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26 ]semiclassic365일 빈터 -- 아름다운 고백

시아200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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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저녁되시고 계신가요.

 

오늘은 햇살이 좋은 날이 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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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lassic365일 빈터


26. 아름다운 고백

 

 

 

 

 

 

 

 

“오늘은 햇살이 좋구나, 그렇지? ”

 


다음날 아침 민하는 망설이는 홍이를 설득해 홍이가 새로 강의를 맡게될 학교에 교수님을

 

만나러 가는 동안 호텔의 짐을 아이와 함께 먼저 민하의 아래채로 옮겼다.


민하가  아이와 함께 먼저 가방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가며 말을 걸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뜻밖의 대답을 했다.

 


“ 우리 엄마는 햇빛이 좋은날은 그냥 땅바닥에 앉아 있고 싶대요.

 

그래서 우린 그런 날은 만날 공원엘 갔죠. ”


“ 그래? 엄마가 …… 왜 그랬을까? ”

 


“ 이건…… 비밀인데요. ”


아이는 굉장한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며 중얼거렸다.

 


“ 우리 엄마는 그런 날은 햇빛 속이나, 바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대요. ”


“ 오호~ 그래? 굉장한데? ”

 


민하도 아이의 말에 정말 놀라 눈이 커다랗게 되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 내가 교수님한테 이야길 했더니, 교수님은 그래서 우리 아빠가 될 수 없다는 거예요.

 

웃기지 않아요? 우리 엄마에게 들리는 목소리가 교수님보다도 힘이 센 가봐요. ”


“ 유정인 교수님이 좋구나. 그렇지? ”

 


“ 네, 좋아요. 교수님은 우릴 사랑하죠. 그래서 난 우리엄마가 교수님이랑

 

사이좋게 지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


“ 그런 것도 알아? 모르는 게 없구나, 넌……”

 


“ 난, 다 알아요. 엄마가 화낼까봐 모르는척해도 다 알아요.

 

교수님은 사랑은 말 안해도 다 안대요. 그냥 알 수 있대요. 그래서 나도 알죠. ”

 


민하는 그런 유정을 보며  기가 막혔다. 유정은  아이 같지 않고 작은 어른 같았다.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아주 말똥한 눈을 가졌지만 세상 모든 이치를 알고 있는 아이 같았다.


그리고 홍이의 독일 생활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혼 수속까지 해주었는데, 그처럼 떠나길 원

 

했던 홍이가 왜 세호와 결혼하지 않았을까…… 사실은 잊으려 해도 언제나 궁금했었다.

 

 

 

 

민하의 집은 대부도 쪽에 있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이학장의 땅에 이학장이 젊어서

 

지은 집이라 고급스럽거나 비싼 집은 아니었으나 하얀 돌로 지은 그 집엔 격자무늬

 

하얀 창틀과 그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와 담을 가득 채운 장미덩쿨과 갖가지의

 

장미가 만발한 장미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 집의 아름다움은 뒷마당에 있었다.

 

뒷마당이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거기에다 검은 자갈이 깔려 있는

 

 바다로 연결된 그 길에 드문드문 놓여있는 기차 침목 사이로는 작은 들꽃들이

 

피어 있었다. 집을 나서면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 전체가 2차선 도로로 말끔히

 

포장되어 있어서 바다를 보며 자전거를 달리거나 조깅을 하기 좋도록 해두었다.

 

그것들은 이학장이 틈이 날 때마다 내려와 그렇게 가꾼 것이었다.

 

건강이 나빠져 서울 집을 팔고 내려 온 뒤로는 더욱 집을 가꾸는데 정성을 쏟았다.

 

민하가 뒷마당에 만든 그 작은 집을  본 순간  유정을 비명을 질러댔다. 

 

 그 작은 집은 하얀 이글루 모양을 하고 있었다.

 

유리창도 동그랗고 문도 아치형의 문이었다.

 

 그 동그란 유리창에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 야아! 이야아! 멋져요. 멋져! 멋져! ”

 


아이는 그 집과 나무에 매어둔 그네 사이를 폴짝거리고 뛰어 다녔다.


집은 열 다섯 평 정도의 미니 주택이었는데 민하가 서재로 사용하던 것이었고

 

작은 주방 겸 거실엔 패치카와 컴퓨터와 많은 책들이 놓여있었고 작은 방엔

 

조그만 하얀 화장대와 하얀 침대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 동그란 유리창으로 내려다보이는 바다 였다.

 


“ 아저씨, 이거 이글루지요? 그렇죠? 그림책에서 봤어요. ”


“ 마음에 드니? ”

 


“ 와! 엄마한테 빨리 보여 주고 싶다. ”


“  엄마랑 점심 같이 먹기로 했는데 거기로 가자. 우리 ……”

 


“  여기서 안 먹어요? ”


“ 아저씨가 맛있는 음식을 하는 곳을 알고 있거든 ……”  

 

 

 

 

 


★☆★

 

“ 으와 ~ 엄마, 무슨 음식이 이렇게 많아? 우와~반찬이 육십 가지가 넘어 엄마!”

