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화성에서 온 왕자님

wagi200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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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악, 젠장. 잠이 안 오잖아. 왜 그런 걸 봐가지고...

근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거야!”

 

윤은 벌떡 일어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미진과 유진의 키스신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이 내 인생의 목표건만

왜 내가 그것들 때문에 못 자야 하는 거냐?

자, 이윤. 하나하나 따져보자.

김유진 그 놈은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놈이고,

미진이는... 음, 어렵군. 그래도 명색이 친군데.

게다가 미진인 여러 가지로 날 도와주기도 했었단 말야.

 

그래! 그렇구나. 친구라는 것이 스스로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꼴은

내가 또 못 보지. 암, 난 의리의 이윤인걸. 그래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거였어.

역시 윤아, 넌 착하기 그지없는 숭고한 의리의 소유자였던 것이야. 음화화화화...”

 

창문 앞에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큰소리로 웃던 윤은

곧 떠오른 생각에 다시 심각한 얼굴이 됐다.

 

“미진이가 유진이랑 잘 되면 난 드디어 혹을 떼어 버릴 수 있게 되는 거지?

근데 왜 하나도 안 신날까?

8살때부터 지금까지 그 녀석이랑 떨어지게 되는 날을 그토록 기다렸었잖아.”

 

문득 자신을 업어주던 유진이 떠올랐다.

 

“정말 따뜻했었어... 게다가 그 산장으로 가는 길, 엄청 길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다리를 다친 윤을 위해 특별히 산장 주인아저씨가 태워다 주셨었다.

비포장인데다 경사가 져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며

윤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젠장, 더럽게 춥네.”

 

어지러워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창문에 기대 턱을 괬던 윤은

차가운 밤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폼 잡을려니 날씨도 안 도와주네. 그래, 난 어둠의 자식이었어. 흑흑.”

 

윤이 막 우는 척 고개를 숙이려던 찰나였다.

섬광이 밤하늘을 하얗게 물들이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윤은 본능적으로 눈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허억, 이게 뭐지? 아무 것도 안 보여...”

 

한참 후에야 시력이 돌아왔다.

윤은 눈물이 맺힌 눈을 조심스레 떠보고는

다시 눈이 보인다는 사실에 감격의 분노를 터트렸다.

 

“어떤 자식이야! 어떤 놈인지 잡히면 가만 안 둔다.

감히 오밤중에 화약가지고 노는 정신없는 녀석이 누구야?”

 

윤은 확확 타오르는 눈으로 집념을 담아 바깥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새벽 3시를 넘긴 주택가는 조용하기만 했다.

아까의 빛은 윤의 상상인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아냐, 분명히 내가 똑똑히 봤다고.

이봐, 아직도 눈이 시려서 눈물이 나잖아. 내 기어코 잡고야 만다.”

 

이를 갈아붙이며 한집한집 자세히 노려보던 윤은 옆집, 유진의 집안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음산하게 웃었다.

 

“그래... 김유진. 너밖에 없지. 다들 잠든 이 시간에 뭘 하느라 깨어계시나?

현장을 잡으면 보상으로 떡꼬치 백개는 뜯어내고 말겠다.

내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그 정도는 싼 거지, 암. 흐흐흐.”

 

잠시 후 윤은 몰래 집을 빠져나와 유진의 집으로 향했다.

 

“어라? 대문이 열려있네... 어? 이 냄새는 뭐지?”

 

코를 킁킁거리던 윤은 매캐한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뭔가 타는 냄새같기도 하고... 서, 설마?”

 

윤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가 맹렬히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유진아! 유진아, 어디 있어? 무사하냐, 김유진? 어떡해, 잠들었나봐.”

 

윤은 떠오르는 끔찍한 상상에 몸서리를 치다가

유진의 방 틈으로 새어나오는 연기를 발견하고 숨이 멎을 지경으로 놀랐다.

 

“안 돼! 불이야! 불! 사람살려요! 흑흑, 유진아, 죽으면 안 돼...”

 

흐느끼면서 유진의 방문을 벌컥 연 윤은

극심한 충격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문을 열어젖힌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윤 못지않게

방안에 있던 두 사람도 충격을 받았다.

