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상실한 나상실(한예슬)이 마당에서 빗자루로 골프 스윙 자세를 취한다. 이때 강자(정수영)는 `나이샷~`하고 등장한다. 상실은 매번 자신을 `언니~`라 부르는 강자와 친구 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둘은 잘 어울린다.
동네의 미친 여자 강자가 고민하는 상실 앞에서 꽃을 따며 노래를 부르는 능청스러운 모습이나, `얼음 땡` 놀이로 멈춰 있던 강자를 상실이 풀어주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강자가 상실에게 휴대폰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서로 바뀐 것 같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MBC 주말극 `환상의 커플`(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김상호)에서 환상의 커플은 바로 이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때도 있다.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철수와 상실이 `환장할 콤비`라면 강자와 상실은 `환상의 콤비`라며 이 두 여자에게 음료수나 빙과류 CF를 찍게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고 있다.
상실과 강자가 어울리는 것은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과 통해있다. 극중 부동산 재벌 안나조(한예슬)는 기억을 상실해 무소유의 나상실로 살고 있다. 기억상실 전후의 남자인 빌리박(김성민)과 철수(오지호)는 둘 다 안나의 기억상실을 이용하고 있다. 빌리는 안나가 죽은 것으로 만들어 막대한 재산을 챙기려는 속셈을 지니고 있고, 안나에게 골탕 먹은 철수는 처음에는 자신이 입은 피해액만큼 안나를 부려먹을 계산으로 조카 셋이 딸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여기에 대처하는 안나는 어떤가. 모든 사람 앞에 여왕처럼 군림하던 안나조가 나상실로 바뀌면서 졸지에 철수에게 빌붙어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지만 성격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시키고 까탈스럽게 굴던 상실은 기억을 잃고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도도하고 못된 여자의 착한 여자되기가 아니다. 기억만 상실했다는 점 외에는 자신의 도도함과 안하무인적 성격을 잃지 않고 큰 소리치기는 마찬가지다.
상실은 강자에게도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해도 강자는 `무장해제`된 상태로 계산없이 받아들인다. 강자나 철수의 세 조카 어린이(3석), 백구 `꽃순이` 등 상실이가 소통하는 상대들은 순수하고 따뜻하다. 무슨 얘기를 해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상실에게 강자는 `꽃순이`와 거의 같은 존재다.(제작진이 10만원을 주고 사온 `꽃순이`는 본전을 빼고도 남을 만큼 (내면)연기를 잘해내고도 몸값을 올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상실은 강자와 조카들의 순수함에 감동을 받아 개과천선함으로써 서로 친구가 되는 게 아니다. 상실에게는 원래 강자와 친할 수 있는 인자가 있었다. 상실은 12살때 갑자기 큰 부자가 되면서 `마음`을 보여달라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실상은 `지갑`을 보여달라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이 닫힌 여자다. 하지만 그녀는 부자든 가난한 자든 누구에게나 똑같이 도도하고 `싸가지` 없게 행동한다.
미디어평론가 신주진은 "순수해서가 아니라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안나가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속에 내던져져서도, 특유의 뻔뻔함으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 악녀의 진짜 매력이다"면서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안나에게는 자기 자신 이외의 인물들은 누구건 동일하다. 더 잘나고 못난 것도 없으며, 어른이고 어린이고, 정상이고 비정상이고의 구분 따위도 하등 중요치 않다"고 해석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싸가지 없음이 상실이 강자와 어울릴 수 있는 지점이다. 흔히 드라마는 약자에 군림하고 강자에 약한 사람(악인)과, 약자에 약하고 강자에 강한 인간(선인)등 두가지 유형의 인간을 그린다. 일반인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선인이 되기는 힘들다. 사장한테 강하고 부하직원에게 약한 중간간부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인간을 원하기는 한다. 드라마의 선인들은 약자를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약자와 지속적으로 어울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상실은 여느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선인이나 악인과는 다르다. 싸가지 없지만 누구에게나 대등하게 대하는 상실은 강자의 생일에 초대돼 재밌게 놀 수 있는 인물이다. 여전히 도도함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시골 사람들은 상실을 좋아한다.
순수한 강자에게 `비밀의 열쇠`를 쥐게 하는 전략은 재밌는 로맨틱코미디 스타일이다. 빌리는 안나와 자신의 결혼사진을 가지고 나간 강자 때문에 골탕을 억었다.(빌리와 강자가 사진을 가지고 숨바꼭질하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강자는 상실과 철수가 맺어질 수 없음을 알고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무런 계산이 없는 상실은 강자에게 골탕 먹을 게 없다.
이 드라마는 멜로가 부차적일 수도 있다. 안나가 누구와 맺어지느냐에만 시청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홍 자매 작가에게 물어봤더니 엔딩 장면은 비교적 일찍 정해놨다고 한다) `왕싸가지` 여자가 사랑을 하면서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멜로과잉` 드라마가 아니다. 안나가 강자와 죽이 척척 맞는 데도 주목해야 한다.
