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의 비애

자취생2009.06.17
조회130,590

 

 

톡이 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됐네요.

댓글 읽어보니까 찌질해서 말 못하고 여기와서 글 쓴다고 뭐라 그러시는 분들 몇분 계시던데요. 당신은 만난지 얼마 안 되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한테 대놓고.

"그 따위로 행동하지마. 다른 사람 생각 안하냐?"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전 만난지 얼마 안되서 말 안한 것 뿐입니다.

그 애도 제가 한 성격하는 거 알고 별말 안하더군요. 자취방에 온다는 말이나 그런 것..

그래서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 남학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저 참고로 여학생입니다.

 

콕 찝어서 말하겠습니다. 밑에 보면 기껏 햄이랑 과일 몇개 때문에 우정 운운 인간성 운운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 전에 그런 일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고 기껏해야 님에게는 햄이랑 과일 몇개일지 몰라도 자취생들은 마트가면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들었다놨다 상당히 고민하고 얼마나올지 사전에 계산부터 합니다. 그리고 고민하다가 결심해서 사는 겁니다.

 

 

그래서 더욱 먹기 아깝고 아껴먹고 싶고 그러는 건데 그걸 홀라당 먹어버렸을 때 또 밥 해놓고 '아, 집에 가서 밥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돌아왔을 때 밥솥에 밥이 홀라당 없어졌을 때 느낌아세요? 모르시면 그렇게 지껄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P.S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네요.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대부분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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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톡과 판만 보다가 이렇게 써 보기는 처음입니다.

밑에 자취생에 관한 글이 올라와 있지만 한 마디 적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저는 K대에 재학 중인 신입생 중 한 명입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해본 터라 부모님을 설득해서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해봤기에 규칙과 그런 것에 얽매이고 불편해서 자취를 선택하게 된 것인데 지금까지 생활해 본 결과로는 자취가 더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은 기숙사가 천국이라고 생각 될 정도랄까요?

 

처음에 자취방을 구해 혼자 살아나가기 시작했을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생활비로 먹을 거 안 먹고 아껴서 수도세와 전기세, 인터넷 비 같은 공과금을 내야하는 상황이 적응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을 쓰고 싶은 대로 막 쓰고 그랬었는데 상황이 달라져서 적응이 되지 않았달까요? 한 두 달 정도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올바로 돈을 쓰는 법을 알게 되었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되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과거에 내 모습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 부모님께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자취를 하게 되니 돈에 관해서 민감해지고 다달이 받은 생활비로 한 달 계획을 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친구가 놀러 온다던가하는 경우에 말입니다.

 

처음에는 대학 들어오고 사귄 친구들이 제 자취방에 오는 걸 저는 한 두 번이겠지?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가 많아지더군요. 계속 찾아오는 것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제 자취방을 ‘우리 아지트’라고 부르고 자기 집 마냥 행동하는 친구들이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예의를 지키더니 나중에는 예의조차 지키지 않더군요.) 갈수록 친구들은 어이없어졌습니다.

 

그 친구들 중에서 유독 심했던 친구가 한명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환장할 따름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제일 친했던 애라 별 말 안하고 있었지만 갈수록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 번은 수업 마치자마자 갑자기 전화 와서는 자기 잠 온다고 제 자취방에 가서 잠을 자겠다고 해서 좀 어이가 없었지만 데려가서 재워줬습니다. 한 번 그렇게 말하는 건 쉬웠는지 몇 번 그런 말을 하길래 그 때마다 그러려니 생각해서 데려가서 재워줬습니다. (부탁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 제일 어이없었던 일은 그 때가 시험기간이라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내 방에서 술 먹겠다고 부탁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를 하길래 싫다 그랬더니 방 열쇠만 달라는 겁니다. (개념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싫다 그러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저녁 즈음 자취방에 갔다가 다시 학교 도서관으로 가던 중 그 친구와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저녁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파 그러는데 라면 하나만 끓여먹자고 술은 절대 안 먹고 라면 먹고 나서 다 치우겠다고 계속 부탁하는 친구가 너무 그래보여서 방 열쇠를 주었습니다.

시험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새벽 1시쯤 친구에게 열쇠를 돌려받고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가서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는데 책상 위에  ‘잘 먹고 간다, 너무 많이 먹어서 미안해~’ 라고 적힌 쪽지를 본 후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전 라면을 끓여 먹는다길래 자기가 사다가 끓여먹는 줄 알고 열쇠를 빌려 준 것인데 그 전날 장 봐 온 것에서 라면 두 개와 햄(스X 한 통)을 구워먹고 오랜만에 먹어보려고 샀던 과일과 밥솥에 해 놓은 밥까지 먹고 냄비 하나를 통째로 태웠더군요. 그래도 속으로 삭혔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본 그 애는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저에게 자취하는 게 부럽다고 그러더군요. 그 뒤부터 그 애랑 연락 끊었습니다. 그 애의 인간성을 알게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지나가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자취생으로서 한 마디 하겠습니다.

 

"친구가 오는 건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주 오지는 마세요. 가기 전에 친구에게 가도 좋은지 의사를 먼저 물어봐주세요. 아무리 친구라도 어느 정도의 예의를 지켜주세요. 자취생인 저희에게도 편안하게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 때 친구에게 예의상으로도 뭐 필요한 거 있나 물어보세요. 또, 자취생들이 돈 많다고 그런 말 하시는 분들 있으실텐데 찾아와서 야식 사달라는 그런 말 하지마세요. 뭐 먹고 싶으면 오실 때 사오셔서 드시거나 집에 가서 드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버릇없이 쓴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냥 한 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저보다 오래 자취하신 분들 많으실텐데 이런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하네요. 이만 줄입니다.