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꾸욱 꾸욱 눌러대는 문자의 타수는 이제 신의 경지까지 오른 듯 하다. 혼자 눌러놓고 뿌듯해 하는 꼴이라니..나도 여간 단세포가 아닌 듯 싶다.
[근데! 너 왜 반말이냐?! 죽을래?!!]
그랬다. 그 녀석은 나보다 나이가 훨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 19살 그 녀석 29살!
10살 차이나 난다. 하지만 그 녀석 항상 자기 관리 철저하다. 남들의 시선 무지 즐긴다. 고로 그 녀석과 내가 술집에 가면....
그 녀석만 민증 검사한다..젠장!
미성년자는 나라고요!!!!
[잘못했어요ㅠ.ㅠ 있다가 집 앞에서 봐요...]
난 비굴했다. 사실 맞짱 뜨고 싶지만 그는 강했다....
[접수 했어!ㅋㅋ 근데 뒤에 붙일 말이 있지 않을까??]
난 애들이 쳐다보는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혹시나 그에게 보일까봐 커튼 뒤에 숨어서 야비하게 창밖을 보니... 운동장 한가운데 떡하니 자동차에 기대어 서서 문자질을 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오늘도 역시 스타일리쉬하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 녀석은 멋졌다.
베이지색 면바지에 단추가 두어개 풀어져 있는 파란 스트라이프 남방이 자동차와 어울어져 마치 사진속 한 장면같았다.
한참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인상을 파악 쓴다.
이어 빨간 램프가 들어오는 내 핸드폰!
[이젠 씹냐?!]
[아..아니요....달링-A-)^]
내가 문자 늦게 보내서 짜증이 났나보다. 확실히 성격도 더럽다.
내 문자를 확인 하는 듯 한손으로 핸드폰을 보더니 또다시 손가락이 움직인다.
[달링 뒤에 표정 얄딱구리 하다! 바꿔!!]
[달링~♡]
그제서야 원하는 대답을 얻은 듯 쫙 빠진 회색빛 스포츠카에 타더니 그대로 빠져나가버렸다. 한손으로 운전하는 폼따구라니.... 역시 그 녀석은 멋졌다.
“뭐야?! 왔다가 그냥 가는거야?! ”
“진짜 멋지다... 근데 왜 왔을까?!”
“나보러 왔어!”
“우웩이다!!”
옆에서 듣고있자니 슬슬 웃음이 나온다. 지지배들.. 멋진건 알아가지고!
솔직히 이제 내 남자가 될 사람이여서가 아니고 정말 멋지긴 하다.
180의 늘씬한(?) 쫙빠진(?) 어이됐든 키도 크고 몸도 골격이 잘 잡혀서 쫙 빠졌다.
그렇다고 마른 건 절대 아니다. 생긴 건 여리하게 생겨서 무술, 합기도, 검도, 태권도, 수영, 승마등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
피부는 어찌 그리 하얀지..벌써부터 아이크림 발라대고 여름엔 썬크림 발라대며 피부 보호해주는 나보다 더 하얗고 잡티가 없다.
게다가!!! 무슨 놈의 사내자식이 그리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지 가게 앞 슈퍼도 절대 대충입고 가는 법이 없다는 걸 불과 몇 일 전에 알아버렸다.
진작 알았으면 아빠한테 사내놈이 그래서 결혼 못한다고 땡깡이라도 부렸을텐데....진짜 아쉽다.
근데 여기서 잠깐!!!
그렇게 멋지고 잘생기고 그런 남자를 난 왜 싫어하냐고??!
오~ NO!
절대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꽃다운 나이에 펴보지도 못하고 결혼하는게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서러울 따름이다. 물론 저 녀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쯤 수능에 목을 매달아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뭇 남성들과의 소개팅을 상상하며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테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자포자기이다....
오늘은 담판을 지어야 겠다. 저 녀석에 마수에 걸려 딸래미 대학은 생각도 안하시는 부모님에게 오늘은 기필코 말하리라!!!!
“나도 대학 좀 가보자구요!!!!!”
길다랗게 늘어진 하얀 담벼락 옆에 회색빛 스포츠카는 눈부셨다.
-저게 이번에 새로산 자동차인가?
보기에도 엄청 비싸보이는 차는 새차라서 그런지 반짝 반짝했다. 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할 생각을 하니 내심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동안 자동차를 멍하니 쳐다보며 혼자 비실대고 있을때쯤 뒤에서 누가 툭툭 어깨를 쳤다.
“뭘 그렇게 좋아서 비실대냐?!”
