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는 백괴 갈마웅의 차가운 손이 눈으로 다가들자 놀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점점 왼쪽 눈이 시리도록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백괴 갈마웅은 더 이상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사가 오금조(五金爪)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리며 오금조가 백괴 갈마웅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자 그도 함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검을 휘둘러 오금조를 튕겨 냈다. 백괴 갈망웅은 사가 다시 오금조를 움직이려하자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라. 이 놈이 죽는다." 사는 회색빛 눈을 들어 치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나와 상관 없는 놈이다." 백괴 갈마웅이 야릇한 웃음 지으며 말했다. "이놈이 죽으면 천지환도 얻지 못할텐데." 무표정하던 사의 얼굴에 약간이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네 놈은 입으로만 먹고사는 놈이구나. 그 거지녀석이 죽으면 네 놈도 천지환을 얻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사의 말에 언제 올라왔는지 소괴 마불웅이 작은 몸을 통통거리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네놈이 죽고 싶어서 함부로 말하는 구나." 그때 묘가 나타나며 소괴 마불웅을 향해 말했다. "흥! 제가 보기엔 당신도 살고 싶지 않은 것 같네요" "뭐야? 이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냐? 좋아 어디 한번 맛 좀 봐라" 소괴 마불웅이 화가나서 묘에게 달려 들려하자 웅이 방망이을 휘둘며 그 앞을 가로 막았다. "어린아이와 다투지 말고 나와 놀아보자." "좋다." 소괴 마불웅은 펄쩍 뛰어오르며 웅을 향해 검을 내려쳤다. 뛰어 올라 내려치는 속도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빨랐다. 웅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묵직한 방망이를 휘둘러 올려쳤다. 무시무시한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주위의 공기가 그 기운에 울음을 토해냈다. 만약 이 방망이에 맞거나 부딪힌다면 아무도 살아나지 못할 것 같았다. 소괴 마불웅은 웅의 거센 공격에 맞부디치지 않고 옆으로 기운을 흘려 피하며 좌측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웅의 방망이와 자신의 검이 부딪힌다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웅의 방망이가 무겁고 행동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빠르게 좌측으로 치고 들어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웅은 소괴 마불웅의 몸놀림을 보며 비웃었다. "어딜 네 맘대로 될 것 같은가." 소괴 마불웅은 생각지 못하게 웅이 빠르게 회전하며 자신의 공격을 막으려하자 놀랐다. 덩치와 행동에 비해 무척이나 몸놀림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흥! 네놈이 나 보다 빠를 수는 없을 것이다." 소괴 마불웅은 외치며 웅의 주위를 빠르게 돌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웅은 소괴 마불웅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쉽게 대응 할 수 없었다. 사는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다 백괴 갈마웅을 향해 오금괴를 다시 날렸다. 오금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은사(銀沙)가 연결되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사의 오금괴가 양쪽에서 사납게 덮쳐오자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잡고 뒤로 피하면서 검으로 쳐냈다. 오금괴는 검이 날아들자 갑자기 뒤쪽으로 빨려들 듯이 후퇴되었다가 다시 곡선을 그리며 갈마웅의 뒤쪽 대혈을 노리고 들어갔다. 백괴 갈망웅은 괴상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를 상대하기 쉽지 않음을 알고 말했다. "아주 좋은 무기이군. 그러나 이 백괴 갈망웅을 화나게 하면 안돼지..." "그래? 그럼 어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내게 보여봐라." 사는 외치며 두 개의 오금괴를 오른쪽과 왼쪽의 견정혈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순식간에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백괴 갈마웅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잡고 있던 치우를 왼쪽으로 덮쳐오는 오금괴 앞으로 밀며 몸을 옆으로 틀어 오른쪽 오금괴의 괴적에서 벗어나려 했다. 치우는 백괴 갈마웅에게 잡혀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갑자기 무거운 기운이 자신을 향해 덮쳐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사는 백괴 갈마웅의 잔인한 수법을 보고 회색빛 눈이 더욱 싸늘하게 변하며 왼쪽 오금괴에 연결된 은사에 힘을 주어 치우에게 덮쳐가던 방향을 살짝 틀어 옆으로 피한 갈마웅에게 다시 덮여 들어가게 했다. 그러나 공격권 밖으로 벗어나던 갈망웅은 다시 치우를 오금괴 앞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사도 오금괴의 방향을 바꾸기는 이미 늦어 버린 상태였다.치우에게 무서운 오금괴가 덮치려는 찰라 차가운 백광이 오금괴의 앞을 막아서며 튕겨냈다. 창!!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리며 백의 여인이 사뿐이 내려앉았다. 백색 옷을 나부끼며 내려서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선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백선녀 여사랑! 언제까지 나의 일을 방해할 심산이요?" 백괴 갈마웅은 짜증스런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백선녀 여사랑은 치우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하다고 생각지 않나요? 어떻게 어린아이를 방패로 삼고 싸울 수 있죠? 아무리 천지환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신은 너무 잔인해요." 그녀의 말에 백괴 갈마웅 대신 언제 나타났는지 추괴 나찰이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네년은 뭐가 잘났느냐? 어차피 네년도 저 거지 놈을 차이해서 천지환을 갖고자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난 당신들 처럼 그렇게 야비히게 싸우지는 않아요." 백선녀 여사랑의 말에 웅과 싸우고 있던 소괴 마불웅이 뒤로 물러서며 참견했다. "하하하. 야비한 싸움이란 것이 무엇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는 상천제 막개와 저 거지 녀석을 들볶아서 천지환을 빼앗으려는 것 아니냐? 이것은 야비하지 않는냐? 크크크...모두가 같다. 모두가.....