨지게 정자세로 앉아있고, 언제나 '네~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나태해 질대로 나태해진 저의 인생에 상당히 신선한 존재였던 것이죠.

 

  그래서 회사에 들어가면서 여자동료들이랑 어떻게 장난칠까 고민하다가 좀 센 걸로 가자고 해서커피에 입술 자국을 찍고 '나랑 사귈래?'라고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서는 제일 얼굴(?)(과 주먹)이 되는 제가 그 친구에게 갖다주기로 했습니다. 워낙 장난치는 거 좋아하는지라 저 역시도 제가 한다고 나서기도 했고요. 성공하면 네이트 톡톡에 올리려고 인증샷도 미리 박아뒀습니다.

 

[사진有]근무 중에 팀장님께 테러당했어요.

 

  그리고 외근나간 팀장님 것까지 커피를 두 개 사서 김일병에게 전해주면서 말했습니다.
(전 윙크를 살짝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XX씨 커피 마시면서 일해~. 하나는 팀장님 드리구.”
한 개는 입술이 제대로 찍혀있는 커피였고요, 또 하나는 그냥 커피였는데,
“네. 감사합니다.” 하고 덮썩 받더라구요.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록 반응이 영~~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망했다. 별로다. 재미없다. 우리는 김일병도 못 속이는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한탄을 하고 있을 때………………..


외근에서 복귀하신 팀장님으로부터 후폭풍이 터졌습니다.


팀장님 : 이거 왠 커피야?
김일병 : 그거 박대리님이 드리는 거에요
팀장님 : 박대리가…음.. 박대리… 나랑 사귈래?
박대리 나 좋아해?!!!! 그랬어?!!
라고 큰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간 우리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모두의 머리 속에는 같은 단어가 스쳐갔습니다

 

[사진有]근무 중에 팀장님께 테러당했어요.

 

  왠만한 사람이었다면 입술이 찍힌 커피는 자기꺼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 앞뒤 꽉막힌 신입사원은 당연히 자긴 아닐꺼라고 생각하고(5년 사귄여자친구 있음) 팀장님께 그 커피를 드렸던 거지 뭡니까! (야이xxx ) 엎친데 덮친격으로 장난치는거 저보다 더 좋아하는 우리 팀장님은 제가 팀장님을 좋아하는 걸 아주 공공연한 사실로 만들어버리셨죠.. 정말정말 큰 소리로 박대리가 나 좋아해! ㅋㅋㅋㅋ 라고 소문을 내신 겁니다.

 

  그 뒤로도 박대리 자꾸 나 좋아하지마 이러면 우리사이 힘들어져라는 둥, 사귀면 얼마 줄 수 있겠냐는 둥 말을 걸어오시는데 정말 죽겠습니다.  사내 게시판에는 박대리님 오늘 팀장님께 고백했다던데.. / 두 분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등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 정말 팀장님땜에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습니다……전 어떡하면 좋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