그였다. 저 말뽄새 하고는..... 정말 다른사람들과 있을때랑 나와 있을때랑은 천지차이인 그다.
아빠가 저런 모습을 봐야 할텐데....아쉽다.
“뭐냐?! 그 표정은?!”
“아...아니야!”
“너 요즘 은.근.히 말이 짧아진다?!”
살짝 사실은 대놓고 비꼬는 투로 말하는 녀석..... 강적이다. 그렇다고 그 말에 ‘잘못했어요’라고 바로 빌어대는 나도 확실한 세뇌교육의 산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젠장!
“차 쥑이지?!”
말하면서 한 손로 머리를 날리는 그는 꼭 모 샴푸회사 모델 같았다...
“전번에 빨간차는??....요??”
‘빨간차는’ 에서 말을 끝낼려고 하다가 눈썹을 살짝 올리는 그를 보고 바로 ‘요’자를 붙이자 그제서야 방실 방실 웃어댄다.
“그거 이제 질려서 팔았어. 참! 우리 혼수할 때 니가 좋아하는 차! 그거 한대 살까??”
폴크스 바겐 뉴 비틀 카브리올레
근데 그 차 3천만원이 넘는걸로 아는데....혹시...
“저...오빠...혹시 그것도 혼수로 해오라는건.....”
“당연! 아니지!!! 이 오라버니의 결혼 선물이시다! 좋지?!”
부잣집에 시집가는 건 이래서 좋은가보다. 남들 몇 년 벌어야 모을 돈을 차 사는데 덜컥 내놓을 정도니 말이다.
“뭐하나?! 식사하러 오게나!”
“예! 어머님!”
엄마의 말에 저렇게 쉽게 어머님이라는 소리를 붙이며 넉살좋게 들어가는 저 녀석이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의심스럽고, 남자는 대학교 가면 널린거라고 절대!!! 절대!!!! 고등학교때는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말렸던 엄마가 벌써 사위처럼 대하며 ‘하게’체를 구사하는 엄마나 적응안되기는 마찮가지다.
온 가족이 모인 식탁! 사실 아버지는 항상 출장중일때가 많고 엄마도 이래저래 바빠서 혼자 식탁에서 밥을 차려먹는 일이 많았던 터라 이런 시간이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다만 그가 오고 나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보글 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를 맛있다며 밥 한 그릇을 더 청하는 그에게 엄마는 기분이 좋으신지 연신 싱글 벙글이고, ‘자네 한잔 받게나’하며 술도 잘 못하시는 아빠는 연신 그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분위기 좋을 때 이야기 꺼내는거야!!!
“아빠! 엄마!”
“응?!”
두 분 다 대답은 동시에 나왔지만 나에게 건성이다. 오직 그 녀석 밥먹는것만 쳐다보다니...흑흑 난 주어온 딸이였던가??
“나 대학 갈래.....”
“그래!”
역시 또다시 무관심이다. 난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 5, 4, 3, 2,1 땡!!
“뭐?!! 대학??!”
둘이 짠 듯 누가 부부 아니랄까봐 똑같이 대답했다.
뭐 저 정도의 반응을 예상 못했던건 아니였다.
“엄마! 아빠! 나 고 3이야! 물론 결혼도 중요하지만 난 결혼보다....”
“결혼보다 중요한건 없어!”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엄마가 말했다. 역시 엄마다운 말이였다. 결혼보다 중요한건 없다라....
하긴... 엄만 결혼해 지금까지 신사임당을 모토로 살았고,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의 직업이 있는지라 집안일이 조금 소홀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여느 맞벌이 부모님에 비해 엄마는 정말 초인이다 싶을 정도로 이일 저일들을 소화해 내었다.
“아니...난 중요한게 있어. ”
“꼭 가야겠니?!...”
“네.....아빠....”
“왜 가고 싶은거니?!”
허걱..저건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였다. 왜 가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막연히 가고 싶은것인데... 근데 이 상황에서 그렇게 대답했다간 말짱 도루묵이였다.
“내 자아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봐...그리고 난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주부가 되고 싶진 않다구요!....”
내 말에 아버지는 말없이 다시 식사를 하셨고,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건 엄마와 그 녀석이였다.
“꼭 가고 싶니?!”
그 녀석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진지 모드!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의 모습이다.
“응! 꼭!!!”
“그럼 가!”
그 녀석의 말에 부모님 모두 그 녀석을 쳐다 보았다. 그 녀석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 거리더니 ‘녀석이 가고 싶다잖아요’ 라며 머쩍어 했다.
녀석이 쉽게 OK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미진이 녀석! 할 줄 아는것도 하나도 없고, 게다가 학교 까지 간다고 하니....결혼하면 자네만 고생일 텐데..어쩌나?....”