하하하" 소괴 마불웅의 말에 호웅사묘와 백선녀 여사랑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실 어찌되었던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오십보 백보일 뿐이지 그들이 지금 여기서 다투는 것은 모두 천지환 때문이고 그것을 찾이 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배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치우는 백괴 갈마웅에게 붙잡힌 채로 그들의 말을 들으며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신세가 정말 딱해 보였다. 힘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는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자괴감 보다 어떻게 저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든 사람들이 이 좁은 폭포 위에 올라와서 서로를 견제하며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약간만 잘 못하면 자신은 여기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다. 폭포수 위에는 세 무리로 갈라져서 서로 견제하기 바빴다. 청도삼괴와 호웅사묘 그리고 백선녀 여사랑이 그 균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약간만 빈틈이나 헛점이 생기면 서로 치고 받으려는 대치상태였다. 호웅사묘와 백선녀 여사랑은 서로 견제하며 백괴 갈마웅에게 잡혀있는 치우를 어떻게 찾이할 것인가 고민했다. 백괴 갈마웅 역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약간의 빈틈만 보아도 양쪽에서 강한 협공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둘째와 셋째가 있지만 저들 모두를 상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떻게 저들을 따돌리고 이 거지새끼를 데리고 도망갈까...' 백괴 갈마웅은 생각을 굴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때였다. 폭포수 위로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들이 덮치며 공격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계속해서 싸워왔던 동굴 괴물들이었다. 사람들은 치우가 발견되자 천지환을 서로간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괴물들과의 싸움을 제쳐두고 모두 달려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괴물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인간의 피와 육질에 굶주렸던 괴물들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같이 쫒아 올라온 것이다. 이놈들은 그 수가 얼마나되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이미 사람들이 40여 마리 이상을 죽였는데도 어디서 나왔는지 덮쳐오는 놈들은 어림 잡아도 20여 마리가 넘었다. "크아앙!! 크아아앙!!" 괴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덮쳐들자 사람들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공격해 나갔다.백괴 갈마웅은 괴물들의 공격에 쾌재를 부르며 치우를 안고서 잽싸게 폭포 아래로 뛰어 내려서 도망가려 했다. 그때 백선녀 여사랑이 소리치며 백검을 찔러왔다. "갈대협! 어디를 가시려하나요?" 백괴 갈마웅은 백선녀 여사랑의 검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몸을 다시 뒤로 튕겨 피하며 자신의 절기인 한독공을 앞으로 뻗었다. 싸늘한 기운이 감싸 들어오자 백선녀 여사랑은 감히 맞서지 못하고 몸을 회전시키며 피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기회가 오자 백괴 갈마웅은 주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흥! 교활놈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백괴 갈마웅이 폭포 아래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붉은 기운이 크게 덮쳐오며 한사람이 폭포 위로 올라섰다. 그는 호였다. 그는 린과의 싸움에서 청룡검이 린에게 큰 상처를 주지 못하자 놀랐다. 그러나 린의 고통스런 모습과 함부로 청룡검과 부딪히지 않으려는 몸짓에서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강한 장을 쳐도 끄덕없던 린도 천하제일의 보검 앞에서는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린이 으르렁거리며 뒤로 피하자 호는 자신의 절기인 호표칠장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그 기운을 청룡검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호가 다년간에 고심해서 만든 검법이었다. 보통 호표칠장은 무기 없이 맨손으로 하는 무공이었지만 호는 검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장기인 호표칠장의 무섭고 강한 기운을 검에 주입하여 사용한다면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검법은 펼치 때마다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은 장의 강성한 기운을 검이 버티지 못하고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명검으로 불리는 검들로 시전했을 때라야 일각 정도를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상상할 수 없는 고대 괴물 린이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칠장검법(七掌劍法) 시험 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석중 철마자가 만든 천하의 명검 청룡검이라면 자신의 호표칠장의 강맹한 기운을 이겨내고 칠장검법을 펼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호가 극성으로 끌어올린 기운을 청룡검에 주입하자 푸른 용신의 검날이 하얗게 변하면서 울음을 토해냈다. 린은 갑자기 청룡검에서 강한 기운이 퍼지며 진동하자 붉고 푸른 눈을 일렁거리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놈 또한 청룡검의 기운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신중히 대처하려는 것 같았다. "크크크크크......." 몸을 뒤쪽으로 빼는 린의 입에서 괴상스런 으르렁거림이 퍼져 나왔다. 아마도 상당히 긴장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호 또한 신중하게 청룡검을 앞으로 가져갔다. "그래...네 놈은 내가 여태 보았던 짐승 중에서 최고였다. 아주 멋진 놈이지.... 그래서 네 놈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 주기로 했다." 호는 소리치며 뛰어 올라 청룡검을 회전시키며 린을 향해 무섭게 덮쳐 들어갔다. 마치 검과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린은 호가 빠르게 자신의 목을 향해 들어오자 괴성을 지르며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는 강한 앞발로 호를 내리쳤다. 호는 린이 뒤로 물러서며 앞발로 공격해오자 청룡검으로 그 앞발을 향해 찔렀다. 그러자 강한 충격이 청룡검으로부터 덮쳐왔다. 무시무시한 힘에 의한 기운이라 호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아! 청룡검으로 저 놈의 앞발 조차 뚫지 못한다 말인가.' 그러나 순간! 푸푸푸푸... 야릇한 마찰음이 청룡검을 통해 손으로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린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이 울부짖음은 너무나 처절하여 듣는 사람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커커어어엉!! 