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스데이 1

지우현200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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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드디어 시작된건가.'

동부국가 중 하나인 제이로 국가의 카심시내에서 잡혀가는 어림잡아 약 80여명의 여성들.

그녀들은 기사들이 어떻게 만들어 버린양 멀쩡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단지 구경삼아 갔던 마녀의 축제가 이토록 원망스러울 일이 또 있을까.

인페럴드기 494년 3월

카심시 외곽지에서 살아오던 정체불명의 여성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노파가 있었는데 그 노파의 이름은 페널이었다. 약간 남자의 이름같기도 하지만 그녀의 나인 올해로 일흔이 넘는 노파였다. 그녀의 정체는 약 80여명의 여성이 잡혀가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자세히 알 수 없을정도로 베일에 가려진 노파였고 그녀를 시점으로 줄줄이 엮인 거의 관계없다 해도 무방할 80여명의 여성들이 교황청 소속 군사들로 인하여 잡혀가고 있는것이다.

 

"오늘 그 페널인지 뭔지하는 노인네가 잔치를 연다며 시내에 소문이 자자하던데 자네도 가볼텐가? 그 노인은 왠지 모르게 주술같은거 한다고 하잖아. 한번쯤 보면 정말로 주술이란게 어떤건지 알 수 있을거 같은데. 난 지금 이 나이때까지 한번도 주술하는것을 본적이 없거든. 어때 같이 갈텐가?"

아침이 되어 남편은 일터로 아이들은 교육을 받으러 학교로 가고 남은 일은 이제 주부의 몫이다. 설겆이서 부터 시작해서 청소며 이것저것을 해야하는게 일상화되어있어서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제이로 국가의 여성들. 아마 제이로 국가의 모든 여성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것이다. 그만큼 제이로 국가는 성별에 구분을 확실히 하는 국가 였던것이다.

"그래? 하긴 나도 궁금하긴 했어. 가끔 밤중에 그 노파네 집 근처로 가면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며 뭐 그런것들이 느껴지더라고. 그런데 그 소문 어디서 들은거야? 벌써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나?"

"글쎄. 나도 주이로에게 들은것이라 분명 주이로도 누구에게 들었을테고. 그렇게 보면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잘은 모르겠어. 아무튼 오늘 성력시간으로 5시에 한다고 해. 나올꺼면 노덴광장 분수대에서 만나자 아무리 못해도 한시간 정도는 걸릴거 같으니까 4시에 만나면 되겠네. 괜찮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때 가봐야 알지. 오늘 신랑이 무술 연습을 일찍 끝내고 올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그때 가봐야 알거 같아."

"마음대로 해. 하여튼 조금 기다리다가 안오면 나 먼저 갈테니까 올테면 오라고."

설마 이 행사가 바로 자신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고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녀들은 알지 못해다. 아니 알 수 없었다. 점술가도 모르는 일을 일반 평민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페널

그녀는 바로 오늘 점술가의 가장 큰 영광인 마왕을 받드는 잔치를 열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리고 시내로 나가 몇몇 얼굴을 알고 지내던 여성들에게 자신이 오늘 자신의 집에서 작은 축제를 열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여파가 이렇게 클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페널이란 그녀의 존재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소문이 빠를수밖에.

친구와 이야기를 한 레은비는 정말로 호기심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칠순을 넘길때까지 궁금증만을 남겼던 그녀. 이번 잔치에서 분명 자신의 능력을 작게나마 보여줄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으랴. 그녀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여성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잔치라 못박은 페널. 오늘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그녀의 파티에 참석하러 올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자신의 남편도 이해해주겠지.

 

카심시의 영주인 제널드라인.

그는 자신의 자부심을 강조할만한 자신의 턱수염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이미 백발이 가득한 그는 자신의 수하에게서 들은 보고를 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벌어지게될 축제가 내 출세길을 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것이야. 분명 그럴거야.'