 


유정은 민하의 옆자리에 붙어 앉아 떠들어 대고 있었고 민하는 그런 유정의 접시에

 

 고기를 자상스럽게 잘게 뜯어 놓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홍이는 눈을 흘기며 유정을 나무랐다.

 

 


“ 조용히 해, 창피하게 ……”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보다가 민하는 웃으며 말했다.

 


“ 유정이 이런데 처음 와 봤구나. 그렇지? ”


“ 우리 엄마는 , 돈가스, 피자, 치킨, 짜장면 , 빵 , 그런 것만  좋아해요. ”

 

 


셋이 함께 저녁을 먹는 동안 민하는 아이에게 자상한 아빠 같았다.

 

홍이는 그런 민하를 바라보고 있는 일이 괴로웠다.

 

그동안 민하가 혼자 있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고,

 

홍이의 아이라고는 하나 피 한 방울 안 섞인 그가 유정에게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힘이 들었다.  홍이는 식사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물만 세 잔을  마셨다.

 

 


“ 엄마? 속 답답해? 왜 물만 먹어? 이거 먹어봐. 맛있어. ”

 


먹다말고 유정이 홍이를 보며 걱정을 하자 민하도 음식을 권했다. 

 

 민하와 유정이가 웃으며 바라보는 가운데 홍이는 밥을 먹었다.

 


“천천히 먹어, 엄마. 꼭꼭 씹어서, 그리고 이것도 먹어.”

 


아이가 말했다. 홍이는 숟가락을 든 채 기 막혀 하며 민하를 바라보았다.

 

민하의 측은해 하는 듯한 눈길이 거기 있었다. 어쩌면 홍이는 눈치챘을 것이다.

 

민하의 아직도 이렇게 애틋해 지는 눈길을 …… 그저, 별생각 안하고 살려고

 

노력했었다. 매사에 무덤덤 해지려고 하다보니 재미없게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홍이를 보는 마음도 무덤덤하고 싶었는데 …… 눈길에 묻어

 

나는 애틋함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홍이는 고개를 숙이고 입에다 밥을 가득 떠 넣었다. 목이 메이는 모양이었다.

 

홍이가 가슴을 탁탁 두드리자 민하보다 먼저 아이가 물 컵을 내밀었다.

 

물을 마시고 홍이는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더 먹지. 시장 할텐데……참, 유정이도 학교에 가야 하잖아? ”


“네, 이번에 가야죠. 잘 할래나 몰라요. 말만 많아서……아휴,”

 


그렇게 말할 때면 영락없이 홍이도 다른 엄마들과 똑 같은 엄마였다.

 

 

 

 

 

 

★☆★

 

 

그날밤 민하도 홍이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유정이가 잠든 후 홍이는 가만히 아이를 다독거리고 침대를 빠져 나왔다. 

 

마당에 매어있는 그네에 앉아 어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안채에서 커피라도 마시고 가라는 것을 거절하고 이 작은 집으로 돌아왔고

 

그리고 좋아하는 유정과는 달리 얼른 아파트부터 구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학장을 이렇게 마주치는것이 두려웠다.

 

아무래도 잘한 일이 아니라는 후회가 몰려오고 있었다.


문득 두고 온 세호를 생각했다.  

 

그는… 그는 지금 어떤 기분으로 , 어떤 마음으로, 이 밤을 보내고 있을까.


밤하늘에 총총 무리 지어 뜬 별들과 밤바다의 노래 소리가 한없이 평화롭게 들려왔다. 

 


“홍아!”

 


뒤에서 민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홍이는 돌아보지 않고 잠시 망설였다. 가슴이 뻐개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렇게 떠날 때는 다시는 그를 못 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홍이의 정신은 방향감각 없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같이 앉아도 될까?”

 


홍이가 그네에서 일어서자, 민하가 조용히 물어 왔고 홍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홍이가 앉은 자리 옆으로 민하가 떨어져 앉았다가는

 

 다시 고쳐서 조심스럽게 다가앉았다.

 

민하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홍이에게 다가앉았다.

 


“춥지 않니?.”


“ 아니요, 시원해요. ”

 


민하가 걸치고 있던 카디건을 벗어 홍이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 음…뭐냐 하면…그러니까…”

 


민하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말을 꺼내다가는 더듬고 말았다.

 


“ 별이 고와요. 그렇죠? ”


“ 응, 여긴 별이 아주 잘 보여. ”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어깨가 닿을 듯이 앉아 서늘하고 맑은 밤하늘은 올려다 보았다.