커커어어엉!! 호는 린의 울부짖음을 듣고 쾌재를 부르며 검을 더욱 깊숙히 찔러 넣으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붉은 기운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는 바닥으로 뒹굴었다. 그것은 린의 입에서 나온 붉은 혀의 공격이었다. 약간만 늦거나 만용을 부렸다면 가슴이 뚫려 버릴 수 있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다행히 린은 앞발에 큰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서서 계속 공격하지 않았다. 호는 지금이 기회라 생각하고 린을 향해 계속 공격하려 했다. 그때 웅으로부터 전음이 들려왔다. '형님! 거지놈을 찾았습니다. 갈마웅이란 놈이 거지 놈을 빼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급합니다.' 호는 웅의 전음을 듣고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린을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린을 상대 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목적은 린을 죽이는 것이 아닌 천지환을 찾는 것이지 때문이었다. 그는 아쉬운 눈빛을 남기며 웅의 전음이 들린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고 또한 괴물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백괴 갈마웅이 백선녀 여사랑과 싸우다 거지를 데리고 도망치려는 것을 보고 앞을 막아선 것이다. 호를 보고 백괴 갈마웅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그 괴물과는 잘 놀았소?" 호는 날카로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네 놈과 말놀음하기 싫다. 그 거지녀석을 이리 넘겨라." "능력껏 빼앗아 보시지." 백괴 갈마웅의 말에 호는 인상을 쓰며 빠르게 덮쳐 갔다. 그의 손이 하얗게 변해서 갈마웅을 공격해 들어갔는데 마치 수 십 개의 손이 덮쳐 가는 듯 했다. 백괴 갈마웅은 얼굴을 굳히며 자신의 절기인 한독공을 끌어 올렸다. 무시무시한 한기가 주위로 퍼지며 호의 극강한 호표칠장과 맞부딪혀 갔다. 치우는 두 강적 사이에 낀 꼴이 되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앞과 뒤에서 무서운 기운이 자신을 사이에 두고 격렬하게 부딪히자 마치 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비록 몸에 직접 맞는 것은 아니 였지만 고수들의 싸움에서 퍼져나가는 충격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 였다. 치우는 정신을 못 차리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의 팔을 강한게 잡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헛!" 어느새 다가 왔는지 호가 치우의 왼쪽 팔을 쥐고는 갈마웅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백괴 갈마웅은 호의 강한 호표칠장에 밀려 순식간에 치우의 왼팔을 내 주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치우는 중간에 끼어서 이리당겨지고 저리당겨는 꼴이 되었다. 양쪽에서 서로 잡아 당기며 기운을 겨루자 치우는 몸이 찢어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어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호와 백괴 갈마웅은 치우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듣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 장을 번 갈아가며 쳐냈다. 호표칠장의 극강의 기운이 한독공이란 차가운 음공을 만나자 충격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 충격은 고스란히 가운데 끼인 치우의 몫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양보 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때 였다. 백선녀여사랑이 괴물 두 마리를 해치우며 호와 백괴 갈마웅의 싸움에 끼어 들었다. "정말 잔인한 분들이군요." 그녀는 소리치며 백검을 현란하게 움직였다. 치우의 왼쪽 팔을 잡고 당기는 호의 손을 향해 내려치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 팔을 잡고 있는 백괴 갈마웅의 손도 공격했다. 마치 두 개의 검으로 한꺼번에 내려치는 것 같았으나 분명 백검은 하나였다. 이것은 무척이나 빠른 쾌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의 괘적에 사람들이 놀랐다. 그러나 백선녀 여사랑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호도 백괴 갈마웅도 치우의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역 공격을 해오는 것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호의 호표칠장은 극성으로 끌어올리면 검도 쉽게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호는 검이 자신의 손을 내리쳐도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오른 손으로 백선녀 여사랑의 가슴을 공격해왔다. 백괴 갈마웅 또한 차갑게 다가오는 백검을 향해 왼손 중지와 검지로 튕겨 내며 백선녀 여사랑의 등쪽 대혈을 향해 공격해 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백선녀 여사랑은 오히려 양쪽에서 협공 당하는 위치가 되었다. 백선녀 여사랑은 백검으로 호의 칠장(七掌)을 쳐내며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났다. 백선녀 여사랑이 뒤쪽으로 밀려나자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자신에게 끌어당기며 호에게 한독공의 절초인 충(蟲)을 펼치며 공격했다. 충(蟲)은 마치 수천 수 만 마리의 독충이 몰려들어 먹이를 먹어치우듯 사납고 무서운 공격이다. 이 공격은 한번의 강맹한 공격으로서 상대를 제압하는 수법과는 달리 공기 중에 자신의 독기를 퍼트려 상대를 사방에서 포위하듯 하는 독공이어서 빠져 가가기 힘든 절초이다. 이러한 무서운 공격을 받자 호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자신의 기운을 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 주위로 붉은 기운이 퍼지며 충의 차가운 기운에 맞서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두 상극의 기운이 싸우는 형국이 되었다. 충은 백괴 갈마웅이 대빙산맥에서 익힌 차가운 음공의 극치이고 호의 붉은 기운인 적호화인수(赤號火人手)는 불의 기운인 양(陽)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온 몸을 마치 타오르는 불길 처럼 만드는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두 기운이 서로 충돌하자 호는 온몸이 떨려오며 단전이 요동치는 걸 느끼고는 놀랐다. '백괴 갈마웅의 무공이 정말 무섭구나. 만약 내 적호화인수가 극성에 달하지 못했다면 난 저 지독한 독에 당해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호가 놀라고 있을 때 백괴 갈마웅 역시 뜨겁게 진동해 오는 기운에 눈을 크게 뜨며 생각했다. '세상에 나의 한독공을 정면으로 받을 수 있는 무공이 있다니 놀랍구나... 세상은 정말 쉽게 볼만한 곳이 아니다. 저런 무공을 지닌 인물이 또 있다니...' 그들은 서로에 대해 놀라며 기운을 더욱 끌어올렸다. 