이미 작년에 제이로 국왕은 아주 강력한 어조로 영주들에게 미신을 섬기지 말것을 강조했다. 메카로트신을 섬기는 제이로 국가에선 당연한 것이지만 토종미신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오랜세월 그냥 그대로 방치해 뒀다. 그러나 제이로 국왕인 캐인은 그냥 그것을 넘길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전 작은 난동이 있었던 소도시인 네이로시의 소동이 국왕을 화나게 했던것이다. 물론 그때 네이로시의 시민들은 굶주림에 사생결단으로 투쟁하기로 마음먹고 폭동을 일으켰으나 본진에서 파견된 군대에 의해 끝내는 난동을 제압할 수 있었고 난동을 주도했던 주동자들은 톱으로 사지가 절단된뒤 화형당하는 극형에 처해졌던역사속의 한 페이지. 물론 배부른 국왕은 그런 시민들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더욱 그들을 옥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난동을 일으키게된 배경이 토종미신으로부터임을 알게되자 더더욱 그 미신을 없애기 위해 영주들에게 강력히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서 페널이란 그 노인이 오늘 축제를 연다. 그것도 여자만. 하늘에서 내려준 복을 걷어찰 위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꾀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는 제널드라인. 오늘은 신이 내려준 기회였던것이다.

그는 기사단장을 불렀다. 그리고 그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속닥이자 기사단장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무슨 계약이 오간거겠지.

 

"왜이렇게 늦은거야. 나 지금가려고 했어."

아까전에 페널의 축제를 알려준 자신의 친구인 세이 그리고 그것을 들은 레은비는 서둘러 페널이란 노파의 집을 향해 뛰다시피 가기시작했고 그렇게 출발한 여성은 어림잡아도 시내의 여성의 10분의 1정도인 700여명은 될것이다.

"헉 헉"

숨까지 헐떡이며 달려온 그녀의 앞엔 정말이지 화려한 불꽃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고 그런 축제의 초반부를 그곳에 모인 미혼 기혼 여성들은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앞엔 조그만 단상이 있었고 그 뒤엔 바로 그 페널이란 노인이 양손을 하늘에 치켜든체 뭐라고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축제가 진행되었고 노파의 손짓으로 시작된 화려한 마법과 같은 형상은 그녀의 가슴에 평생 잊지못할 추억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바로 이때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나라의 법을 어긴자들이다. 모두 생포하도록. 반항하면 목을 쳐도 좋다."

여성들은 모두가 다 어이가 없었다. 한 노파가 자신의 여생동안 모은 능력을 펼치는 축제인데 왜 군사들이 와서 자신들을 잡으려 하는지 그녀들은 알지 못했던것이다. 제널드라인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녀들은 물론 알리 없었고 겁먹은 여성들은 뿔뿔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선 수많은 화살들이 그녀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사망한 여성들 수는 어림잡아 200명이 조금 넘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끈질기게 사라진 여성들이 한 300명 정도 되는거 같구요. 그리고 나머지 230여명 정도가 잡히긴 했지만 몸이 멀쩡한 사람은 거의 없는듯 싶습니다."

부하의 보고를 받은 기사단장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뭐 괜찮다. 어차피 살지 못할 인생들이니 부상당한 여성들은 한번쯤 몸을 섞어주고 처형하도록. 내가 오늘 만큼은 서비스를 주겠다."

"정말 그래도 됩니까?"

부하는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기사단장을 쳐다보았다. 사실 그들은 정말로 여성의 몸을 원하는 남자들일 수 밖에 없다. 엄격한 기사 훈련이 그들은 여자완 영원히 안녕하는 신세로밖에 만들지 못했고 그래도 나이가 30이 넘어서야 결혼이 허락되고 그제서야 결혼을 할 수 있는 애달픈 기사의 운명. 그런데 그런 기회라니. 정말로 반가울 수 밖에. 기혼이든 미혼이든 상관 없었다. 몸만 있으면 된는것이었다.

"그래 허락한다. 단 기사들의 수가 많으니까 빨리 끝내도록."

곧이어 부상당한 신음소리완 조금 다른 경악이 곳곳에서 울려버졌고 그렇게 몇시간이 지나선 사지가 부상당한 여성들은 하나 하나 목이 잘리기 시작했다.

"남은 년들은 모두 성으로 압송한다. 그곳에서 또다른 파티가 기다리고 있을것이니 어서들 데리고 가자."

그렇게 끌려가는 여성들의 수는 겨우 8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미 기사들로 인해 몸까지 망가진 슬픈 운명의 여성들이 말이다.

 

"들으셨습니까? 드디어 제널드라인이 미친것 같습니다."

멀리서 철부지 제자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외친 말이었다.

"알고있지. 이미 난 어제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 알고 있었단다."