 


“……”


“머리를 잘랐구나.”

 


“네…… 거추장스러워서…… ”


“홍아… 나는 말이지, 그게…… 그러니까…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가끔은 말이야.

 

그래도 가끔은, 네가 내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


“……”

 


여전히 대답이 없는 홍이에게 민하는 그렇게 가만 가만  혼잣말을 들려주듯이  말했다.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며 새초롬하게 앉아 있던 홍이도 겨우 한마디 말문을 열어 보였다.

 


“ 나는 보고 싶어서 아무것도 못하거나…… 그러니까……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다만, 이상하게 말이죠. 햇살이 너무 좋아서 올려다본 그 하늘에 ……

 

내가…정작 그처럼 떠나고 싶어했던 당신의 웃는 모습이 보였어.

 

바람결에 문득 문득 당신의 향기가 묻어 나고 , 거리 모퉁이를 돌아 설 때면

 

 당신의 뒷모습을 닮은 사람이 보였어. 이상한 거…알아요.

 

그래서 늘 세호에게 미안하고…세호도 서운해한다는 거…알고있었지만.

 

하지만…내 마음 속에는……늘……당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민하가 놀란듯 고개를 들어 홍이를 바라보았다.  홍이의 말도 끊어졌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뭔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도 당신을 생각했다는 거예요. 이제 들어 가봐야지. 유정이가 놀라겠다.”

 

 


홍이가 일어서서 그네를 떠나 집으로 들어 갈 때까지 민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눈물이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고 마음을  적시고 있었던 탓이었다.

 

홍이가 급히 들어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안타깝게 들으며 민하는 그렇게

 

그밤 한참을 붙박힌 돌처럼 그네에 앉아 있었다.

 


민하는 그밤 자신의 방에 혼자 돌아와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다시 묻고 있었다.

 


“나는, 홍이 너… 우리가 처음 만난 것처럼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

 

 이번이 처음 인 것처럼  말이야.”

 

 

 

 

 

 

 

★☆★

 

 

 

“ 엄마! 엄마! 일어나! 커피 마셔!  ”

 


다음날 아침, 민하가 그 이글루로 가 보았을 때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침대 속에선

 

홍이가 아직도 자고 있었다. 유정이 커피를 내리며 홍이를 부르고 있었고 가만히 보니

 

가스렌즈를 켜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건 홍이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잠꼬대처럼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아함, 너 일요일인데…… 왜 이렇게 일직 일어나서 그래!”


“잠꾸러기 엄마야! ……이 세상에 엄마한테 이렇게 잘하는 아들 있으면 나와 보라고해. ”

 


토스트를 만든 모양인지 가스렌즈를 끄고는 홍이에게로 뛰어가 발가락을 간질이고

 

 난리였다.

 


“유정아, 너 왜 그래? .”


“엄마도 운동 좀 해.”

 


그리고는 거울 앞으로 홍이를  데리고 가서는 홍이의 배를 탁탁 두드리며 더 크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봐, 엄마 거지, 이 배. 저 아저씨는 굉장히 멋지잖아, 엄마도 멋져져야지. ”


“유정이 ! 까불래?”

 


홍이와 유정이 깔깔거리고 웃는 것을 보고 민하는 노크를 했다.

 


“유정아! 들어가도 될까?.”


“아저씨다!”

 

 


유정이 동그란 눈을 하고 문을 열자, 민하는 어려운 말이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잠시 말을 멈추었다.

 


“ 아저씨 토스트 드실래요? 내가 만들었는데 ……커피도 있어요.”


“ 네가 주니?”

 


“ 넷! 우리 엄마는 잠꾸러기라 서요.”


“ 하하하! 그럼 점심은 내가 할게. 산책하다 네 웃음소리가 너무 즐거워 들어 와 봤어. ”

 

 


홍이가 잠옷바람으로 멀뚱하게 보고 서있는걸 본 유정이 놀려대기 시작했다.

 


“엄마, 옷 갈아입어야 될 것 같아…”


“어! 정말 ……”

 

 


홍이가 쏜살같이 방으로 들어 가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민하와 유정이  웃고 있었다.

 


점심때 민하는 안채로 홍이와 유정을 초대했다.

 

유정과 홍이는 집안 일을 도와 주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했고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민하를 두고 집안을 구경했다. 민하의 일층 서재에는 책이 많이 있었고 그 책상 위에 세 개

 

의 작은 액자가 늘어 서 있었다. 홍이의 고등학교 입학식때 세호와 찍은 사진, 그리고 대학

 

입학식때 사진, 그리고 가을날 마로니에 공원에서 민하와 은행을 주우며 찍은 사진……

 

 


“ 이거, 엄마 아냐? 엄마가 왜 여기 있냐?”

 


유정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