어차피 여기서 한 사람은 죽어 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의 기운을 가장 강하게 받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그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치우는 양 쪽 팔로부터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덮쳐오자 그 고통이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컸다. 소리를 질러도 고통은 가시지 않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아픔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몇 번을 기절했다가 그 아픔에 다시 정신이 들고 또다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기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 호와 백괴 갈마웅이 서로 기운을 쓰고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치우에게는 수 백년을 고통 속에서 사는 것과 같았다. 혼미한 정신 속에 치우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지만 그 소리만은 모든 사람에게 명확히 들렸다. "크아아...천...지.......환....을 ... 갖고싶지....않단 말이냐?" 치우의 소리에 호와 백괴 갈마웅은 깜짝 놀라서 서로의 기운을 끌어 들렸다. 그들이 기운을 끌어들이자 치우는 어느 정도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두 기운의 충돌로 인해 내부는 이미 들끓고 있어서 주체 할 수 없었다. 극한의 고통이 사라진 거지 내부에서 기운이 요동치는 아픔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헉...헉!...이 나쁜 새끼들아....날 죽이고도 천지환을...갖을 수 있을 것 같아?" 치우가 고통에 헐떡이며 말하자 백괴 갈마웅이 약간은 멋적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천지환을 내게 주겠단 말이냐?" 백괴 갈마웅의 말에 치우는 고통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미친놈!" "뭐야? 네 놈이 정말 죽고 싶은 거냐?" 백괴 갈마웅이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치우의 머리를 내려 치려는 찰라 백서녀 여사랑이 소리치며 말했다. "정말 저 녀석을 죽일 생각인가요? 천지환을 갖을 생각이 없어요?" 그녀의 말에 백괴 갈마웅은 인상을 쓰며 치우를 향해 다시 말했다. "죽지 않으려거던 천지환이 어디 있는지 말해라." 치우는 고통에 인상을 쓰다 백괴 갈마웅의 말을 듣고 입가에 야릇하는 웃음을 그리며 말했다. "천지환이 어디...있냐....면...." 그가 입을 열자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치우의 입에 집중되었다. "네 거시기에 걸려있다. 이 기생오라비 같은 놈아!" "뭐야? 이 거지새끼가." 백괴 갈마웅이 화가 나서 다시 오른 손을 들어 치우의 머리를 내려 치려했다. 호가 놀라며 막으려 하자 순간 백괴 갈마웅의 손이 방향을 바꾸어 호의 가슴을 향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호가 그 기운에 부딪혀 갔다. 그러나 순간 우측으로부터 또 다른 차가운 기운이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는 치우를 붙잡고 있던 왼손으로 덮쳐오는 기운을 막았다. 그런데 우측으로 덮쳐오던 기운이 갑자기 사라져 허공를 치게 되었다. 이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어떻게 손을 써볼 방법이 없었다. 그때 백괴 갈마웅이 야릇한 웃음소리와 함께 자신이 잡고 있던 치우도 사라진 것을 알고 호는 놀랐다. "아니! 어느새..." 백괴 갈마웅은 처음부터 치우의 머리를 내려칠 생각이 없었다. 그 또한 치우가 죽게 된다면 천지환을 찾이 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치우를 향해 내려치던 손은 사실 호를 속이기 위한 허초였다. 호가 그것을 모르고 막으려하자 교묘히 그의 우측을 한독공으로 공격한 것이다. 호는 이미 차가운 기운이 자신의 우측으로 들어와서 막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치우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에 치우는 백괴 갈마웅의 수중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찾이 하자마자 바로 폭포 아래로 뛰어 내리려 했다. 그러나 여태 상황을 지켜보던 백선녀 여사랑이 소리치며 백검을 찔러왔다. "흥! 당신 마음대로는 되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추괴 나찰이 음산한 웃음을 날리며 그녀의 백검을 막으며 소리 쳤다. "형님!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고 먼저 피하십시오!" 백괴 갈망웅은 추괴 나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신형을 날렸다. 호와 다른 사람들이 그를 쫒으려하자 추괴 나찰과 소괴 마불웅이 강맹한 기운을 퍼부으며 저지했다. 순간 사람들은 그들의 공격에 주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잠깐의 시간에 이미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데리고 폭포 아래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백괴 갈마웅이 막 아래쪽으로 신형을 날릴 때였다. 갑자기 붉은 기운이 거세게 그를 덮쳐오는 것이 아닌가! 백괴 갈마웅은 깜짝 놀랐다. 자신을 막을 사람이 모두 뒤쪽에 있어 아무 저항 없이 도망 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데없는 강한 공격이 자신의 하체를 공격해 온 것이다. 이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어서 갈마웅은 당황 스러웠다. 이미 자신의 몸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여서 방향을 바꾼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특히, 치우를 옆에 끼고 있는 상황에서는 빠르고 강한 붉은 기운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백괴 갈마웅은 더 생각 할 수 없었다. 그는 크게 소리치며 치우를 공중으로 던졌다. 그리고 자신은 붉은 기운을 향해 장을 날렸다. "핫!!" 붉은 기운과 백괴 갈마웅의 장이 부딪히자 강한 반탄력이 생겨났다. 백괴 갈마웅은 그 기운을 이용하여 뒤로 물러나며 공중에 던진 치우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호가 백괴 갈마웅을 향해 호표칠장을 날렸다. "거지 놈을 네게 뺏길 수 없지!" 백괴 갈마웅은 호의 칠장을 무시할 수 없어 같이 부딪혀 갔다. 그 순간 치우는 공중 치솟았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백괴 갈마웅과 호가 서로 견제하며 싸우느라 치우를 붙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치우는 자신의 몸이 끝없는 폭포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래! 이렇게 가면 되는 것이다. 초개가 웃으며 맞아 주겠지..... 막개 아저씨도....' 그때 하얀빛이 번쩍하더니 백선녀 여사랑이 치우를 잡기 위해 다가왔다.치우는 그녀를 보며 약간의 희망이 마음에 일었다. 그러나 그녀가 막 치우를 품에 안으려는 찰라 붉은 적사철이 그녀의 몸을 감싸며 들어왔다. "크크...거지 놈을 놓아라!" 아무리 백선녀 여사랑의 무공이 뛰어나도 공중 떠 있는 상태에서 다가오는 적사철을 피하며 치우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인상을 쓰며 몸을 틀어 백검을 추괴 나찰에게 날렸다. 이 모든 일들은 모두 한 순식간에 벌이진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치우는 깊은 폭포수 아래로 끝없이 떨어져 내려갔다."아아아...."