정말 걱정 되는 말투로 아빠는 말했다. 아니! 결혼하면 힘든건 아빠 딸래미라고요~~~!!
아빠의 말에 그 녀석 역시나 예의바른 표정으로 말했다.
“음식같은거야 배우면 되는거고, 한번 해보고 안되면 알아서 포기 하겠죠!”
역시나 그거였다. 그는 내가 오래 버티지 못할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역시 그답다. 확연히 돌아가는 머리.... 누가 성심그룹 후계자아니랠까봐 생각하는것도 미리 앞서 가곤 한다.
“그리고 조건이 있어!”
그 녀석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항상 예상을 뒤엎는 그 녀석에게 질릴데로 질려버려서 이젠 면역성이 생겼나보다. 열심히 그녀석 입모양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랑 같은 서울대학교에 입학 할 것!”
역시나.... 그럴줄 알았다. 서울대가 어디던가??! 우리나라 브레인들만 모인다는 곳이 아니던가?? 아무리 학교에서 범생으로 손꼽히는 나지만...나라도 조금 힘든곳이다. 아마 자기가 거기서 대학원을 다녀서 나도 거기로 왔음 하는 모양이다.
-머리 좋은 녀석! 아마도 나의 미모 때문에 불안한 게지..후훗!
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내가 하고 있을 때쯤....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이 조금...사실은 아주 강렬히 느껴졌다.
“뭐야?! 그럼 거기 떨어지면 나 대학 못가??!”
“누가 못가라고 했니?! 가라구! 그 대학으로 ...아님 말고...”
라며 예의 그 피식 거리는 미소 한번 날리고는 또 열심히 밥을 먹는 녀석은...강적이였다.
-그 녀석- (1) 기고만장 녀석 꺾기!!
나는 19살이다. 그리고 상인여자고등학교 3학년 2반의 반장이다.
모든 선생님들은 나를 모범생이라고 부르고 아이들은 나를 범생이라고 부른다.
어찌됐든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졸업을 할 테고......
졸업과 동시에....
난 유부녀가 된다!
빌어먹을...이제 몇 달 후면 아줌마란 얘기를 들어야 한다니... 세상 뭐 같다.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짓!
그 녀석을 만난 건 내 인생 최대의 실수다!!!
(1) 기고만장 녀석 꺾기!!
호랑이도 지 말하면 온다더니 그 녀석의 문자가 나의 확인을 재촉하는 듯 깜박댄다.
[나다! 수업 끝나가지?! 빨리 내려와! 밖에 있다.]
창 측을 바라보니 애들이 다다다닥 붙어서 뭔가를 열심히 쳐다보고 있다.
알아봤어야 했다.
그 녀석이 왔을꺼라는걸....
[내가 학교엔 오지 말랬잖아! 그냥 가!]
한 손으로 꾸욱 꾸욱 눌러대는 문자의 타수는 이제 신의 경지까지 오른 듯 하다. 혼자 눌러놓고 뿌듯해 하는 꼴이라니..나도 여간 단세포가 아닌 듯 싶다.
[근데! 너 왜 반말이냐?! 죽을래?!!]
그랬다. 그 녀석은 나보다 나이가 훨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 19살 그 녀석 29살!
10살 차이나 난다. 하지만 그 녀석 항상 자기 관리 철저하다. 남들의 시선 무지 즐긴다. 고로 그 녀석과 내가 술집에 가면....
그 녀석만 민증 검사한다..젠장!
미성년자는 나라고요!!!!
[잘못했어요ㅠ.ㅠ 있다가 집 앞에서 봐요...]
난 비굴했다. 사실 맞짱 뜨고 싶지만 그는 강했다....
[접수 했어!ㅋㅋ 근데 뒤에 붙일 말이 있지 않을까??]
난 애들이 쳐다보는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혹시나 그에게 보일까봐 커튼 뒤에 숨어서 야비하게 창밖을 보니... 운동장 한가운데 떡하니 자동차에 기대어 서서 문자질을 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오늘도 역시 스타일리쉬하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 녀석은 멋졌다.
베이지색 면바지에 단추가 두어개 풀어져 있는 파란 스트라이프 남방이 자동차와 어울어져 마치 사진속 한 장면같았다.
한참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인상을 파악 쓴다.
이어 빨간 램프가 들어오는 내 핸드폰!
[이젠 씹냐?!]
[아..아니요....달링-A-)^]
내가 문자 늦게 보내서 짜증이 났나보다. 확실히 성격도 더럽다.
