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 2부 (#64 : 의심 VS 믿음)

J.B.G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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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의 연구실을 나온 유채는 곧바로 정후의 연구실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실 밖 출입구에서 출입 허가를 기다리는 유채를 보며 정후는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군… 쯧…’

 

곧 출입허가가 떨어지고 유채는 연구실 안으로 입실했다. 그리고 정후는 넉살스럽게 의아하다는 듯 유채를 기쁘게 맞이했다.

 

“어쩐 일이야 나를 먼저 찾아오고…?”

“따뜻한 차라도 한 잔 줘봐…”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갑자가 평온해 졌다.

 

“뭐야… 그 애기를 들으니… 13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인데…”

“그래…?”

“무슨 바람이 분거야?”

“줄 거야? 안 줄 거야?”

“…”

 

정후는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면서 유채를 위해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떤 걸로 줄까?”

“그냥… 쓴 커피로 해줘…”

“… 부드럽게 해 줄게…”

“여전히 말을 안 듣는 녀석이군…”

“훗…”

 

잠시 후, 정후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유채에게 건 내 주었다. 그리고 커피 향이 지긋하게 퍼져 나갔다. 커피를 받아 들며 유채는 로봇들의 센서가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

 

‘이 로봇들에게 후각센서를 단 모양이군… 쓸데없는 짓을…’

 

유채는 정후에게 물었다.

 

“여기는 로봇 외에 인간은 너 밖에 없는 거야?”

 

정후는 자신의 차를 한잔 마시며 말했다.

 

“좀 더 시각을 넓힐 수는 없는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는 곧 자신이 목적이 있어서 정후를 찾았다는 것을 잊고 있음을 깨달았다.

 

“미안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냐…”

“나도 알아… 너도 변하고있다고 믿고 있으니까…”

 

유채는 잠시 말을 아끼었다. 그렇게 유채가 잠시 말 문을 닫자 이번에는 정후가 궁금증에 먼저 물었다.

 

“용건이 뭐야?”

“뭐야… 용건이 없으면 오지 말라는 애기야?”

“괜히 트집 잡지마…”

“…”

 

두 사람은 가볍게 웃었다.

 

“뭘 좀 물어보려고…”

“말해봐.”

“네 로봇… 아니… 그게 아니고… 네… 첫사랑의 그 여자…”

 

정후는 자신의 예상을 빗나간 질문에 잠시 대답을 머뭇거렸다.

 

“수… 수진 말야….?”

“그래 수진씨… 그러니까… 그녀의 원망하는 마음… 아니… 악한 마음… 아니 그것도 이상하군…”

“그냥 악이라고 정의하지. 그 편이 낳겠어.”

“그… 그래… 그런 마음이… X에게로 전이 되었다면… 선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미 말 했잖아  선은 소멸했다고…”

“역시… 그런가…?”

 

정후는 순간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해 갑자기 냉담해 졌다.

 

“그런 걸 물으러 온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뭐야?”

“그 말 투 좀 어떻게 해봐.”

 

정후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러다 곧 사과를 했다.

 

“미안해!”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너… 솔직하게 답해줘…”

“뭘 물으려고 그러는 거야?”

“지금 지구상을 공전하고 있는 주인 잃은 인공위성… 통제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인공태양도 이미 네 통제권에 있는 거 맞지?”

 

이것 역시 정후의 예상 밖의 질문 이었다. 그리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 유채는 긴장되어서는 정후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젠장… 역시… 그렇게 간단하게 예상대로 움직일 여자기 아니지…’

 

정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거였어…? 여기 있는 장비로는 불가능해. 이 장비 이상의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그 뿐이야!”

 

유채는 의심스러웠다. 정후의 대답이…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심경을 정후는 이미 잘 읽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않아도 돼!”

 

유채는 다급히 부인했다.

 

“아… 아냐…”

“인공태양을 통제하고 싶으면… 통제코드를 내게 줘! 그럼 인공태양을 네게 선물할게…”

 

유채는 정후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관둬!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

 

정후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유채는 다시 또 다시 정후에게 물었다.

 

“그럼… Neo Earth호는…?”

 

정후는 약간 긴장해 있었다.

 

‘젠장… 언제쯤 본론을 말 할거지…?’

 

정후는 태연하게 유채에게 말했다.

 

“어째서 침몰해서 사려져 버렸을 지도 모를 녀석한테 관심이지? 어디 있는지 설마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냐… 그런 건…”

 

유채는 냉정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심리를 살피며 정후는 태연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말을 계속 했다.

 

“역시 그 녀석도 어디 있는지 알아도… 인공태양처럼 쓸모없기는 마찬가지야. 통제코드는 모두 네 머리 속에 있잖아. 물론, 네가 코드를 주면 난 그 녀석도 네게 선물할 수 있어.”