THE MASK(탈)-25
치우는 백괴 갈마웅의 차가운 손이 눈으로 다가들자 놀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점점 왼쪽 눈이 시리도록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백괴 갈마웅은 더 이상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사가 오금조(五金爪)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리며 오금조가 백괴 갈마웅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자 그도 함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검을 휘둘러 오금조를 튕겨 냈다.
백괴 갈망웅은 사가 다시 오금조를 움직이려하자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라. 이 놈이 죽는다."
사는 회색빛 눈을 들어 치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나와 상관 없는 놈이다."
백괴 갈마웅이 야릇한 웃음 지으며 말했다.
"이놈이 죽으면 천지환도 얻지 못할텐데."
무표정하던 사의 얼굴에 약간이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네 놈은 입으로만 먹고사는 놈이구나. 그 거지녀석이 죽으면 네 놈도
천지환을 얻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사의 말에 언제 올라왔는지 소괴 마불웅이 작은 몸을 통통거리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네놈이 죽고 싶어서 함부로 말하는 구나."
그때 묘가 나타나며 소괴 마불웅을 향해 말했다.
"흥! 제가 보기엔 당신도 살고 싶지 않은 것 같네요"
"뭐야? 이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냐? 좋아 어디 한번 맛 좀 봐라"
소괴 마불웅이 화가나서 묘에게 달려 들려하자 웅이 방망이을 휘둘며
그 앞을 가로 막았다.
"어린아이와 다투지 말고 나와 놀아보자."
"좋다."
소괴 마불웅은 펄쩍 뛰어오르며 웅을 향해 검을 내려쳤다.
뛰어 올라 내려치는 속도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빨랐다.
웅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묵직한 방망이를 휘둘러 올려쳤다.
무시무시한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주위의 공기가 그 기운에 울음을 토해냈다.
만약 이 방망이에 맞거나 부딪힌다면 아무도 살아나지 못할 것 같았다.
소괴 마불웅은 웅의 거센 공격에 맞부디치지 않고 옆으로 기운을 흘려 피하며
좌측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웅의 방망이와 자신의 검이 부딪힌다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웅의 방망이가 무겁고 행동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빠르게 좌측으로 치고
들어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웅은 소괴 마불웅의 몸놀림을 보며 비웃었다.
"어딜 네 맘대로 될 것 같은가."
소괴 마불웅은 생각지 못하게 웅이 빠르게 회전하며 자신의 공격을
막으려하자 놀랐다.
덩치와 행동에 비해 무척이나 몸놀림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흥! 네놈이 나 보다 빠를 수는 없을 것이다."
소괴 마불웅은 외치며 웅의 주위를 빠르게 돌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웅은 소괴 마불웅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쉽게 대응 할 수 없었다.
사는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다 백괴 갈마웅을 향해 오금괴를 다시 날렸다.
오금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은사(銀沙)가 연결되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사의 오금괴가 양쪽에서 사납게 덮쳐오자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잡고 뒤로
피하면서 검으로 쳐냈다.
오금괴는 검이 날아들자 갑자기 뒤쪽으로 빨려들 듯이 후퇴되었다가
다시 곡선을 그리며 갈마웅의 뒤쪽 대혈을 노리고 들어갔다.
백괴 갈망웅은 괴상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를 상대하기 쉽지 않음을
알고 말했다.
"아주 좋은 무기이군. 그러나 이 백괴 갈망웅을 화나게 하면 안돼지..."
"그래? 그럼 어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내게 보여봐라."
사는 외치며 두 개의 오금괴를 오른쪽과 왼쪽의 견정혈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순식간에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백괴 갈마웅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잡고
있던 치우를 왼쪽으로 덮쳐오는 오금괴 앞으로 밀며 몸을 옆으로 틀어 오른쪽
오금괴의 괴적에서 벗어나려 했다.
치우는 백괴 갈마웅에게 잡혀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갑자기 무거운
기운이 자신을 향해 덮쳐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사는 백괴 갈마웅의 잔인한 수법을 보고 회색빛 눈이 더욱 싸늘하게 변하며
왼쪽 오금괴에 연결된 은사에 힘을 주어 치우에게 덮쳐가던 방향을 살짝
틀어 옆으로 피한 갈마웅에게 다시 덮여 들어가게 했다.
그러나 공격권 밖으로 벗어나던 갈망웅은 다시 치우를 오금괴 앞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사도 오금괴의 방향을 바꾸기는 이미 늦어 버린
상태였다.
치우에게 무서운 오금괴가 덮치려는 찰라 차가운 백광이 오금괴의 앞을
막아서며 튕겨냈다.
창!!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리며 백의 여인이 사뿐이 내려앉았다.
백색 옷을 나부끼며 내려서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선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백선녀 여사랑! 언제까지 나의 일을 방해할 심산이요?"
백괴 갈마웅은 짜증스런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백선녀 여사랑은 치우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하다고 생각지 않나요? 어떻게 어린아이를 방패로 삼고 싸울 수 있죠?
아무리 천지환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신은 너무 잔인해요."
그녀의 말에 백괴 갈마웅 대신 언제 나타났는지 추괴 나찰이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네년은 뭐가 잘났느냐? 어차피 네년도 저 거지 놈을 차이해서
천지환을 갖고자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난 당신들 처럼 그렇게 야비히게 싸우지는 않아요."
백선녀 여사랑의 말에 웅과 싸우고 있던 소괴 마불웅이 뒤로 물러서며
참견했다.
"하하하. 야비한 싸움이란 것이 무엇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는 상천제 막개와
저 거지 녀석을 들볶아서 천지환을 빼앗으려는 것 아니냐? 이것은 야비하지
않는냐? 크크크...모두가 같다. 모두가.....하하하"
소괴 마불웅의 말에 호웅사묘와 백선녀 여사랑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실 어찌되었던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오십보 백보일 뿐이지 그들이 지금 여기서 다투는 것은 모두 천지환
때문이고 그것을 찾이 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배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치우는 백괴 갈마웅에게 붙잡힌 채로 그들의 말을 들으며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신세가 정말 딱해 보였다.
