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VS 다른 전문직이 되기까지의 과정

답답하다2009.06.10
조회41,401

200여개의 댓글을 다 읽고 본문을 다시 한번 읽고나서 씁니다.

제가 이 글을 썼을 때..글의 서두에도 적었지만

의사라는 직업이라고 하면 앞뒤 안재고 욕하는 사람들...

그냥 무조건적인 비난만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또다른 비난거리 하나만 제공한 것 같아서 씁쓸하지만

글의 첫머리에...그리고 말미에 적은것처럼

다른직업이 전문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정말 당사자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주는 댓글이 하나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무조건적인 또는 모호한 비판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아쉽네요.

 

 

 

의료민영화가 되니 안되니로 불안한 시국에 살고 계시는 많은 분들....

아직도 의사가  "돈 많이 벌면서 죽는 소리하는 잡-넘" 처럼 애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객관적으로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적어보겠습니다.

다른 직종에 관한 것은 저 또한 수박 겉핥는 정도뿐이 모르기 때문에

혹시 시간이 되시는 다른 직종분들께서도 같이 적어주시면

비교도 할 수 있고 토론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현재 성형외과 의사입니다.

요즘 소위 잘나간다는 마이너 과이고 그 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수능 상위 1%이내로 의대를 입학했고 상위 10%이내로 의대를 졸업했습니다.

예과 때(의대 입학 후 2년)는 그저 월요일 아침 8-9시부터 오후 5시정도까지 매일 꽉찬 수업 스케줄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고등학교와 다를바 없었죠. 다행히 주말이나 일요일에는 나가 놀거나 문화생활 정도의 시간은 주어졌습니다. 물론 그런 생활을 최소한으로 하지 않으면 학점은 포기해야 합니다.

나름 대충대충 살아온 예과 생활도 하루 평균 공부량은 수업포함 10시간은 넘습니다.

(일요일이나 국경일, 방학등의 모든 공휴일 포함해서 대략적인 평균입니다.)

예과를 마치고 본과에 입학한 후 본과 1-2학년 동안의 하루 학습량은

평균잡어 14시간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2년을 보냈고

본과 3-4학년이 되어서는 보통 병원 실습을 도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습을 또 학습량에 포함한다면 마찬가지로 14시간은 넘습니다.

 

 의사고시를 치뤘고 의사고시를 마친 후에

인턴이 되었습니다.

인턴이 된 후 하루 수면량은 평균 4-5시간정도라고 생각됩니다.

학생때는 수면을 더 취할 시간이 있어도 공부라거나 다른 것들을 위해 수면을 아낀 경우라면..

인턴이 되었을 때는 말그대로 잘 수가 있는 시간이 그정도였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짜투리 수면(10분-20분 정도의 눈붙이기)을 합하면 한시간정도는 더 늘어날듯합니다.

하지만 수면이라는 것이 일정시간을 지속적으로 자는 것이 중요하죠.

12시에 잠들었는데 1시에 콜받고 일어나서 30분일하고 다시 눈붙였더나 30분내로  다시 콜와서 다시 깨고...

그런 생활을 해야하는 과도 많았습니다.

각설하고 수면을 포기하고 일을 했습니다.

물론 보수는 주어졌습니다. 한달에 200만원 가량....

보수와 함께 다가온 것은 같은 의사에게 또는 간호사에게 또는 보호자나 환자에게

비난이나 욕설을 듣는 것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지 않고가 문제가 아닌

병원마다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의 대학병원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도제식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가끔은 폭언과 구타도 발생합니다. 과에 따라서 또는 윗사람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어느 직장이나 그런굴욕 안당하고 살겠겠습니까...

당연합니다.

가끔 정도에 넘치게 이단옆차기 등을 날리는 보호자만 만나지 않는다면말이죠....

 

인턴을 마치고 인턴시험을 치른 후

원하는 '과'를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치릅니다.

그리고 시험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남자의 경우 군대를..여자의 경우는 재기를 노리며 어느 개인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니면 다음 시험을 위한 공부를 준비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못누렸던 문화생활이나 놀이문화를 즐깁니다.