나상실과 강자가 잘 어울리는 이유
기억을 상실한 나상실(한예슬)이 마당에서 빗자루로 골프 스윙 자세를 취한다. 이때 강자(정수영)는 `나이샷~`하고 등장한다. 상실은 매번 자신을 `언니~`라 부르는 강자와 친구 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둘은 잘 어울린다.
동네의 미친 여자 강자가 고민하는 상실 앞에서 꽃을 따며 노래를 부르는 능청스러운 모습이나, `얼음 땡` 놀이로 멈춰 있던 강자를 상실이 풀어주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강자가 상실에게 휴대폰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서로 바뀐 것 같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MBC 주말극 `환상의 커플`(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김상호)에서 환상의 커플은 바로 이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때도 있다.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철수와 상실이 `환장할 콤비`라면 강자와 상실은 `환상의 콤비`라며 이 두 여자에게 음료수나 빙과류 CF를 찍게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고 있다.
상실과 강자가 어울리는 것은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과 통해있다. 극중 부동산 재벌 안나조(한예슬)는 기억을 상실해 무소유의 나상실로 살고 있다. 기억상실 전후의 남자인 빌리박(김성민)과 철수(오지호)는 둘 다 안나의 기억상실을 이용하고 있다. 빌리는 안나가 죽은 것으로 만들어 막대한 재산을 챙기려는 속셈을 지니고 있고, 안나에게 골탕 먹은 철수는 처음에는 자신이 입은 피해액만큼 안나를 부려먹을 계산으로 조카 셋이 딸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여기에 대처하는 안나는 어떤가. 모든 사람 앞에 여왕처럼 군림하던 안나조가 나상실로 바뀌면서 졸지에 철수에게 빌붙어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지만 성격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시키고 까탈스럽게 굴던 상실은 기억을 잃고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도도하고 못된 여자의 착한 여자되기가 아니다. 기억만 상실했다는 점 외에는 자신의 도도함과 안하무인적 성격을 잃지 않고 큰 소리치기는 마찬가지다.
상실은 강자에게도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해도 강자는 `무장해제`된 상태로 계산없이 받아들인다. 강자나 철수의 세 조카 어린이(3석), 백구 `꽃순이` 등 상실이가 소통하는 상대들은 순수하고 따뜻하다. 무슨 얘기를 해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상실에게 강자는 `꽃순이`와 거의 같은 존재다.(제작진이 10만원을 주고 사온 `꽃순이`는 본전을 빼고도 남을 만큼 (내면)연기를 잘해내고도 몸값을 올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상실은 강자와 조카들의 순수함에 감동을 받아 개과천선함으로써 서로 친구가 되는 게 아니다. 상실에게는 원래 강자와 친할 수 있는 인자가 있었다. 상실은 12살때 갑자기 큰 부자가 되면서 `마음`을 보여달라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실상은 `지갑`을 보여달라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이 닫힌 여자다. 하지만 그녀는 부자든 가난한 자든 누구에게나 똑같이 도도하고 `싸가지` 없게 행동한다.
미디어평론가 신주진은 "순수해서가 아니라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안나가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속에 내던져져서도, 특유의 뻔뻔함으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 악녀의 진짜 매력이다"면서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안나에게는 자기 자신 이외의 인물들은 누구건 동일하다. 더 잘나고 못난 것도 없으며, 어른이고 어린이고, 정상이고 비정상이고의 구분 따위도 하등 중요치 않다"고 해석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싸가지 없음이 상실이 강자와 어울릴 수 있는 지점이다. 흔히 드라마는 약자에 군림하고 강자에 약한 사람(악인)과, 약자에 약하고 강자에 강한 인간(선인)등 두가지 유형의 인간을 그린다. 일반인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선인이 되기는 힘들다. 사장한테 강하고 부하직원에게 약한 중간간부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인간을 원하기는 한다. 드라마의 선인들은 약자를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약자와 지속적으로 어울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상실은 여느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선인이나 악인과는 다르다. 싸가지 없지만 누구에게나 대등하게 대하는 상실은 강자의 생일에 초대돼 재밌게 놀 수 있는 인물이다. 여전히 도도함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시골 사람들은 상실을 좋아한다.
순수한 강자에게 `비밀의 열쇠`를 쥐게 하는 전략은 재밌는 로맨틱코미디 스타일이다. 빌리는 안나와 자신의 결혼사진을 가지고 나간 강자 때문에 골탕을 억었다.(빌리와 강자가 사진을 가지고 숨바꼭질하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강자는 상실과 철수가 맺어질 수 없음을 알고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무런 계산이 없는 상실은 강자에게 골탕 먹을 게 없다.
이 드라마는 멜로가 부차적일 수도 있다. 안나가 누구와 맺어지느냐에만 시청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홍 자매 작가에게 물어봤더니 엔딩 장면은 비교적 일찍 정해놨다고 한다) `왕싸가지` 여자가 사랑을 하면서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멜로과잉` 드라마가 아니다. 안나가 강자와 죽이 척척 맞는 데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