힘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는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자괴감 보다 어떻게 저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든 사람들이 이 좁은 폭포 위에 올라와서 서로를
견제하며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약간만 잘 못하면 자신은 여기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다.
폭포수 위에는 세 무리로 갈라져서 서로 견제하기 바빴다.
청도삼괴와 호웅사묘 그리고 백선녀 여사랑이 그 균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약간만 빈틈이나 헛점이 생기면 서로 치고 받으려는 대치상태였다.
호웅사묘와 백선녀 여사랑은 서로 견제하며 백괴 갈마웅에게 잡혀있는
치우를 어떻게 찾이할 것인가 고민했다.
백괴 갈마웅 역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약간의 빈틈만 보아도 양쪽에서 강한 협공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둘째와 셋째가 있지만 저들 모두를 상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떻게 저들을
따돌리고 이 거지새끼를 데리고 도망갈까...'
백괴 갈마웅은 생각을 굴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때였다.
폭포수 위로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들이 덮치며 공격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계속해서 싸워왔던 동굴 괴물들이었다.
사람들은 치우가 발견되자 천지환을 서로간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괴물들과의
싸움을 제쳐두고 모두 달려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괴물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인간의 피와 육질에 굶주렸던 괴물들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같이 쫒아
올라온 것이다.
이놈들은 그 수가 얼마나되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이미 사람들이 40여 마리 이상을 죽였는데도 어디서 나왔는지 덮쳐오는
놈들은 어림 잡아도 20여 마리가 넘었다.
"크아앙!! 크아아앙!!"
괴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덮쳐들자 사람들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공격해 나갔다.
백괴 갈마웅은 괴물들의 공격에 쾌재를 부르며 치우를 안고서 잽싸게
폭포 아래로 뛰어 내려서 도망가려 했다.
그때 백선녀 여사랑이 소리치며 백검을 찔러왔다.
"갈대협! 어디를 가시려하나요?"
백괴 갈마웅은 백선녀 여사랑의 검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몸을 다시
뒤로 튕겨 피하며 자신의 절기인 한독공을 앞으로 뻗었다.
싸늘한 기운이 감싸 들어오자 백선녀 여사랑은 감히 맞서지 못하고 몸을
회전시키며 피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기회가 오자 백괴 갈마웅은 주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흥! 교활놈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백괴 갈마웅이 폭포 아래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붉은 기운이 크게 덮쳐오며
한사람이 폭포 위로 올라섰다.
그는 호였다.
그는 린과의 싸움에서 청룡검이 린에게 큰 상처를 주지 못하자 놀랐다.
그러나 린의 고통스런 모습과 함부로 청룡검과 부딪히지 않으려는 몸짓에서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강한 장을 쳐도 끄덕없던 린도 천하제일의 보검 앞에서는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린이 으르렁거리며 뒤로 피하자 호는 자신의 절기인 호표칠장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그 기운을 청룡검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호가 다년간에 고심해서 만든 검법이었다.
보통 호표칠장은 무기 없이 맨손으로 하는 무공이었지만 호는 검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장기인 호표칠장의 무섭고 강한
기운을 검에 주입하여 사용한다면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검법은 펼치 때마다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은 장의 강성한 기운을 검이 버티지 못하고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명검으로 불리는 검들로 시전했을 때라야 일각 정도를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상상할 수 없는 고대 괴물 린이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칠장검법(七掌劍法) 시험 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
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석중 철마자가 만든 천하의 명검 청룡검이라면
자신의 호표칠장의 강맹한 기운을 이겨내고 칠장검법을 펼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호가 극성으로 끌어올린 기운을 청룡검에 주입하자 푸른 용신의 검날이
하얗게 변하면서 울음을 토해냈다.
린은 갑자기 청룡검에서 강한 기운이 퍼지며 진동하자 붉고 푸른 눈을
일렁거리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놈 또한 청룡검의 기운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신중히 대처하려
는 것 같았다.
"크크크크크......."
몸을 뒤쪽으로 빼는 린의 입에서 괴상스런 으르렁거림이 퍼져 나왔다.
아마도 상당히 긴장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호 또한 신중하게 청룡검을 앞으로 가져갔다.
"그래...네 놈은 내가 여태 보았던 짐승 중에서 최고였다. 아주 멋진 놈이지....
그래서 네 놈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 주기로 했다."
호는 소리치며 뛰어 올라 청룡검을 회전시키며 린을 향해 무섭게 덮쳐
들어갔다.
마치 검과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린은 호가 빠르게 자신의 목을 향해 들어오자 괴성을 지르며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는 강한 앞발로 호를 내리쳤다.
호는 린이 뒤로 물러서며 앞발로 공격해오자 청룡검으로 그 앞발을
향해 찔렀다. 그러자 강한 충격이 청룡검으로부터 덮쳐왔다.
무시무시한 힘에 의한 기운이라 호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아! 청룡검으로 저 놈의 앞발 조차 뚫지 못한다 말인가.'
그러나 순간!
푸푸푸푸...
야릇한 마찰음이 청룡검을 통해 손으로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린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이 울부짖음은 너무나 처절하여 듣는 사람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커커어어엉!! 커커어어엉!!
호는 린의 울부짖음을 듣고 쾌재를 부르며 검을 더욱 깊숙히 찔러
넣으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붉은 기운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는 바닥으로 뒹굴었다.
그것은 린의 입에서 나온 붉은 혀의 공격이었다.
약간만 늦거나 만용을 부렸다면 가슴이 뚫려 버릴 수 있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다행히 린은 앞발에 큰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서서
계속 공격하지 않았다.
호는 지금이 기회라 생각하고 린을 향해 계속 공격하려 했다.
그때 웅으로부터 전음이 들려왔다.
'형님! 거지놈을 찾았습니다. 갈마웅이란 놈이 거지 놈을 빼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급합니다.'
