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열심히 산다고 살았거든요.. 그치만.. 가난이 죄는 아니잖아요.

열심히살자.2009.06.15
조회127,217

안녕하세요.

26년 살면서 참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참 우울합니다.

하소연좀 하다 갈게요..^^

 

우선.. 전 1남 1녀의 첫째입니다. 흔히 말하는 장남이지요.

26년동안 살면서 아버지와 같이 살았던 시간은 대략 5~6년도 안됩니다.

집안은 내팽겨두고 밖으로만 다니셨던 이유이지요.

 

참 힘들게 살았습니다. 어머니 공장다니시면서 한달 50~60만원 버셔서,

그돈으로 한달 생활비를 하시는데.. 고3인 저와 중3인 동생 교육비가 어찌 충당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포기를 했죠. 어머니께서 학원 다니라고 하시면

공부에 욕심도 많고 정말 잘했던 동생녀석 뒷바라지나 더 해주라고 하고,

그냥 독서실 다니면서 혼자 공부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참고서나 문제집 사라고 돈주시면, 그돈 다시 동생 주면서 책한권이라도 더 사서

보라고 쥐어줬죠..

 

그래도 서울안에 전문대에 전액은 아니지만 장학금 받고 입학하면서

알바를 하기 시작했구요. 20살부터 26살까지 주말알바를 한달도 쉰적이 없었네요.

주말에는 알바하고, 평일에는 저녁으로 파트알바하고, 밤으로 공부해서

학기마다 전액은 아니지만 장학금 받고 다니고..

그렇다고 부족한 금액을 차마 어머니께 보태달라고 할수가 없어서

방학때는 풀로 알바를 해서 채워놓고 채워놓고 했습니다.

남들 흔히 받는 학자금 대출도 이자무서워서 받아본적도 없구요.

 

암튼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여름에 과 친구녀석들 바다 놀러갈때

부러우면서도 그놈의 학비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자고 열심히 일하고,

겨울에도 역시 죽어라 알바만 했습니다.

 

암튼 20대에서 기억나는건 알바하면서 학비충당하고 용돈 스스로 벌어쓰고

한 기억밖에 없네요. 그래도 열심히 살았던 결과인지

초봉 2500의 대기업 생산공장에 설비기술자로 입사했습니다.

물론 정규직이구요. 자격증에 경력도 쌓아가면서

대학원 진학에 욕심이 생겨 틈틈이 공부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제 미래에 대한 꿈과 목표를 확실히 세워놓고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었기에

나름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후.. 그렇게 살아오던 어느날, 며칠전이었습니다.

아는 후배녀석이 소개팅 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더라구요.

4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5개월정도 됬는데 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바쁜 제 생활속에서 뻔히 못챙겨줄걸 알기에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후배녀석이 부담갖지 말고 저녁이나 같이 먹자구~

그냥 친하게 지내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구요.

안그래도 제 얘기를 상대방에게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고 저만 찬성하면

된다고 합디다. 그래서 그냥 쉬는날 맞춰서 같이 보자고 했죠.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 하는 소개팅이니 나름 깔끔하게 보이겠다고

신경을 쓰고 나갔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고~ 3명이서 간단하게 맥주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 여자분이 그러더라구요. 혹시 차 있냐구요. 없다고 했죠.

아직까지 차가 없어요~? 후배 가리키면서 xx는 벌써 차 끌고 다니던데요~

그래서 그냥 30살때까지 열심히 돈모아서 그때가면 살거라구 그랬죠.

그랬더니 웃으면서 얼마나 모으셨는데요~? 그러더라구요.

사회생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모아봤자 얼마나 모으겠습니까.

그래도 다같이 웃고 그러는 자리인만큼 저도 그냥 웃으면서 얼마안된다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열심히 산다고 해서 돈좀 모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그러네요;;

그러면서 표정이 어두컴컴..

 

하하.. 솔직히 후배녀석 군대면제받고 나름 이름있는 4년제 대학다니면서 차 끌고 다니고

그래요. 그래도 제 꿈이 있고 인생 목표가 있었고,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기에

전혀 부럽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소개팅 한번 나간 자리에.

그 여자분은 굳이 후배녀석과 저를 비교하면서 가난한 사람은 싫으니 어쩌느니..

 

머 그렇게 흐지부지 자리가 끝나고, 어짜피 처음부터 머 여자친구 만들기위해

그 자리에 나갔던건 아니었지만, 참 기분이 그러네요..

부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하게 자란건 사실이지만,

그게 제 모습을 판단할수 있는 기준이 되는건지..

 

참.. 머랄까.. 솔직히 우울하네요.. 용돈한번 타써본적 없고.

비록 전문대라도 장학금 받아가면서, 알바하면서 학비 보태고

같은 과 졸업생들보다 좋은  조건의 회사 입사해서 그곳에서도

인정받으면서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적금도 이것저것 들고, 어머니께 생활비좀

드리면서 모은돈이 2000만원 좀 넘네요. 앞으로 연봉 올라갈거와 계속해서

나오는 보너스 등등 예상하면 30살까지 최소 8천만원은 모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후.. 제가 현실을 모르고 살았던 걸까요. 제 좁은 생각속에서만 살았던 걸까요..

참 답답하네요..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