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세드] milkmilkmilk@hanmail.net (11).

엘엠비2004.05.18
조회4,353

 

 

[코믹세드] milkmilkmilk@hanmail.net (11). 이제 나에게 무슨 말을 할거야?

 

 

 

 


뭘까.

뭘까, 대체 뭘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남자의 할 말이란게 뭔지. 강..재..혁....

 

그리고 오늘.


벌써.......

그와 만나기로 한 날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한번도 마주치지 않을수가 있는걸까.


마치...... 그 남자, 옆집에 살지 않는것 같이.


일부러..

제주농수축산물직매장에서 서성거려보기도하고..

연화공원에 아침에 가보기도 했는데.

 

그는 나타나지않았다.

 

몇시에, 어디서 만날건지도 얘기 안해놓고.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오늘이 약속한.. 주말. 맞는데.


그렇다고.... 집에 찾아가서, 물어볼수도 없잖아.


아.

정말..... 왜 이렇게 그 남자를 신경쓰는거야!

 

뭐.

못만나면 못만나는거지.

 

그치만.. 그 해야한다는 말이..... 궁금해 미치겠는걸.

 

 

그때.

핸드폰 문자 오는 소리.

 

"아, 이 소리 얼마만에 들어보나. 이놈의 핸드폰, 내가 진짜 그 소갈딱지 웨이터땜에.."

 

[귀하에게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뭐야, 알림문자잖아.

그럼 그렇지............ 나한테 문자보낼 사람이 누가 있다고.

 

오랜만에 메일이나 확인해볼까.


컴퓨터앞에 앉아..

berryberryberry@hanmail.net 을 치는 그녀.

 

후우...........


berryberryberry.....

milkmilkmilk.....

 

민준이를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는 그녀.

 

"내가 딸기우유를 너무 좋아해서.. 내 메일주소가 이 모양이됐어. 웃기지?"


"그래? 그럼, 당연히 난 milkmilkmilk로 해야겠네? 넌 딸기, 난 우유. 딸기우유."


"으......... 닭살이다. 그래두, 싫진 않은데? 우리 평생 이 메일주소 쓰는거야."


"당연하지. 누구 명령이신데."

 

김민준............

너, 정말 나쁜남자야. 아니, 내가 한심한 여자인가?


니가... 정말 평생 이 메일주소를 쓸거라고 믿었던... 내가... 바보 맞지?

여태 그 약속을 지키려고, 이메일주소를 쓰고 있는 내가... 바보 맞지?


너는 이미 오래전에...

이 따위 약속같은거 잊었는데.


나 혼자..................

 

"후우...... 그래, 오늘로 끝이야. 너땜에 한숨쉬는거. 눈물흘리는거. 끝..내겠어."


라고 다짐한게 벌써 몇번짼지.... 셀수도 없다. ㅠ.ㅠ

 

후우........

민준아. 나는 널.. 벗어날수 없는걸까?


언제쯤...

다른 남자를 만났을때...... 너와 비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제쯤...

너에게서 자유로워질까. 너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언제쯤 없어질까?

 

또 긴 한숨을 내쉬며, 편지읽기를 클릭하는 그녀.


보낸이: 미래의 벤처 사업가- 동아리 회장.

제목: 우리 동아리의 꿈을 현실로 가져온 강재혁 선배의 성공을 축하하는 모임안내입니다.

 


"..... 강..재..혁..........?! 어머, 세상에... 말도안돼!"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예은이, 더이상 메일 내용을 읽지도 못한채..

제목에 써져있는.... 믿을수없는 이름, 강재혁을 몇번이고 읽고 또 읽는다.


그렇게... 눈은 모니터에. 손은 핸드폰을 열고.

 

"여..보..세..요....?"


"예은아, 나 수빈인데! 빅뉴스야, 빅뉴스!! 놀라지마! 강재혁 말야! 너랑 대학동창이야!"


"알어.... 지금 보고 있어."


믿을수없지만..

말도안되지만..


"뭐? 니가 그걸 언제 알아냈니? 기지베. 관심없는척하더니.. 현아 알면 너 죽어~. 맞다.

내가 강재혁 뒷조사를 좀 했는데 말야.... 혹자에 따르면, 그 니가 들었던 이상한

동아리 말야. 거기에도 들었다던데.. 잘 기억해봐! 너, 대학다닐때....."

 

나..