호는 웅의 전음을 듣고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린을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린을 상대 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목적은 린을 죽이는 것이 아닌 천지환을 찾는 것이지 때문이었다.
그는 아쉬운 눈빛을 남기며 웅의 전음이 들린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고 또한 괴물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백괴 갈마웅이 백선녀 여사랑과 싸우다 거지를 데리고 도망치려는
것을 보고 앞을 막아선 것이다.
호를 보고 백괴 갈마웅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그 괴물과는 잘 놀았소?"
호는 날카로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네 놈과 말놀음하기 싫다. 그 거지녀석을 이리 넘겨라."
"능력껏 빼앗아 보시지."
백괴 갈마웅의 말에 호는 인상을 쓰며 빠르게 덮쳐 갔다.
그의 손이 하얗게 변해서 갈마웅을 공격해 들어갔는데 마치 수 십 개의
손이 덮쳐 가는 듯 했다.
백괴 갈마웅은 얼굴을 굳히며 자신의 절기인 한독공을 끌어 올렸다.
무시무시한 한기가 주위로 퍼지며 호의 극강한 호표칠장과 맞부딪혀 갔다.
치우는 두 강적 사이에 낀 꼴이 되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앞과 뒤에서 무서운 기운이 자신을 사이에 두고 격렬하게 부딪히자
마치 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비록 몸에 직접 맞는 것은 아니 였지만 고수들의 싸움에서 퍼져나가는
충격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 였다.
치우는 정신을 못 차리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의 팔을
강한게 잡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헛!"
어느새 다가 왔는지 호가 치우의 왼쪽 팔을 쥐고는 갈마웅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백괴 갈마웅은 호의 강한 호표칠장에 밀려 순식간에 치우의 왼팔을
내 주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치우는 중간에 끼어서 이리당겨지고 저리당겨는 꼴이 되었다.
양쪽에서 서로 잡아 당기며 기운을 겨루자 치우는 몸이 찢어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어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호와 백괴 갈마웅은 치우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듣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 장을 번 갈아가며 쳐냈다.
호표칠장의 극강의 기운이 한독공이란 차가운 음공을 만나자 충격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 충격은 고스란히 가운데 끼인 치우의 몫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양보 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때 였다.
백선녀여사랑이 괴물 두 마리를 해치우며 호와 백괴 갈마웅의 싸움에
끼어 들었다.
"정말 잔인한 분들이군요."
그녀는 소리치며 백검을 현란하게 움직였다.
치우의 왼쪽 팔을 잡고 당기는 호의 손을 향해 내려치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 팔을 잡고 있는 백괴 갈마웅의 손도 공격했다.
마치 두 개의 검으로 한꺼번에 내려치는 것 같았으나 분명 백검은 하나였다.
이것은 무척이나 빠른 쾌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의 괘적에 사람들이 놀랐다.
그러나 백선녀 여사랑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호도 백괴 갈마웅도
치우의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역 공격을 해오는 것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호의 호표칠장은 극성으로 끌어올리면 검도 쉽게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호는 검이 자신의 손을 내리쳐도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오른 손으로
백선녀 여사랑의 가슴을 공격해왔다.
백괴 갈마웅 또한 차갑게 다가오는 백검을 향해 왼손 중지와 검지로
튕겨 내며 백선녀 여사랑의 등쪽 대혈을 향해 공격해 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백선녀 여사랑은 오히려 양쪽에서 협공 당하는 위치가
되었다.
백선녀 여사랑은 백검으로 호의 칠장(七掌)을 쳐내며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났다.
백선녀 여사랑이 뒤쪽으로 밀려나자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자신에게
끌어당기며 호에게 한독공의 절초인 충(蟲)을 펼치며 공격했다.
충(蟲)은 마치 수천 수 만 마리의 독충이 몰려들어 먹이를 먹어치우듯
사납고 무서운 공격이다.
이 공격은 한번의 강맹한 공격으로서 상대를 제압하는 수법과는
달리 공기 중에 자신의 독기를 퍼트려 상대를 사방에서 포위하듯 하는
독공이어서 빠져 가가기 힘든 절초이다.
이러한 무서운 공격을 받자 호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자신의 기운을
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 주위로 붉은 기운이 퍼지며 충의 차가운
기운에 맞서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두 상극의 기운이 싸우는 형국이 되었다.
충은 백괴 갈마웅이 대빙산맥에서 익힌 차가운 음공의 극치이고
호의 붉은 기운인 적호화인수(赤號火人手)는 불의 기운인 양(陽)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온 몸을 마치 타오르는 불길 처럼 만드는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두 기운이 서로 충돌하자 호는 온몸이 떨려오며 단전이 요동치는 걸
느끼고는 놀랐다.
'백괴 갈마웅의 무공이 정말 무섭구나. 만약 내 적호화인수가 극성에
달하지 못했다면 난 저 지독한 독에 당해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호가 놀라고 있을 때 백괴 갈마웅 역시 뜨겁게 진동해 오는 기운에
눈을 크게 뜨며 생각했다.
'세상에 나의 한독공을 정면으로 받을 수 있는 무공이 있다니 놀랍구나...
세상은 정말 쉽게 볼만한 곳이 아니다. 저런 무공을 지닌 인물이 또 있다니...'
그들은 서로에 대해 놀라며 기운을 더욱 끌어올렸다.
어차피 여기서 한 사람은 죽어 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의 기운을 가장 강하게 받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그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치우는 양 쪽 팔로부터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덮쳐오자 그 고통이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컸다.
소리를 질러도 고통은 가시지 않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아픔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몇 번을 기절했다가 그 아픔에 다시 정신이 들고 또다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기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 호와 백괴 갈마웅이 서로 기운을 쓰고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치우에게는 수 백년을 고통 속에서 사는 것과 같았다.
혼미한 정신 속에 치우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지만 그 소리만은 모든 사람에게 명확히 들렸다.
"크아아...천...지.......환....을 ... 갖고싶지....않단 말이냐?"