 

한참 후에야 윤이 떨리는 손가락을 겨우 들어

믿기지 않는 것을 가리키면서 입을 뻐끔거렸다.

 

“이...이게...”

 

“이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냐?”

 

윤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말을 하면 눈앞의 이것들이 정말로 현실이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윤아...”

 

당황한 얼굴로 윤을 보던 세진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윤을 외면한 채 살며시 티슈를 쥐어주었다.

 

“저기, 침... 여기 기계들이 습기에 좀 민감해서...”

 

“이게 다 뭐야? 이것들이 대체 다 뭐냐고?”

 

윤은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로 유진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첨단 장비들,

세련되게 디자인된 심플한 은색의 버튼들 앞에 앉은 유진은

지독히도 낯설었지만 익숙해 보였다.

 

‘뭐야? 갑자기 네가 김유진이 아닌 거 같잖아.

나를 그렇게 못살게 굴고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웃기는 놈이지만...

그게 유진이잖아. 내 웬수, 그 김유진으로 돌아와.

지금의 너는 유진이가 아닌 것 같아. 무서워...’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눌러참으며 윤은 눈을 크게 떴다.


*****************************


잠시 후 윤은 유진과 세진 앞에 뻣뻣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자, 이제 차도 다 마셨어. 진정했으니까 이야기해.”

 

세진은 난처한 얼굴로 유진을 돌아보았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희는 지구인이 아닙니다.”

 

“뭐?”

 

“우리는 화성에서 왔다.”

 

윤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움켜쥔 채 이를 악물었다.

 

“뭐...라고...?”

 

“저희는 화성인이라는 말, 켁.”

 

윤의 펀치에 적중한 세진은 볼을 움켜쥔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억울한 얼굴로 윤을 올려다보는 세진에게 조금 미안함을 느낀 윤은 그냥 외면했다.

 

“장난치지 말고 솔직히 불어. 김유진, 너 말해봐. 미쳤냐? 이게 다 뭔짓이야?

혹시... 해선 안 될 일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우리는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지구에 파견되었다.”

 

“그렇습니다. 저희의 목적은 오직 지구의 에너지원을 연구하는 것뿐입니다.

조금이라도 지구에 해를 끼치거나 위험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쇼를 해라. 세진오빠까지 왜 그래?

그래도 이웃사촌으로 십수년을 살았는데 내가 설마 신고하겠어?

내 양심에는 위배되는 일이지만 접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눈감아줄게.”

 

윤의 타이르는 말을 들은 유진과 세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제발 좀 믿어주십시오. 저희는 정말로 화성인이라니까요.”

 

“무슨 애가 사람 말을 못 믿는 게냐? 어리버리한 주제에 이상한 데 의심이 많구나.”

 

둘은 머리를 맞대고 속닥속닥 의논을 하더니 정색을 하고 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우리를 믿겠느냐?”

 

“믿고 말고... 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어쩔 수 없군. 에이피, 손님께 설명해 드려라.”

 

-부르셨습니까, 유진님.

 

“컥,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야?”

 

“에이피는 아직 지구에는 출현하지 않은 인격을 갖춘 슈퍼컴퓨터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종합, 체계화해서 화성으로 송신하는 임무를 가지고

화성 밖으로는 처음 파견되었다.”

 

-아프로디테, 군신 아레스의 연인이었던 미의 여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진님으로서는 드물게 로맨틱한 센스였죠.

에이피라고 부르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윤님.

 

“......이거 지금 저게 말하는 거야?”

 

윤은 믿기지 않는 심정으로

담담한 빛무리를 수시로 만들어내는 한쪽 벽만한 모니터를 가리켰다.

 

“에이피는 인격이 있다. 저것이라고 부르면 실례가 된다.”

 

-그렇습니다. 에이피는 판단력과 감정을 가진 인격체입니다.

 

“꺄아아악, 엄마야~!”

 

-지구의 인간들은 무례하군요. 몹시 불쾌합니다.

 

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달렸다.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난 아무 것도 못 보고 못 들은 거야.’

 

그러나 문은 윤이 아무리 힘을 써도 열리지 않았다.

한참 문에 매달려서 낑낑대던 윤은 거의 울 지경이 되었다.