내 문자를 확인 하는 듯 한손으로 핸드폰을 보더니 또다시 손가락이 움직인다.
[달링 뒤에 표정 얄딱구리 하다! 바꿔!!]
[달링~♡]
그제서야 원하는 대답을 얻은 듯 쫙 빠진 회색빛 스포츠카에 타더니 그대로 빠져나가버렸다. 한손으로 운전하는 폼따구라니.... 역시 그 녀석은 멋졌다.
“뭐야?! 왔다가 그냥 가는거야?! ”
“진짜 멋지다... 근데 왜 왔을까?!”
“나보러 왔어!”
“우웩이다!!”
옆에서 듣고있자니 슬슬 웃음이 나온다. 지지배들.. 멋진건 알아가지고!
솔직히 이제 내 남자가 될 사람이여서가 아니고 정말 멋지긴 하다.
180의 늘씬한(?) 쫙빠진(?) 어이됐든 키도 크고 몸도 골격이 잘 잡혀서 쫙 빠졌다.
그렇다고 마른 건 절대 아니다. 생긴 건 여리하게 생겨서 무술, 합기도, 검도, 태권도, 수영, 승마등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
피부는 어찌 그리 하얀지..벌써부터 아이크림 발라대고 여름엔 썬크림 발라대며 피부 보호해주는 나보다 더 하얗고 잡티가 없다.
게다가!!! 무슨 놈의 사내자식이 그리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지 가게 앞 슈퍼도 절대 대충입고 가는 법이 없다는 걸 불과 몇 일 전에 알아버렸다.
진작 알았으면 아빠한테 사내놈이 그래서 결혼 못한다고 땡깡이라도 부렸을텐데....진짜 아쉽다.
근데 여기서 잠깐!!!
그렇게 멋지고 잘생기고 그런 남자를 난 왜 싫어하냐고??!
오~ NO!
절대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꽃다운 나이에 펴보지도 못하고 결혼하는게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서러울 따름이다. 물론 저 녀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쯤 수능에 목을 매달아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뭇 남성들과의 소개팅을 상상하며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테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자포자기이다....
오늘은 담판을 지어야 겠다. 저 녀석에 마수에 걸려 딸래미 대학은 생각도 안하시는 부모님에게 오늘은 기필코 말하리라!!!!
“나도 대학 좀 가보자구요!!!!!”
길다랗게 늘어진 하얀 담벼락 옆에 회색빛 스포츠카는 눈부셨다.
-저게 이번에 새로산 자동차인가?
보기에도 엄청 비싸보이는 차는 새차라서 그런지 반짝 반짝했다. 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할 생각을 하니 내심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동안 자동차를 멍하니 쳐다보며 혼자 비실대고 있을때쯤 뒤에서 누가 툭툭 어깨를 쳤다.
“뭘 그렇게 좋아서 비실대냐?!”
그였다. 저 말뽄새 하고는..... 정말 다른사람들과 있을때랑 나와 있을때랑은 천지차이인 그다.
아빠가 저런 모습을 봐야 할텐데....아쉽다.
“뭐냐?! 그 표정은?!”
“아...아니야!”
“너 요즘 은.근.히 말이 짧아진다?!”
살짝 사실은 대놓고 비꼬는 투로 말하는 녀석..... 강적이다. 그렇다고 그 말에 ‘잘못했어요’라고 바로 빌어대는 나도 확실한 세뇌교육의 산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젠장!
“차 쥑이지?!”
말하면서 한 손로 머리를 날리는 그는 꼭 모 샴푸회사 모델 같았다...
“전번에 빨간차는??....요??”
‘빨간차는’ 에서 말을 끝낼려고 하다가 눈썹을 살짝 올리는 그를 보고 바로 ‘요’자를 붙이자 그제서야 방실 방실 웃어댄다.
“그거 이제 질려서 팔았어. 참! 우리 혼수할 때 니가 좋아하는 차! 그거 한대 살까??”
폴크스 바겐 뉴 비틀 카브리올레
근데 그 차 3천만원이 넘는걸로 아는데....혹시...“저...오빠...혹시 그것도 혼수로 해오라는건.....”
“당연! 아니지!!! 이 오라버니의 결혼 선물이시다! 좋지?!”
부잣집에 시집가는 건 이래서 좋은가보다. 남들 몇 년 벌어야 모을 돈을 차 사는데 덜컥 내놓을 정도니 말이다.
“뭐하나?! 식사하러 오게나!”
“예! 어머님!”