치우의 소리에 호와 백괴 갈마웅은 깜짝 놀라서 서로의 기운을 끌어 들렸다.
그들이 기운을 끌어들이자 치우는 어느 정도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두 기운의 충돌로 인해 내부는 이미 들끓고 있어서 주체 할 수 없었다.
극한의 고통이 사라진 거지 내부에서 기운이 요동치는 아픔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헉...헉!...이 나쁜 새끼들아....날 죽이고도 천지환을...갖을 수 있을 것 같아?"
치우가 고통에 헐떡이며 말하자 백괴 갈마웅이 약간은 멋적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천지환을 내게 주겠단 말이냐?"
백괴 갈마웅의 말에 치우는 고통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미친놈!"
"뭐야? 네 놈이 정말 죽고 싶은 거냐?"
백괴 갈마웅이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치우의 머리를 내려 치려는
찰라 백서녀 여사랑이 소리치며 말했다.
"정말 저 녀석을 죽일 생각인가요? 천지환을 갖을 생각이 없어요?"
그녀의 말에 백괴 갈마웅은 인상을 쓰며 치우를 향해 다시 말했다.
"죽지 않으려거던 천지환이 어디 있는지 말해라."
치우는 고통에 인상을 쓰다 백괴 갈마웅의 말을 듣고 입가에
야릇하는 웃음을 그리며 말했다.
"천지환이 어디...있냐....면...."
그가 입을 열자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치우의 입에 집중되었다.
"네 거시기에 걸려있다. 이 기생오라비 같은 놈아!"
"뭐야? 이 거지새끼가."
백괴 갈마웅이 화가 나서 다시 오른 손을 들어 치우의 머리를 내려
치려했다.
호가 놀라며 막으려 하자 순간 백괴 갈마웅의 손이 방향을 바꾸어 호의
가슴을 향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호가 그 기운에 부딪혀 갔다. 그러나 순간 우측으로부터 또 다른
차가운 기운이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는 치우를 붙잡고 있던 왼손으로
덮쳐오는 기운을 막았다. 그런데 우측으로 덮쳐오던 기운이 갑자기
사라져 허공를 치게 되었다.
이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어떻게 손을 써볼 방법이 없었다.
그때 백괴 갈마웅이 야릇한 웃음소리와 함께 자신이 잡고 있던 치우도
사라진 것을 알고 호는 놀랐다.
"아니! 어느새..."
백괴 갈마웅은 처음부터 치우의 머리를 내려칠 생각이 없었다.
그 또한 치우가 죽게 된다면 천지환을 찾이 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치우를 향해 내려치던 손은 사실 호를 속이기 위한 허초였다.
호가 그것을 모르고 막으려하자 교묘히 그의 우측을 한독공으로
공격한 것이다.
호는 이미 차가운 기운이 자신의 우측으로 들어와서 막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치우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에 치우는 백괴 갈마웅의 수중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찾이 하자마자 바로 폭포 아래로 뛰어
내리려 했다. 그러나 여태 상황을 지켜보던 백선녀 여사랑이 소리치며
백검을 찔러왔다.
"흥! 당신 마음대로는 되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추괴 나찰이 음산한 웃음을 날리며
그녀의 백검을 막으며 소리 쳤다.
"형님!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고 먼저 피하십시오!"
백괴 갈망웅은 추괴 나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신형을 날렸다.
호와 다른 사람들이 그를 쫒으려하자 추괴 나찰과 소괴 마불웅이 강맹한
기운을 퍼부으며 저지했다.
순간 사람들은 그들의 공격에 주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잠깐의 시간에 이미 백괴 갈마웅은 치우를 데리고 폭포 아래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백괴 갈마웅이 막 아래쪽으로 신형을 날릴 때였다.
갑자기 붉은 기운이 거세게 그를 덮쳐오는 것이 아닌가!
백괴 갈마웅은 깜짝 놀랐다.
자신을 막을 사람이 모두 뒤쪽에 있어 아무 저항 없이 도망 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데없는 강한 공격이 자신의 하체를 공격해
온 것이다.
이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어서 갈마웅은 당황 스러웠다.
이미 자신의 몸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여서 방향을 바꾼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특히, 치우를 옆에 끼고 있는 상황에서는
빠르고 강한 붉은 기운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백괴 갈마웅은 더 생각 할 수 없었다.
그는 크게 소리치며 치우를 공중으로 던졌다.
그리고 자신은 붉은 기운을 향해 장을 날렸다.
"핫!!"
붉은 기운과 백괴 갈마웅의 장이 부딪히자 강한 반탄력이 생겨났다.
백괴 갈마웅은 그 기운을 이용하여 뒤로 물러나며 공중에 던진
치우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호가 백괴 갈마웅을
향해 호표칠장을 날렸다.
"거지 놈을 네게 뺏길 수 없지!"
백괴 갈마웅은 호의 칠장을 무시할 수 없어 같이 부딪혀 갔다.
그 순간 치우는 공중 치솟았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백괴 갈마웅과 호가 서로 견제하며 싸우느라 치우를 붙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치우는 자신의 몸이 끝없는 폭포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래! 이렇게 가면 되는 것이다. 초개가 웃으며 맞아 주겠지.....
막개 아저씨도....'
그때 하얀빛이 번쩍하더니 백선녀 여사랑이 치우를 잡기 위해 다가왔다.
치우는 그녀를 보며 약간의 희망이 마음에 일었다.
그러나 그녀가 막 치우를 품에 안으려는 찰라 붉은 적사철이
그녀의 몸을 감싸며 들어왔다.
"크크...거지 놈을 놓아라!"
아무리 백선녀 여사랑의 무공이 뛰어나도 공중 떠 있는 상태에서
다가오는 적사철을 피하며 치우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인상을 쓰며 몸을 틀어 백검을 추괴 나찰에게 날렸다.
이 모든 일들은 모두 한 순식간에 벌이진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치우는 깊은 폭포수 아래로
끝없이 떨어져 내려갔다.
"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