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작전역 그녀분,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Psyche2009.06.04
조회57,434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사는 평범한 20살男 대학생 입니다.

판에 올릴만한 특이한 경험을 하나 해서요.

아니 그보다 그 분이 만약에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제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올해 4월 1일이었습니다.

만우절이었죠,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 제가 학교를 많이 늦어서 어짜피 늦은거 천천히 가자는 생각으로

여유롭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작전역에 살고, 면목역에 있는 학교를 다니기에

매일 왕복 네다섯시간씩 지하철을 탑니다. 엄청 피곤해요.

 

아무튼 각설하고, 온수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제 눈을 뻥튀기는 여인네 한분이 나타나셨습니다.

저는 눈이 상당히 특이하단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높은건 아닌데, 저만의 스타일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그분이 딱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물론 객관적으로도 이쁘셨고요.

 

그래서 의도하고 같은칸에 지하철을 타고 앞에 서서

책 읽는 척 하면서 가끔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점점 생각이 이상해지는 겁니다.

정말 너무너무 인상이 좋아서, 번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번호를 따본적이 없거든요.

낯을 엄청나게 많이 가리고 여성분들을 접해본적이 별로 없기에

다가가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근데 만우절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그냥 미쳤던 걸까요

학동역에서 내리실 때 따라내렸습니다. 학교는 이미 아웃오브안중이고요.

그리고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 하다가 역 밖으로까지 나갔고 코너도 한번 돌았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추월하고 번호를 물어봤습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목소리도 헛나오고 말도 헛나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뻔합니다. 생긴것도 별로고 옷을 잘 입는것도 아니고, 말도 못하는데,

만약 번호를 주셨다면 이런 글 쓰고있지도 않을겁니다.

남자친구 있다. 라는 간결한 대답이었고 저는 그냥 죄송합니다 라고 하고

그 분 가시고 나서 담배만 뻑뻑 피우고 길 좀 헤메다가 다시 학동역으로 가서

학교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 날은 유난히도 추운날이었어요......

 

그리고나서, 전 천천히 잊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월말쯤, 그 분을 온수역에서 한번 더 뵌겁니다!

당연히 한번 더 미쳐서 또 똑같이 했습니다.

학동에서 내려서 코너 한번 돌고, 이번엔 질문이 좀 달랐어요.

저 기억나시나요, 남자친구분이랑 잘 지내고 계신가요? 라고 하자마자

어이없이 웃으시면서 기억난다, 당연히 잘 지내고있다 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다시 죄송합니다 하고 똑같은 짓을 반복했습니다.

여름에도 추울 수 있더군요......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서론이 너무나도 길었네요.

 

오늘 집에 오면서 그 분을 또 봤습니다. 이번에도 온수였지만

이번엔 7호선이 아니라 1호선에서 말이죠.

하지만 남자친구랑 잘 지내고 있으시다고 한지 얼마 안됐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근데, 부평에서 내려서 인천지하철로 갈아타는 경로가

저랑 똑같으신 겁니다.

본의 아니게 제가 뒤를 밟는 꼴이 됐습니다.

저는 오해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앞질러 가보기도 하고 했는데,

제가 걸음이 조금 느린데다 에스컬레이터도 잘 안타는터라 저를 추월하시더군요.

결국 인천지하철마저 똑같은 칸에 타게 되었습니다.

 

제발 저보다 늦게 내리시길, 오해 없으시길 하는 마음으로

벽을 보고 꿋꿋히 서있다가 작전역에서 칼같이 내렸습니다.

이게 왠걸...... 그분도 작전역에서 내리시는겁니다.

아 저는 점점 이상한놈이 되고있습니다.

어짜피 출구는 다르겠지, 하는 마음에 출구로 튀어나가는데

출구도 똑같습니다.

 

미치겠다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출구로 나가고 있는데

출구로 나가시자마자 급한 걸음으로 택시를 타십디다......

 

그렇습니다, 본의 아니게 여자 뒤나 밟는 스토커가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오면서 매우 착잡하더군요...... 이제 나를 보면

경찰에 신고하시지 않을까, 다가가면 핸드백으로 후려치시거나 소리지르시지 않을까.....

 

저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남자친구 있으시면 아무짓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 혹 남자친구가 없으시더라도 제가 마음에 안드신다면

진짜 아무짓도 할 생각이 없어요.

 

윤하와 고아성을 닮으신 그 분,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저 보면 도망가지 말아주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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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 하나 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쓰고나니 안보신다 하더라도 마음이 좀 가벼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