이말은 들은 제자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토리스를 쳐다보았다. 3서클 수준의 마법사라면 분명 그녀들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어떻게 수수방관하고만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저로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올바른것을 위해서만 가야한다고 하시고선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죽거나 강간당한 그런 장면을 그저 보고만 계실수 있는지. 정말로 실망입니다. 어떻게. 흑흑흑."

끝내 말을 매듭짓지 못하고 울먹이는 제자 화련. 그런 그를 보는 토리스는 그냥 혀를 차기만 했다.

"하늘의 운명이 그렇게 이어져 있는것을. 그것을 그저 나의 능력으로 막는다면 난 하늘의 운명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다. 이미 국왕이 명한 일이라는것을 알고있지 않느냐. 그런데도 그런곳에 가다니. 호기심은 끝내 그녀들을 죽음으로 몰고갈것이다. 이미 업질러진 물이다. 잠시 그냥 지켜보자꾸나. 분명 더한 일들이 벌어질것이고 그것을 빌미로 내가 알고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거 같구나."

"그럼 지금이라도 도움을 청해야지요. 어떻게 그냥 지켜본단 말입니까."

"도움을 청해서 들어줄 분이 아니기에 그런것이지. 그러니 사건이 커져야 어떻게 도움이고 나발이고 청할것아니냐. 조용히좀 햇."

느닷없는 스승의 고함소리에 놀란 제자는 토끼눈뜨듯 토리스를 그냥 쳐다보기만 하였다.

'드디어 이 사람이 미쳤나? 여태까지 군자였던척 했던거였구나.'

언제나 자부심에 살아왔던 제자들. 그리고 그 중에 하나였던 화련. 그의 눈엔 어느덧 이슬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냥 먼곳만을 응시하는 토리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것일까. 그렇지만 화련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자위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는것을.

그는 분명히 보았다. 여성 80여명이 군사들에게 결박되어진채 너덜해진 옷으로 그곳만을 가린채 성으로 끌려가는 것을. 어찌 그라고 그것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벼락을 쳐서라도 제널드라인을 통채로 구워 삶고만 싶었다. 그렇지만 그는 능력도 없었고 힘도 없었다. 더욱이 이일이 있기 하루전 그는 꿈을 꾸웠다. 바로 메카로트 신상이 꿈에 나타나 그에게 예언을 한 것이었다.

"본이여. 본이여. 내가 목이 무척이나 마르구나. 그렇지만 내 목마름은 단순히 목이 마른것이 아닌 바로 너희들의 추태에 시름하여 내 목이 마르는 것이다. 본이여. 목이 마르구나. 곧 저주의 화석들은 동족을제물 삼아 나에게 던져줄것다.그것을 먹어야겠느냐."

단순히 생각하면 메카로트 신이 사람들의 피를 요구하는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절대 그것이 아니다. 오직 정직하고 살생을 저주하며 오직 순종과 율법의 행동만을 강조하던 신 메카로트가 인간의 피를 요구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토리스는 깊이 생각해봤다. 메카로트신. 그는 바로 순종과 섬김을 목마름에 비유하고 있다는것을 그는 금새 깨달았고 바로 그 곳에서 단상을 마련해 신상을 차리고 예를 갖췄다. 그리고 잠시후 토리스는 조심히 성스러운 공책을 단상위에 올려놓았고 곧이어 그곳엔 예언서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기록되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10년. 그 기간동안 힘을 기르거라. 그 어떤것에도 관여하지 말고 힘을기르거라. 그리고 10년뒤 나를 찾거라. 그러면 알게되리라.'

분노하던 그는 결국 10년동안 자신의 수행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10년 이리라. 10년.

토리스는 화련의 분노를 지긋이 눌렀다. 그리고 명했다.

"나는 앞으로 이곳을 10년 동안 떠나있을것이니 내가 가르쳐 준대로 수련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거라. 내가 임의로 너에게 내 지위를 넘겨줄것이니 알겠느냐?"

끈금없는 스승의 소리에 화련은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10년 씩이나요? 못합니다. 어떻게 스승님을 10년 동안이나 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빈말이라도 절대 하지 마십시요."

토리스는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화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끔 들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말거라. 짐좀 정리해다오. 난 서재에 가서 가져올 책들이 몇권있단다. 부탁한다."

그말을 남긴채 서재로 들어가는 토리스. 그리고 멍하니 보고만 있는 화련은 앞으로 다가올 분노의 역사서를 장식하게 될 미래를 알지 못했다. 아니 토리스는 알고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토리스가 행하는 분노의 심판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