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4)내 애인 김 기 상

瓚禧200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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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내 애인 김 기 상



 



그 버스 사건이 있은 몇일 후 한참 수업중인 나에게 간만의 진동이 느껴졌다.


[나다! 오늘 오후 한강 고수부지에서 보자!]



이름도 없었고 뜬금없이 나다라니......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엔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이 없었다. 누군지 한참을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 고민 끝에 문자를 날렸다.



[누구세요?....]



나도 참...소심하게 누구세요라니.....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순진하단 말야!



[와보면 알어!]



무시했을수도 있었다. 그냥 잘못온 문자려니 하고 야자를 받았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궁금증만큼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이 있을까??! 난 결국 야자를 제끼고 고수부지로 향했다.



한여름이라 그런지 밖에는 자전거 타는 연인하며 손잡고 다니는 부부들 가족들로 북적였다.

누구인지 몰라 어리버리 하게 서있던 나의 뒤쪽으로 깜박 깜박 헤드라인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놀란 내가 얼른 옆으로 자리를 비켰을때 내가 서있던 곳으로 들어온건 그 녀석의 빨간 스포츠 카였다.




“타!"




왜 그일수도 있다는걸 짐작 못했을까??! 학교에서 바로와서 머리는 하나로 지끈이였고, 머리끈도 없어 노란색 고무줄 빌려 묶었건만... 난감했다. 어쨌든 차에 타자 그 녀석은 좀더 한가한 곳으로 가서 차를 대고는 미리 사온듯해 보이는 음식들을 꺼냈다.




“가끔 이렇게 한강 바라보면서 저녁식사하는것도 괜찮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중얼거림.

그가 쥐어준 샌드위치는 밖이라서 그런지 더 맛이 있었고 한참 먹기에 열중하는 나를 보던 그는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김기상이야! 외워둬! 한번 이상 얘기 안하니깐! 그리고 내 나이는 29이야! 그것도 알아둬!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나머지는 천천히 가르쳐 줄께!”





이건 또 무슨 옆집 개 짖는 소리인가???

꼭 자기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그의 말투도 상당히 신경에 쓰이는 데다가 천천히 가르쳐 준다라....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무슨 말이예요???!!”




눈 똥그랗게 뜨고 말하는 나에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미진 애인 김기상!!!”




이라고 또박 또박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 멀뚱 멀뚱 쳐다보는 나에게 바보라고 중얼대고선 바래다 준다며 우리집으로 갔다.



완전 지멋대로인데다가 통보형 사귐이라니.... 난 적어도 남자를 이런식으로 사귀고 싶진않았다. 그래도 처음 남자를 사귀는건데....나의 의견 따위는 하나도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한 그는 집에 도착해서까지 어리둥절 못하는 나를 봇짐 내려놓듯 내려놓고 휭~하니 가버렸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였다.




그날부터 그는 매일 같이 늦은 시간 끝나는 나를 데리러 학교로 왔고 그때마다 나는 그에게 한가지씩 주입식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그 첫 번째!


호칭!!!



그 녀석은 달링이라는 말에 목숨건 사람같았다. 내가 처음 교육 받은 단어...


달링!



드라마에서 조차 그런 용어가 나오면 닭살이라며 몸을 벅벅 긁어대던 나였것만 험악한 그의 표정앞에서 주먹이 법보다 가깝다는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며 입을 뻐금 뻐금 댔다.




“다시 해봐!!”


“다...다.....달링....”


“달링이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다..다...달링은 뭐고 그 뒤에 점은 뭐냐?!”


“그게...”


“죽을래?! 다시 해봐!!”




그렇게 배운 달링이란 단어는 어디서든 적용 가능했고, 심지어 몇일전 가본 그의 회사에서도 난 그를 달링이라고 불러야 했다. 그 쪽팔림이란.... 흑흑



두 번째로 배운 것은 핸드폰 저장 번호 이름이였다.





“자! 핸드폰 줘봐! 내 번호 일번으로 저장시켜 놓고 이름은..그래! 내애인 김기상이 좋겠군...”





이라며 내 핸드폰을 마치 자기 폰 마냥 만지작 대더니 결국은 낯뜨거운 ‘내 애인 김기상~♡'이라는 멘트를 넣어버리고선 또 핸드폰 액정엔 ’기상이꺼!!!건들면 죽는다‘라는 멘트를 서슴없이 넣어버린 그녀석은 상당히 고수이고...그리고...선수였다.




그가 내 핸드폰을 만지작 댈때 나는 과연 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에게 저 일을 했을까 심각하게 확률계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뭐 그렇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와의 연인관계가 되었고, 나도 점점 그 사실에 숙응해 갔다.

모 텔레콤 CF마냥 우린 그렇게 연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