엄마의 말에 저렇게 쉽게 어머님이라는 소리를 붙이며 넉살좋게 들어가는 저 녀석이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의심스럽고, 남자는 대학교 가면 널린거라고 절대!!! 절대!!!! 고등학교때는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말렸던 엄마가 벌써 사위처럼 대하며 ‘하게’체를 구사하는 엄마나 적응안되기는 마찮가지다.
온 가족이 모인 식탁! 사실 아버지는 항상 출장중일때가 많고 엄마도 이래저래 바빠서 혼자 식탁에서 밥을 차려먹는 일이 많았던 터라 이런 시간이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다만 그가 오고 나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보글 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를 맛있다며 밥 한 그릇을 더 청하는 그에게 엄마는 기분이 좋으신지 연신 싱글 벙글이고, ‘자네 한잔 받게나’하며 술도 잘 못하시는 아빠는 연신 그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분위기 좋을 때 이야기 꺼내는거야!!!
“아빠! 엄마!”
“응?!”
두 분 다 대답은 동시에 나왔지만 나에게 건성이다. 오직 그 녀석 밥먹는것만 쳐다보다니...흑흑 난 주어온 딸이였던가??
“나 대학 갈래.....”
“그래!”
역시 또다시 무관심이다. 난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 5, 4, 3, 2,1 땡!!
“뭐?!! 대학??!”
둘이 짠 듯 누가 부부 아니랄까봐 똑같이 대답했다.
뭐 저 정도의 반응을 예상 못했던건 아니였다.
“엄마! 아빠! 나 고 3이야! 물론 결혼도 중요하지만 난 결혼보다....”
“결혼보다 중요한건 없어!”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엄마가 말했다. 역시 엄마다운 말이였다. 결혼보다 중요한건 없다라....
하긴... 엄만 결혼해 지금까지 신사임당을 모토로 살았고,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의 직업이 있는지라 집안일이 조금 소홀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여느 맞벌이 부모님에 비해 엄마는 정말 초인이다 싶을 정도로 이일 저일들을 소화해 내었다.
“아니...난 중요한게 있어. ”
“꼭 가야겠니?!...”
“네.....아빠....”
“왜 가고 싶은거니?!”
허걱..저건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였다. 왜 가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막연히 가고 싶은것인데... 근데 이 상황에서 그렇게 대답했다간 말짱 도루묵이였다.
“내 자아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봐...그리고 난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주부가 되고 싶진 않다구요!....”
내 말에 아버지는 말없이 다시 식사를 하셨고,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건 엄마와 그 녀석이였다.
“꼭 가고 싶니?!”
그 녀석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진지 모드!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의 모습이다.
“응! 꼭!!!”
“그럼 가!”
그 녀석의 말에 부모님 모두 그 녀석을 쳐다 보았다. 그 녀석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 거리더니 ‘녀석이 가고 싶다잖아요’ 라며 머쩍어 했다.
녀석이 쉽게 OK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미진이 녀석! 할 줄 아는것도 하나도 없고, 게다가 학교 까지 간다고 하니....결혼하면 자네만 고생일 텐데..어쩌나?....”
정말 걱정 되는 말투로 아빠는 말했다. 아니! 결혼하면 힘든건 아빠 딸래미라고요~~~!!
아빠의 말에 그 녀석 역시나 예의바른 표정으로 말했다.
“음식같은거야 배우면 되는거고, 한번 해보고 안되면 알아서 포기 하겠죠!”
역시나 그거였다. 그는 내가 오래 버티지 못할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역시 그답다. 확연히 돌아가는 머리.... 누가 성심그룹 후계자아니랠까봐 생각하는것도 미리 앞서 가곤 한다.
“그리고 조건이 있어!”
그 녀석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항상 예상을 뒤엎는 그 녀석에게 질릴데로 질려버려서 이젠 면역성이 생겼나보다. 열심히 그녀석 입모양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랑 같은 서울대학교에 입학 할 것!”
역시나.... 그럴줄 알았다. 서울대가 어디던가??! 우리나라 브레인들만 모인다는 곳이 아니던가?? 아무리 학교에서 범생으로 손꼽히는 나지만...나라도 조금 힘든곳이다. 아마 자기가 거기서 대학원을 다녀서 나도 거기로 왔음 하는 모양이다.
-머리 좋은 녀석! 아마도 나의 미모 때문에 불안한 게지..후훗!
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내가 하고 있을 때쯤....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이 조금...사실은 아주 강렬히 느껴졌다.
“뭐야?! 그럼 거기 떨어지면 나 대학 못가??!”
“누가 못가라고 했니?! 가라구! 그 대학으로 ...아님 말고...”
라며 예의 그 피식 거리는 미소 한번 날리고는 또 열심히 밥을 먹는 녀석은...강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