“안 된다고 이미 말 했잖아.”

“그런가…? 그리고 한가지 더 정보를 제공하자면… Neo Earth는 X와 동급의 최첨단 인공지능 컴퓨터였어… 만약 아직 살아 있다면 그 녀석도 X처럼 진화했을 거야… 틀림없이… 그리고 녀석이 정말 진화했다면… 아마 네 통제코드로도 어쩔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역시 NE는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 대폭발의 중심인 지구로 침몰했으니까…”

“어째서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 했잖아… X와 같이 지구의 운명을 맡기기 위해 탄생한 컴퓨터야. 하나는 지구에 남고 하나는 우주로 보내 졌지… 만약 그 둘이 살아 있다면… 아마 NE도 X처럼 지구를 지배하려 했을 거야… 그런데… 아직 침묵하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이…”

“역시… 그런가…”

 

오랜 동안 유채는 침묵했다. 그러한 그녀를 바라보며 이제야 본론에 들어갈 준비가 된 모양이라고 정후는 생각했다.

 

“알고 싶은 것을 알았으면… 이제 본론을 애기 해봐.”

“…”

“…”

“도와줘!”

 

그 말 한마디로 유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뭘?”

“네가 가지고 있는… 내 연구 데이터를 모두 프린트 해줘!”

 

정후는 이미 예상한 일임에도 미간이 조금 일그러졌다. 그러나 애써 태연하게 유채에게 물었다.

 

“내가… 궁극의 병기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다음에야 그 말은 이유가 뭐야?”

“내가 왜 그 자료를 원하는지 물을 테니까…”

“왜 지?”

“모든 생물들을 살리기 위해서…”

“멀린이 개발한다는… 항체 애긴가?”

“너도… 알고 있었어?”

“그 정도는 알아”

“…”

“그 연구에 참여하기로 한 건가?”

“그래…”

“언제쯤이면… 항체가 있는 4세대가 완성되는 거야?”

 

그녀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자신이 겪어 온 정후는 멀린이 아무리 주의를 한다 해도… M은 몰라도 정후가 4세대의 완성 사실을 모른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그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자료를 얻기 위해서 흥정을 해야 했다.

 

“그건… 이미 완성 되었어.”

“뭐?”

 

정후는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모르고 있었나? 이니…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틀림없이…’

 

어찌 되었든 이미 업질 어진 물 이었다. 정후를 믿는 수 밖에는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멀린은… 그 사실을 숨긴 채…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는 거야…”

“그랬었군… 그럼 그 사실은 M조차 모르겠군…”

“그래… 물론… 저항 세력들도… 모르지… 그들이 M을 죽이면… 자신들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말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정후는 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그러나 곧 정후는 너무나 냉정하게 찰나의 순간 자신을 다스렸다.

 

“안타까운 현실이군…”

“그래…”

 

침묵.

정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너무나 큰 비밀을 선물한 거 알아… 너….’

 

지금 두 사람은 머리가 거미줄처럼 엉켜 버렸다. 유채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불안해져 왔다.

 

‘젠장…’

 

유채가 정후에게 물었다.

 

“데이터는…?”

“왜 내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유채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면서 냉담해 졌다. 자신의 카드를 내어 놓고, 상대방에서 이득을 취하지 못한다면 이 게임을 엄청난 실패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반드시 자신의 것을 내어 놓은 만큼 얻어 내야만 했다.

 

“난 널 믿기 때문에… 중대한 비밀을 말한 거야… 네가 이제 와서 날 속이려 한다면… 난 이 비밀을 지킬 방법을 간구해야 해!”

“…”

 

그녀의 냉담하게 오히려 정후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마치 딴 사람 같이 차갑게 변해 버렸다.

 

“난… M을 지키기 위해… 날 사랑하고 헌신해온 사람을 쏜 여자야…”

“젠장… 진심이군…”

 

정후는 자신이 지금 대면하고 있는 정유채라는 이여자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너무나 변해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변해버린 그녀를 마주하면 갑자기 마음이 슬퍼졌다.

 

“커피 맛이 싹 달아나 버렸어… 뭐가 널 그렇게 변하게 만든 거지…?”

“대답이나 해…”

 

정후는 말이 없었다.

 

“부탁이야…”

 

그녀의 부탁에 결국 정후는 자신의 마음을 열어 주었다.

 

“내일까지 모두 프린트해 줄게…”

“고마워…”

 

그 말고 함께 유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간 후 정후는 혼자 중얼거렸다.

 

‘계획을 좀 더 앞당겨야 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