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자살의 책임

SALT20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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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애도의 열기가 고조되자 그에 편승하여 노무현씨의 자살에 대한 책임자(들)를 밝혀내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씨의 가족이나 추종자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그들의 원통한 심정에 비추어볼 때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제1야당의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볼 쌍 사납다.

정치인들이 노씨의 자살에 대한 책임자를 찾아서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노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적 수사’였고, ‘무리한 수사’였으며, 검찰은 수사과정을 세세하게 언론에 공개하는 등의 과오를 범했다는 견해이다.

집권세력이 정치보복을 하고 싶더라도 노씨에게 아무 범죄혐의가 없었다면 검찰이 노씨를 수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면에 검찰은 그 대상이 누구이든지간에 범죄혐의를 인지하게 되면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인지된 범죄혐의를 정치보복 수사라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런 검찰은 폐지해야 한다. 비록 노씨가 혐의 받고 있는 뇌물접수의 규모가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접수한 뇌물의 규모에 비해 크게 작다할지라도 공직자가 뇌물을 받은 것은 수사되어야 할 범죄혐의임이 분명하다.

노씨에 대한 수사를 ‘무리한 수사’라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무리한 수사’란 용어가 매우 애매한 용어이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체로 법절차를 위반하면서 진행하는 수사나, 기존 법률에서는 범죄로 규정할 수 없는 행위를 새로 법률을 만들어 진행하는 수사, 혹은 범죄혐의를 억지로 조작하여 진행하는 수사 등을 의미할 것이다. 검찰은 노씨를 수사함에 있어서 위의 사항 중 어느 것도 행한 바가 없다. 따라서 노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결코 무리한 수사라 할 수 없다.

검찰이 노씨에 대한 수사진행상황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언론에 공개한 것도 반드시 나쁘다고 만 비난할 수 없는 사항이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을 법의 범위 내에서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슨 잘 못인가? 검찰이 노씨에 대한 수사진행 상황을 비밀에 부쳤다면 국민에게 숨기면서 수사를 한다는 비난이 크게 일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노씨 자살의 책임을 그를 수사한 검찰에게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백보를 양보하여, 노씨에 대한 수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다 수용한다 하드라도 노씨의 자살에 대한 책임을 검찰에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설사 노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그러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하드라도 그러한 문제점들은 노씨의 자살을 필연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씨가 자살을 실행한 5월 23일 새벽의 시점에 노씨는 자신이 취할 행동과 관련하여 다음 3가지 중 하나를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첫째, 검찰이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 하드라도 검찰의 요청대로 수사를 다 받은 후 재판을 통해 그 누명을 벗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둘러씌운 누명은 재판을 통해 얼마든지 벗을 수 있다. 더구나 지금 이 나라 법조계에서는 노씨와 사상적 경향을 같이 하는 판사와 변호사들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어서, 노씨의 범죄혐의가 억울한 것일 경우에는 하나도 남김없이 벗겨질 것이다. 그리고 노씨가 아무런 범죄를 범하지 않은 탓으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게 되면 노씨의 명예는 더 올라갈 것이고 노씨를 근거 없이 억지로 처벌하려던 자들은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둘째,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노씨의 범죄혐의가 사실일 경우 검찰의 수사를 다 받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다. 사람은 누가 되었든지 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나라에는 전직대통령으로서 징역을 살고 벌금을 낸 사람들이 둘이나 있다. 노씨라 하여 죄를 지었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셋째, 자기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너무 원통해서, 자기가 혐의 받고 있는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기의 자살로 사건을 종결짓게 만들기 위해서, 아니면 자기의 범죄를 파헤쳐서 자기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감옥에 보내고자 하는 자들에게 자기의 죽음을 던져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대중으로부터 잔인한 사람들이라는 비난을 받게 만들고 자기는 대중의 동정을 얻기 위해서 자살을 감행하는 것이다.

위의 3 가지 대안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노씨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었다. 노씨는 자유의사에 의해 자기 앞에 놓인 3 가지 대안 중 셋째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 선택은 노씨 자신이 자유의사에 의해 선택한 것이지 누가 유도하거나 압력을 가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노씨가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면서 마음이 여린 탓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따라서 노씨의 그런 선택에 대한 책임은 노씨 이외에는 누구도 질 사람이 없다.

이처럼 노씨의 자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노씨에게 있는데, 노씨에 대한 대중의 애도 열기가 높다하여 그것을 배경으로 검찰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이 나라가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것을 크게 방해하는 행위이다. 노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하되, 그 애도의 감정을 검찰이라는 법집행기관 혹은 행정부에 대한 분노로 변환해서는 안 된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시민도 대중의 동정과 법의 집행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을 습관으로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