마지막 캐이스의 경우가 길어지는 경우에는 다음 레지던트시험을 포기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공의 1년차의 경우 수면시간은 아주 불규칙하지만 평균적으로 4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한달에 집에서 잘수 있는 날은 8일이였습니다.

말 그대로 "집에서 잘 수 있는"입니다. 오프죠....

오프라봐야 평일 오프는 저녁 10시에 나갈수도 있으며 새벽 1시에 나갈수도 있지만....

새벽 5시나 6시까지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자유시간인것입니다.

보통 지쳐서 쓰러지다시피 하죠.

여자친구가 있어도 같이 영화를 보다가 졸고... 같이 애기를 하다가 졸고...

지친몸과 수면시간과의 전쟁이였다고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2년차에서 4년차 사이는 삶의질이 많이 높아집니다.

당직자체가 많이 줄어들고 잡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면시간도 평균 5시간 이상이 됩니다.

당직하는 것도 2-3년차를 지나면 4년차는 응급수술이 아닌 이상 해가 저문 후에는 병원에 상주하지 않아도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병원에 따라서 다릅니다.

어느 병원은 4년차도 밤늦게 또는 새벽에 퇴근하는 날이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4년차까지 마치면서 전문의 시험을 치릅니다.

합격율이 90프로가 넘는 시험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다 붙습니다.

그리고 나서 군대를 갑니다.

군의관으로 가거나 공보의로 가게 되는데 장교기 때문에 일반 사병에 비하여 매우 편하고

시간이 많고 월급도 150만원 이상은 나옵니다.

대신 복무 기간이 만 3년입니다.

그렇게 군대를 마치고 나오면 30대 중반이 됩니다.

제 인생에서 군복무 3년의 시간이 가장 안락하고 편한 시기였습니다.

그 외의 20살에서 31살이 되기까지의 11년의 세월은 인내와 인내, 그리고 인내의 시간이였습니다.

그 인내의 젊은 시절을 전부 보낸 지금은 아저씨입니다.

그리고 어느대학병원에 취직을 해서 한달에 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벌어들입니다.

아마도 몇년 후(약 3-4년 후)가 되면 승진을 하기 때문에 월급이 800만원 정도로 올라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800만원의 월급은 큰 변화없이 60세가 될 때 까지는 유지될 것입니다.

대학병원의 특성상 조교수든 부교수든 교수든 월급 자체의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서 교수가 된다고 해도 실제 받는 월급의 액수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대학병원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환자도 일정 수준이상을 봐야하지만 논문도 지속적으로 발표해야합니다.

논문의 갯수가 적거나 없는 경우에는 재임용이 안됩니다.

물론 승진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환자가 많이 없는 경우도 병원으로부터의 압박이 들어옵니다.

공립병원은 덜하다고 들었지만 대부분의 사립대학병원들에는 그 압박이 존재합니다.

어떻게든 그 압박속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처지지요.

어느 직장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요.

 

개업이 탈출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성형외과를 약소하게 서민적으로 개업하는데 5억이상이 들어갑니다.

일반적인 괜찮게 개업하는 수준을 따라가려면 15억이상이며

좋은 정도로 개업하기 위해서는 보통 30억이상이 들어갑니다.

망할 확률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지요.

 

여분의 돈이 있으신 형편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보통은 그런 돈이 없이 때문에

대출을 통해서 개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출이자도 못갚고 줄줄이 도산하는 병원이 많아지는 실정이지요.

 

대학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이나 준종합병원에 취직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수있겠지만

말 그대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당장은 한달에 1000-1500만원을 벌수 있을지라도

언제 짤리게 될지 모르죠. 퇴직금 이런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구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제가 들인 14년이라는 노력에 대한 댓가가 30대 중반서부터 약 20여년간 월급 800만원에서 1천만원정도를 받는다면 과하다는 생각이 드시는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비판만 하지 마시고

다른 직업군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어떤지에 대한 상황설명등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직업군은 어느정도의 노력을 기울였고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으며

현재 수입은 어느정도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이러이러하다 이런식으로...

무조건적이고 두서없고 근거없는 비판은

정말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