대학다닐때.....


우리학교 킹카, 김민준..


그 아이가 마냥 좋아서.... '미래의 벤처사업가'라는 촌스런 이름의 동아리에

들었었지.


그 동아리 간거, 순전히 김민준때문이었으니..

다른 남학생 따위 관심없었다쳐도..... 그래도 다같이 엠티도 갔는데.

이름은 몰라도 얼굴 정도는 기억나야 정상인데.


강재혁.. 그런 잘생긴 애가 우리 동아리였다면 유명했을텐데.

내가 강재혁이라는 존재 자체를 기억못한다는건 도무지...


아아........!


내가, 민준이랑 헤어지자마자..


동아리도 그만뒀고.

휴학까지 해버렸으니.


아.....

내가 동아리를 그만 둔 뒤에, 강재혁이 동아리에 들었나보다..

 

그리고, 내가 복학한 다음에는...

강재혁은, 군대를 갔나...? 그래서 학교에서 한번도 그를 본적이 없는거..겠지..


그래.... 그런거였구나..

 

"근데 한가지 흠이 있더라구. 난 말야, 군대 못 간 남자.. 암만 잘생기고 멋져도

싫거든. 근데.... 강재혁, 군대 면제받았더라구. 분명히 집에서 무슨 수를 쓴것같애."


헉.

내가 군대 생각하는거 어떻게 알고... 알아서 이렇게 대답을 해주는거지.

정말.... 내 주변에는 왜이렇게 독심술을 가진 사람이 많은걸까. 무서버... +_+


"무슨 수를 쓰긴. 어디 아픈데가 있다거나.."


"보기에 너무나도 멀쩡하잖아. 몸에 어디 이상있을 사람같이 보이냐? 이휴.. 게다가

집안도 엄청 빵빵하다? 진짜.. 킹카중에 킹카 아니니? 군대안간거 빼고."


잘생긴데다..

집안까지 빵빵하다...


그래. 점 점 더 오를수 없는 나무, 책에나 나오는 왕자님이 되어가는군, 강재혁.


나에게서..

점 점 더 멀어져가는군, 그 남자........

 

"암튼.... 난말야. 강재혁한테 손 때기로 했어. 아, 현아가 신문에 강재혁 나왔다고

난리던데. 너두 관심있음 찾아봐. 야, 너. 옆집 산다며? 혹시.........."


"아니야. 얘는, 무슨 생각하는거야."


"혹시............ 오늘 약속있다는 사람, 강재혁 아냐?"

 

헉!

그녀는 진정한 독심술사+_+

 

"아, 아니야. 아니라니깐. 어머. 집에 전화 온다. 끊는다!"


"야!! 니 집에 전화할사람 나랑 현아말고 또 누가 있냐? 거짓말도 거짓말같이 해야..."

 

탁.

핸드폰을 닫은 그녀, 예은.

 

심호흡을.... 한번, 두번, 세번..

후우............................

 

그래. 내가 한국에 있단거 아는사람, 현아랑 수빈이 말고는 없지.

나한테 전화할 사람도 얘들말고는 없지.


아아아........

머리 아파.. 복잡해.....

 

강재혁, 도대체 너 뭐야!!!!!!!!

뭔데 안그래도 복잡한 내 머리속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거야!!!!!!!

 


딩동.. 딩동...


우씨...

짜장면 시킨적도 없는데, 누구야.

 

인터폰 화면속에 나타난..

허벌나게 잘생긴 총각.............. 으앙... 강재혁. ㅠ.ㅠ 너, 양반 아니구나.

 

으앙...... 뭐냐고..

나 아직 세수도 안했다고..

저녁에 만날줄 알았단말이야..

 

딩동.. 딩동딩동.. 딩동딩동딩동딩동..

 

그 놈 참 성질 한번 드럽네.

 

"누구세요?"


"보면 몰라?"


헉. 꼭 말을 저렇게 해요..

그래두 밉지않은건.................. 잘생겨서? ㅡㅡ;;

 

"그래. 봐도 모르겠다, 누군지."

 

봐도..

봐도.... 모르겠다고, 당신이 누군지.

 

"오늘 나 만나기로 한거, 잊어버린건 아니겠지?"

 

후후.

이 놈을 한번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팍 드는군!

그동안 내가 당한게 얼만데!

 

"어머나! 그랬었나? 깜-박하고 있었네. 준비하려면 한시간은 더 걸릴텐데. 어쩌나."


