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게임에서 못 빠져나오겠어요;;

나이든남2009.06.08
조회445

나는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나의 꿈은 야구선수였지만, 그꿈을 이루지 못해

항상 공상속에서 내가 야구선수가 되곤 했었다.
작년 말에 나는 이제 내가 돈도 벌고 여유가 있으니

나도 즐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휴대폰에 야구게임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 게임은 내가 2005년 여름에 한 3달정도 움짝달짝 못하게 만든 컴** 프로야구 2008'버전이었다. 2005년 당시 게임에만 몰두했던 내게 형이 크게 화를 내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그것을 지워버렸다.

덕분에 그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금 그 환상적인 게임세계로 자진해서 들어간 것이다.

 

게임은 3년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 구단의 선수명단과 개개인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친선경기, 홈런더비, 토너먼트 게임 외에 페넌트레이스 126게임을 치루며

구단과 선수개인의 각종 기록을 누적하는 기능 때문에

야구팬이라면 그냥 쏙~ 빠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좋아하는 한 팀을 골라 선발투수 로테이션대로 던지고, 중간계투를 투입하고 마무리로 매조지하고

타자들은 기존 라인업대로 치고 도루도 하고 수비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대타도 내보내고..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야구 구단의 선수들을 자신이 조정한다는 기분에

매일매일 경기를 치루고

개인이나 구단 기록상황을 매경기후 살펴보며 126게임을 전부 치루다보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거기서도 이기면 리그우승이 확정되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휴대폰을 켠다.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지루하고 짜증이 날수 있는데 야구를 하다보면 금방 버스가 오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서 한번 화장실에 갔다가 게임을 한다. 금새 2~30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일할때에도 심심하면 잠깐 나가 게임을 하고 들어온다. 가끔 어디갔다왔냐는 꾸지람이 날아온다.

퇴근하는 버스나 지하철안에서도 나의 즐거운 게임은 멈추지 않는다.

잠깐의 자투리시간도 아껴서(?) 나는 휴대폰속으로 들어간다.

심지어는 밥먹으면서도 한쪽손에는 휴대폰으로 누르고 "아싸~ 오예! ,  에잇 젠장"

이런 소리를 지른다.

집에와서도 화장실에 가서 20분,

책상에 앉아서 한게임.

자기전에 불끄고 앉아서 한게임. 그러다보니 어김없이 내 취침시간은 2시반..

아무리 늦게 자도, 난 꼭 야구 한게임하고 자야 잠이 왔다.

그러다보니 다음날 피곤에 쩔어 일어나고.. 일하다가 졸고...이러기를 어언 9개월..

 

한게임에 보통 30분,

난 126게임에 포스트시즌까지 있는 리그전을 무려 3번이나 우승해버렸다.

그렇다면 내가 게임으로 인해 소비한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동안 난 잠시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거나

무엇인가를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만 나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어 게임세계속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나를 구원해줄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안에서는 내가 현실에서 절대 이룰 수 없는 야구선수이자, 명 감독이고,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이다.

난 각 선수들의 기록을 내손으로 만들어주고, 내 성과에 희열을 느꼈다.

 

물론 지금은 내가 미래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때란 것을 잘 안다.

지금 난 계약직일 뿐이고 곧이어 계약이 만료될 뿐이고

그럼 다시금 백수로 돌아갈지도 모를 뿐이다.

 그러나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도 어쩔수 없었다.

물론 수십번 게임을 지우고도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삭제하시겠습니까?에

'예'버튼을 끝내 누르지 못했다.

이미 가상현실의 달콤한 매력에 너무 깊게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면, 현실의 부담감과 괴로움은 죄다 싹 잊혀지고

그 시간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루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의 한 해를 나의 가장 절실한 친구(?)와 지내다 보니

나의 큰 열망은 사그러졌는지 전혀 준비하지 않아 지원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진짜  마약과도 같은 무거운 족쇄가 날 잡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진솔한 동반자(?) 이제는 그만 가줬으면 좋겠어.악마의 천국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근데 맘속 깊은곳에선 내가 못가게 막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