 

“열려라, 열려. 왜 안 열리는 거야?”

 

“아직 이야기 다 안 끝났다.”

 

“싫어! 집에 갈래. 보내줘.”

 

‘분명히 날 실험체로 쓰려는 거야. 싫어, 해부당하기도 싫고 죽기는 더더욱 싫어.

이런 데서 이렇게 개죽음이라니... 말도 안 돼!

오빠들... 구해줘. 하나뿐인 여동생이 외계인한테 죽게생겼는데 쿨쿨 잠만 자고 잇기야?’

 

“이야기가 끝나면 보내 줄 거다.”

 

“무슨 이야기인데? 알아들었어.

네가 화, 화, 화성인...이라는 거... 알았다고. 이제 믿으니까 보내줘.”

 

문고리를 생명줄처럼 꼭 붙잡고 바들바들 떨면서

윤은 차마 유진과 눈도 맞추지 못했다.

 

유진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화성은 인구가 격감하고 있다.

다들 정신적인 가치에만 치중하여 세속의 일은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인공배양으로 간신히 최저의 인구수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 이에 우리는 지구의 기하급수적인 인구폭발의 원인과

에너지를 연구하고자 온 것이다.”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 뭔 말이 이렇게 어렵다냐.

헉, 내가 지금 한가하게 이런 이야기 듣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집에 갈래.”

 

“......에이피, 문을 열어라.”

 

-유진님,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발설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하셔야지요.

 

“두 번 명령을 하게 할 작정이냐?”

 

-용서를... 하지만 이것은 유진님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문을 열어라.”

 

쿠당탕~ 온 몸으로 문을 밀고 있던 윤은 갑자기 열린 문 때문에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이씨. 아파라. 이마에 혹이 생겼네. 예고라도 해 줄 것이지.’

 

-지구의 인간은 무례하고 의심이 많은 것만이 아니라 둔하기까지 하군요.

 

‘저, 저놈의 기계가! 슈퍼만 붙으면 다야? 기계 주제에 사람을 놀리네.

이거 분명히 일부러 그런 거야. 내가 무서워서 참는 거 절대 아니다.

다음에 두고 보자. 아니지, 다음에 보긴 뭘 봐? 꿈에 볼까 두렵구만.

그래, 좀 더 고매한 존재인 인간으로 차마 기계랑 싸울 수는 없으니 참는다.’

 

벌떡 일어나 집으로 달리는 윤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뒤범벅되어 떠돌았다.

 

침대에 몸을 던지고 이불을 둘러쓴 채 겨우 잠이 들었나 했더니

이번에는 반란을 일으킨 슈퍼컴퓨터와 침공해오는 화성인들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꿈을 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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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ㅠ.ㅠ

정말로 죄송해요. 이런다고 용서해 주시지는 않겠지만...;;;

 

컴이 불안불안하더니 드디어는 부팅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지 뭐예요. ㅠ.ㅠ

거의 컴맹 수준인 바기로서는 도대체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동생에게 에스오에스를 쳤는데요.

그 녀석이 컴을 보기까지 며칠, 보더니 일단 하드를 한번 밀어야 한다고 해서

오에스를 구하기까지 또 며칠...

바이러스결산지라고 놀리더군요. 쳇. ㅠ.ㅠ

 

덕분에 써놨던 부분은 완벽하게 날아가고 자료고 뭐고 몽땅 수장시키고...

악몽의 한 주를 보냈답니다. ㅠ.ㅠ

 

변명이지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__)

 

노트북녀석도 쓰려고 봤더니 하드를 갈아야 한다지 뭐예요.

동생이 하드를 갈자마자 잽싸게 들고 튀었답니다. 호호홋. -_-

 

자, 늘 마음만 앞서는 하루한편의 공약...

이번에는 꿈이 아니길 바라며 다시 시작합니다.

 

그동안 게을렀다고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해요. ^^;;;

 

6편에 리플 다신 분들은 8편에 인사드릴께요.

우선 먼저 한편 올리고 사과말씀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 7편 올립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올리구요.

 

더 재밌게 글을 써 보여드리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겠지요.

그런 생각으로 재시작입니다.

화이팅할테니 여러분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