"어쩌긴 뭘 어째, 안만나면 되지."

 

헉.

허억.

허어어억....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치... 장난도 못치나?"

 

"십분. 십분안에 나와."

 

"씨이.... 알았어!"

 

나쁜 놈.

한번 져주면 어디 덧나냐?

 

아무튼.... 내 자존심이란 자존심은 다 뭉개놔야 속이 시원하지, 강재혁?

 

아차...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내가 또 어딜 나가든 십분만에 챙긴단걸.. 그 놈이 어케 알았낭.

 

거울, 거울을 보자.

흠. 다행히 머리는 어젯밤에 감았으니, 됐고.

얼굴에 뭐 난것도 없고.

오케.


옷은....... 음. 원피스.


자, 그럼..


3분만에 세수와 양치하고..

2분동안 렌즈 끼고..

3분동안 화장하고..

2분동안 옷갈아입고 머리 손질...

 

........................................... 끝!

 


활짝- 현관문을 열고, 재혁을 향해 미--소--!

 


헉.

어디갔어, 이 남자!

 

"으흠.... 재..혁...씨??"


아.

재혁씨란 말은 정말 어색하구 싫다.


그냥.. 재혁아-라고 부르면 안될까?

민준이랑 만날때처럼.


아아.................. 또.. 민준이 생각.

역시, 나란 여자는...

 

"어머...."

 

바닥에 덩그러니 앉아서...

잠든........ 이 남자.

 

무척.. 피곤해보이는....

 

"... 저기.... 재혁씨..."

 

흔들고..

불러도..

깨어날줄을 모른다.

 

문득, 그 날이 떠오르는 그녀.

 

내 이마.. 코.. 입술까지......

쓸어내렸던.......


그의 손 끝의 느낌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 떨리는 손으로..


아기처럼 잠든 재혁의 머리카락..... 이마... 코....

그리고 입술을 만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재혁아...."

 


그 순간!

 

잠든줄만 알았던 강재혁! 그의 손이...

그의 입술을 만지고있던, 그녀의 손을...... 꽉 잡아버렸으니.

 

너무 놀라서..

완전히 경직되어버린 그녀, 예은.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처럼..

어찌나 심장이 뛰어대는지..

 

재혁은..

그렇게 그녀의 손을 있는 힘껏.. 아프도록.. 잡은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있을 뿐.

그대로 눈을 감은채 말이다.

 

예은은 목이 타들어가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그가..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만 있는 이유가 뭔지.

 

어떡하란건지.

사과라도 해야하는건지.

 

천천히... 두 눈을 뜨는 재혁.

 

그의 두 눈이...

평소보다 더 매서워보인다.

 

꼭 다문 입술.

 

화났다.

화난거다.

 

"저..... 저어.......... 화..난...거야?"

 

대답 안할줄... 알고는 있었지만..

하지만....... 아무말 않고 그렇게 날 쳐다보면.... 어쩌란말야.

 

태어나서..

사람이 이렇게나 무서웠던적은 없었단거.... 알아, 강재혁?

 

지금 얼마나..... 무섭게 날 쳐다보고 있는지.

지금 내가 얼마나 떨고 있는지.

 

어떡하라구.

날더러 어떡하라구.

 

"사.. 사과할...게......... 아무 뜻.. 없어. 그냥.... 그게.. 그러니까..."

 


아아.........!


또한번 순식간에 일어난 일..

 


내 손을 꽉 잡은채...

내 눈을 죽일듯이 쳐다보며...

 

내 얼굴.... 가까이로...

다가와..........

 

아무말 없이..

내 뺨을 어루만지며,

 

내 이마 위에, 키스를..


내 눈 위에, 키스를..

 


강재혁이라는....

민준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키스를..

 


허락해버린 나.

 


움직일수도..

어떤 말을 할수도.. 없는걸.

 

5년동안 굳게 닫혀있던..... 내 마음을.. 열어준...... 이 남자.

 

이제...

난 정말 어떡해야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는걸.

 

너무 두근거려서..

무얼 어떡해야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걸.

 

천천히...

내 입술 위에까지 온...... 그의 입술.

 

부드럽게..

내 입술을 머금었다 때어내고는...

 

또... 한참을 내 얼굴을 쳐다보기만하는 재혁.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이제 나에게 무슨 말을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